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hibition
◇누구의 숲, 누구의 세계
일정 6월 2일까지 장소 대구미술관
전시는 전 지구적으로 중요한 주제인 환경과 생태계 위기에 대해 살펴본다. 작가 13명의 작품 70여 점을 통해 우리가 발 딛고 있는 지구는 누구의 숲이며, 누구의 세계인지 질문한다. 첫 번째 섹션 ‘봄이 왔는데도 꽃이 피지 않고 새가 울지 않는…’에서는 미
푸르름이 남아 있는 잎을 태우면 아주 역겨워요.
살아갈 여력이 남아 그런 것 같아요.
말라비틀어진 낙엽을 태우면 고수운 냄새가 나요.
모두 비워냈기 때문이겠죠.
사람도 비슷할 거라 생각합니다.
- 나태주, 시인
(시니어 매거진 2024년 4월호 인터뷰 중)
에디터 조형애 취재 이준호 디자인 이은숙
1991년 3월 15일 그리고 2024년 3월 15일. 정확히 33년의 서사를 쓴 대학로 소극장 ‘학전’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아침이슬’, ‘상록수’ 등을 부른 가수 김민기가 설립한 곳이다. ‘배울 학(學) 밭 전(田)’이라는 뜻의 이름처럼, 문화예술계 인재들의 못자리가 되어줬다. 한국 대중문화의 산실이었으며 역사적인 공간이었기에 학전의 폐관은
이견이 없었다. 지금 이 시대를 대표하는 어른은 누구일지 고민했던 편집회의에서 기자들은 나태주 시인을 꼽았다. 만장일치였다. 대중도 마찬가지다. MZ세대를 포함한 모든 세대에게 그는 인기를 넘어 추앙에 가까운 현상의 주인공이 됐다. 하지만 그는 이제 막 낯익어진 마이너한 시인일 뿐이라고 말한다.
“흔히 말하는 팬덤 같은 것이죠. 날씨도 팬덤이 되고
●Exhibition
◇유람일지: 유(儒)를 여행하다
일정 4월 21일까지 장소 서울역사박물관
‘서울에서 만나는 충청 유교 문화유산’을 주제로 하는 전시는 조선시대 선비의 삶을 ‘고택’, ‘서원’, ‘구곡’(九曲)으로 나눠 소개한다. 집, 학교, 자연이라는 공간을 통해 나고 자란 선비의 삶의 궤적은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와 닮았다
글쓰기가 힘들다는 분들을 자주 만난다. 내 대답은 간명하다. ‘글쓰기는 누구에게나 어렵습니다.’ 글을 쓰고 있는 지금 이 시간에도, 30년 넘게 글 쓰고 책 써서 먹고산 내게도 글쓰기는 힘든 일이다.
글쓰기가 힘든 이유는 여럿이다. 우선, 글쓰기는 나의 민낯을 드러내는 일이다. 글은 내가 아는 지식과 정보의 수준, 내 생각의 깊이와 감정의 변
청룡의 해다. 김대환(60) 노사발전재단 사무총장은 육십갑자를 한 바퀴 돌아 생애 또 한 번 청룡의 해를 맞았다. 서예가 취미인 그는 매년 초 휘호를 쓴다. 올해의 휘호는 세심자신(洗心自新). ‘마음을 닦아 새로워지다’라는 의미다. 잘 닦아낸 개인의 삶을 사회와 나누고 싶다는 소망도 담겼다. 그리고 그 소망을 노사발전재단을 통해 이뤄보고자 한다.
조선 가사문학의 대가이자 정치가였던 송강 정철(1536~1593)의 생애는 극적이었다. 삶 전체가 한 편의 파란만장한 인간극장이자, 장면에 따라서는 야유가 쏟아지는 별점 5개짜리 장편영화였다. 생존 당시는 물론 사후까지 부정적이거나 엇갈린 평가가 따라붙는 송강의 캐릭터는 정말이지 독특하다. 그의 문학은 빼어나 찬사가 쏟아졌지만, 정치 측면에선 잔혹해
팔순 노인이 스스로를 ‘이팔청춘’이라 말한다. 그게 말이 되느냐고 반문하는 이는 드물 것이다. 여기서의 나이는 행정적 나이도, 생물학적 나이도 아닌 ‘마음의 나이’에서 비롯됐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이팔청춘 노인의 노후 또한 마음처럼 꽃다우리라 짐작해볼 수 있다. 현실에서 늙지 않는 삶은 모순이다. 그러나 마음이 늙지 않는 삶은 가능한 일이다. 젊음을
오롯한 섬이었다. 세상의 변화로 이제는 더 이상 섬이 아닌 뭍이 되어 자동차로 이어진다. 전북 부안의 계화도를 향해 달리는 새벽길에 정적만 가득하다. 도로 양옆의 들판은 어둠 속에서 박하 향기보다 짙은 기운을 뿜어내고, 새해의 쨍한 새벽 공기는 차창에 서릿발을 만들어낸다. 어스레한 불빛 저편으로 광활한 농경지와 갈대숲이 함께하고 물 빠진 갯벌도 드러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