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박물관 소속 전통문화지도사로 답사를 자주다녔다. 답사나 여행을 할 때 꼭 필요한 것이 있다면 지도와 안내서 등이다. 지금 나도 손쉽게 얻을 수 있고 편리하게 이용하는 우리나라 지도는 지리학자이면서 실학자인 고산자 김정호(1804-1866)의 덕택으로 이다. 그는 이 일을 위해 귀중한 단 하나의 목숨까지 바친 인물이며, 너무나 훌륭한 분이며 우리가 본받을만한 인물이다. 마침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조선 지도예찬’ 전시와 관련한 ‘조선지도 500년, 공간 시간 인간의 위대한 기록’을 주제로 강좌가 열렸다. 강좌를 통해 김정호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그는 어려서부터 지도와 지리지에 깊은 뜻을 두고 여러 방법의 장단점들을 파악했다. 18세기 비약적으로 발전한 조선 지도학에 김정호의 역학이 크게 작용했다. 약 30년 동안 어려움을 홀로 극복하면서 정밀한 지도를 만들기 위해 전국을 돌아다녔다. 전국지도인 청구도(2첩)를 순조 말년이던 1834년에 제작했고, 김정호가 손수 그려 판에 새긴 대동여지도(2첩)는 1861년에 간행했다. 이것을 흥선 대원군에게 바치자 그 지도의 정밀함에 놀라 대신들은 나라 기밀 누설죄로 그 판목을 불태우고 투옥까지 하여 옥사시켰다는 설도 있다.
박물관 전시와 강좌를 직접 보고 들으면서 그의 학문 세계를 실제로 새롭게 찾아볼 수 있었다. 그가 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단 하나뿐인 목숨을 바친 열정과 의지는 대단하고 숭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