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 인구 28%’ 상하이가 찾은 ‘초고령사회’ 정답은?

입력 2025-11-11 07:00 수정 2025-11-11 08:33

‘로봇 강국’ 기술 복지용구에 적용… 장비 임대·주택 개조 지원 제도 운용

한·중 정부 실버경제 MOU 체결

시립 복지용구 체험시설 활성화

실버 기업 지원 통로로도 활용

▲중국 상하이시 '상하이시 재활보조기기·요양기술 혁신제품 체험관’ 내부에 다양한 노인복지용구를 관람객들이 시험해보는 모습.(이준호 기자)
▲중국 상하이시 '상하이시 재활보조기기·요양기술 혁신제품 체험관’ 내부에 다양한 노인복지용구를 관람객들이 시험해보는 모습.(이준호 기자)

지난달 경주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기간 중 진행된 이재명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회담과 그 과정에서 진행된 하나인 ‘실버경제 분야 협력 MOU’는 국내 시니어 비즈니스 업계의 시선을 중국으로 향하게 했다. 다음달에는 서울에서 ‘제18차 한일중 보건장관회의’를 통해 디지털헬스, 건강한 노화 등에 대한 협의가 진행될 예정이어서 한중간의 교류 확대는 당분간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그렇다면 실제 중국의 고령화 상황은 어떨까? 이를 알아보기 위해 중국 상하이시를 직접 방문했다. 상하이는 중국에서 가장 고령화가 심각한 도시 중 하나로 꼽힌다. 상하이 시정부가 발표한 노령화 사업 및 양로 서비스 관련 종합 통계 정보에 따르면, 2023년 말 기준 상하이시 호적 인구는 약 1519만 명이며, 이 중 65세 이상 노인 인구는 약 437만 명(28.8%)에 달한다. 80세 이상 고령 노인 인구는 81만 명(5.4%)이다. 상하이시를 하나의 국가 본다면 이미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상태로 볼 수 있다. 상하이시 입장에선 고령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청년 인구 유입을 고려해 볼 수 있지만, 그것도 쉽지 않다. 중국 정부는 호적(후커우) 제도를 통해 도시 인구 유입을 통제하고 있고, 이는 사회 서비스 이용 여부가 결정되는 일종의 영주권 개념으로 운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상하이시 정안구에 위치한 '상하이시 재활보조기기·요양기술 혁신제품 체험관’ 전경. (이준호 기자)
▲상하이시 정안구에 위치한 '상하이시 재활보조기기·요양기술 혁신제품 체험관’ 전경. (이준호 기자)

초고령사회 진입한 상하이시의 숙제

상하이시는 고령자 돌봄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 중 하나로 시정부 차원에서 지원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그 중심에는 본지가 찾은 '상하이시 재활보조기기·요양기술 혁신제품 체험관(上海市康复辅助器具养老科技创新产品体验馆)’이 있다. 다소 긴 이름의 이곳은 상하이시가 그리는 '내집에서 나이 들기(Age in Place)'의 기술과 정책이 집약된, 쇼룸이자 솔루션 센터 역할을 하는 장소다.

이 체험관은 단순히 최신 제품을 전시하는 공간이 아니다. 이곳은 상하이 시민들이 실제 정부 지원을 받아 자신과 가족의 삶을 어떻게 바꿀 수 있는지 직접 보고 만지며 결정하는 정책 안내 장소 역할을 한다.

현재 이 기관이 소개하는 지원 제도는 크게 2가지. 첫 번째는 보조기구 임대 지원 사업이다. 고가의 재활 기구를 '구매'가 아닌 '대여'로 해결하는 모델이다. 일시적으로 보조기구가 필요한 상하이시에 호적이 있는 노인, 장애인, 환자가 대상이다. △만 75세 이상 노인 및 60~74세 중 돌봄 등급 2등급 이상을 받은 노인에게는 대여료의 50%를, △저소득층 노인에게는 70%를 지원한다. 1인당 연간 최대 3,000위안(약 54만 원) 한도다. 전동 침대, 휠체어, 욕창 방지 매트리스 등 값비싼 기구를 저렴한 비용으로 이용할 수 있게 해, 가족의 경제적 부담을 낮췄다.

주택 개조도 지원한다. 2012년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시작된 이 사업은 이제 상하이 호적을 가진 모든 노인으로 대상이 확대됐다. △최저 생활 보장 가정 노인은 100%, △저소득 가정은 80%, △만 80세 이상 특정 소득층은 40%, △장기요양 2~6등급을 받은 노인은 50%까지, 가구당 최대 5,000위안(약 90만 원) 한도 내에서 주택 개조 비용을 지원한다. 화장실 미끄럼 방지 타일 시공, 안전 손잡이 설치, 문턱 제거 등 낙상 위험이 큰 주거 환경을 개선하는 것이 골자다.

▲체험관 내부에는 다양한 로봇 기술이 적용된 장비들도 전시되어 있다. (이준호 기자)
▲체험관 내부에는 다양한 로봇 기술이 적용된 장비들도 전시되어 있다. (이준호 기자)
▲침상의 높낮이, 회전, 각도 조절 등이 모두 전동으로 가능한 환자용 침대.(이준호 기자)
▲침상의 높낮이, 회전, 각도 조절 등이 모두 전동으로 가능한 환자용 침대.(이준호 기자)
▲노인이 낙상의 위험 없이 기립할 수 있도록 고안된 전동소파의 작동 모습.(이준호 기자)
▲노인이 낙상의 위험 없이 기립할 수 있도록 고안된 전동소파의 작동 모습.(이준호 기자)

노인의 ‘보호’ 아닌 ‘자립’을 목표로

체험관 내부는 제품 진열과 함께, '거실-주방-식당-화장실-침실'로 이어지는 실제 주거 공간처럼 꾸며진 쇼룸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각 공간은 노년의 삶에서 마주할 수 있는 위험을 정확히 진단하고, 그에 맞는 기술적 해답을 제시했다.

다양한 거실의 안전 용품 중 하이라이트는 '기립 보조 전동소파'. 리모컨 버튼 하나로 소파 좌석이 천천히 앞으로 기울어지며 엉덩이 부분을 밀어 올려, 사용자가 무릎과 허리에 힘을 주지 않고도 쉽게 일어설 수 있게 돕는다. 앉아 있을 땐 침대처럼 쉴 수 있는 리클라이닝 기능도 갖췄다.

주방은 휠체어 사용자를 포함한 모든 이가 장벽 없이 요리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손이 닿지 않는 높은 곳의 물건을 꺼내려다 발생하는 사고를 막기 위해, 선반 전체가 전동으로 눈높이까지 내려오는 '승강식 선반장'이 설치되어 있었다. 싱크대와 가스레인지 하부는 휠체어가 들어갈 수 있도록 오목하게 비워져 있다.

식당 공간은 '스스로 하는 식사'의 존엄을 지키는 데 초점을 맞췄다. '전동 승강 식탁'은 휠체어 높이에 맞게, 혹은 다양한 가족 구성원의 신장에 맞게 높낮이를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었다.

화장실에서 만난 '스마트 비데'는 단순한 세정 기능을 넘어, 사용자가 일어설 때 지지대 역할을 하는 '기립 보조 장치'와 통합되어 있었다. 천장에는 '밀리미터파 레이더'가 설치되어, 만약 노인이 넘어져도 카메라 노출 없이 움직임을 감지해 즉시 보호자에게 비상 알람을 보낸다.

다양한 환자용 침상도 전시되어 있었다. 리모컨 하나로 환자의 발을 통로 쪽으로 회전시켜 스스로 일어설 수 있도록 침대의 높낮이나 각도를 조절할 수 있도록 한 제품도 있었다. 소파나 변기, 침대까지 환자가 스스로 일어설 수 있도록 돕는 기능이 갖춰진 것은, 낙상 방지와 함께 노인의 ‘자립’에 초점이 맞춰 제품을 고안한 결과로 보인다.

로봇 강국 답게 다양한 첨단 제품도 선보이고 있다. 환자의 보행훈련을 돕는 외골격형 로봇이나 침대에 설치되어 재활 훈련을 돕는 로봇, 말을 직접 옮겨가며 게임을 진행하는 ‘장기 로봇’ 등이 전시되어 있었다.

▲휠체어에 앉아 있어도 집안일을 불편 없이 할 수 있도록 고안된 주방 쇼룸 모습.(이준호 기자)
▲휠체어에 앉아 있어도 집안일을 불편 없이 할 수 있도록 고안된 주방 쇼룸 모습.(이준호 기자)
▲체험관을 방문한 한 어린이가 장기 로봇과 대국을 즐기고 있다. (이준호 기자)
▲체험관을 방문한 한 어린이가 장기 로봇과 대국을 즐기고 있다. (이준호 기자)
▲체험관에는 임대용 장비 뿐만 아니라 신발 등 구매가 가능한 소모성 제품도 전시되어 있었다. (이준호 기자)
▲체험관에는 임대용 장비 뿐만 아니라 신발 등 구매가 가능한 소모성 제품도 전시되어 있었다. (이준호 기자)

이 체험관의 운영 주체는 SCRC(상하이 재활보조기구 산업 그룹). SCRC는 상하이시 민정국 산하의 핵심 국유기업으로, 상하이시의 실버 이코노미와 재활보조기구 산업 정책의 핵심 역할을 하고 있다. 이 체험관을 중심으로 각 구마다 거점을 설치 중이고, 2027년까지 20개 이상의 체험점을 확보해 시민들이 쉽게 지원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고령 시민의 삶을 지원하면서, 2025년 기준 약 8조 위안(한화 약 1524조 원)대로 급성장하고 있는 실버경제 분야 기업들의 활로를 지원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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