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하게 살기-①] 스마트폰 고수되기 첫걸음…시니어 행복 발전 센터 ‘스마트폰 강좌’

기사입력 2014-03-18 07:32 기사수정 2014-03-19 17:57

▲스마트폰 강좌에 참여한 시니어들. 양용비 기자 dragonfly@

‘89.1과 78.3’

이것은 에프엠(FM)라디오 주파수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한국 인터넷 진흥원이 조사한 2013년 50대와 60대 이상의 스마트폰 보유 현황(단위:%)이다. ‘스마트폰은 젊은이들의 전유물’이라는 고정관념이 보기 좋게 깨졌다. 조사 결과에서 알 수 있듯이 50대 이상 5명중 4명 이상은 스마트폰은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니어층의 스마트폰 보급률은 늘고 있지만, 그들에게 스마트폰은 여전히 ‘어려운 존재’다. 기존의 피처폰과는 달리 복잡한 디자인과 시스템은 시니어들이 스마트폰을 어렵게 생각하는 이유 중 하나였다. 최근 시니어들을 대상으로 한 스마트폰 강좌가 줄지어 생기는 이유다.

7일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의 시니어 행복 발전 센터에서는 이러한 이들을 위한 ‘스마트폰 재미있게 배우고 활용하는 갤럭시 아카데미’가 열렸다. 강의실은 스마트폰을 정복하려는 열정으로 무장한 시니어들로 가득했다. 지난 달 14일부터 매주 금요일 열리는 이 강좌는 7일로 4번째 수업을 맞이했다.

스마트폰 보랴, 교재 보랴, 강사의 설명 들으랴. 강의실 안의 시니어들은 꽤나 분주해 보였다. 수업에 참여한 시니어들이 이곳을 찾게 된 계기는 모두 달랐다. 자식에게 스마트폰에 대해 물어보면 짜증 섞인 목소리로 응답받는 것이 싫어 참여한 여성. 스마트폰의 기본적인 작동법은 이미 연마하고 컴퓨터와 연동되는 법을 알고 싶어 찾은 남성까지. 그야말로 천차만별이었다.

▲교재를 보며 스마트폰을 조작하는데 여념이 없는 여성. 양용비 기자 dragonfly@

“엄마는 그것도 몰라?”

수업에 참여한 김화순 씨(여ㆍ52)는 구입 당시까지 스마트폰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자식들이 스마트폰을 사줄 때까지도 ‘이 돈 아까운 것을 왜 사줄까’라고 생각할 정도였다. 그러나 무료한 시간에 게임도 하고, 자식이나 지인들에게 사진ㆍ동영상을 보내면서 점점 스마트폰에 ‘맛’을 들여갔다. 만지면 만질수록 재미있고 유용했지만 한계가 있었다. 사용이 복잡하고 어려웠기 때문이다. 스마트폰의 시스템에 있는 ‘백업, KIes’ 등의 단어들은 무척 생소해서 건드릴 엄두조차 나지 않았다. 그래서 김씨는 이 스마트폰 강좌를 찾았다. 카카오톡 뿐만 아니고 더욱 심층적으로 스마트폰을 배울 요량으로 말이다. 김씨는 “아직도 따라가기 쉽지 않아요. 하지만 강사님들이 차근차근 가르쳐줘서 천천히 이해하고 있어요”라며 연신 미소를 지었다.

반면 61세 남성 김씨는 수업이 시시한 듯 주식 어플을 보거나 정보검색하기에 바빴다. 그러나 수업 중반 스마트폰과 컴퓨터의 연동 수업이 진행되자 김씨의 눈빛이 달라졌다. 기어코 배우고 싶은 것이 나왔다는 듯이 안경을 고쳐 쓰고, 강사의 설명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다. 김씨는 “이미 메신저나 에스엔에스(SNS:Social Network Service) 사용법은 다 알고 있어요. 기타 기능과 애플리케이션 업데이트 그리고 컴퓨터 연동 하는 방법 등을 알고 싶어 왔어요”라고 수업에 참여한 취지를 설명했다.

56세 여성 조씨도 스마트폰에 대한 기본적인 사용법을 알고 찾은 경우다. 전화를 안 걸었는데도 걸리는 전화와 녹음을 하지 않았는데도 녹음이 되는 제멋대로인 스마트폰에 분통이 터져 이곳을 찾았다. 조씨는 “통화할 때 얼굴에서 스마트 폰을 잠깐 떼었다가 다시 갖다 대서 녹음이 됐다는 것을 이제 알게 됐어요”라며 부끄러워했다. 그는 이 수업을 통해 연락처에 사진 올리기, 배경화면 바꾸기 등을 배워 스마트폰 조작에 한창 열을 올리는 중이었다.

▲영등포구 대림동에 위치한 '시니어 행복발전센터'의 스마트폰 강좌에서 스마트폰을 조작하고 있는 시니어들. 양용비 기자 dragonfly@

“패턴을 어떻게 바꿔야 하나요?”

이날 수업에 참여한 시니어들은 15명. 강사는 3명이었다. 연신 퍼붓는 질문 세례에도 강사진은 피곤할 만도 했지만, 친절함을 잃지 않았다. 수강생들의 질문이 많아 수업의 진행이 더뎌지자 수강 인원을 30명에서 20명으로 줄였지만 수강생들의 질문 세례는 여전했다. 스마트폰을 배우겠다는 시니어들의 열정에 강사도 놀랄 정도였다. 손석국 삼성전자서비스 책임은 “시니어 분들 대부분이 수업 20분전, 30분전에 수업을 준비 하십니다”라고 말했다.

이 강좌를 주관하는 삼성전자서비스는 시니어들이 수업에서 자주하는 질문을 모아 새로운 교재를 만드는데 참고한다. 교재의 눈높이를 시니어들이 궁금해 하는 것에 맞추는 것이다. 허남두 삼성전자서비스 책임은 “책 내용이 매 기수마다 업데이트 됩니다. 스마트폰도 매 분기 업데이트되고, 수강생들의 질문을 모아 최대한 반영을 하려고 하거든요”라고 얘기했다.

▲'시니어 행복발전센터' 로고. 양용비 기자 dragonfly@

최근 늘어나고 있는 시니어들의 스마트폰 보급률에 발맞춰 지자체와 기업의 시니어 대상 ‘스마트폰 강좌’가 늘어나고 있다. 삼성전자서비스에서 주최하는 ‘스마트폰 아카데미’만 해도 전국 약 20여개다. 지자체에서도 시니어들을 대상으로 한 스마트폰 강좌를 늘려가기 시작했다. 스마트폰이 어렵다고 생각하는 시니어들은 가까운 지자체에 문의해보는 것은 어떨까. 스마트폰의 고수가 돼 자식들을 가르칠 날이 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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