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5.13

[노인진료센터를 가다③] "약부터 다시 점검" 서울특별시동부병원

입력 2026-05-13 06:00

[먼슬리 이슈] 고령 환자 진료의 출발점 '약'

진료·돌봄 동시 책임지는 김정연 내과 전문의…노인진료센터의 통합 관리

약 점검에서 퇴원 이후까지…노인 진료, ‘한 번에 보는’ 통합 관리

▲서울특별시동부병원 김정연 노인진료센터장이 '브라보 마이 라이프'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박지수 기자 jsp@)
▲서울특별시동부병원 김정연 노인진료센터장이 '브라보 마이 라이프'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박지수 기자 jsp@)

서울시 동대문구에 위치한 동부병원 노인진료센터는 고령 환자에게 흔한 약 중복과 누락 문제를 출발점으로 삼는 것이 특징이다. 센터에서는 환자가 복용 중인 약부터 다시 점검한다. 이후 영양 상태와 신체 기능, 인지 변화까지 함께 확인해 치료 방향을 재설계한다. 이 같은 진료 방식은 실제 환자 사례에서 분명하게 드러났다. 노인진료센터장을 맡고 있는 김정연 내과 전문의는 공공의료사업지원팀장과 건강돌봄네트워크팀장을 함께 맡고 있다. 진료와 돌봄을 아우르며 환자의 의료 이용 전반을 살펴보는 위치다. 그는 약물 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한 사례를 소개했다.

기록엔 있지만, 실제로는 없던 ‘약’

여러 병원을 방문하던 한 고령 환자는 처방 기록상 복용 중인 약이 실제로는 누락된 상태였다. 환자 본인도 이를 인지하지 못한 채 건강 상태가 악화되고 있었다. "약이 처방된 기록은 분명히 있는데, 실제로는 복용이 되지 않고 있었어요. 고령 환자분들은 먹는 약 종류들이 많다보니 본인도 헷갈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센터에서는 해당 환자의 약 복용 상태를 전면 재점검한 뒤, 용량을 조정해 다시 처방했다.

그 결과 환자의 컨디션은 눈에 띄게 회복했다. "저용량으로 다시 시작했는데 상태가 굉장히 좋아지셨어요. 이런 경우는 젊은 환자에서는 흔하지 않지만, 어르신들에게는 충분히 발생할 수 있는 문제입니다." 김 센터장은 이 사례를 통해 노인 진료에서 '약 관리'가 출발점이 되어야 하는 이유를 강조했다. 여러 의료기관을 오가는 과정에서 생기는 단절을 한 번에 정리하는 것이 노인진료센터의 역할이라는 설명이다.

▲동부병원 노인진료센터에 방문한 환자가 검사를 받고 있다. (서울특별시동부병원 제공)
▲동부병원 노인진료센터에 방문한 환자가 검사를 받고 있다. (서울특별시동부병원 제공)

3m 걷는 시간으로 읽는 건강 상태

노인 환자의 특징은 하나의 질환이 아니라 여러 건강 문제가 동시에 나타난다는 점이다. 고혈압, 당뇨와 같은 만성질환에 더해 근골격계 통증이나 인지 저하, 보행 불안정 등이 함께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어르신들은 두세 가지 질환을 동시에 가지고 계신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단순히 한 과에서 진료하는 것만으로는 놓치는 부분이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센터에서는 보행 속도와 균형 상태를 확인하는 간단한 기능 평가도 함께 진행한다. 의자에서 일어나 3m를 걸은 뒤 돌아와 다시 앉는 과정을 통해 이동 능력을 점검하는 방식이다.

일반적으로 12초 이내면 정상 범위로 보지만, 20초 이상이 소요될 경우 기능 저하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추가 평가를 진행한다. 이처럼 질환을 나누기보다 기능 저하의 신호를 먼저 읽어내는 접근이다. 필요할 경우 신경과 등 다른 진료과로 바로 연계한다. “인지 기능이 약간 떨어지거나, 낙상 위험이 높아지는 단계에서 미리 확인 하는 게 중요합니다. 단순 진료만으로는 이런 부분까지 보기 어렵습니다.”

병원 밖까지 이어지는 치료와 돌봄

동부병원 노인진료센터는 치료로 끝나는 진료가 아니라, 이후의 생활까지 이어지는 관리를 목표로 하고 있다. 특히 공공병원이라는 특성을 바탕으로 지역 사회 돌봄 자원과의 연계를 적극적으로 시도하고 있다. “치료를 잘 받고 퇴원하셔도 이후에 돌봄이 이어지지 않으면 금방 상태가 나빠질 수 있습니다. 며칠만 누워 계셔도 다시 걷지 못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김 센터장은 노인 진료에서는 ‘퇴원 이후’가 더 중요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병원에서의 치료가 끝이 아니라 이후 생활에서 건강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돕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진료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지역사회 자원과 연결해 돌봄까지 이어지는 구조가 중요합니다. 공공병원이 그런 역할을 할 수 있는 기반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동부병원 노인진료센터에서 김정연 센터장과 환자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서울특별시동부병원 제공)
▲동부병원 노인진료센터에서 김정연 센터장과 환자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서울특별시동부병원 제공)

아플 때보다, 미리 찾는 진료로

다만 현장의 필요성에 비해 제도적 지원은 아직 충분하지 않다. 노인포괄평가는 의사뿐아니라 간호사, 사회복지사, 영양사, 물리치료사 등 여러 직종이 함께 참여해야 하지만, 이를 전담할 인력과 보상 체계는 부족한 상황이다. “여러 인력이 함께 움직여야 하는 구조인데, 전담 인력을 두기 쉽지 않습니다. 관련 수가가 마련되지 않은 부분도 부담입니다.”

고령사회에 대응하기 위해 통합적인 의료 체계가 필요한 만큼, 이를 뒷받침할 제도적 기반은 아직 보완이 필요한 단계다. 김 센터장은 노인진료센터를 ‘아플 때 찾는 곳’이 아닌 ‘미리 점검하는 곳’으로 인식해 달라고 강조했다. “특별히 불편한 증상이 없더라도 한 번 센터에 오셔서 평가를 받아보시면 도움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삶의 질을 유지하기 위한 진료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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