올 여름의 혹서(酷暑)는 유별났다. 하지만 ‘욕서수절란(溽暑隨節闌)’이라고 했던가. 찌는 듯한 무더위도 결국은 계절을 따라 끝나갈 수밖에 없고, 가을은 찾아오기 마련이다. 흔히들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라 부른다. 가을을 독서와 연관시킨 유명한 글로는 당나라 때의 문인이자 정치가요, 당송팔대가(唐宋八大家)의 일인인 한유(韓愈)가 아들 ‘부(符)’에게 지어준 일종의 권학문(勸學文)인 ‘부독서성남(符讀書城南)’이 있다.
당시 고위관료였던 한유는 당나라 수도인 장안의 남쪽[城南]에 별장이 있었던 모양이다. 과거 시험을 준비하는 아들에게 한유는 성남의 별장에 가서 공부하기를 다음과 같이 권한다.
‘때는 가을이라 장마도 그치고 서늘한 기운이 교외로부터 들어오기 시작하니, 등불과 점점 가까워질 시간 아니더냐? 책을 펼칠 만한 때로구나.’
時秋積雨霽 新凉入郊墟 燈火秒可親 簡編可卷舒
바로 등화가친(燈火可親)이란 사자성어를 탄생시킨 유명한 구절이다. 대학자인 한유의 시각으로 볼 때는 공부에 관한 한 아들이 성에 차지 않았던 것 같다. 한유는 문장의 마지막 부분을 다음과 같이 마무리하고 있다.
‘자식을 사랑하는 마음[恩]과 자식을 엄히 길러야 하는 당위성[義]이 내 마음속에서 서로 갈등을 일으키고 있으니, 내 공부하기를 주저하는 너에게 이 시를 지어 보내노라.’
恩義有相奪 作詩勸躊躇
한유는 대유학자답게 ‘증광현문(增廣賢文)’이란 글에서 그의 또 유명한 권학문 구절을 다음과 같이 남긴다.
‘책의 산에는 길이 하나 있으니 근면함으로 지름길을 삼고, 학문의 바다는 끝이 없으니 고생으로 배를 삼아 노 저어 나가야 한다.’
書山有路勤爲徑 學海無涯苦作舟
학해무변(學海無邊) 또는 학해무애(學海無涯)란 성어가 탄생한 바로 그 구절이다. 이러한 권학문 중에는 ‘소년이로학난성 (少年易老學難成)’이란 주자(朱子)의 권학문이 또한 유명하지만 당나라 때 대시인인 백거이(白居易)도 ‘白樂天勸學文(백낙천권학문)’이란 다음의 시를 남겼다.
有田不耕倉廩虛 밭이 있어도 갈지 않으면 곳간이 비고,
有書不敎子孫愚 책이 있어도 가르치지 않으면 자손이 어리석네.
倉廩虛兮歲月乏
곳간이 비면 살기가 궁핍해지나
子孫愚兮禮義疎
자손이 어리석으면 예의가 소홀해진다네.
또한 송나라 때 개혁으로 유명한 왕안석(王安石)은 다음의 권학시를 남겼다.
貧者因書富가난한 자는 책으로 부유해지고
富者因書貴 부유한 자는 책으로 귀해지며
愚者得書賢어리석은 자는 책을 얻어 어질게 되고
賢者因書利어진 자는 책으로 이롭게 되네.
只見讀書榮단지 책을 읽어 영화 누림은 보았어도,
不見讀書墜책을 읽어 추락함은 보지 못했네.
賣金賣買讀 금을 팔아 책을 사서 읽으라.
讀書賣金易 책을 읽어 금 사기는 쉽다네.
마지막으로 권학문으로는 빼놓을 수 없는 송나라 3대 황제 진종(眞宗)의 권학시(勸學詩)를 아래에 소개한다.
富家不用買良田부자가 되고 싶다고 좋은 밭을 사지 말라
書中自有千鍾粟글 가운데 많은 녹이 들어 있으니
安居不用架高堂 편히 살고 싶다고 높은 집을 짓지 말라
書中自有黃金屋글 가운데 황금 집이 들어 있으니
위의 시에 나오는 ‘서중자유천종속(書中自有千鍾粟)’은 1930년대 이희승 선생의 유명한 수필, ‘淸秋數題(청추수제)’에서 ‘서중자유천종록(書中自有千鍾祿)’으로 소개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