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고가게] 서울편① 52년 전통 '김용안 과자점'

기사입력 2019-06-12 11:35 기사수정 2019-06-12 11:35

지하철로 떠나는 오래된 맛집


52년 전통 ‘김용안 과자점’

일제강점기 때부터 즐겨 먹던 일본식 과자 ‘센베이’. 본래는 물 건너온 것이지만, ‘김용안 과자점’은 오래도록 우리 땅에서 뿌리내리려 그 이름부터 우리말로 바꿔보기로 했다. 센베이 대신 ‘생과자’라 하고, 각각 네모, 땅콩, 파래 등 모양과 재료에 따라 부르기 시작했다.

▲김용안 씨 아들 김형중 씨(아래)와 사위 임완식 씨(위)(오병돈 프리랜서 obdlife@gmail.com)
▲김용안 씨 아들 김형중 씨(아래)와 사위 임완식 씨(위)(오병돈 프리랜서 obdlife@gmail.com)

김용안(본명 김용철) 씨가 개업해 수십 년 과자를 굽다가 10여 년 전부터는 아들 김형중(49) 씨와 사위 임완식(40) 씨가 함께 명맥을 잇고 있다. 과자 한 종류를 만드는 데만 8시간 남짓이 걸린다. 공장에서 대량 생산하는 것이 아닌 하나하나 사람이 만들기 때문이다. 정성이 더해져 맛은 좋지만, 육체적으로 힘이 많이 든다. 그럼에도 계속 수제 방식을 고수해온 그 뚝심이 오늘을 있게 했다고 말하는 임완식 씨다.

▲‘김용안 과자점’ 과거와 현재(오병돈 프리랜서 obdlife@gmail.com)
▲‘김용안 과자점’ 과거와 현재(오병돈 프리랜서 obdlife@gmail.com)

“요즘처럼 간식거리가 풍족하지 않던 시절에는 생과자를 파는 가게가 많았어요. 그런데 과자를 만드는 과정이 워낙 힘들고 사람들도 공장에서 나온 과자를 즐겨 찾아 생계를 유지하기 어려웠죠. 한 집 두 집 문을 닫기 시작했는데, 아버님께서는 꿋꿋하게 자리를 지켜오셨어요. 한참 세월이 흐르고 나니 이제는 그 흔했던 생과자가 희소가치가 있는 간식이 된 거예요. 실제 매장에서 직접 과자를 구워 파는 곳은 전국에 몇 곳 없는 것으로 알아요.”

▲한 종류(돌강정)의 과자를 제외하고는 모두 매장에서 직접 과자를 구워낸다.(오병돈 프리랜서 obdlife@gmail.com)
▲한 종류(돌강정)의 과자를 제외하고는 모두 매장에서 직접 과자를 구워낸다.(오병돈 프리랜서 obdlife@gmail.com)

오히려 옛날에는 젤리나 사탕 등을 수제 생과자와 함께 팔았지만, 현재는 돌강정 한 가지를 제외하고는 모두 매장에서 직접 만들어낸다. 파래, 들깨, 생강 등 한국인 입맛에 맞는 재료로 맛을 낸 과자가 대부분인데, 외국인 손님도 적지 않다.

▲매장에서 직접 구운 생과자(오병돈 프리랜서 obdlife@gmail.com)
▲매장에서 직접 구운 생과자(오병돈 프리랜서 obdlife@gmail.com)

“일본 지역 관광 가이드북에 소개된 적이 있는데, 덕분에 일본 관광객이 꽤 많이 왔어요. 용산에 미군부대가 있던 시절에는 군인들도 자주 사갔습니다. 고국으로 돌아간 뒤 가끔 한국에 오면 ‘아직 그대로라 반갑다’며 들르는 분들도 있죠.”

▲김용안 과자점에 들어서자마자 바로 왼편에는 창업자 김용안 선생이 직접 사용했던 옛날식 생과자 누름틀과 제과 도구가 전시돼 있다. (오병돈 프리랜서 obdlife@gmail.com)
▲김용안 과자점에 들어서자마자 바로 왼편에는 창업자 김용안 선생이 직접 사용했던 옛날식 생과자 누름틀과 제과 도구가 전시돼 있다. (오병돈 프리랜서 obdlife@gmail.com)

전국적으로는 물론이고 해외에까지 단골이 있는 김용안 과자점. 더 많은 이가 손쉽게 즐길 수 있도록 택배 주문 시스템을 운영하실 생각은 없느냐고 묻자, 주인장은 손사래를 친다.

“시도를 해본 적은 있는데, 이제는 안 하려고 해요. 과자가 연약하다 보니까 잘 부서지고, 여름엔 눅눅해지기도 해요. 기대하고 드실 텐데 손님도 저희도 속상하더라고요. 오시는 분들은 좀 힘드시겠지만, 제가 직접 확인해서 검증된 과자만 드리는 게 마음이 놓입니다.”

▲가게 뒷골목의 풍경도 옛 추억을 간직한듯 하다.(오병돈 프리랜서 obdlife@gmail.com)
▲가게 뒷골목의 풍경도 옛 추억을 간직한듯 하다.(오병돈 프리랜서 obdlife@gmail.com)


지하철 4호선 삼각지역 4번 출구 도보 1분 거리

주소 서울시 용산구 한강대로 155

영업시간 월~금 10:00~21:00 토 10:00~20:30

대표메뉴 네모, 생강, 땅콩, 파래 등의 생과자


※본 기획 취재는 (사)한국잡지협회의 지원을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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