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인 동의 없는 개인정보의 수집과 활용은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라 금지됐다. 그런데도 얼마 전 경기 오산의 한 고등학교가 부모의 직업과 월 소득은 물론 월세 보증금 액수까지 적으라는 학생생활기초조사서를 배포했다가 학부모들의 몰매를 맞고 이를 회수하는 일이 벌어졌다. 한국전쟁 정전 후 어려운 시기에 초등학생이 된 우리 세대에게 ‘가정환경조사’에 대한 아픈 기억이 많다. 성인이 된 후에야 전기가 들어온 산간벽지 내 고향은 문화시설이라곤 어느 집에도 없었다. 따라서 모두가 빈칸으로 조사서를 제출하면서도 부끄러운 줄 몰랐다. 선생님도 모든
마음자리 넓히기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남편은 여전히 불교 쪽, 아내는 기독교 쪽으로 기웃거린지 이제 몇 개월 남짓 되었다. 어떤 이 들은 한 집안에 종교가 난립한다고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그러나 오히려 공평하고 종교의 자유가 동등하게 있으니 차라리 평화가 깃들었다. 몇 달 전부터 필자는 전혀 상상치 못하던 일을 책임지게 되어 그 역할이 매우 무거웠다. 아무것도 모르고 둥둥 떠밀려 그 자리에 올랐지만, 후회스러울 만큼 감당키 힘든 일들은 마구 펑펑 터져 나왔다.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새로운 삶의 황무지에
어릴 적 살던 정릉의 마당 넓은 집 사랑방에는 벽 한 면을 가득 채운 책장이 있었다. 부모님이 책을 좋아하셔서 많은 책을 채워 놓으셨다. 엄마 아버지가 책을 많이 읽으시니 우리 세 딸도 책을 손쉽게 접할 수 있었다. 필자가 오늘날 요만큼이라도 지식과 감성이 있는 건 아마 이때 책을 많이 읽었기 때문일 것이어서 감사하다. 많은 장르의 책이 있었고 그중 근대문학과 현대소설 작품은 정말 재미있게 읽었다. 책장 한편에는 러시아 문학작품이 꽂혀 있었는데 지금도 잊히지 않는 건 러시아문학 작품은 어렵다는 편견의 느낌이다. 대부분 러시아 문학
결혼생활은 사람의 수명과 어떤 관계가 있을까? 최근 황혼이혼이 증가하고 있다. 결혼생활을 청산하고 독신으로 혼자 산다면 계속 결혼생활을 유지하는 사람보다 행복할까? 나아가 이혼 후 다른 배우자를 만나서 재혼을 하면 짜릿한 행복감을 맛볼 수 있을까? 이혼과 재혼은 여명(餘命)과 아무런 관계가 없는 것일까? 혼자 사는 사람들을 보면 처음부터 결혼을 하지 않고 독신으로 평생을 산 사람이 있고 결혼해서 부부가 함께 살다가 무슨 이유로 이혼을 하는 경우도 있고 부부 중 한 사람이 세상을 떠나서 어쩔 수 없이 독신이 되는 경우도 있다. 사별
우리는 덕, 인격, 도덕 등과 같은 익숙한 단어의 의미를 얼마나 알고 이해하고 있을까? 가끔 우리는 음덕, 공덕, 후덕과 같은 단어도 잘 사용하고 있다. 그런데 그 뜻은 무엇일까? 필자가 학문에 뜻을 두면서부터 터득한 한 가지 진리는 ‘어떤 학문을 하더라도 그 정의를 확실하게 알고 이해하지 못하면 처음부터 바른길로 갈 수 없다’는 사실이다. 덕의 사전적 정의는 ‘공정하고 남을 넓게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마음이나 행동’이다. 또는 도덕적, 윤리적 이상을 실현해나가는 인격적 능력이라는 좀 난해한 철학적 뜻으로도 풀이된다. 사실 필
는 1954년에 나온 고전영화다. 빌리 와일더 감독 작품이며 사브리나 역으로 오드리 헵번, 라이너스 역으로 험프리 보가트, 데이비드 역으로 윌리엄 홀든 등 쟁쟁한 배우들이 출연하여 유명한 영화다. 필자 출생 연도와 비슷한 시기에 만들어진 영화이면서 오드리 헵번이라는 세기의 요정의 대표작이라고 해서 자주 들어봤다. 무대는 아일랜드의 부유한 가문 래러비 저택이다. 이 집은 고급 자동차 8대를 보유하고 있는데 운전기사 페어차일드가 운전은 물론 차량들을 관리하고 있다. 운전기사의 딸은 오드리 헵번이 연기한 사
싱가포르 어느 초등학교에서 아이들이 적어낸 소원을 하나하나 확인하던 선생님이 깜짝 놀라셨다는 이야기가 새벽 출근길 내가 늘 듣는 라디오 오프닝 멘트로 흘러나온다. “나는 스마트폰이 되고 싶다. 엄마 아빠는 스마트폰을 너무 좋아하시기 때문에 나도 그렇게 사랑받고 싶다.” 초등학생의 아주 절실하고 솔직한 소원이다. 초등학생의 스마트폰 소원은 “나는 스마트폰이 갖고 싶다”일 거라고 상상했는데 예상 밖의 소원에 웃음이 터졌다. 그러나 곧 그 스마트폰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게 되었다. 언제부턴가 스마트폰은 내 몸의 일부가 되었다. 아니 정신
대만의 진옥산 감독 작품으로 청소년 로맨스, 멜로, 코미디로 분류되는 영화다. 주연에 린전신 역으로 송운화, 슈타이위 역에 잘생긴 청년 왕대륙 등이 나온다. 대만에서 장기간 박스 오피스 1위는 물론 중국, 동남아에서도 꽤 인기를 끌었던 영화라고 한다. 무대는 1994년 대만이다. 평범한 소녀 린전신은 우상 유덕화를 미래의 남편이라고 생각하는 꿈 많은 고등학생이다. 린전신의 그 시절 얘기가 자전적으로 전개된다. 같은 동양권이라 그런지, 청소년들의 세계는 비슷한 면이 많다. 우리가 겪었던 그 시절 그 얘기가 공통점이 많다. 우선 ‘행
봄은 사랑의 계절이다. 겨우내 죽은 듯이 잠자던 고목에 생기가 돌듯이 움츠렸던 몸이 기지개를 켜고 기운이 생동하기 시작한다. 처녀들 볼이 발그레 물들고 총각들 장딴지에 힘이 넘친다. 새 생명의 싹들이 돋아나듯 가슴마다 사랑이 물든다. 그렇다 봄은 사랑하기 좋은 계절이다. 그러니 어찌 방안에만 갇혀 있으랴! 모처럼 오페라 나들이를 했다. 이번 은 정확히 말하면 정식 오페라가 아니라 ‘오페라 콘체르탄테’다. 이는 콘서트 형식을 띤 오페라로 구체적인 연기나 배경이 없이 오케스트라와 성악이 중심이다. 오히려 오페라보다 오케
은퇴와 함께 없어지는 것 중의 하나가 명함이다. 새로운 직장이나 단체에 소속하면 새 명함을 만들지만, 그러기 전에는 대체로 명함을 갖지 않는다. 명함을 내미는 사람과 인사를 나누게 되면 상대방 명함을 받기만 하며 멋쩍어한다. 예전에 쓰던 명함을 건네는 사람도 보는데 전화번호가 기재되어서다. 퇴직을 하면 직장과 관련한 인간관계는 줄어들고 새로운 관계망이 형성된다. 자신을 잘 알려줄 필요성이 대두한다. 은퇴와 함께 없어지는 명함 사용도 그런 시각에서 접근이 필요하다. 자신을 충분히 표현하고 상대방의 기억에 오랫동안 남아있을 수 있는 전
옛날에는 읽고 싶은 책이 매우 부족하였다. 첫 월급으로 부모님 옷 선물과 책 구입이 당시의 풍습이었다. 지금은 그 양이 너무 많아서 관리에 문제가 많다. 책을 과감히 정리하겠다는 각오로 온종일 뒤적였지만 별 성과 없이 끝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쓸데없더라도 어렵게 모았던 책을 버리기는 더 아깝게 느껴졌다. 이삿짐이 지금처럼 많지 않았던 젊었을 때다. 휴일을 잡아 친구끼리 품앗이 이사가 당시의 풍속이었다. 가까운 곳은 손수레로, 먼 곳은 삼륜차에 사람과 이삿짐이 짐칸에 뒤엉켜서 거리를 내달렸다. 그때는 짐칸에 탑승하는 것이 교통경
어느 날 꿈속에서 남편이 어떤 여인이 불쌍해서 도와줬다면서 지속적으로 생활비를 준 것을 알고 지금까지 힘든 세월 살아온 필자가 불쌍하고 분하고 억울해서 울다가 잠에서 깼다. 꿈이어서 다행이었지만 한편으로는 꿈속의 그 불쌍한 여인이 필자였다면 내 남편이 얼마나 의지가 되고 힘이 됐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린 시절 누군가를 몰래 흠모하며 설레고 기분 좋았던 기억이 있다. 지금 이 나이에도 그런 감정이 생긴다면 그 또한 소중한 감정일 텐데 이미 결혼한 사람이라는 입장 때문에 그런 감정조차 갖지 말아야 하고 카톡도 문자도 전화도 만남
우연한 일로 만나게 되어 필자가 인생 상담을 해주었던 한 여인의 외도 이야기다. 세월이 꽤 흘러 이젠 말해도 되지 않을까 싶다. 기억에서 쉽게 지워지지 않는 그 여인의 이야기는 특별한 사연을 담고 있어 여전히 도덕적 판단이 쉽지 않다. 당시엔 인간 본능의 욕구를 해결하는 것이 가정생활을 잘 유지할 수 있는 제일 나은 방법이었고 상대방에게도 외도가 문제가 되지 않았기에 괜찮지 않겠냐는 의견을 주었다. 일흔을 바라보는 현재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니 꽤 열린 상담이었다고 여겨진다. 미모의 40대 후반이었던 여인은 음식점을 운영했다. 장사도
돈 아미엘 감독 작품으로, 주연에 아론 에크하트(죠시 역), 힐러리 스웽크(레베카 소령 역)가 나온다. 필자는 과학은 잘 모르지만, 이 영화는 과학을 쉽게 이해시키고 그 재미에 푹 빠지게 만든다. 이 영화는 과학의 발달은 인간에게 도움도 주지만, 자연을 파괴하고 자연 현상까지 바꿀 수 있다는 상상을 하게 한다. 냉전 시대에 소련이 인공지진을 일으켜 상대국을 공격하는 무기 체계를 갖추자 미국도 이에 대응하여 ‘데스티니’라는 인공지진 체계를 갖춘다. 그러나 이 때문에 지구를 구성하는 핵(The Core)에 이상이 발생한다. 내
외도란 무엇인가? 사전에는 아내와 남편이 아닌 상대와 성관계를 갖는 일로 바르지 아니한 길이나 노릇이라고 설명돼 있다. 배우자의 허락이 없는 이성과의 성관계가 있을 때 외도라고 본다. 이런 경우는 어떤가. 지인의 아내는 요양병원에 입원하고 있는데 어느 날 “당신을 사랑하지만 여자 없이는 못 살겠다”고 말했단다. 그 후 아내에게 허락을 받고 외도를 한다. 아무리 그래도 아내가 모르는 편이 낫다는 것이 필자의 마음이다. 외도는 명백한 잘못이고 문제인가? 인류가 존재하는 한 이에 대한 논의는 계속될 것 같다. 외도는 뭔가 허전하거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