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루쌀빵, 건강과 맛 모두 잡다

입력 2025-09-17 07:00

든든한데 속까지 편한 빵으로 인기 몰이 중

최근 ‘가루쌀’이라는 생소한 이름의 빵 재료가 제과·제빵 업계와 소비자 사이에서 주목받고 있다.

건강에 유익하면서도 맛과 식감까지 살려 소화 건강에 민감한 중장년층에게 새로운 선택지로 떠오르고 있다.


흰 밀가루로 만든 빵은 부드럽고 풍미가 좋지만, 건강 측면에서 몇 가지 아쉬움이 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흰 쌀, 흰 밀가루 등 껍질과 배아를 제거한 정제 곡물은 섬유질과 영양소가 제거돼 혈당지수가 높아지고, 혈당이 급격히 오를 수 있다. 이는 당뇨병이나 대사증후군(복부 비만, 고혈압, 고혈당, 혈중 중성지방 상승, 좋은 콜레스테롤(HDL) 감소 중 3가지 이상이 동시에 나타나는 상태) 위험이 있는 사람에게 부담이 된다.

밀가루에는 글루텐이 들어 있다. 글루텐은 반죽의 탄성을 만드는 단백질이지만, 일부 사람에게는 소화장애를 일으킨다. 특히 밀 알레르기 환자나 글루텐 면역반응이 생긴 셀리악병 환자에게는 장 점막 손상과 영양 흡수 장애를 유발한다. 셀리악 민감군이 아닌 사람에게서도 복부팽만, 소화불량 등을 초래할 수 있다.

여기에 시판 빵에는 유화제·개량제 같은 식품첨가물이 들어간다. 국제 학술지에 보고된 바에 따르면, 폴리소르베이트80, 카복시메틸셀룰로오스 같은 유화제는 동물실험과 일부 인체실험에서 장내 미생물 다양성을 줄이고 장 점막을 약화시킬 가능성이 제기됐다.

나트륨과 당류 함량도 문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빵을 주요 나트륨 급원 식품으로 꼽으며, 과잉 섭취할 경우 고혈압·심혈관질환 위험을 경고한다. 고온에서 구울 때 생기는 아크릴아마이드 역시 발암 가능 물질로 분류돼, 지나치게 바삭 구운 빵이나 과자는 피하는 것이 좋다.


가루쌀, 빵을 위한 새로운 쌀

가루쌀은 이름 그대로 가루로 만들기 쉽게 개량된 쌀 품종이다. 일반 멥쌀과 달리 불리지 않고도 바로 제분할 수 있어 전분 손상이 적고, 수분 흡수율이 높아 빵으로 만들면 촉촉하고 탄력 있는 식감을 낸다.

무엇보다 글루텐이 전혀 없어 글루텐에 민감한 사람도 안심하고 먹을 수 있다. 또한 일부 연구에서는 쌀가루로 밀가루의 30% 이상을 대체하면 천천히 소화되는 전분의 비율이 높아지고, 미네랄 함량이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다. 이는 혈당 관리와 영양 균형 측면에서 긍정적이다. 현재 농림축산식품부는 반죽 배합할 때 가루쌀을 10% 이상 이용하면 ‘가루쌀빵’으로 표기할 수 있도록 인정하고 있다.

물론 글루텐이 없다는 장점은 제빵 과정의 어려움이 되기도 한다. 반죽을 지탱하는 구조가 약해져 자칫 질감이 ‘떡 같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효소 처리, 발효 방식 개선, 다른 곡물·전분과의 배합 등 다양한 기술개발이 뒷받침될 때 몸에도 좋고 맛도 좋은 가루쌀빵이 탄생한다.


▲블랑제리 르팡에서 판매중인 단호박 쌀파운드.(윤나래 기자)
▲블랑제리 르팡에서 판매중인 단호박 쌀파운드.(윤나래 기자)

역사에 혁신을 더한 가루쌀빵 맛집들

가루쌀빵을 직접 맛보지 않고 제대로 소개하기란 어불성설일 터. 기자는 오랫동안 맛있는 빵을 만들어 ‘백년가게’로 선정된 두 곳의 빵집을 방문했다. 쌀빵을 진열한 매대 앞에는 중년층 고객뿐 아니라 빵을 사랑하는 다양한 세대의 발길이 머물렀다.

먼저 서울 서초구의 블랑제리 르팡은 단호박과 삼색콩을 넣은 ‘단호박 쌀파운드’로 잘 알려져 있다. 이 빵은 2024년 제8회 우리쌀빵 기능경진대회 제과 부문에서 대상인 농식품부 장관상을 받았다. 큼직한 단호박의 달콤함과 든든함에 삼색콩의 화려한 색감과 고소한 맛이 어우러지고, 입안에서 눈처럼 부드럽게 부서지는 식감과 촉촉한 빵 맛이 인상적이다.

또 다른 인기 메뉴인 ‘미니쌀롤’은 100% 쌀로 만들었지만, 밀가루빵과의 이질감이 전혀 없다. 가루쌀빵이 낯설지 않을까 걱정하는 사람에게도 부담 없이 권할 만하다.

서울 관악구의 쟝블랑제리는 김상기 기능장이 만든 ‘쇼콜라 헤이즐넛 페스츄리’로 2025 가루쌀 제과·제빵 품평회 대상을 받았다. 8월 출시 예정이라 시식은 불가능했지만, 매장에서 가루쌀을 20% 사용한 슈크림빵, 통단팥빵, 소보루, 크림치즈번 등 다양한 빵을 합리적인 가격에 판매하고 있었다. 직원은 “가루쌀만 쓰면 질감이 떡 같아져 20%만 쓴다”고 설명했다.

그중 직원이 시니어에게 추천한 것은 바로 ‘쌀빵’. 직관적인 이름에 생김새는 단순하고 투박하다. 고소한 치즈 조각이 들어간 이 빵은 겉은 바삭하고 속은 찹쌀떡처럼 쫄깃해 담백한 맛을 좋아하는 시니어들에게 잘 어울릴 듯했다. 통단팥빵과 소보루, 완두앙금빵 등은 소싯적 빵집에서 미팅을 했던 추억이 있는 세대라면 익숙하게 떠올릴 수 있는 정직한 맛이다.

▲장 블랑제리에서 판매하는 다양한 쌀빵들.(윤나래 기자)
▲장 블랑제리에서 판매하는 다양한 쌀빵들.(윤나래 기자)


수입 흰 밀가루보다 건강한 곡물빵 4선

△[우리밀빵] 국산 밀은 유통과정이 긴 수입 밀에 비해 상대적으로 신선하고, 잔류 농약이나 보관 과정에서의 곰팡이 독소 발생 우려가 적음. 밀 특유의 글루텐은 그대로 살아 있어 부드러운 식감과 제빵성 우수함. 단, 글루텐 민감군은 주의 필요.

△[현미빵] 껍질과 배아가 남아 있어 식이섬유, 비타민 B군, 미네랄이 풍부함. 혈당 상승 속도가 흰빵보다 완만한 편. 식이섬유 함량이 높아 변비 예방과 장 건강에 도움을 줌. 치아나 소화력이 약한 경우에는 부드러운 반죽·발효 방식의 제품을 추천함.

△[통밀빵] 밀의 모든 부분(껍질·배아·속눈)을 그대로 사용해 영양소 보존률이 높음. 포만감 유지에 유리함. 일반 흰빵보다 혈당지수가 낮고, 노화 방지와 건강 유지에 도움을 주는 항산화 성분(폴리페놀 등)이 풍부함. 다만 거친 식감이 부담스럽다면 도정도나 분쇄도를 확인해 제품을 고를 것.

△[찰보리빵] 찰보리에 풍부한 식이섬유, 베타글루칸이 콜레스테롤 저하와 혈당 조절에 도움을 줌. 수분 함량이 높아 식감이 부드럽고 촉촉함. 글루텐 함량이 낮아 소화 부담을 줄여줌. 단, 단맛을 더한 제품은 당류 함량을 확인할 것.

Tips! 건강한 빵 고르는 법

① 성분표 확인 : 원재료 첫 번째에 곡물명이 명시되어야 함.

② 첨가물 최소화 : 유화제·방부제·합성향료가 적은 제품을 선택.

③ 맞춤 섭취 : 혈당, 치아 상태, 기저질환 등에 맞춰 곡물 종류와 제빵 방식을 선택.


▲2025 가루쌀 빵지순례 홍보포스터.(농림축산식품부)
▲2025 가루쌀 빵지순례 홍보포스터.(농림축산식품부)

정부와 업계가 함께 만든 ‘빵지순례’

농림축산식품부는 가루쌀 소비 확대를 위해 매년 ‘가루쌀 제과·제빵 신메뉴 경연대회’를 열어 제빵사들의 창의적인 시도를 장려한다. 수상작은 팝업 전시관에서 전시·시식 행사를 열어 소비자에게 선보인다. 해마다 맛있는 가루쌀빵을 판매하는 곳을 늘려, 올해는 전국 102개 가루쌀빵 판매점을 ‘빵지순례’ 코스로 지정해 홍보하고 있다.

이러한 마케팅은 소비자에게 가루쌀빵을 친숙하게 알리는 계기로 자리 잡고 있다.

가루쌀빵과 함께하는 전국 이벤트!

△ 가루쌀 빵지순례 코스

농림축산식품부는 전국 102개 가루쌀빵 판매점을 선정해 ‘가루쌀 빵지순례’ 코스로 운영하고 있다. 서울·부산· 광주·대구 등 대도시부터 강릉·군산·부안·제주까지 전국 각지에서 만나볼 수 있다. 각 매장에서는 가루쌀을 활용한 다양한 빵을 판매하며, 일부 매장은 100% 가루쌀빵도 판매 중이다.

행사 기간 : ~ 2025년 10월 30일

참가 방법 : 지정된 빵지순례 매장에서 가루쌀빵을 2만 원 이상 구매하면 키링 증정


△ 가루쌀빵 빵지순례 숏폼 공모전

행사 기간 : ~ 2025년 11월 30일

참가 방법 : 매장에서 촬영한 숏폼 영상을 개인 SNS에 업로드하고, aT에 구비 서류 제출

시상 규모 : 총상금 1950만 원, 대상 상금 100만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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