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만 치료제로 더 알려진 당뇨병 치료제 오젬픽(Ozempic·성분명 세마글루타이드)이 체중 감량을 넘어 노화를 늦출 수도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살 빠지는 당뇨약’으로 불리던 오젬픽이 이번엔 ‘젊어지는 약’으로 주목받는 셈.
미국의 생명과학 연구기관 트루다이애그노스틱(TruDiagnostic)은 21일 사람의 DNA 변화를 분석해 나이를 측정하는 ‘에피제네틱 시계’ 기술을 이용해 오젬픽의 노화 지연 효과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HIV(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 감염자 50명을 대상으로 32주 동안 진행됐다.
연구에 따르면 오젬픽을 투여받은 그룹은 생물학적 나이가 평균 3.1년 젊어졌으며, 노화 속도는 약 9% 느려졌다. 또 뇌와 심장 등 주요 장기에서는 각각 4~5년 정도의 회춘 효과가 관찰됐다. 반면 위약(가짜약)을 투여한 그룹에서는 변화가 거의 없었다.
연구를 이끈 라이언 스미스 트루다이애그노스틱 연구이사는 “이번 결과는 GLP-1 계열 당뇨약이 사람의 세포 수준에서 실제로 노화를 늦출 수 있다는 첫 근거”라며 “비만 개선뿐 아니라 신체 전반의 회복력에도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트루다이애그노스틱은 미국 켄터키주에 본사를 둔 바이오테크 기업으로, 혈액 속 DNA 변화를 분석해 ‘생물학적 나이’를 측정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 회사는 노화의 원인을 찾고, 약물이나 생활습관 변화가 노화 속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연구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물론 이 결과는 아직 일반인에게 그대로 적용하기는 이를 것으로 보인다. 연구 대상이 HIV 감염자라는 점, 연구 기간이 8개월로 짧았다는 점에서 더 많은 검증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오젬픽은 본래 제2형 당뇨병 치료제로 허가받은 약으로, 체중 감량이나 노화 예방 목적의 무분별한 사용은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그러나 신약 개발에서 원래의 치료 목적 이외에 또 다른 효능이 발견되는 ‘약물 재창출’은 드문 일이 아니다. 고령화로 고민하는 나라가 많은 지금, 이번 연구 결과는 주목받을 수밖에 없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