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부분의 OECD 국가에서 치매는 명확한 정책 의제로 자리 잡았다. 지난달 OECD는 회원국들의 치매 정책과 지난 10년간의 변화를 분석한 보고서 ‘OECD Health Working Paper’ - ‘OECD 국가들의 치매 대응 정책(Policies for people with dementia across OECD countries, 이하 보고서)’를 내놓았다.
65세 이상 인구 1,000명당 평균 61명. 2023년 기준 OECD 국가에서 치매를 앓고 있는 고령자 규모다.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치매 환자 수는 계속 늘고 있다. 2040년에는 OECD 전체에서 치매 환자의 수가 약 320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한다.
조기진단 중요성은 알지만, 현장에선…
치매는 조기 발견 여부에 따라 치료 계획과 돌봄 준비, 가족의 대응 방식이 크게 달라진다. 진단이 지연되면 적절한 관리 시점을 놓칠 가능성이 크다. 예방 정책의 효과를 평가하기도 어려워진다.
일부 OECD 국가에서는 절대 환자 수는 증가하지만, 인구 대비 발병률이 정체되거나 감소하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를 두고 보고서는 예방 정책의 효과라는 해석과 진단 역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해 ‘진단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는 해석을 내놓았다.
즉, 조기진단의 중요성을 각국이 강조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 현장에서는 ‘진단 병목’이 여전히 존재한다. 분석에 따르면 대부분 국가에서 일반의(GP)가 치매 의심 환자의 1차 접점 역할을 한다. 이후 전문의가 확정 진단을 내리는 구조다. 30개국이 국가 차원의 진단 지침을 보유하고 있을 만큼, 제도적 틀은 갖춰져 있다.
그러나 현실에서 일반의는 진단에 충분한 시간과 전문성을 확보하기 어렵고, 전문의 접근성은 지역별로 격차가 크다. 진단검사 자체가 고비용·장시간 소요되는 구조인 점도 병목 요인으로 지적된다.
흥미로운 대목도 있다. 치매를 향한 사회적 낙인(Stigma)에 따른 심리적·사회적 장벽을 의료진의 조기 진단 기피 원인 중 하나로 꼽은 것이다. 치매는 여전히 많은 사회에서 부정적 이미지가 강해 당사자와 가족은 진단을 미루거나 회피하는 경향을 보이고, 일부 의료진 역시 환자의 삶에 미칠 부정적 영향을 고려해 조기 진단을 주저한다는 것이다. OECD는 특히 “진단 이후 제공할 수 있는 서비스가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는, 진단 자체가 환자에게 불이익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한국의 선택, 자체 진단 도구와 주치의 확대
이 같은 국제적 문제 제기 속에서 우리 정부는 어떤 대응을 준비하고 있을까? 보건복지부는 12일 ‘제5차 치매관리종합계획(2026~2030)’을 발표하며 ‘치매가 있어도 일상을 누릴 권리가 보장되는 사회’라는 비전을 제시했다.
이번 계획에서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조기진단 체계의 전면적인 개편이다. 특히 치매 전 단계인 ‘경도인지장애(MCI)’ 관리 체계를 대폭 강화했다. OECD 보고서가 발병률을 낮추기 위해 ‘가변적 위험 요인’의 선제적 관리를 강조한 것에 발맞춰, 정부는 경도인지장애 변별력을 높인 자체 진단 도구(CIST-In Depth)를 2026년부터 단계적으로 도입하고 전문 자가관리 매뉴얼을 보급할 계획이다. 이는 확진 후 돌봄에 치중하던 과거 방식에서 벗어나, 위험군 단계부터 국가가 개입해 유병률 자체를 낮추려는 능동적인 전략이다. 이는 ‘치매’ 용어의 단계적 정비를 통해 조기 진단의 심리적 문턱을 낮추려는 시도는 OECD가 제안한 ‘낙인 제거(De-stigmatisation)’ 전략과도 궤를 같이한다.
이어지는 대책으로는 ‘치매관리주치의’ 시범사업의 전국 확대(2028년 예정)가 꼽힌다. 이를 통해 OECD가 지적한 전문의 접근성 격차를 해소하고, 지역사회 일차 의료 안에서 환자를 지속 관리한다는 구상이다. 이 밖에도 감별검사 지원 확대와 돌봄·일자리 사업과의 검진 연계를 통해 촘촘한 조기 발견 그물망을 구축할 방침이다.
정책 방향은 OECD가 지적한 진단 병목 문제에 대응하는 구조다. 검사 접근성을 높이고, 일차 의료의 역할을 강화하며, 비용 부담을 완화하겠다는 전략이기 때문이다. 정책의 성공 여부는 진단도구의 정확성과 현장 적용성, 주치의 제도의 안착 여부, 전문의 연계 체계가 얼마나 촘촘하게 작동하느냐에 달려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