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혈금장을 받으며

기사입력 2017-05-19 17:59 기사수정 2017-05-19 17:59

드디어 인생의 버킷리스트 하나이던 헌혈 50회를 하고 적십자사 총재로부터 금장을 받는 일을 이루었다. 한마디로 기쁘다. 무엇보다 필자를 건강하게 낳아주시고 별 탈 없이 길러주신 부모님이 제일 고맙고 부모님 생각이 간절했다. 필자는 선천적(?)으로 적혈구인 헤모글로빈이 적게 생성되어 헌혈 50회하는 데 많은 시간이 걸렸다. 

피를 만드는 것은 신의 영역이다. 현대 의료과학이 아무리 발달해도 피는 인공적으로 만들지 못한다. 동물의 피를 사람의 몸에 대신 넣어다가는 큰일이 난다. 천년을 산다는 거북이나 학의 피도 사람에게는 소용없다. 오직 사람에게는 사람의 피만 필요하다. 피는 물보다 진하지만 피라하여 다 같은 피도 아니다. A형도 있고 B형도 있다. 사람의 피는 사람에 의해 사람만을 위해 사람의 몸에서만 만들어야 한다. 인체에서 피의 제조는 드라마틱한 종합 예술이고 피를 만드는 것은 인체 창조의 영역이다. 결과적으로 헌혈은 사람에 의해 사람 만을 위한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사람 사랑이다.

피는 인체정보의 보고이며 건강의 상징이다. 혈액형은 유전이 되므로 부모 자식을 알아본다. 피 속에는 50여 가지가 넘는 건강정보가 들어있다. 당뇨, 고지혈증은 물론 간 기능 상태나 각종 암의 생성 여부도 알아낸다. 건강을 평가하는데 깨끗하고 영양소 있는 건강한 피가 온몸을 구석구석까지 잘 순환하면 건강한 사람이다. 피가 몸을 돌지 않으면 살이 썩는다. 피는 혈관을 통해서만 이동해야 한다. 혈관이 터지면 죽거나 병신이 된다. 장수의 바탕은 건강한 피와 혈관이다.  

헌혈하기 위해 헌혈의 집에 가면 헌혈자의 건강상태( 체중, 혈압은 물론 헌혈 주기를 적정하게 지키고 있는가? 위험지역(외국과 국내지역 모두 포함)을 방문(숙박)을 하였는가? 를 확인한다. 수 십 개 항목의 문진을 통해 건강하지 않은 사람의 헌혈은 받아주지 않는다. 건강한 피 인지 전혈비중을 체크하는데 그 수치가 기준치인 1.052에 미달하면 또 불합격이다. 필자는 이 기준치에 미달되어 불합격을 많이 받았고 헌혈하러가서 못하고 돌아올 때의 그 씁쓸함은 송충이 씹은 맛이었다. 불합격된 날은 혈액속의 철분을 보충한다고 시장 통에 가서 동물의 피인 선지를 듬뿍 넣은 선지 순댓국이나 순대를 사먹기도 했다. 병원에 가서 빈혈 원인을 분석한다고 종합 진찰도 받고 철분제도 사먹어 봤지만 효과는 별로 없는 것으로 보아 체질문제로 생각한다. 다만 지나친 운동이 빈혈을 불러온다고 믿고 있다.  

  

필자가 헌혈하는데 부적합한 몸이기 때문에 헌혈 금장을 받으려고 더 안달을 하였다. 남들처럼 쉽게 쑥쑥 피를 뽑아서 헌혈이 가능했다면 결코 헌혈을 버킷리스트에 올리지 않았을 것이다. 헌혈하기 적당한 몸을 만들기 위해 운동(지나치면 헤모글로빈이 감소한다.)과 균형 잡힌 식사를 하여 건강한 혈액을 만들기 위해 늘 신경써왔다. 먹은 것이 피를 만든다. 남들에게 건강하고 신선한 피를 제공하기위해 좋은 것을 먹으려고 노력했다.

    

헌혈 금장을 받고 집에 와서 부모님 산소 쪽으로 큰절을 했다. 그리고 우리가족 단체 카톡방에 기쁜 소식을 알렸다. 건강하게 낳아주시고 길러주셔서 부모님께 고맙다는  말을 의식적으로 함께 올렸다. 자식들이 내 본을 받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옛 성인의 말에  《신체발부는 수지부모라 불감훼상이 효지시야라》했다. 머리카락 하나라도 자신의 몸이지만 부모로부터 받았으므로 훼손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강조했다. 스스로의 건강을 지키는 것이 효도의 근본이다. 

  

카톡을 보고 눈치 빠른 자식들의 반응이 온다. 손자, 손녀들이 할아버지가 대단하다고 엄지손가락을 추켜세운 사진 모습을 보내왔다, 아이들도 아버지처럼 건강관리를 잘 하고 싶다는 부러움을 카톡에 올리면 영웅이 된 듯 어깨가 으쓱해진다. 세상을 살아보면 남을 도울 일도 너무 많고 어른으로서 모범을 보일 것도 많은데 그중 하나가 헌혈이다. 헌혈 금장을 받는 아비의 모습을 자식들이 본받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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