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은 떠나는 것이다. 자기에서, 익숙함에서, 나의 성(城)에서. 이것이 여행의 첫 번째 의미다. 이런 떠남의 관성을 가지고 있는 여행은 나에게 세상의 숨결을 들려준다. 그래서 여행은 내 삶의 보물지도다. 여행에서 가끔 마주치는 어둡고 그늘진 자리는 그대로인 채로 그 자리의 의미를 생각하게 했을 때 아름다운 곳이 된다. 우리는 우리의 그늘과 친밀해져야 자아에 더 익숙해지고, 더 강해진다. 우리 근대사에서 수탈의 아픈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는 도시 목포가 그렇다. 목포는 고즈넉하면서도 생의 치열함과 남도의 향기가 섞이지 않고 각각 공
2019년 인기리에 종영한 JTBC 드라마 ‘SKY 캐슬’은 대한민국 상위 0.1% 부모의 교육열과 입시지옥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며 화제를 모았다. 드라마 속 입시 코디네이터로 등장하는 김주영은 한서진의 딸 예서의 공부방을 살펴보더니, 벽에 걸린 다른 그림들은 모조리 떼어내고 한 그림만 걸어두라고 지시한다. 그 작품은 바로 피에트 몬드리안(Piet Mondrian, 1872~1944)의 ‘적색, 회색, 청색, 황색, 흑색이 있는 마름모꼴 콤퍼지션’이다. 김주영은 몬드리안의 그림이 집중력을 높이고 뇌 운동을 활발하게 해준다고
남한강이 단양 읍내를 말발굽 모양으로 에워싸고 흐른다. 그 물줄기에 단양 제1경인 도담삼봉이 자리했다. 최근 도담삼봉과 멀지 않은 강변에 만천하스카이워크와 단양강 잔도가 조성되어 인기를 끌고 있다. 잔잔한 남한강 물길 따라 걸으며 터줏대감 명소와 신생 명소를 두루 둘러봤다. 벼랑 위 까치발 단양강 잔도 남한강변 만학천봉 절벽 아래에 잔도(棧道)가 놓였다. 잔도란 벼랑에 선반처럼 매단 길을 말한다. 남한강 수면 위 약 20m 높이에 철기둥을 촘촘히 박고, 폭 2m 정도 되는 나무데크를 깔아 산책로를 만든 것이다. 잔도 맞은편에 위치
본격적인 여름에 들어서자 하루에도 몇 번씩 마스크를 집어던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산들산들 부는 자연의 바람을 마시고 싶은 마음이 간절할 뿐이다. 사람들 북적이는 서울을 벗어나 쪽빛 하늘, 쪽빛 바다가 있는 청정지역에서 말이다. 간절히 원하면 길이 보인다 했던가? 지인에게서 지난 수요일 전화가 왔다. “이번 주 주문진 아파트 비었는데 놀러가실래요?” 어이쿠 이게 웬 떡? 예정에 없던 주문진행 주말 나들이가 이뤄졌다. 주문진에 위치한 아파트는 지인이 운영하는 회사에서 직원 복지를 위해 구입해 펜션으로 이용하는 곳이다. 몇 번 주말
트로트의 여제 주현미가 데뷔 35주년을 맞아 새 앨범을 발표한다. 통산 20번째 주현미 정규앨범으로, 총 12곡의 '인생 이야기'가 담겼다. 올해 데뷔 35주년을 맞아 전국 투어 일정에 발맞춰 지난 봄 발표될 예정이었던 이번 앨범은, 최근 코로나19의 여파로 공연이 연기되면서 발매 시점을 늦추게 됐다. 이에 총 12트랙의 수록곡을 6월부터 월 2곡씩 디지털 싱글의 형태로 선공개한 뒤 11월 모든 곡의 발표가 끝난 뒤 아날로그 방식으로 리마스터링 된 LP 음반을 발매할 예정이다. 첫 음원 공개는 6월 15일 월요일 오후 6시에 이뤄
눈을 뜨니 간밤에 묵었던 신안 대기점도의 민박집이 안개 속에 잠겨 있다. 마을 밖으로 슬슬 걸어 나가자 마치 가랑비처럼 짭짤한 해무가 서늘하게 피부에 와 닿는다. 섬 전체가 안개 속에 잠긴 새벽이었다. 전날 이 섬을 걸었던 경이로웠던 여정이 생생한데, 걷힐 것 같지 않은 이 짙은 해무 속 갯벌은 어쩌자고 또 이토록 신비로운지. 북촌마을 앞동산에 있는 12사도의 집 중 하나인 안드레아의 집은 안개에 휩싸여 어제와는 사뭇 다르다. 운치 있다. 그 앞으로는 섬과 섬 사이를 잇는 노두길이 안개 속에 푹 잠겨 입구 쪽 길만 조금씩 보여준다.
무주라고 하면 무조건 따라붙는 말이 구천동이다. 나제통문에서 덕유산 향적봉까지의 거리 36km는 무주구천동의 33경(景)을 모두 품고 있다. 그 산자락으로 흐르는 계곡을 따라 우리나라의 희귀한 동식물, 태고의 원시림, 맑은 물과 폭포가 무주구천동을 이루고 있다. 지금 이 모든 것을 감싸 안은 덕유산은 푸르름이 한창이다. 요즘처럼 답답한 시절에는 산과 숲을 먼저 떠올리게 된다. 걷고 또 걷고 오르고 또 올라 힘들인 후에 맞이하는 뿌듯함을 쾌감이라고들 한다. 그 뿌듯함을 위한 고단한 과정이 반갑지 않다. 등산을 좋아하지 않는 편이라 그
자연과 건축은 좋은 사이가 아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건축은 자주 자연을 도발한다. 도시 근교 산자락을 파 젖히고 들어앉은 건물들의 현란한 형형색색을 보라. 자연하고 불화를 즐기는 취향? 심술? 그러려면 그러라지, 자연이야 대범하여 그저 태연하다. 지나다니며 풍경을 바라보는 사람들만 피곤하다. ‘이응노의 집’을 향해 걸어가며 떠오르는 생각들이 이러하다. 자연과 친화 관계 맺기에 성공한 건축을 만나는 즐거움의 반향이다. 자연과 좋은 사이로 지내는 미술관을 보고 싶으신가? 그렇다면 ‘이응노의 집’으로 고고싱! ‘이응노의 집’은 고암
최근 방송가에서 시니어 세대의 활약이 두드러지고 있다. 배우 김수미, 모델 김칠두, 유튜브 스타 박막례, 밀라논나 채널의 장명숙까지. 시니어 세대가 방송 전면에 서서 새로운 트렌드를 이끌고 있다. 배우 김수미는 특유의 예능감으로 방송가를 휘어잡았다. tvN ‘수미네 반찬’과 SBS플러스 ‘밥은 먹고 다니냐?’ 프로그램 MC로 나서 속 시원한 입담과 유쾌함, 따뜻한 감동까지 시청자에게 전하고 있다. 백발이 돋보이는 강렬한 비주얼과 카리스마로 시니어 모델의 대명사가 된 김칠두는 각종 CF는 물론, 서울패션위크 등 유명 패션쇼에서 활약
땅끝마을은 그 이름만으로도 아득하게 먼 느낌이다. 그래서 한 번 다녀오고 나면 언제쯤에나 또다시 가보나 늘 그래 왔던 곳이었다. 아주 오래전 무덥던 여름날 어린 아들 손에 유홍준 님의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한 권 들려서 삐질삐질 땀 흘리며 남도 땅을 누비며 다녔던 날들이 있었다. 그때의 감흥을 다시 얻기는 어렵겠지만 땅끝마을 해남은 언제나 기대를 품게 하는 곳이다. 이 땅의 끄트머리 해남엔 바다를 내다보며 세상을 품은 듯이 장엄하게 우뚝 선 달마산(達摩山)이 있다. 그 장대한 산세에 천년고찰 미황사(美黃寺)를 있게 했다. 신라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는데 전할 수 없는 상황이 되어서 마음만 동동 구를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 ‘브라보 마이 라이프’의 문을 두드려주세요. 이번 호에는 윤석산 시인이 편지를 써주셨습니다. 제 문갑 맨 위 칸에는 아주 오래전에 시로 쓴 편지 한 통이 들어 있습니다. 그리고 그 옆에는 재작년에 딸내미한테 끌려 나가 이스탄불을 여행하면서 그 사람에게 줄까 하고 사온 나자르 본주우를 몰딩한 열쇠고리가 있고요. 편지를 시로 쓴 건 시인이라서가 아니라 구구절절 말하기가 뭐해 제 뜻만 전하려고 그리했습니다. 제가 처음 그녀를 만난 건 9년
소나무들 휘늘어져 산사 초입이 시퍼렇다. 나무 중 매양 으뜸으로 치는 게 소나무다. 고난이 덮쳐도 떠나지 않는 친구가 소나무라 했다. 사명대사는 한술 더 떠 ‘초목의 군자’라 일렀다. 솔에 달빛이 부서지면 그걸 경(經)으로 읽는 게 수행자다. 산사에 꽉 찬 솔의 푸름을, 그린 이 없이 그려진 선화(禪畵)라 해야 할까보다. 오래 묵어 한결 운치 있는 암자 세 곳을 둘러볼 수 있는 숲길이다. 매표소 앞 공터에 주차한 뒤, 봉정사와 영산암을 거쳐 1km쯤 산길을 오르면 개목사다. 천등산(해발 574m) 정상까지 오른 뒤 하산하는 코스(
#초록의 집 (엑스날러지 저 · 한즈미디어) 자연에 둘러싸여 생활하는 집과 아름다운 정원을 꾸민 집들을 소개한다. 집의 크기나 햇볕에 상관없이 늘 초록 식물을 즐길 수 있는 집과 정원의 사례를 다양한 사진과 도면 등으로 보여준다. #숲으로 가면 깨닫는 것들 (이시형 저 · 자음과모음) 몸과 마음이 지친 현대인에게 이젠 천천히, 때론 멈춰 설 줄도 알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저자는 '잠시 멈춤'을 제안하며 도시문명과 떨어진 고요한 자연 속에서 잠시 멈춰 기다릴 것을 권한다. #아무튼, 여름 (김신회 저 · 제철소) 1년 내내 여름만
여름은 누가 뭐래도 ‘물의 계절’입니다. 폭염이 시작되면 산과 들로 향하던 발길이 자연히 시원한 바다와 강, 계곡, 연못 등을 찾기 마련입니다. 앞서 나뭇가지를 타고 올라 공중에서 천상의 교향악을 연주하는 등칡꽃을 소개하면서 귀띔했듯, 우리의 삼천리 금수강산에는 땅과 하늘, 바다, 물 등 어느 곳에서든 꽃이 핍니다. 그중 연꽃과 수련을 비롯해 각시수련, 남개연, 어리연꽃, 마름, 자라풀, 통발, 물여뀌, 보풀, 물옥잠, 부들, 갈대 등 다양한 식물들이 저수지나 연못, 늪지, 습지 등에 자생하며 특유의 꽃을 피웁니다. ‘수생식물’이
그리스 신화에 젊은 영웅들이 배를 타고 세계의 동쪽 끝까지 가서 황금양털을 찾아오는 설화가 있다. 바로 ‘아르고호 이야기’다. 이아손 원정대는 몇 차례 죽을 고비를 넘기면서 황금양털을 찾는 모험을 한다. 마침내 그들이 도착한 곳은 흑해 연안에 접한 고대 조지아의 첫 번째 국가 ‘콜키스’(Kolkhis)였다. 그곳에서 원정대는 이아손에게 반한 ‘메데아’(Medea)의 도움을 받아 황금양털을 가지고 그리스로 돌아간다. 조지아가 신화의 땅으로 불리는 이유 중 하나다. 흑해의 진주 바투미의 핫 플레이스 흑해의 석양이 아름다운 고급 휴양도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