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일상 콘텐츠로 활약하는 일본 시니어 유튜버들

입력 2026-01-09 10:16

예술·요리·건강·여행 등 노년의 삶 기록… 건강, 제작 돕는 가족 문제로 중단도

(AI 생성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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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를 통한 개인 방송 활동은 이제 시니어들에게도 일상이 됐다. 이는 일본도 마찬가지다. 다만 성향의 차이는 다소 보인다. 박막례 할머니로 대표되는 국내 시니어 유튜버들은 스스로가 주인공이 되는 ‘엔터테이너’에 가깝다. 반면 일본의 채널들은 예술, 일상, 요리, 건강, 여행, 패션, 취미까지 삶의 전반을 콘텐츠로 풀어내며 하나의 흐름을 형성하고 있다. 과장되지 않은 호흡과 ‘지금의 삶’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태도가 두드러진다.

예술 분야에서는 수채화 작가 시바사키의 채널 ‘시바사키의 수채화’가 대표적이다. ‘일본의 밥 로스’라 불리는 70대 수채화 작가로, 따뜻한 목소리로 수채화 기법을 가르치며 힐링 콘텐츠로 전 세계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구독자 수는 200만 명이 넘는다. 그림을 그리는 과정 자체를 명상의 소재로 삼는 구독자들도 적지 않다. 전문 영역을 평생 업으로 삼아온 노년의 시간이 콘텐츠의 깊이를 만든 사례다.

▲'시바사키의 수채화' 채널. 시바사키는 '일본의 밥 로스'라 불리며 일본 시니어 유튜버 중 가장 높은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70대 수채화 작가다.
▲'시바사키의 수채화' 채널. 시바사키는 '일본의 밥 로스'라 불리며 일본 시니어 유튜버 중 가장 높은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70대 수채화 작가다.

생활과 라이프스타일 영역에서는 혼자 사는 삶을 긍정적으로 해석하는 콘텐츠가 두드러진다. 60~70대 유튜버들은 정갈한 집안 관리, 절제된 소비, 하루 루틴을 브이로그 형식으로 공유하며 ‘우아한 노년’의 이미지를 만든다. 깔끔한 살림과 정원 가꾸기, 소박한 가정식 요리, 텃밭을 가꾸는 시골 생활 역시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다.

‘쿄코 할머니 라이프’가 대표적이다. 1956년생인 쿄코 할머니는 요리, 패션, 건강, 소소한 도전 과제를 자신의 속도로 풀어낸다. 구독자 수는 11만 명이다. 최근에는 유니클로 등 쉽게 접할 수 있는 브랜드를 활용한 패션 팁이 인기를 얻고 있다. 쿄코 할머니는 돌봄 시설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고, 채널의 영상 기획자도 물리치료사 출신이라는 점이 ‘활동적인 노년’을 균형 있게 다루는 데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쿄코 할머니는 지난해 자신의 이야기를 담은 도서도 출간했다.

‘어스(지구) 그랜드마더 채널’도 눈길을 끈다. 이 채널의 주인공은 80대 중반의 할머니로, 오래된 아파트에서 혼자 살아가는 일상을 담담하게 보여준다. 화려한 연출도, 특별한 사건도 없다. 대신 식사 준비, 집 안 정리, 하루의 리듬 같은 반복되는 장면이 콘텐츠가 된다. 중요한 점은 이 채널이 혼자 만들어지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영상 편집과 업로드는 손자가 맡고 있으며, 그 역시 영상 크리에이터로 활동 중이다.

일본의 시니어 유튜브 채널 다수는 손주나 자녀가 촬영과 편집을 맡거나, 기획자와 제작자가 함께 참여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건강이 악화되거나 제작을 도와주던 가족의 상황이 변할 경우, 채널 활동이 급격히 줄어들거나 중단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대표적으로는 ‘게이머 할머니’로 알려진 모리 하마코다. 1930년생으로 ‘게이머 그랜드마’라는 이름으로 게임 플레이 영상을 올리며 세계 최고령 게임 유튜버로 기록되기도 했다. 게임기 컨트롤러를 손에 쥐고 인자한 미소로 게임 속 좀비들을 쓰러뜨리는 상반된 모습이 사랑받으며 구독자 수가 50만 명이 넘는다. 그러나 2년 전 영상을 마지막으로 더 이상 업데이트가 없는 상태다. 모리 하마코는 댓글을 통해 “건강 때문에 영상 업로드는 하지 못하지만 여전히 게임을 즐기고 있다”고 근황을 전하기도 했다.

101세 할아버지의 일상으로 인기를 모았던 채널 ‘아시낫스의 일주일’도 사정은 비슷하다. 손주가 고령의 할아버지와 지내는 생활을 영상으로 제작해 시청자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구독자 수가 40만 명에 달했지만 최근 콘텐츠의 주제가 바뀌었다. 영상의 주인공이었던 할아버지가 지난해 101세를 일기로 별세했기 때문이다.

일본 시니어 유튜버들이 보여주는 모습이 의미가 있는 것은, 노년이 더 이상 ‘보여줄 것이 없는 시간’이 아니라 기록할 가치가 있는 삶의 단계라는 인식 때문이다. 이들은 자신의 일상과 경험을 콘텐츠로 삼으며, 고령 사회 속 새 미디어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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