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장사와 사천왕상

기사입력 2016-08-26 16:24 기사수정 2016-08-26 16:24

▲칠장사 사천왕상. (박종섭 동년기자)
▲칠장사 사천왕상. (박종섭 동년기자)
필자가 어린 시절 자주 찾던 절이 있다. 경기도 안성시 죽산면 칠장리에 있는 칠장사 절이다. 소풍을 늘 이곳으로 갔었다. 칠현산이 병풍처럼 둘러쳐진 곳에 있다. 역사도 오래되고 제법 큰 절이다. 혜소국사와 일곱 명의 도적이야기가 전해 내려온다. 일곱 명의 도적 중 한 명이 표주박으로 물을 먹으려 하자 황금표주박이 놓여 있었다. 몰래 표주박을 가져와 동료들 있는 곳으로 와서 보니 황금표주박은 온데간데 없고 일반 표주박만 남았다. 일곱 명의 도적이 차례로 가서 황금표주박을 가져와도 여전히 돌아오면 일반 표주박으로 변해 있었다. 도적들은 이것은 필시 혜소국사가 자신들을 시험하려 하는 것이라 여기고 혜소국사를 찾아가 죄를 뉘우치고 제자가 될 것을 간청하여 후에 훌륭한 불자들이 되었다는 이야기다.

그런가 하면 어사 박문수 이야기도 전해진다. 박문수가 과거를 보러 한양으로 올라가던 중 칠장사에 들르게 되었다. 어머님의 말씀대로 나한전에 들러 나한님께 유과를 올리고 잠을 청하였는데 꿈결에 나한님이 나타나 과거시험 8문제 중 7문제를 가르쳐 주고 한 문제는 알아서 써내라 했다 한다. 다음날 부지런히 출발하여 과거 시험장에 도착하여 시제를 보니 전날 밤 나한님이 가르쳐 주신 7문제가 그대로 출제되어 깜짝 놀라게 되었다 한다. 그래서 지금도 입시 철이 되면 칠장사 나한전에는 수험생을 둔 부모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한다.

또 하나 이야기는 궁예가 10세 때까지 활을 쏘며 어린 시절을 지냈다 한다. 아직도 그 활터가 있어 칠장사의 오랜 역사를 이야기하고 있다. 또한, 임꺽정이 머무르던 곳으로 TV 드라마 ‘임꺽정이 촬영되기도 했다.

높은 산 속에 자리 잡은 칠장사를 기억하는 것은 필자에게 유년기의 추억이기도 하다. 소풍을 가면 빠지지 않는 것이 보물찾기였다. 선생님들이 여기저기 바위틈이나 나뭇가지에 쪽지를 감추어 놓고 찿는 사람에게는 공책이나 사전 등 선물을 주었다. 큰 마당에서는 장기자랑도 펼쳐

져 노래자랑도 열리고 했다.

많은 추억이 서린 절이었지만 어린 내 마음속에 항상 남아 있던 것은 절 입구를 지키고 서 있는 사천왕상의 위엄이다. 입구 양옆으로 4구가 있는데 갑옷을 입고 어떤 이는 긴 칼을 빼듯 하고 어떤 이는 비파를 타고 있었는데 그 크기가 얼마나 크던지 어린눈으로 올려다보면 마치 거인처럼 보였었다. 큰 발로는 악귀들을 발로 밟고 있었는데 그 모습이 정말 대단했다. 그런데도 참 이상했던 것은 그 사천왕상이 그렇게 무섭게는 생기지 않았던 것 같다. 그 커다란 모습과는 달리 전체적인 이미지는 왠지 모르게 친근하기도 하고 부드러워 보였다.

지금도 칠장사 절을 생각하면 사천왕상이 문득 떠오르게 된다. 절을 지키는 수문장으로 생각하면 더 무섭고 위엄이 있어야 할 텐데 표정은 영 그렇지 않고 어딘가 모르게 코믹한 표정을 하고 있으니 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그리고 왠지 친근감이 든다. 외유내강이라고 그래도 악귀들은 잘 물리칠수 있으시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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