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한 여행사에서 유럽 단체 여행객에게 ‘등산복은 피해 주세요’ 라는 문자를 보내서 큰 논란이 된 적이 있다.
그 기사를 보고 여행사가 왜 여행자의 복장까지 제한하는지 의아 했다.
관광객 개인적 취향까지 여행사에서 간섭하는 것은 지나친 관섭이란 생각이 들었다.
이 문자의 대상이 대충 필자와 비슷한 세대의 유럽관광객이라고 하니 연대감에 살짝 발끈하기까지 했다.
여행 갈 때 편리성, 간편성 등 기능적 면에서 등산복만 한 옷이 있을까? 특히 금방 비가 왔다 그쳤다 를 반복하는 유럽의 변덕스런 날씨에 방수, 방풍, 투습 기능이 있는 고어텍스 등산 재킷이야말로 어쩌면 가장 적절한 여행 차림새 일지도 모른다고 격하게 자기변호를 했었다.
새삼 다른 사람들의 생각은 어떤지 궁금해져서 기사의 달린 댓글을 모두 읽어 보았다.
댓글을 단 대부분의 사람이 젊은이들로 어머니 아버지 제발 등산복 좀 입지 말아요, 성당이나 왕궁 등이 산이냐 왜 등산복을 입는가? 예의가 아니다. 우리나라 아줌마 아저씨들 만나면 너무 창피하다고 까지 거침없이 쏟아내고 있었다.
이런 젊은이들의 생각을 엿보며 씁쓸하면서 5년 전에 이집트 여행을 갔을 때가 떠올랐다.
카이로를 제외한 도시는 나일 강을 따라 크루즈를 한 적이 있다. 초호화 크루즈가 아니라 도시 간 이동수단 정도의 소박한 크루즈였다.
이용자 중 동양인은 필자와 친구 그리고 서너 명의 일본인 뿐 이고 대부분이 유럽의 시니어 들이었다. 낮 시간에는 볼륨 감 넘치는 유럽의 시니어 들은 거의 반나체의 모습으로 수영을 하거나 선탠을 즐기곤 하였다. 저녁 식사 시간이 되자 모두 리셉션 장에 모였을 때 예상치 못한 모습에 깜짝 놀랐다.
유럽 시니어 들은 모두 화려한 성장으로 갈아입고 내려온 것이다. 언제 어디서나 짧은 바지에 티셔츠 차림인 우리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우리는 그냥 한 끼 식사를 했지만 그들은 그렇게 우아하게 차려입고 만찬을 즐겼다. 구두 색깔 까지 완벽하게 맞춰 입고 온 유럽 시니어 들을 보면서 여러 가지 생각을 했었다.
해외여행 갈 때 등산복이 좋으면 등산복 입자. 현지인이 비웃으면 비웃으라. 해라. 그리고 당당하게 말하라. ‘우리나라에서 등산복은 등산할 때만 입지 않고 평상복 여행복으로 다 입는다’ 라고. 다행히 요즘은 등산복이 기능성은 살리고 디자인도 멋진 일상복과 등산복의 경계가 모호한 것들이 많이 나왔다. 아웃도어 브랜드 들이 등산복을 좀 변형한 여행복도 많이 내놓고 있다. 그러니 여행갈 때 편한 등산복이 좋으면 당당하게 취향대로 입고 가자.
그리고 조금 여유가 있다면 예쁜 원피스나, 멋진 나비넥타이에 정장 재킷 정도는 한 벌씩 만 준비해 보는 건 어떨까?
낮에 관광할 때는 편하게 등산복 입고 저녁에 근사한 레스토랑에 갈 때, 미술관이나 성당 갈 때 한번 정도는 멋지게 차려 입고 간다면 더 근사한 여행이 되지 않을까? 젊은 사람들이나 현지인 시선 때문이 아니라 나의 멋진 여행을 위해서 T. P. O(시간, 장소, 상황)에 맞는 여행복을 준비하여 적절하게 즐길 수 있다면 여행의 추억에 더 근사하게 남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