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가 하면 어사 박문수 이야기도 전해진다. 박문수가 과거를 보러 한양으로 올라가던 중 칠장사에 들르게 되었다. 어머님의 말씀대로 나한전에 들러 나한님께 유과를 올리고 잠을 청하였는데 꿈결에 나한님이 나타나 과거시험 8문제 중 7문제를 가르쳐 주고 한 문제는 알아서 써내라 했다 한다. 다음날 부지런히 출발하여 과거 시험장에 도착하여 시제를 보니 전날 밤 나한님이 가르쳐 주신 7문제가 그대로 출제되어 깜짝 놀라게 되었다 한다. 그래서 지금도 입시 철이 되면 칠장사 나한전에는 수험생을 둔 부모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한다.
또 하나 이야기는 궁예가 10세 때까지 활을 쏘며 어린 시절을 지냈다 한다. 아직도 그 활터가 있어 칠장사의 오랜 역사를 이야기하고 있다. 또한, 임꺽정이 머무르던 곳으로 TV 드라마 ‘임꺽정이 촬영되기도 했다.
높은 산 속에 자리 잡은 칠장사를 기억하는 것은 필자에게 유년기의 추억이기도 하다. 소풍을 가면 빠지지 않는 것이 보물찾기였다. 선생님들이 여기저기 바위틈이나 나뭇가지에 쪽지를 감추어 놓고 찿는 사람에게는 공책이나 사전 등 선물을 주었다. 큰 마당에서는 장기자랑도 펼쳐
져 노래자랑도 열리고 했다.
많은 추억이 서린 절이었지만 어린 내 마음속에 항상 남아 있던 것은 절 입구를 지키고 서 있는 사천왕상의 위엄이다. 입구 양옆으로 4구가 있는데 갑옷을 입고 어떤 이는 긴 칼을 빼듯 하고 어떤 이는 비파를 타고 있었는데 그 크기가 얼마나 크던지 어린눈으로 올려다보면 마치 거인처럼 보였었다. 큰 발로는 악귀들을 발로 밟고 있었는데 그 모습이 정말 대단했다. 그런데도 참 이상했던 것은 그 사천왕상이 그렇게 무섭게는 생기지 않았던 것 같다. 그 커다란 모습과는 달리 전체적인 이미지는 왠지 모르게 친근하기도 하고 부드러워 보였다.
지금도 칠장사 절을 생각하면 사천왕상이 문득 떠오르게 된다. 절을 지키는 수문장으로 생각하면 더 무섭고 위엄이 있어야 할 텐데 표정은 영 그렇지 않고 어딘가 모르게 코믹한 표정을 하고 있으니 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그리고 왠지 친근감이 든다. 외유내강이라고 그래도 악귀들은 잘 물리칠수 있으시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