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퇴직연금과 주택자산이 따로 운영되면서 노후소득이 줄어드는 이른바 ‘연금 누수’ 문제가 커지고 있다.
보험연구원 강성호 선임연구위원, 이소양 연구원은 최근 ‘연금자산과 주택자산의 상호 연계 사례와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국내 고령층은 주택 보유율이 높지만 이를 연금이나 현금 흐름으로 연결하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오히려 퇴직연금을 중도 인출해 주거비로 사용하는 사례가 늘면서 노후 대비가 약화되는 구조가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국내 고령가구의 주택 보유율은 67.8%로 비교적 높은 수준이다. 자산의 상당 부분이 부동산에 묶여 있다는 의미다. 그러나 주택을 소득원으로 전환하는 제도 활용은 제한적이어서 자산은 많지만 소득이 부족한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문제는 퇴직연금 사용 방식이다. 2024년 퇴직연금 중도인출은 6만6531건이었다. 이 가운데 주택 구입 3만7618건, 주거 임차 1만6955건으로 약 82%가 주거 목적이었다.
금액 기준으로도 전체 2조7000억 원 중 주택 1조8000억 원(약 67%), 주거 6000억 원(약 22%)으로 약 90%가 주거 관련 지출에 쓰였다.
강 선임연구위원은 이 같은 구조가 지속될 경우 퇴직연금이 노후소득이 아닌 주택 마련 자금으로 소진되면서 은퇴 이후 연금 수령액이 줄어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연금을 먼저 인출해 집을 사고, 이후 다시 연금으로 복원되지 않는 구조가 고착화되면 장기적으로 고령층의 소득 불안이 커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해외에서는 이를 보완하기 위한 장치도 마련돼 있다. 싱가포르와 스위스, 호주 등은 주택 구입 시 연금 사용을 허용하되 주택을 매각하면 자금을 다시 연금계좌로 환류하도록 의무화하거나 세제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강 선임연구위원은 국내 역시 주택자산과 연금자산을 연계해 노후소득을 보완할 수 있는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퇴직연금과 주택은 별개의 자산이 아니라 은퇴 이후 생활비를 책임질 하나의 노후자산이라는 점에서 이번 분석은 의미를 보여준다.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만큼 집을 보유하는 것에서 나아가 ‘주택을 어떻게 소득으로 활용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커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