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cond life]제 2의 황수관 박사를 꿈꾼다

기사입력 2015-01-26 16:16 기사수정 2015-01-26 16:16

‘생활건강 사용설명서’ 저자 류영창 제2 서해안고속도로 사장

제2 서해안고속도로 사장 류영창(柳塋昌·60)씨는 공학자(서울대 토목공학 박사)이자 과학자이며, 자타가 공인하는 ‘물박사’다. 류 사장은 공무원 시절 국토해양부(현 국토교통부) 수자원개발과장을 비롯해 수자원정책과장, 공보관, 기술안전국장, 한강홍수통제소장 등을 역임하면서 오랫동안 물과 관련된 업무를 했다. 그런 류 사장이 물 관련이 아닌 건강(의학)정보 책(생활건강 사용설명서)을 발간한 것이다. 최근에는 건강 관련 강연과 칼럼쓰기에도 여념이 없다. 과연 그에게 어떤 일이 있었던 것일까. 그의 얘기를 들어봤다.

“국토부 국장 시절 국책 사업을 기획할 때 고혈압이 왔어요. 의사를 찾아 아무리 생활요법을 가르쳐달라고 해도 혈압약 먹으란 얘기만 하더라고요. 병원문 나서면서 오기로 약 안 먹고 고혈압 고치겠다고 다짐을 했는데 3년 만에 약 한 알 안 먹고 다 고쳤습니다. 그러고 나서 의사들에게 맞아죽을 각오로 책 한 권을 썼습니다. 건강과 의료 패러다임도 이제 바뀌어야 합니다.”

죽지 않기 위해 시작한 건강·의학 공부

그는 자신의 집안을 ‘뇌졸중 집안’이라고 소개했다. 그도 그럴 것이 외할아버지, 외할머니, 어머니는 물론 이모, 외삼촌까지 전부 뇌졸중 등 심혈관 질환으로 세상을 떠났다. 특히 어머니는 신경성 위장병을 비롯해 고혈압으로 사실상 50여년간 병원 신세를 지다가 세상을 등졌다. 결국 친가에도 뇌졸중이 발병한다. 류 사장의 아버지였다. 그는 1992년 뇌졸중으로 쓰러져 16년 동안 반신불수로 고생하다가 세상을 떠났다. ‘다음엔 내 차례가 오겠구나’라는 생각이 들려는 찰나인 2008년 그도 고혈압이라는 진단을 받게 된 것. 그는 어떻게든 살기 위해서는 ‘스스로 공부해야겠다’라고 생각했다고 회상했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몸이 허약했어요. 특히 심장이 약했어요. 조금만 뛰면 숨이 차고, 밤 늦게까지 공부하면 코피를 쏟는 약골이었지요. 성인이 돼서는 집안 어른들이 대부분 뇌졸중으로 돌아가시고 나자 ‘머지않아 내 차례가 오겠구나’라는 생각이 문득 들더라고요. 병원에 가니 무조건 약을 먹으라고 하더라고요. 그래도 민간요법을 알려 달라고 간청했더니 ‘나도 (혈압약) 먹어요’라며 버럭 화까지 내는 거예요. ‘이건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어 무조건 스스로 이겨내겠다고 결심했지요. 그때부터 시간 쪼개가며 공부를 시작했어요. 그러면서 약 위주의 치료방식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 알게 됐어요. 깨달음이 커지면서 점점 다양한 측면에서 깊이 있는 연구를 하게 된 셈이지요.”

의학·건강 상식을 깨다

그의 집무실에는 건강 관련 서적이 가득하다. 물론 시간을 쪼개가며 건강·의학공부를 지속하기 위함이다. 특이한 점은 그 책들마다 포스트잇 메모가 빼곡하다는 것. 그는 틀린 이론이나 틀린 이론을 지적한 연구자들의 중요 문구에 대해 4색 볼펜으로 중요도를 가려내 메모한다고 했다. 특히 파란색 볼펜으로 밑줄 쳤거나 메모한 텍스트는 반드시 이론을 수정해야 하는 틀린 이론이라고 소개했다. 물론 언론 기고 칼럼이나 생활건강 사용설명서 개정판에 반영하기 위함이다. 현재 의료계와 날을 세우고 있는 셈이다.

그는 일단 의료업계에서 말하는 ‘성인병’이라는 용어부터 고쳐 써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에 따르면 성인병이라는 명칭은 1957년 일본의 후생성에서 사용하기 시작한 용어로, 암이나 뇌졸중, 심장병 등이 40~60세 정도의 나이에 많이 나타나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하지만 요즘엔 중·장년층뿐 아니라 젊은이나 어린이들도 이런 질병이 적지 않게 나타나고 있다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는 것. 때문에 성인병이 아닌 ‘생활습관병’이라는 명칭이 더 적절하고 정확한 표현이라는 뜻이다. 실제로 일본에선 1997년부터 성인병을 ‘생활습관병’으로 고쳐 사용하고 있다고 그는 소개했다.

“성인병과 생활습관병은 차이가 크지요. 성인병은 나이 들면 어쩔 수 없이 병이 난다는 것이고, 생활습관병은 습관을 잘 고치면 병을 예방하고, 치유할 수 있다는 희망적인 의미를 내포하고 있어요. 병원에 가면 대부분 무조건 약을 복용하라고 처방하고, 환자도 약을 처방해 주지 않으면 이상하게 생각하지요. 그러나 양약(洋藥)은 화학물질이기 때문에 오래 복용하면 부작용이 생겨 다른 장기(臟器)에 병을 유발해요. 어떤 약은 몇 년 후에 부작용이 발견되는 경우도 허다하지요.”

진단은 의사에게, 치료는 자연치유로

류 사장이 서양의학을 무조건 배척하는 것은 아니다. 외상(外傷)을 비롯해 응급 처치, 증세의 판단 등은 서양의학이 굉장히 뛰어나다고 그는 말한다. 다만 치료에 있어서는 몸의 면역력을 높여 스스로를 치료하는 자연치유력을 활용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일 수 있다고 강조한다. 최소한 병원에 가기 전에 본인 스스로 공부를 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예컨대 당뇨병을 앓는 미국 환자들은 스스로 당뇨병에 대해 약의 부작용 자연요법 등을 스스로 공부하고 병원을 찾는다고. 하지만 우리나라는 반대사례가 많다. 의사들이 주는 대로 처방약을 그대로 받아 먹는 등 의사들의 지시를 신처럼 복종한다는 것. 심지어 일부 의

사들은 약의 부작용 등은 알려주지 않고 권위주의적인 태도로 환자를 주눅들게 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이를테면 혈압약은 성기능장애라는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는데도 이에 대한 소상한 설명 없이 처방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는 얘기다. 이런 공급자(의료계) 위주의 시장이 바뀌어야 함은 물론이고, 의사들의 권위주의적인 태도도 개선해야 한다고 그는 강조했다.

말 못하던 공무원, 제2의 황수관 박사로

“제가 충남 서산에서 태어났어요. 이 동네 사람들이 대개 말을 잘 못하거든요. 저도 마찬가지고요. 하지만 요새 건강 강의를 많이 하다 보니 말주변도 많이 늘었어요. (의사들과 대립각을 세우더라도) 이제 꼭 해야 할 말은 하려고 합니다. 지금껏 국가나 사회로부터 혜택을 많이 받았으니 이제 봉사를 해야 하는 시기인 거 같아요. 사람 살리는 일에 매진해야지요.”

그는 자신이 국가나 사회로부터 많은 혜택을 받았다고 했다. 실제로 그는 학창시절부터 모두 국·공립학교를 다녔고 30년 국토부 공무원으로 나라의 녹을 받았다. 때문에 이제 국가와 사회에 봉사해야 한다며 눈빛을 빛냈다. 건강 관련 강연을 다니며 건강 전도사로 활약하고 있는 것이 바로 이런 맥락에서다. 그래서 강연료를 미리 얘기한 적이 없다고 했다. 봉사한다는 기분으로 강연에 임한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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