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지식IN 파워지식인으로 활동하고 계신 스머프 할배 정성기님의 블로그 글을 저희 '브라보 마이 라이프' 사이트 성격에 맞게 재구성-편집한 기사입니다. <편집자주>
글ㆍ사진| 정성기
요새는 열무와 얼갈이가 아주 싸고 또 구하기 쉬우니 여름 김치의 재료로 적격이기 때문에 오늘은 시원한 맛을 내는 열무와 얼갈이로 김치를 맛있게 담그는 법을 쉽지만 자세하게 그 과정을 설명하려고 합니다.
얼갈이는 보통 단으로 묶어서 팔고 1년 내내 생산되지만 봄철에 일찍 나오는 것을 얼갈이배추라고 하는데 얼갈이라는 이름이 붙은 것은 이 녀석들이 얼고 녹으면서 크는데 우리나라 사람들이 이른 봄에 딱딱하게 언 땅을 대충 갈아서 심어 채소로 여러 가지 용도로 먹은 것이라 그런 것 같아요.
동네 채소가게에서 5000원에 열무 3단과 얼갈이 1단에 대파 1단까지 미리 주문하여 싱싱한 녀석들을 준비하여 작업을 하는데 열무와 얼갈이를 다듬는 일이 무척이나 귀찮지만 하나하나 차분하게 시작해야 합니다.
얼갈이와 열무를 다듬고 씻어 소금물에 4~5시간 정도 재우는 것이 좋아요.
양념으로는 양파 큰 것 1개를 잘게 썰고 대파는 잎과 줄기를 섞어 얇게 썰어서 넣고, 매운 청양고추도 몇 개를 잘게 썰어 넣어요. 거기에다가 다진 마늘은 통마늘 1개 이상의 분량을 준비해야하는데 그 이유는 아무리 여름철 김치라도 양념이 진해야 김치 맛이 좋아지기 때문입니다.
얼갈이는 대충 반으로 자르고 열무는 무 꽁댕이만 싹둑 자르고 그냥 썰지 않고 김치를 담그려 해요. 이렇게 소금물에서 4~5시간 재운 것들을 흐르는 물에 여러 번 씻어 소쿠리에 담아 물기를 빼고 있지요.
열무 중에서 좀 꼬치가 여문 것 같은 총각무만한 것 몇 개와 그래도 쓸만한 것은 깎아서 이렇게 김치를 버무릴 때 쓰기 위해 담아둡니다. 이야기를 이어가려니 좀 야한 것 같지만 알타리무를 왜 총각무라고 부르는지는 다 알지요?
오늘은 열무 3단에 얼갈이 1단이라 고춧가루가 많이 들어가는데 미리 준비한 양념 위에 1근을 거의 다 붓고 버무릴 때 맛을 보고 덜 매우면 더 부을 생각으로 옆에 고춧가루 통을 준비를 하고 시작합니다.
이렇게 큰 고무 다라이(일본어지만 우리말 대야는 좀 그래요)에 열무와 얼갈이를 담아 김치를 버무릴 준비를 완벽하게 하였지요.
그리고 양념과 고춧가루를 넣은 뒤, 멸치액젓을 알맞게 붓고 작업을 시작합니다.
오늘도 여기에 밥을 몇 숟갈 물에 넣고 죽처럼 만들어 이렇게 붓고 으랏쌋싸하면서 버무리는데 이렇게 녹말풀 대신에 밥을 죽처럼 만들어 부으면 김치가 익을 때 밥알도 같이 삭아 더 맛이 있고 좋아요.
빨간 고무 다라이에 부은 모든 재료를 넣고 무도회에서 댄스파티를 하듯 은은한 왈츠에서 시작하여 빠른 2/4박자의 폴카로 분위기를 바꾸다 다시 경쾌하고 템포가 빠르고 즉흥적인 4/4박자인 지터벅(흔히 지르박)으로 혼을 빼고 마지막 단계에서 고상한 블루스로 상대를 리드하면 자연스럽게 "아이! 몰라요."하며 이브닝드레스의 지퍼를 내리고 브래지어의 호크를 풀게 되는 것과 같이 우리의 인생사에서 다 은은하고 부드럽게 여자도 요리해야 뭐가 이루어지듯 맛있는 김치도 음양의 순리를 역행하지 않고 만들어 합니다.
오늘도 이렇게 광고 카피처럼 열무·얼갈이김치도 왈츠로 시작하며 상대에게 "반했어요!"하면 "사랑해요! 밀키스~"가 나오고 폴카와 지터벅에서 "주고 싶은 마음, 먹고 싶은 마음"으로 이어지다 다시 블루스에서 "그래 바로 이 맛이야!"로 되어 오늘의 김치는 맛을 봐야 맛을 아는 '원초적 본능'으로 마무리하며 열무와 얼갈이가 하나가 되어 그 무엇을 이루는 것이지요.
매운 김치는 이렇게 김치통에 넣고 냉장고에 보관하면 한 여름밤의 꿈만 꾸며 편히 여름을 보낼 수 있을 것 같아 만드느라 고생해도 기분이 좋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