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세대, 품격을 묻다

입력 2025-10-01 07:00

[권두언]

▲조성권 미래설계연구원 원장
▲조성권 미래설계연구원 원장


‘5명 중 1명은 노인’인 세상이다. 올 들어 주민등록상 65세 이상 인구가 1024만 명이다. 전체 인구 5122만 명 가운데 20%다. 한 세대 전인 1997년 ‘노인의 날’이 제정되었을 당시를 떠올려보자. 총인구 4590만 명 중 노인은 293만 명, 6.3%에 불과했다. 30년이 채 지나지 않는 동안 한국은 초고령사회로 진입하고 있다. 이 변화는 단순한 통계 수치가 아니라 사회의 정체성과 문화를 근본적으로 흔드는 사건이다.

이제 노인은 더 이상 소수의 이름으로 불릴 수 없다. 사회의 가장자리에 머물러 보호받아야 하는 존재가 아니라 정치와 경제, 문화의 중심에서 당당히 목소리를 내는 주체로 서야 한다. 그러나 ‘노인’이나 ‘시니어’라는 호칭은 어딘가 불편한 울림이 있다. 단어가 낡은 이미지와 거리감을 불러오기 때문이다. 나이 든 이들이 그 단어를 불편해하고 다른 표현을 찾는 것은 단순한 말장난이 아니다. 더 이상 과거의 틀로는 자신들의 삶을 설명할 수 없다는 집단적 자각의 발현이다.

호칭은 정체성의 문제로 이어진다. ‘나이 든 사람’은 세월의 끝자락으로 밀려난 존재가 아니다. 긴 시간 한 세대를 온전히 살아낸 경험의 주체다. 이들은 낡은 이미지의 옷을 벗고 새로운 이름을 찾으려 한다. 외부에서 강요한 낡은 시선에 머무르기를 거부하고, 스스로 자기 정체성을 새롭게 세우려는 의지의 표현이다. 물음은 단순하다. 어떤 모습으로 자리매김할 것인가. 그 답은 남이 아닌 자신에게 달려 있다.

10월 2일은 노인의 날이다. 국가가 지정한 기념일은 출발점일 뿐이다. 진정한 의미는 각자가 품격을 어떻게 정의하고 실천하느냐에 달려 있다. 품격이란 허황된 이상이나 타인의 평가에서 나오지 않는다. 오랜 삶의 흔적을 긍정하며 후대를 향해 길을 밝히는 태도에서 비롯된다. 외부가 부여하는 훈장이 아니라, 스스로 다듬어가는 내면의 자세가 곧 품격이다. 나이 든 세대가 새롭게 짊어져야 할 이름이며, 살아가야 할 길이다.

10월은 결실의 계절이다. 결실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다. 나이 든 세대가 바람에 흩날려 스러지는 낙엽으로 남을 것인가, 아니면 긴 세월을 견뎌낸 나무처럼 단단히 뿌리내려 푸른 그늘을 드리우는 세대로 설 것인가는 이제 각자의 선택에 달려 있다. 품격 있는 삶은 그 선택에서 자라난다. 세월을 통과하며 더욱 투명해지는 빛, 그것이 품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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