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삿짐이 지금처럼 많지 않았던 젊었을 때다. 휴일을 잡아 친구끼리 품앗이 이사가 당시의 풍속이었다. 가까운 곳은 손수레로, 먼 곳은 삼륜차에 사람과 이삿짐이 짐칸에 뒤엉켜서 거리를 내달렸다. 그때는 짐칸에 탑승하는 것이 교통경찰의 집중단속 대상이었다. 이사할 때마다 신줏단지 모시듯 보관하였던 책들은 친구들의 기분에 따라 많은 양이 쓰레기로 흔적 없이 사라지고 말았다. 겉모습은 그럴듯하지만 별로 필요하지 않은 책만 남는 경우가 더 많았다.
책을 보유하느라 고생했던 시대는 지났다. 종이인쇄시대가 가고 전자시대다. 전문서적의 정보도 하루가 다르게 변한다. 책으로 가지고 있어 봐야 얼마 지나면 아무 소용없는 경우가 많다. 논문ㆍ제안서와 입학ㆍ입사 지원서도 책자가 아닌 파일로 제출하는 시대다. 종이책 대신 전자 책 출판으로 바뀌었다.
PC가 대중화 되면서 고민해결 방법을 찾을 수 있었다. 인쇄문화가 가고 디지털화가 급속히 진행된 것이 기회가 되었다. 불편한 책 보관의 의미가 사라지고, 편리한 활용에 방점이 찍혔다. 이용하기 편하고 시간이 절약되는 디지털화가 정답이었다.
책 한 권을 요약하거나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을 A4 용지 1매 이내로 파일에 담는 작업을 시작하였다. 파일마다 관리번호를 부여했다. 일자ㆍ관리번호ㆍ일련번호를 부여하면 자료 활용이 매우 편리하다. ‘20120425.01.2 삼국지’ 식이다. ‘20120425’는 2014년 4월 25일 독서를 끝냈다는 뜻이고 ‘01’은 책 성격 분류 번호, ‘2'는 같은 분류 중 일련번호다. 일자는 책 출판일, 책 구입일 등도 있으나 실제로 읽은 날짜가 제일 의미가 있다. 같은 책도 읽는 날에 따라 느낌이 다르기 때문이다.
책 제목 외에도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읽는 시기별 요약이나 간단한 독후감을 넣어도 좋다. 전문가 서평ㆍ반론ㆍ자기 의견 등 역시 정리할 필요가 있다. 책 이외에 사진ㆍ졸업증서ㆍ자격증도 이같이 정리하면 된다. 사건이나 명언별로 구분하여도 자료 이용에 편리하다. 스크랩 자료ㆍ일기나 메모 등 파일화가 어려운 자료는 적어도 연도별 관리번호를 부여하면 찾아보기 쉽다. 글 쓸 때 사진을 먼저 올려놓고 자료를 연결하면 상상력을 크게 보완할 수 있다. 신문기사 작성 때도 사진을 확보하는 일이 먼저다.
장년은 책을 아무리 붙잡아도 다시 읽을 기회가 오기 힘들다. 먼지 쌓인 책을 찾다가 세월 다 간다. 우선 마음을 비우자. 쓸모없는 종이로 변하기 전에 사회에 확 기증하자. 꼭 필요한 책은 공공도서관에서도 충분히 찾아볼 수 있는 시대다.
전문서적이나 고서 등 꼭 보관이 필요한 책을 백여 권 이내로, 서가 한 개 이내로 줄이기 실천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