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로 귀농 10년 차에 이른 송광헌(70, ‘타이거송농장’ 대표)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건 돈이나 명예가 아니다. 건강을 으뜸으로 친다. 육체적 건강 유지의 의무를 거스를 수 없는 계율로 삼은 양 엄정하게 생각해 중시한다. 그가 서울을 벗어나 고즈넉한 시골로 귀농한 것도 건강을 위해서였다. 그렇다면 건강하던 몸에 뭔가 적신호가 들어와 귀농을 했나? 물 좋고 공기 좋은 시골에서 회복하기 위해? 아니다.
송광헌은 어디가 아파 병원에 누워본 기억이 없다. 지난 인생의 모든 날을 건강하게 지나왔다. 이는 타고난 체질 덕분일 수도 있지만, 언제 어디서고 철저하게 건강관리를 해온 데에 비결이 있는 것 같다.
귀농 역시 건강 유지를 위한 목적으로 택했다. 그리고 만족스러운 성과를 거두었다. 나이 어언 70줄에 접어들었으나 건강은 외려 더 좋아졌다는 게 아닌가. 말하자면 그는 귀농의 목적을 너끈히 달성했다. 농사로 거둔 경제효과 측면에서도 돋보인다. 이모저모 허들의 연속인 농업의 트랙을 질주해 앞줄에 서 있으니까 말이다.
그는 35년간 몸담았던 경찰직에서 퇴직하고 귀농을 했다. 은퇴 전부터 미래의 진로를 머리에 두고 오랫동안 모색했던 그가 농사를 짓기로 결론 낸 건 퇴직한 뒤였다. 이후 치밀하게 귀농 준비를 하고 신중하게 점검했다. 이 투철한 사전 작업은 차후 귀농 생활을 신속하게 안정 궤도에 진입시킨 가장 튼실한 동력원이 됐다.
“은퇴 뒤엔 뭔가 새롭고 즐거운 인생을 누리고 싶었다. 일테면 경치 좋은 시골에 멋진 집을 짓고 재미있게 살고 싶다는 정도의 막연한 생각을 했다. 귀농을 착안한 계기는 퇴직을 앞둔 경찰관들을 위한 강의에 참석하면서였다. 행정안전부가 주관한 ‘제2의 인생설계 과정’이라는 2주 코스의 강의 프로그램이었다. 당시 어느 강사가 한 얘기가 나를 일깨워주더라. ‘100세 이상 살 수 있는 이 좋은 시대에 건강관리를 잘하지 못하면 연금도 제대로 타먹지 못하고 억울하게 죽을 수 있다’는 말에 딱 꽂혔던 거다. 건강이 가장 중요하다는 건 나의 평소 지론이다. 그런데 은퇴 뒤엔 특히 건강관리가 중요하다는 강사의 얘기에 공감 이상의 자극을 받았다. 이후 육체노동이 필수인 귀농이 건강하게 살 수 있는 길이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많은 작물 중 꾸지뽕 농사를 선택한 이유는?
“우연히 그렇게 됐다. 이곳은 나의 고향이다. 아버지가 고향집을 지키며 사셨던 곳이다. 그런데 아버지 작고하시기 전 어느 날, 문안 인사를 드리러 내려왔다가 아버지가 신문지에서 오려둔 꾸지뽕 관련 기사를 보게 됐다. 그게 꾸지뽕 농사를 시작한 계기로 작용했다. 인터넷 검색을 통해 꾸지뽕이 특별한 약용식물이자 농사 작물로도 유망하다는 걸 알고 바로 재배를 결심했으니까. 건강에 아주 좋다고 하니 우선 내 몸에 이로워 장수를 도모할 수 있고, 남들에게도 유익한 작물이라 판단하고 호감을 가졌던 것이다.”
이후 즉시 꾸지뽕 농사를 시작했나?
“그럴 리가 있겠나? 사전 준비를 엄청 많이 했다. 최대치의 귀농교육을 받았다. 서울농업기술센터에서 운영하는 6개월 과정의 농업교육부터 이수했다. 농업교육은 무척 재미있게 다가왔다. 농사의 긍정적 요소를 알아가면서 기대와 자신감도 갖게 되었다. 사전 교육을 많이 받을수록 실패 확률이 낮아진다는 걸 알고 곳곳의 교육장을 찾아다니기도 했다. 앞서가는 꾸지뽕 농가들도 견학했다. 이런 식의 교육은 지금도 계속 받고 있다.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공부를 통한 실력 확보가 관건이라는 걸 놓치지 않고 산다. 사전 교육이 없는 귀농은 속된 말로 맨땅에 헤딩하기나 다름없다는 걸 강조하고 싶다.”

농사 성과의 90%는 노력의 산물
재배작물이 뭐든 쉬운 게 없다고 알려졌다. 꾸지뽕 농사는 어떤가?
“꾸지뽕은 물론 다른 농사에 대해서도 어렵다는 생각은 별로 해보지 않았다.”
아하!
“문제는 누가, 어떻게, 얼마나 부지런히 농사를 짓느냐에 달린 게 아닐까? 나에게 어렵지 않다고 모두에게 쉬운 건 아닐 거다. 내가 농사로 거둔 결실의 90%는 노력의 산물이다. 남들보다 부지런하게 일하지 않고서는 좋은 성과를 내기 어려운 게 농사다. 나는 거의 날마다 새벽 4시면 일어난다.”
근면의 화신처럼 일해도 대가가 주어지지 않는 사례가 드물지 않다.
“농사 공부를 부지런히 하고, 열심히 땀 흘리면 성과가 주어질 수밖에 없다. 처음부터 농사로 큰돈을 벌고자 하는 과욕에서 벗어나 농사 생활에 재미를 느끼는 쪽으로 자신을 유도하는 게 현명한 방법일 수 있다. 물론 농사를 시작했다면 돈을 벌어야 한다. 돈이 벌려야 지속 가능하다. 하지만 너무 조급하게 돈벌이를 추구할 경우 스트레스에 치여 어긋날 수 있다. 난 처음부터 농사를 돈벌이 수단으로 접근하지 않았다. 돈은 부수적으로 따라오는 걸로 봤다. 돈보다 건강관리를 더 중요한 가치로 보고 농사를 선택했을 뿐이다.”

농사가 중병을 고쳐주기도 한다. 반대로 멀쩡하던 몸이 농사로 고장 나기도 한다.
“몸을 쓸 수밖에 없는 게 농사인 바에야 관점을 바꿔 일하는 게 좋다는 생각이다. 난 농사일을 운동으로 여긴다. 원래부터 취미로 즐기던 운동을 지금 이 순간에도 농장에서 즐기는 중이라고 생각을 전환하며 스트레스를 물리친다.”
농장이 운동장이고, 꾸지뽕은 운동기구로 본다는 얘기다. 그런 식의 낙천적인 생각을 가지고 농사를 즐기고자 하는 이들이 아주 드물진 않다. 그러나 기후변동이나 유통 장벽 등 농부의 자력으로 넘어서기 어려운 변수가 많은 게 농사다. 머리를 감싸 쥐고 고민에 사로잡힐 수밖에 없는 상황이 빈번하게 발생하는 게 농업이다. 송광헌의 경우는 사뭇 다르다. 난처한 상황을 별로 겪지 않은 채 농사를 유지해온 것으로 보인다. 즉 그의 농사는 술술 잘 풀려나갔다. 부차적인 걸로 간주했던 수익성 면에서도 남들의 관심을 사는 정도가 아니라 은근한 시기심을 야기할 만큼 좋은 성과를 냈다.
비결이 무엇일까? 똑똑한 귀농 사전 준비로 얻은 실력을 발휘해 구사한 과학적 영농. 그리고 습관처럼 몸에 붙은 못 말릴 근면성. 이 두 가지가 송광헌을 낙원으로 데려갔다. 그가 기르는 작물은 꾸지뽕에 그치지 않는다. 규모는 크지 않지만 아로니아,․대추,․사과,․상추,․감자,․양파 등을 함께 기른다. 이 모든 작물은 친환경농법으로 재배된다. 농약 대신 유황수,․전해수,․클로렐라 등을 손수 만들어 영양제로 쓴다. 농산물을 생산하고 판매하는 데에서 나아가 가공과 체험교육까지 아우르는 6차 농업의 시스템을 완비하고 활갯짓을 한다. 2024년에 그는 1000평 규모의 꾸지뽕 농사를 통해 약 8000만 원의 매출을 올렸다. 100여 평짜리 작은 면적에 수경재배로 생산한 상추를 통해 거둔 매출은 1200만 원이다. 체험장에서 나온 매출은 1800만 원이다. 순수익은 매출의 50%라고 한다. 흔치 않은 수준의 소득이다.
혼자 살지만 외롭지 않아
아까 농사가 어렵지 않더라고 했다. 정말 그런가? 평생 농부로 살아 노련한 사람들조차 농사의 어려움을 토로한다.
“소소한 애환이야 왜 없겠나? 풀 관리가 꽤나 힘들었다. 그러나 풀을 귀찮아하길 멈추고 사랑하는 쪽으로 생각을 바꾸자 힘들 게 없었다. 한 가지 어려운 건 있다. 새들이 날아와 열매를 쪼아대 손실이 발생한다.”
날짐승이 달착지근한 열매를 탐하는 건 정해진 생리인데?
“꾸지뽕이 붉게 익어가는 가을 수확기엔 떼 지어 날아든다. 그러면 피해가 커지는 걸 어떡하나? 폭음을 내는 조류 퇴치기를 설치하는 등 몇몇 방법을 써봤지만 소용없더라. 쇠줄로 촘촘하게 짠 그물을 치는 게 유일한 대책이다. 하지만 비용이 5000만 원에 달해 망설이고 있다.”
판로 개척에 애로를 겪진 않았나?
“초기엔 막막했다. 지인들을 통한 직거래로 문제를 해결했다. 지금은 주로 네이버나 쿠팡 같은 전자상거래 매체를 판매 채널로 활용한다. 오프라인에서도 판매가 이루어진다. 판매를 못 해 재고가 발생하는 일은 없다.”
작은 규모의 상추 농사로 상당한 수입을 올리는 대목이 흥미롭다.
“그건 일종의 효자 작물이다. 날마다 상추를 뜯어 로컬푸드 직매장에 갖다주면 1주일에 한 번씩 판매 대금이 통장으로 들어온다. 액수는 크지 않다. 그러나 확실한 수입원이자 용돈으로 충분해 만족한다. 지금은 주로 지역의 학교나 회사에 급식용으로 상추를 납품하지만 로컬푸드 매장 덕을 톡톡히 본 셈이다.”

귀농인들은 흔히 판매 루트를 찾지 못해 고심한다. 애써 좋은 농산물을 생산하고도 팔 곳이 여의치 않다니.
“부지런히 찾으면 찾아지는 게 유통망이다. 가령 가까이에 있는 로컬 직매장도 유능한 역할을 해주는데 이를 간과한다. 상품을 가지고 가서 매대에 진열해야 하는 일련의 과정을 번거롭게 여겨 회피한다. ‘이런 일까지 해야 해?’라는 소심한 생각으로 몸을 사린다. 그러나 로컬 매장은 매력적인 판매처이자 유통의 묘미를 맛볼 수 있는 체험장이다. 농부의 정신적 체력을 강화할 수 있는 기초 단련장이다. 난 모든 농산물이 다 돈이 될 수 있다는 걸 로컬 매장을 통해 배웠다.”
송광헌은 혼자 산다. 자녀를 돌봐야 할 사정상 아내는 서울에 남았다. 석양이 들이치는 인생의 저물녘에 부부가 떨어져 살다니, 외롭지 않을까? 창문을 후려치는 겨울 칼바람 소리에 시리지 않을까? 그러나 그는 외로움이니 괴로움이니 정녕 모르고 사노라 한다. 몸은 몸대로, 정신은 정신대로 농사를 위해 닳도록 사용하는 걸로 자족한다. 촉망받는 농군으로 성장했으며, 알아주고 따라주는 이들이 많으며, 남들의 이익에도 신경 쓰며 살아가는 삶에 안도한다. 그러니 고독한 밤인들 무슨 상관이람. 좋아하는 소맥 한잔 목에 털어 붓고, 트로트 몇 곡 듣고 나면 곧장 평화로운 잠이 찾아오는 것을. 그리고 새벽이면 후다닥 일어나 하루치 일을 시작한다. 죽마고우에 가까운 농작물들과 대화를 나누며 뒷바라지를 한다. 이 모든 건실한 일상은 그가 원했던 것이다. 따라서 어찌 즐겁지 않으랴. 특히 건강관리라는 거업을 완수한 성취감에 그는 기쁘다. 그런데 왜 그렇게 건강에 연연하는 걸까? 그의 얘긴 미지근한 숭늉처럼 평이했다.
“행복을 위해선 일과 돈도 필요하지만, 건강이 그 무엇보다 중요하지 않나? 난 죽기 전날까지 건강하게 살고 싶다.”
송광헌이 주는 귀농 Tip•귀농교육부터 충실하게 받고 귀농하자. 많이 받으면 받을수록 정착이 빨라진다. 이건 합리적이고 평범한 진리지만 간과하는 경우가 많다. 최소한 300시간의 귀농교육은 미리 이수하자. 농업인 자격을 얻기 위해선 어차피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당신은 농촌에서 남보다 부지런하게 살 수 있는 자질을 가진 사람인가? 그렇다면 농사 적격자다. 게으름뱅이는 배겨날 수 없는 게 농업이다.
•농사로 돈 벌기 어렵다는 얘기가 흔하게 돌아다닌다. 이건 뭘 잘 모르는 이들의 단견에 불과하다. 관행 농사만 농사인 걸로 아는 이들이 가진 왜곡된 관념일 뿐이다. 농사도 과학이고 경영이다. 똑똑한 농사를 지을 경우 부의 축적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가급적 지역 특산물을 재배하자. 특산물 단체에 가입해 이익을 도모하자.
•귀농인을 대상으로 지자체가 운영하는 지원 사업을 면밀하게 파악해 자금을 받을 수 있는 길을 모색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