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25

우리 세대가 인공지능을 배워야 하는 이유

입력 2026-03-25 06:00

[강원국의 ‘중장년 진짜 공부’] 어른의 지혜에 날개를 달자

벌써 작년 일이다. ‘강원국의 책쓰기 수업’을 다 써놓고 챗GPT에 “내가 ‘강원국의 책쓰기 수업’이란 책을 쓰려고 하는데 목차를 잡아줄 수 있어?”라고 물었다. 내심 AI를 시험해보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요즘 사람들이 인공지능, 인공지능 하지만 네가 과연 이걸 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 말이다. 그런데 웬걸. “물론 할 수 있습니다”라는 말과 함께 순식간에 목차를 만들어줬다. 더 놀라웠던 건 챗GPT가 만든 목차가 실제 내가 쓴 책의 목차와 3분의 2 정도 유사했다는 것이다.


(일러스트 윤민철)
(일러스트 윤민철)


이번엔 챗GPT가 내게 물었다. “목차대로 하나씩 써드릴까요?” 힘이 빠졌다. 내가 오랜 시간 고심해서 쓴 글을 단박에 써주겠다니. 나는 정색하며 말했다. “아니, 그럴 것 없어. 대신 이 세 꼭지만 써줘 봐.” 목차에서 몇 개의 글을 지정해주고 써보라고 했다. 이번엔 놀란 정도가 아니라 경악했다. 삽시간에 완성된 글은 내가 쓴 것보다 더 내가 쓴 것 같은, 누가 봐도 강원국의 글이었다.

놀란 가슴을 다독이며 곰곰이 생각해봤다. 그러다 깨달았다. 챗GPT가 나보다 더 나답게 쓰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우선 나는 내 문체를 모른다. 내가 어떻게 글을 쓰는 사람인지 생각해본 적이 없다. 하지만 챗GPT는 달랐다. 나를 흉내 내기 위해 나를 학습했다. 내가 쓴 열네댓 권의 책을 모두 읽고 내 문장의 공통점과 패턴, 스타일을 공부했다. 그야말로 강원국이란 사람이 쓰는 문장의 정수를 뽑아내 그에 따라 글을 썼다. 그러니 나보다 더 나답게 쓰는 건 당연하지 않겠는가. 그뿐 아니라 나는 내가 쓴 책의 내용을 기억하지 못하지만, 챗GPT는 이 모든 걸 외우고 있다. 내가 알고 있는 걸 나보다 더 잘 알고 있는 셈이다.

경악은 경탄으로 바뀌었다. 그리고 ‘이제 인간은 굳이 글을 쓸 필요가 없겠구나. 모든 글은 인공지능이 대신하겠구나. 인간이 드디어 글쓰기의 고통에서 해방되겠구나. 이젠 글쓰기 강의도 필요 없겠네. 앞으로 글쟁이들은 뭐 먹고 살지?’ 이런 생각이 뇌리를 스쳤다.

그런데 문득 ‘앞으로 빠르면 5년, 늦어도 10년, 20년 후에는 인공일반지능(AGI) 시대, 한마디로 인공지능이 인간이 하는 모든 일을 대신 해주는 시대가 되면, 인공지능이 아는 사람과 모르는 사람 둘로 나뉘겠구나. 인공지능이 데이터를 구축한 사람은 인공지능이 그 사람 흉내를 완벽하게 낼 수 있으니 그의 일을 마치 본인이 한 것처럼 대리해줄 수 있지만, 인공지능이 알지 못하는 사람은 일을 대신 해줄 수 없겠구나’라는 더 끔찍한 생각이 밀려왔다.

생각이 여기에 미치자 기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어떤 사람은 수백수천의 자기 분신을 거느리고 둔갑술을 부리는 데 반해, 어떤 사람은 인공지능 시대가 왔음에도 이를 전혀 활용할 수 없는 처지에 놓일 뿐 아니라 사회에서 불필요한 사람으로 전락하게 되는 것이다. 그야말로 누구에게는 천당, 누구에게는 지옥문이 열리는, 양극화가 초래된다.


왜 지금, 인공지능인가

인공지능은 더 이상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다. 맛집을 찾고, 병원을 예약하고, 택시를 타는 것까지 인공지능이 우리 생활 곳곳에 깊숙이 스며들었다. 앞으로 몇 년만 지나도 인공지능과의 협력은 기본값이 돼, 이를 활용하지 못하는 사람만 억울한 처지에 놓이게 될 것이다.

그동안 우리의 배움 방식은 고정됐다. 책을 읽거나 강의를 듣고, 경험을 통해 배우는 것이었다. 그런데 지난 몇 년 사이 인공지능이라는 새로운 시스템이 갑자기 등장했으니, 처음엔 어색할 수밖에. 하지만 역설적으로 이 낯선 도구야말로 우리 세대가 지금 배워야 할 가장 중요한 것이다.

인공지능을 배운다는 것은 단순히 기술을 배우는 것이 아니라 현재와 미래를 이해하는 방법을 배우는 것이다. 직접 은행 창구에 통장을 가져가 잔액을 확인하던 세대가 인터넷뱅킹을 배운 것처럼, 우리도 이 변화의 물결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나도 모르는 사이에 세상에서 멀어지고 도태되는 경험을 하게 될지도 모른다.

더 현실적으로 생각해보자. 우리의 자녀나 손주가 공부하거나 직장을 구할 때, 창업할 때, 누군가는 인공지능을 쓸 것이다. 그것에 관해 아무것도 알지 못한다면, 그들에게 어떤 도움도 주지 못할 것이다. 그것은 슬픈 일이다.


(일러스트 윤민철)
(일러스트 윤민철)


우리가 두려워하는 것들

중장년 세대라면 대부분 인공지능 앞에서 기술에 대한 두려움을 넘어 여러 감정을 느낄 것이다. 이제 새로운 것을 배우기에는 너무 늦지 않았을까 하는 불안감, 컴퓨터를 잘 못 다루는데 인공지능까지 배울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 혹은 인공지능이 인간을 대체하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공포감 등 모두 타당한 감정이다.

하지만 이렇게 생각해볼 수 있다. 먼저, 나이는 문제가 아니다. 우리는 수십 년의 인생 경험과 판단력이 있다. 인공지능은 정보는 제공할 수 있지만, 선택과 판단은 우리 몫이다. 우리의 경험, 우리의 가치관, 우리가 살아온 세월이 그 판단의 기준이 된다. 인공지능은 지식은 풍부하지만 지혜는 없다. 우리 세대가 가진 가장 큰 자산은 수십 년간 현장·가정·사회 등에서 쌓아온 통찰력이다.

젊은 세대가 빠르게 배울 순 있겠지만, 중장년에게는 배운 것의 의미를 깊이 있게 이해하고 그것이 맞는지 현명하게 판단하는 능력이 있다. 인공지능이 말한 것을 무조건 따르는 것과, 그 제안을 수용하면서도 비판적으로 평가하는 것은 전혀 다르다. 후자는 중장년이 잘할 수 있다.

여기서 오랜 세월 쌓아온 경험이 때로는 편견과 아집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인공지능은 이런 위험에서도 벗어나게 해준다. 아니 그런 방향으로 인공지능을 활용해야 한다.

인공지능은 방대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내가 생각지 못한 선택지를 제시한다. 내 경험에 인공지능의 정보를 더하고, 내 판단력으로 그것을 거르는 것. 이것이 바로 옛것을 생각하면서 새것을 알아가는, 진정한 의미의 배움이다. 우리가 인공지능을 배운다는 것은 결국 우리의 경험과 판단력을 더욱 강력하게 만드는 도구를 손에 쥐는 것이다. 우리의 지혜에 새로운 날개를 달아주는 것이다.

두 번째, 인공지능을 활용하는 데 컴퓨터를 깊이 있게 알아야 할 필요는 없다. 인공지능을 잘 쓰는 사람은 컴퓨터를 잘 아는 사람이 아니다. 오히려 자기 생각을 말로 정리할 줄 알고, 질문을 던질 줄 알며 ‘이건 아닌 것 같다’고 판단할 줄 아는 능력, 즉 언어 감각이 있는 사람이다.

이 점에서 인공지능은 어른 세대에 절대 불리하지 않다. 우리는 이미 수십 년 동안 말로 생각을 정리하며 살아왔다. 스마트폰으로 메신저 앱을 쓸 때 프로그래밍 언어를 배우지 않는 것처럼, 인공지능도 대화만 할 수 있으면 된다. 우리는 이미 전화기로 통화하고, 휴대폰으로 문자를 보낸다. 인공지능과의 대화는 그것과 다르지 않다. 인공지능에 이렇게 말하면 된다.

“이 문장을 50대 독자가 이해하기 쉽게 고쳐줘.” “이 글이 너무 교과서적인데, 좀 사람 말처럼 바꿔줘.” “이 말이 현실성 있는지 따져봐 줘.”

인공지능은 잘 훈련된 비서라고 생각하면 된다. 매우 똑똑하고, 피곤해하지 않으며, 같은 질문에도 항상 친절한 비서다. 우리가 같은 질문을 수백 번 반복해도, 새벽에 일어나 엉뚱한 질문을 던져도 결코 짜증 내지 않는 존재 말이다. 이런 비서의 도움을 제대로 받기 위해서는 내가 원하는 것을 정확하고 명료하게 요구해야 한다. 그래야 좋은 답변을 얻을 수 있다. 이것이 인공지능을 배우는 핵심이다. 그것은 기술이 아니라 대화 방식을 배우는 것이다.

세 번째, 인공지능 시대의 진정한 공부는 정답을 외우는 것이 아니라 좋은 질문을 던지는 것이다. 가장 필요한 능력이기도 하다. 질문이 정교해질수록 인공지능에 더 많은 걸 얻어낼 수 있다. 중장년 세대는 그런 질문이 가능하다.

또한 인공지능을 쓰다 보면 이상하게 자신에게 질문을 하게 된다. ‘나는 왜 이걸 알고 싶은가?’, ‘이 질문의 핵심은 무엇인가?’, ‘나는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인가?’ 이런 질문은 인공지능이 아니라 삶이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이다. 그렇기에 인공지능은 공부의 도구이면서 동시에 자기 성찰의 계기가 된다. 어른의 공부란 새로운 지식을 덧붙이는 일이 아니라 자기 삶을 다시 해석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인공지능을 활용한 공부, 어떻게 시작할 것인가

어른의 공부를 가장 어렵게 만드는 것은 능력이 아니라 태도에 있다. 우리는 늘 이렇게 배워왔다. ‘원리를 이해하고→ 연습하고→ 실전에 써라.’ 하지만 인공지능은 순서가 다르다. 써보면서 이해하고, 이해하면서 질문하고, 질문하면서 나만의 방식이 생긴다. 스마트폰도 그랬다. 설명서를 끝까지 읽고 시작한 사람은 거의 없다. 눌러보고, 실수하고, 물어보고, 다시 누르면서 깨우쳤다.

완벽하게 알고 시작할 필요는 없다. ‘이게 뭔지 정확히 알아보고 써야지’라고 미루는 순간, 공부는 시작되지 않는다. 두려워하지 말고 한번 만나보자. 가장 접근하기 쉬운 방법은 웹 브라우저를 켜고 챗지피티(ChatGPT), 제미나이(Gemini), 클로드(Claude), 퍼플렉시티(Perplexity) 같은 인공지능 서비스에 접속하는 것이다. 회원가입도 매우 간단해, 이메일 주소만 입력하면 된다. 그다음은 대화 상자에 당신이 하고 싶은 말, 물어보고 싶은 것을 입력하고 보낸다. 마치 문자메시지를 보내듯이.

처음에는 작은 것부터 시작하자. “오늘 날씨가 어떨까?”, “파스타 레시피를 알려줘”, “요즘 뉴스에서 가장 주목할 일이 뭐야?” 같은 질문이면 된다. 당신이 평소 사람들에게 하던 질문을 인공지능에 해보는 것이다. 그러다 보면 점점 익숙해지고 인공지능은 전혀 낯선 것이 아니라, 오히려 매우 친절하고 인내심 많은 대화 상대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지난 세기를 살아온 우리는 이미 여러 번의 변화를 겪었다. 처음엔 어색했지만, 우리는 배웠다. 인공지능도 마찬가지로 처음엔 어색할 것이다. 컴퓨터 화면 앞에서 누군가에게 말을 거는 것처럼 느껴질 것이다. 하지만 한두 번 해보면 그것이 얼마나 자연스럽고 편한지 깨닫게 될 것이다.

우리는 나이가 들어도 배운다. 아니, 오히려 나이가 들었기 때문에 더 잘 배운다. 우리는 무엇이 중요한지 알고, 그것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 판단할 수 있다. 인공지능과의 대화를 시작해보자. 새로운 도구를 맞이하되, 우리의 경험과 지혜를 그것에 담아내자. 그렇게 되면 인공지능에게 배우는 것이 아니라, 우리 자신과 우리의 판단력을 더 강화하는 수단으로 인공지능을 쓰는 것이 된다. 그것이 어른다운 배움이다.


인공지능 실전 활용 팁

➊ 퇴직 후 창업을 계획한다면 “어느 지역에 카페를 차리고 싶은데, 상권을 분석해줘” 라고 말해보자. 인공지능이 그림을 그려주면 나는 구체적인 생각을 채우면 된다.

➋ 손주가 영어 과제를 하는 데 도움이 필요하다면, “아이가 이 영어 문장을 이해하도록 쉽게 설명해달라”고 요청하면 된다.

➌ 편지를 써야 하는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다면, “군대에 있는 아들에게 보낼 편지 처음을 써달라”고 하면 된다. 이후, 내 생각과 의도를 담아 수정하면 된다.

➍ 사진, 그림, 악기 등 새로운 취미를 시작하고 싶다면 책을 읽고 유튜브 영상을 찾는 것도 좋지만, 인공지능에 물어보는 것이 내게 더 최적화된 학습을 가능하게 한다.

➎ 어떤 책을 읽고 그 책의 주장에 동의하지 않거나 더 알고 싶을 때, ‘상대방이 주장한 근거는 뭘까?’, ‘다른 관점은 없을까?’, ‘내 경험에 비추어 이것이 맞는지?’를 물어 보면, 깊이 있는 대화가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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