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유성호 문학평론가·한양대 교수 1945년 8월 15일, 한 사상가의 표현대로 ‘도적처럼’ 찾아온 해방은, 고통스러운 식민지 시대를 살아온 우리 민족으로 하여금 새로운 가능성과 맞닥뜨리게 한 역사적 사건이었다. 우리 근현대사에 가장 중요한 전기를 마련해준 이날은 무엇보다도 그동안 박탈당했던 모국어의 근원적 회복을 가져다주었다. 이때는 일제 강점기에는 간행되지 못했던 이육사, 윤동주, 심훈 등의 유고시집이 간행되었고, 여러 종의 사화집도 잇달아 출간됨으로써 역동적인 문학 출판 시대를 열게 된다. 해방 직후 출간
글 영화평론가 윤성은 나이가 들수록 행복에 가장 필수적인 것은 돈이나 명예가 아닌 건강임을 깨닫게 된다. 본인이 아플 때 느끼는 정신적, 육체적 고통이야 말할 것도 없지만 사랑하는 사람들, 특히 가족 구성원이 큰 병에 걸렸을 때 감당해야 하는 슬픔과 스트레스의 강도 또한 겪어보지 못한 사람은 상상하기 어려울 만큼 억세다. 2015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줄리안 무어에게 여우주연상을 안긴 는 쉰이라는 젊은 나이에 알츠하이머 판정을 받은 한 여인과 그녀의 가족에 관한 영화다. 찰나에 더러워질 수도,
‘계절의 여왕’ 5월입니다. 3월 물이 오르기 시작한 봄이 4월을 거치면서 농익을 대로 농익어가자 어느덧 사람들의 발길이 물가를 향합니다. 지구온난화의 여파인지 갈수록 봄은 실종되고 여름이 일찍 시작된다고 합니다. 그러나 제아무리 기온이 솟구친다 해도 벌써부터 물속으로 뛰어들 수는 없는 일. 아쉽게 발걸음을 돌리려는 순간 연한 홍자색 꽃이 천변에 한 무더기 피어나 옷깃을 잡습니다. 송이풀, 흰송이풀(사진), 한라송이풀(사진), 구름송이풀, 만주송이풀, 큰송이풀 등 10여 종의 송이풀속 식물 가운데 유독 ‘애기’란 접두어가 붙은
글 김성수 문화평론가 원작소설이 얼마나 팔렸고, 영화가 또 얼마나 선전했는가는 사실 연극을 평가하는 데 아무런 자료를 제공해 주지 못한다. 연극은 그것만이 가지는 특별한 문법이 있고, 그것을 모르는 한 그 어떤 명성도 무대에서는 헛것일 뿐이다. 그런 점에서 추민주 연출과 김애란 작가가 친구였다는 점은 이 작품에겐 행운이었다. 뮤지컬 ‘빨래’를 성공시킨 그 뚝심과 소외된 공간을 향하는 따뜻한 시선이 연극적 언어를 무대에 구현시켜줄 최고의 기술진과 만나 흥미로운 도전을 성공시켰다. 세상에서 가장 어린 부모와 가
바야흐로 봄이다. 봄을 나타내는 한자인 ‘춘(春)’은 원래 풀초(?)에 새싹이 돋아나는 모습을 나타내는 둔(屯)에다가 마지막으로 날일(日)을 합쳐서 만들어진 글자이다. 새봄을 맞아 그 감흥을 노래한 한시는 셀 수도 없을 만큼 많다. 그중 유명한 글들을 살펴보면, 우리나라에서는 가사문학으로 조선 초 정극인(丁克仁)이 에서 ‘엇그제 겨을 지나 새봄이 도라오니, 도화행화(桃花杏花)는 석양(夕陽)리예 퓌여 잇고, 녹양방초(綠楊芳草)는 세우(細雨) 중에 프르도다’라고 노래하고 있다. 역대 우리나라 한시 중 최고봉으로 손
롤링 스톤스에서 비틀스까지 시대를 이끈 여성 사진작가 린다 매카트니(Linda McCartney)의 대규모 회고전이 5월 25일까지 종로구 대림미술관에서 열린다. 린다 매카트니(Linda Louise McCartney)는 1960년대 중반부터 뮤지션과 아티스트들의 모습을 촬영하기 시작했으며, 롤링 스톤스(The Rolling Stones), 도어스(The Doors), 지미 핸드릭스(Jimi Hendrix), 에릭 크랩튼(Eric Clapton), 그리고 비틀스(The Beatles)에 이르기까지 20세기
고건 전 총리께서 명지대 총장을 맡고 계시던 1996년 5월 어느 날 총장실에서 당시 공과대학장을 맡고 있던 필자에게 다음 날 12시까지 세종문화회관 세종홀로 나오라는 연락이 왔다. 나가보니 Y사범 등 바둑계 인사 몇 분과 처음 보는 정부 고위관료 몇 분 등이 모여 대학에 바둑학과를 만들어보면 어떨까 하는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였다. 그 자리에 나온 분들은 바둑계 인사 외에도 거의 다 바둑을 좋아하는 분들이어서 이야기는 대개 긍정적으로 흘러갔지만 특별한 결론 없이 끝났다. 그런데 가만히 보니 우리 대학에서 나온 사람은 총장과 필자
한 중년 남성의 상경은 슬펐다. 40년 가까이 한곳만 바라보며 달려온 인생이다. 가난했지만 불꽃같은 열정과 투혼이 있어 화려한 꽃을 피울 수 있었다. 그 꽃은 많은 사람에 꿈과 희망과 용기를 줬다. 중년 남성의 얼굴 곳곳에 깊게 파인 주름은 고단하고 치열했던 삶을 대변한다. 하지만 40년이란 세월 속 온갖 사연을 담은 그의 눈은 슬퍼 보였다. 2000년 10월, 제2의 인생을 위해 서울행을 선택한 그는 한국 프로야구 원년 홈런왕 김봉연(金奉淵·63)이다. 그의 야구인생은 그렇게 씁쓸한 마침표를 찍었다. 1963년의 어느 날이다
※꽃 그리고 봄. 중국과 일본에서도 꽃으로 봄과 사람을 맞이할 준비로 한창이다. 하나투어, 모두투어, 여행박사가 봄꽃 맞이할 관광지를 선정했다. 꽃을 맞이하자. ◇『하나의 선택』 유채꽃의 천국, 그 이상의 유토피아 - 중국 장가계(張家界) “사람이 태어나서 장가계(張家界)에 가보지 않았다면, 100세가 되어도 어찌 늙었다고 할 수가 있겠는가? [人生不到張家界, 百歲豈能稱老翁]” 예부터 중국인들 사이에서 전해오는 이 한마디면 장가계에 대한 설명은 모두 끝났다고 볼 수 있다. 세상의 모든 웅장한 표현을
‘날아가던 새 한 마리/내게 말했습니다/꽃이 있고 나비가 있고/마음속에 사랑이 있는 곳/여기가 바로 천국이군요/놓치지 마세요!’ 이해인 수녀의 시 ‘어느 날의 일기’의 한 구절이다. 그렇다. 마음속에 사랑이 있다면 언제나 봄이고, 천국이다. 봄처럼 따뜻한 사랑을 노래하다 ‘사랑하려고 노력하는 모든 순간이 곧 행복한 봄’이라 말하는 이해인 수녀가 지난 삶이 켜켜이 녹아든 110편의 시를 통해 우리를 봄처럼 따뜻한 사랑으로 껴안는다. 시인은 이라
“춥고 예쁜 여자가 많을 것이다” 상트페테르부르크 여행을 간다고 했을때 지인들이 던진 러시아에 대한 이미지는 비슷했다. 어떤 이는 “유튜브를 보니 러시아 남자들이 총 들고 설치더라”며 치안을 조심하라고도 했다. 예쁜 여자가 많은 것은 맞는 말이었지만 나머지는 모두 틀렸다. 12월 중순 상트페테르부르크의 기온은 영하 1도 정도. 당시 서울이 영하 7도~영하10도 사이였으니 서울보다 오히려 덜 춥다. 치안에 대해서도 몸 사릴 정도는 아니다. 가이드의 설명에 의하면, “10년 정도 이곳에 머물면서 외국인이 치안문제로 어려움을 겪는
광복 이후 출판시장은 1950년의 6·25, 1960년의 4·19와 1961년의 5·16, 1972년의 10월 유신, 1980년의 광주민주화운동, 1989년의 현실사회주의의 몰락, 1997년의 IMF 외환위기, 2008년의 글로벌 금융위기 등으로 말미암아 대체로 10년을 주기로 많이 읽히는 책의 유형이 달라진다. 광복 이전이 암흑기였다면 광복 이후 6·25가 터지지 직전까지는 민족문화 재건기로 볼 수 있다. 이후 1950년대는 전후 허무주의, 1960년대는 이데올로기, 1970년대는 산업화, 1980년대는 역사성, 1990년대는
따스한 봄 날, 햇볕을 쬐며 야외활동을 하는 것 어떻게 생각하세요? 웅크린 몸을 쭉 펴고 가볍게 걸어보세요. 자전거는 어떨까요? 자전거의 운동 효과는 약 1시간에 1만보 걷는 효과가 있다고 합니다. 자전거 페달을 돌리면 앞에서 밀려오는 상쾌한 바람 앞을 보면 멀리서 다가오는 새로운 풍경 고개를 돌리면 새롭게 돋아나는 푸르른 새싹 멀리서 보면 줄지어 달려오는 즐거운 약동
글 영화평론가 윤성은 강제규는 (1996), (1998), (2003) 등으로 한국영화계의 큰 이정표를 세운 감독이다. 하지만 명성에 비할 때, 강제규 감독의 연출작이 몇 편 안 된다는 사실은 놀랍기만 하다. 는 (2011) 이후 약 3년 반 만에 개봉되는 그의 다섯 번째 장편영화로, 액션이 빠진 순수 멜로드라마다. 작년 가을, (단편)에서 보여준 그의 촉촉한 멜로 감성이 이번에는 아기자기한 유머와 함께 머리가 희끗한 어르신들에게로 옮겨
‘야~ 야~ 야~ / 내 나이가 어때서/ 사랑에 나이가 있나요/ 마음은 하나요 / 느낌도 하나요 / 그대만이 정말 내 사랑인데…세월아 비켜라/ 내 나이가 어때서 / 사랑하기 딱 좋은 나인데’ 오승근의 ‘내 나이가 어때서’ 가 방송에서, 길거리에서 울려 퍼진다. 한국갤럽이 2014년 10월 2일부터 29일까지 전국 13세 이상 남녀 17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한국인 애창곡’ 1위로 선정된 곡이다. 10~20대에게 폭발적 인기를 얻고 있는 엑소를 비롯한 유명 스타 가수들의 노래를 누르는 이변(?)을 연출했다. 젊은이들의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