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향을 인테리어의 일부로 받아들이면서 ‘향’과 ‘인테리어’를 합친 ‘향테리어’라는 신조어가 생겼다. 향테리어를 시작하는 입문자를 위해 주거 공간별로 적용 가능한 제품을 소개한다. 향이 나는 제품을 사용할 때 주의할 사항을 확인하고, 집에 적용되는 향테리어에 관해 김민준 조향사(한국조향교육진흥원 수석 강사)와 함께 알아봤다.
향은 공간의 분위기를 만든다. 교보문고는 매장 곳곳마다 책과 어울리는 시그니처 향을 풍긴다. 유칼립투스와 편백나무 기반으로 조향한 향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디퓨저, 룸스프레이, 종이 방향제 등으로 판매한다. 작가 노마의 개인전 ‘흔적의 정원’에는 전시회의 분위기를 생각해 풀꽃 향이 나는 디퓨저를 진열했다. 자신이 원하는 향을 찾으려면 매장을 방문해 마음에 드는 향을 고르거나, 인터넷에서 배송비만 지불하고 샘플 키트를 구매하는 방법이 있다. 제품에 함유된 성분을 알고 싶다면 환경부 ‘초록누리’에서 디퓨저 자가검사번호를 검색해 유해물질 여부와 알레르기 유발 성분을 확인하면 된다. 한국소비자원은 ‘향초‧인센스 스틱 사용 시 소비자 주의사항’으로 △제품을 구입할 때 자가검사표시 등 표시 사항을 확인 △사용 중 또는 사용 후 반드시 환기 △사용 시 발생한 연기를 직접 흡입하는 것을 주의 △유소아 및 반려동물이 닿지 않는 곳에 보관 △가연성 물건 근처에서는 사용을 자제 △향초를 사용하기 전에 심지 다듬기를 당부했다.
조향사가 추천하는 공간별 향기
거실에서 즐기는 여유
인센스 스틱은 막대 끝에 불을 붙이고 조금 타기 시작하면 붙어 있는 불을 끄며 향을 피운다. 인센스 스틱이 넓은 거실에 쓰이면 면적으로 인해 향이 옅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나의 해결법은 자주 머무는 소파 옆이나 테이블에 두는 것이다. 스틱을 꽂고 재가 떨어지는 것을 받쳐주는 용도인 인센스 홀더도 인테리어로 활용할 수 있다. 거실에 두는 향으로 플로럴 계열은 장미, 라일락, 프리지아가 두루 쓰인다. 허브는 라벤더가 심신을 안정시키는 데 도움을 준다. 포근하고 은은한 분위기를 원한다면 나무 향인 우디 계열에서 샌들우드를, 나무의 강한 향을 선호한다면 시더우드를 추천한다.
싱그러운 부엌
생선을 굽거나 부엌으로부터 퍼지는 냄새가 잘 빠지지 않을 때 향초를 켜는 경우가 있다. 부엌은 요리를 하는 공간이기에 가벼우면서도 부담스럽지 않은 향을 쓰는 것이 중요하다. 감귤, 레몬, 라임과 같은 시트러스 계열 혹은 허브 중에서 로즈메리 향이 부엌과 조화롭게 어울린다. 너무 진한 꽃향기를 쓰면 식사에 오히려 방해가 될 수 있으니 주의한다.
누구보다 편한 침실
액상으로 쓰이는 제품 중에 베개에 뿌리는 필로 미스트나 방에 분사하는 룸스프레이가 인기다. 잠을 잘 청하지 못하는 사람은 필로 미스트를 뿌리고 자면 좀 더 숙면을 취할 수 있다. 대체로 편안한 분위기를 원하는 침실에는 코튼이나 베이비파우더 향이 나는 제품을 두기도 한다. 또는 노루의 복부에 있는 향낭에서 얻은 머스크 향도 보편적으로 사용된다. 허브 중에서는 재스민을 쓰면 은은한 향이 긴장 완화에 도움이 된다.
상쾌한 화장실
석고 안에 향을 품은 석고 방향제와 액상이 담긴 병에 스틱을 꽂아 향기를 퍼트리는 디퓨저가 화장실에 적절하다. 화장실과 어울리는 향으로는 시트러스 계열인 레몬, 라임, 베르가모트가 무난하게 쓰인다. 또 블랙체리향이 화장실의 나쁜 향을 덮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다만 향기로운 공간을 만들려면 탈취제로 악취를 완전히 제거한 뒤에 제품을 두는 것이 좋다.
‘헨젤과 그레텔’의 과자로 만든 집, ‘해와 달이 된 오누이’의 호랑이가 달라고 보채던 떡, ‘디즈니 동화’의 오리 스크루지 영감이 끓인 단추 수프… 어릴 적 읽던 책에 나온 음식에 괜히 군침 삼킨 적이 있는가? 시간이 흘러 어른이 된 우리는 그 요리를 탐내는 것으로 모자라, 참지 못하고 한밤중에 라면 물이라도 올리게 된다. 열혈 문학 독자인 이용재 음식 평론가는 신간 ‘맛있는 소설’을 통해 때로는 유머러스하게, 때로는 깊이 있게 먹음직스러운 문학 속 음식들을 차려냈다.
음식은 그 나라의 역사와 전통, 문화와 사회적 인식이 담긴 주요 지표다. 우리가 무엇을 어떻게 먹는지 살피면 세상의 외피와 내면을 고루 들여다볼 수 있다. 이용재 음식 평론가는 15년간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의 식재료, 조리 도구, 요리, 식문화를 폭넓은 시선으로 바라보고 글로 풀어내 좌표에 올려놓는 작업을 해왔다. 이탈리아 음식 분야 최고의 요리책 ‘실버 스푼’ 외 ‘패밀리 밀’, ‘식탁의 기쁨’ 등 음식 관련서를 번역했으며, 비평의 성격을 띠는 ‘냉면의 품격’, ‘한식의 품격’, 생존을 위한 조리 지침을 담은 ‘조리 도구의 세계’, ‘오늘 브로콜리 싱싱한가요?’ 등을 펴냈다.
세 종류의 맛있는 인생
이용재 평론가의 인생 궤도는 ‘먹고’, ‘읽고’, ‘쓰기’가 대부분을 차지한다. 어린 시절 부모님이 맞벌이를 했던 터라 할머니가 해준 음식을 먹거나 직접 요리하는 일이 많았다. 자연히 음식에 관심이 생겼고, 관련 책을 탐독하기도 했다. 스물여덟 무렵 건축학도였던 그는 미국으로 유학 가면서 적적함을 달래려 요리를 독학했다고 한다.
“빵을 반죽하고, 스테이크를 굽고, 와인을 곁들여 마시기도 했어요. 본격적으로 전채부터 후식까지 코스를 짜서 만들고 먹는 모든 과정을 직접 소화해보는 거죠. 문득 취미 생활을 기록해두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블로그에 글을 5년 정도 꾸준히 올렸어요. 그러던 중 대학원을 졸업하고 애틀랜타의 건축회사에서 일했는데, 경기가 나빠지면서 정리해고를 당했습니다. 당시 충동적으로 ‘글 쓰는 일을 해볼까?’ 하며 이력서와 몇 편의 글, 미국에서 재미있게 읽었던 책의 번역 기획안 등을 만들어 출판사와 잡지사에 보냈어요. 글쓰기의 뿌리는 그때부터였네요.”
맛을 둘러싼 가치와 철학
평론이나 비평은 가치를 분석하고 판단해 명료하게 전달하는 일이다. 그러나 음식 평론 자체만으로는 전문가의 자격을 심사받지 않는 분야인 탓에 비교적 고된 길을 걸어왔다. 7~8년 전, 그가 음식 전문지 ‘올리브’에 ‘한국 최초의 레스토랑’이라는 주제로 글을 연재하던 때였다. 당시 한국은 모던 한식, 파인다이닝, 레스토랑의 개념이 막 주목받던 시기였다. 오랜 타국 생활로 다양한 음식 문화를 접한 데다, 건축 공부를 통해 균형 있는 관점까지 몸에 배 있으니 평론에 좀 더 객관적일 수 있었다. ‘먹고 겪은 대로 쓴다!’며 너무도 솔직한(?) 후기를 작성했고, 독자들은 ‘우리나라에 없던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려는데 응원하지는 못할망정 알지도 못하면서 혹평한다’고 손가락질했단다.
“음식이 맛있다, 맛없다로 단순하게 판단할 문제는 아니에요. 재료의 특성과 조화, 조리의 원리, 사회적인 맥락 등을 통틀어 보거든요. 경력에 도움이 될 거라는 이유만으로 젊은 사람들을 싼 임금으로 고용해서 혹사하는 노동 현실, 유행처럼 번진 단기 요리 교육 과정, 부족한 실무 경험 등 여러 원인으로 레스토랑에서 선보이는 음식들의 완성도가 낮은 상태였어요. 감사하게도 제 글을 읽은 뒤 현실을 깨닫고 제대로 공부했다는 사람도 있었어요. 일종의 순기능이죠. 아무쪼록 개인의 의견과 괴리가 있을지라도, 요리라는 결과물이 나오기 전까지 과정이 와 닿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입니다.”
상상력에 불을 댕길 작품 속 음식들
수년의 경험과 철학을 꾹꾹 눌러 담은 저서는 어느덧 여덟 권이 됐다. 신간 ‘맛있는 소설’은 2019년 여름께, 한 방송국으로부터 교양 프로그램 출연 제안을 받고 기획했다. 소설 내 음식을 탐구하는 주제를 제안했는데, 소통이 매끄럽지 못했고 대우도 나빠서 결국 출연 결정을 철회했다. 방송 기회는 물 건너갔지만 출판의 가능성을 두고 기획안을 만들었다. 마침 지난 저서 ‘외식의 품격’을 함께 만든 편집자와 다시 뭉치게 됐다. 장난감 대신 세계문학 전집을 죽어라 읽던 어린 그로부터 시작된 산물일 테다. 그는 몇 번이고 되풀이해 보던 명작 ‘작은 아씨들’과 ‘노인과 바다’에 나오는 식재료의 속사정을 이야기한다. 또한 무라카미 하루키 소설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의 비프스튜와 콘비프샌드위치, ‘노르웨이의 숲’의 김에 싸서 간장에 찍은 오이, ‘댄스 댄스 댄스’의 유키가 마시는 피나콜라다 등을 한 울타리에 모았다. 비교적 최근 출간된 ‘채식주의자’, ‘82년생 김지영’을 통해 사회적 현실도 내포했다.
“2022년 내내 원고를 썼는데, 예상보다 훨씬 힘들고 버거웠어요. 항상 글로써 스스로를 증명하고 누군가를 납득시켜야 한다는 생각이 있던 터라, 냈던 책들과는 다른 시도를 했거든요. 특히 하루키 부분은 심한 압박을 받았습니다. 하루키의 소설은 음식으로도 널리 알려져 있기 때문이죠. 크게 소문난 식당은 반드시 찾아가 맛보고 리뷰를 해야 하는 것과 같은 이치랄까요. 흐름이 끊길까 봐 잠도 푹 자지 못했죠. 소파에서 새우잠을 자기 일쑤였어요. 그래도 완성하고 나니 소설이라는 식재료로 구성한 모든 메뉴가 충실한 뷔페 같더라고요. 책 만들기와 글쓰기는 제게 언제나 병증과도 같지만, 그것과 무관하게 독자들은 마음껏 맛보고 즐기셨으면 해요. ‘이 작가가 허투루 책을 내는 사람은 아니네, 두고두고 읽을거리가 있구나’라고 느낀다면 더 좋고요!”
“울고 싶을 땐 마음껏 우세요. 눈물은 ‘신이 인간에게 선물한 치유의 물’입니다.”
하루하루 살다 보면, 울고 싶은 순간들이 생긴다. 그러나 나이를 먹을수록 눈물을 흘린다는 게 부끄러워지기 마련이다. ‘브라보 마이 라이프’의 독자층인 중년은 더욱 그렇겠다는 생각이 든다. 직장에서는 부서를 이끄는 팀장이며, 가장인 경우가 많은 그들. 울고 싶어도 울지 못하고 눈물을 삼킬 때가 많을 터다. 그런 그들이 반가워할 공간이 있다. 바로 ‘T.T존’이라는 곳이다.
특이한 이름의 T.T존이 무엇을 하는 곳인지 예상이 어렵다면, 걸그룹 트와이스의 노래 ‘TT’를 떠올리면 되겠다. ‘TT’는 눈물을 의미하며, T.T존은 마음껏 울 수 있는 공간을 말한다. T.T존은 전국에 딱 하나 있다. 경기도 화성시 정신건강복지센터 안에 위치한다.
도대체 어떤 곳이길래 사람이 눈물을 흘릴 수 있게 할까? T.T존이 선택한 방법은 ‘영상 시청’이다. 방문자에게 맞춤형 동영상을 제공해 울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정말 영상을 보고 있노라면 눈물이 주르륵 흐를까? 눈물이 부끄러운 이 시대에 그곳에서는 왜 마음껏 울라고 말할까? 여러 가지 궁금증을 가득 안고 T.T존을 방문했다.
50분간 영상 시청…나도 모르게 눈물
T.T존 이용 방법은 이렇다. 사전에 방문 예약을 하고, 정해진 시간에 찾아가면 된다. T.T존을 찾아간 날, 취재를 위해서지만 기자도 체험을 신청한 터라 가슴이 두근거렸다. 처음 이곳을 찾을 경우, ‘너무 우울해 보이지는 않을까?’, ‘용기 낸 것이 잘한 일일까?’ 등의 걱정이 들 수도 있겠다. 그러나 그 걱정과 두려움은 금세 가라앉는다. T.T존이 있는 화성시 정신건강복지센터의 문을 활짝 열면, 상담사 선생님이 반갑게 맞아주기 때문이다.
T.T존 내부에 들어가기에 앞서 먼저 상담사 선생님과 얘기를 나눈다. 내담자가 어떤 고민 또는 스트레스를 안고 있는지, T.T존에서 무엇을 치유 받고 싶은지 등을 상담사가 듣는 시간이다. 이와 함께 T.T존 사전 질문지도 작성한다. 질문지는 쉽고 간단하다. T.T존은 어떻게 알고 왔는지, 눈물에 대한 평소 생각은 어떤지 등에 관해 묻는다.
사전 과정을 마친 후, 마침내 T.T존에 입성했다. 입장과 동시에 슬리퍼로 갈아 신으니 진짜 방(룸)에 들어온 듯이 편안하다. 조금 전까지 사무실 공간에 있었는데, 순간 이동한 느낌이다. 제일 시선을 사로잡는 것은 텔레비전과 그 앞에 놓인 소파다. 누워도 될 정도의 크기이며, 그 위에 놓인 곰돌이 인형도 시선을 붙잡는다. 담요, 쿠션과 함께 필수품인 티슈도 준비되어 있다.
곳곳을 둘러보니 세심한 손길이 눈길을 끈다. 방음벽으로 되어 있는 것은 물론 감정을 추스르는 데 도움을 주는 세면대도 한편에 마련돼 있다. 여기서 포인트는 심리적 동요가 커질 상황을 대비해 깨지지 않는 거울을 걸어 놨다는 점이다. 전원 케이블 또한 최대한 보이지 않게 했으며, 응급 상황이 생기면 구급차를 바로 호출할 수 있는 비상벨도 설치해 놓았다.
시청 영상은 내담자의 상황과 연령에 따라 달라진다. 대학생, 신혼부부, 중년 남성 또는 여성, 노인 등으로 구분돼 있고, 맞춤형 영상을 제공한다. 러닝 타임은 50분 정도다. ‘브라보 마이 라이프’ 기자로 T.T존을 방문한 기자는 ‘중년 남성을 위한 영상’을 시청했다. 홍보용으로 제작된 영상으로, 러닝 타임은 10분 정도였다. 실제로는 기자가 시청한 10분 정도의 영상을 4~5편 보는 방식이라고 했다. 모든 영상은 저작권 허락을 거쳐 사용되고 있다.
T.T존 담당자가 안내를 마치고 나가자, 불이 꺼졌다. 온전히 나만의 시간이다. 평소 눈물이 많은 기자는 ‘일부러 울지는 말자. 정말 슬프면 울자’고 다짐하며 영상 시청에 몰두했다. 그래서 영상을 다 본 후에는 눈물이 나왔냐고? 결과부터 말하면, 눈물을 흘리지는 않았지만 감정이 많이 벅차올랐다. 아무래도 풀 영상이 아닌 짧은 영상을 시청한 것이 크게 작용한 것 같다.
또 다른 이유는 맞춤형 영상을 보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기자는 30대의 미혼으로, 중년 남성의 이야기에 100% 공감하기는 어려웠던 것 같다. 시간적 여유가 있어 중년 남성을 위한 영상을 시청한 후 신혼부부를 위한 영상도 시청했는데, 동년배의 이야기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공감 되는 부분이 많았다. 그러니까, 자신에게 맞는 연령대의 영상을 쭉 본다면 눈물이 충분히 흐를 수 있겠다.
눈물 치료에 대해 아시나요?
T.T존에서 영상 시청을 마친 후에는 다시 상담사와 이야기를 한다. 영상 치료로 해소된 부분이 있는지 등에 대해 대화를 나누는데, 상담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주기적으로 T.T존을 방문할 수 있도록 안내한다. 사후 설문지도 작성한다. T.T존 이용 후기, 눈물 치료의 효과 등에 관해 묻는다.
또한 T.T존 이용자에게는 심신을 평온하게 도와주는 온열 안대, 도라지차 티백 등을 제공한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이 있는데, 일명 ‘눈물 리트머스지’다. 평상시 하품을 해서 나오는 눈물, 양파·마늘 등 자극을 받았을 때 반응하는 눈물, 정서적인 이유로 인한 눈물 등, 감정에 따라 리트머스지에 색이 다르게 나타난다고. 더욱이 맛도 다르다고 하는데, 슬플 때 흐르는 눈물은 산성 성분이 많은 신맛, 분노로 인한 눈물은 염류가 많은 짠맛이 난다고 한다.
T.T존은 이처럼 ‘눈물’을 중요하게 생각하며, 마음을 괴롭히는 문제들을 눈물로 치료할 수 있다고 믿는다. 웃음 치료는 많이 알려져 있지만, 눈물 치료는 들어본 적이 없어 신선하게 다가온다. 그러나 알고 보면 눈물의 효과는 생각보다 대단하며, 의학적으로 입증된 자료도 많다. 외과전문의 이병욱 박사는 “눈물이 병든 마음과 몸을 치유하는 효과가 크다는 것을 임상 경험을 통해 알게 됐다”고 말하기도 했다.
T.T존은 2019년 문을 열었다. 시민정책제안사업 당시 한 시민이 “중년 남성도 마음껏 울고 싶다”면서 울음방을 제안한 것이 채택됐다. 화성시 정신건강복지센터의 임하나 팀장은 “나이가 들수록 우는 게 창피하다고 생각하고, 운다고 해결되는 건 없다고 생각한다. 이곳을 찾는 중장년분들도 처음에는 그런 경향을 보인다”면서 “어린 애들이 혼나면 울지 않나. 그러고 나면 풍선에서 바람 빠지듯이 감정적으로 올라왔던 것들이 해소되는 부분이 있다. 눈물이 가진 힘이다. 그래서 T.T존은 ‘울고 싶을 땐 울어라’라는 메시지를 담은 곳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T.T존은 철저한 조사와 연구를 통해 만들어졌다. 해외 선진 사례를 견학하기도 했다. 대표적으로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있는 ‘아워하우스(OUR HOUSE)’라는 곳을 방문했다. 스스로를 슬픔지원센터(Grief Support Center)라고 소개하는 곳이며, 사람들이 슬픔을 나누면서 해소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일본에는 루이카츠라는 민간단체가 있다. 단체의 사람들은 함께 모여서 눈물을 흘리는 시간을 주기적으로 갖는다. 또한 일본 도쿄의 미쓰이 가든 요쓰야 호텔(Mitsui Garden Yotsuya hotel)에는 20~40대 여성이 마음껏 울 수 있는 ‘울음방’이 있다. 최루성 영화와 만화를 보면서 눈물을 흘릴 수 있는 특별한 호텔 룸이다. 이 호텔의 축소판이 T.T존이라고 할 수 있다.
T.T존 이용자는 월 20명~30명 정도다. 중년 남성이 원했던 곳인 만큼, 실제로도 40대~50대의 이용률이 높다고 한다. 지난해 이용자 추이를 보면, 성별은 여성 69%, 남성 31%로 집계됐다. 연령별로 보면 40대가 24%, 50대가 12%로 가장 많이 방문했다. 즉, T.T존 이용자 1순위는 중년의 여성이라는 사실도 도출할 수 있다.
통상적으로 중년 남성은 직장과 경제적 문제 등의 스트레스를, 중년 여성은 갱년기와 가정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가졌다. 임하나 팀장은 “여기 동탄 신도시는 외부에서 유입된 사람이 많은 동네다. 서울에서 거주하다가 집값으로 인해서 여기까지 내려오신 분들이 많다”면서 “더욱이 중년 남성분들은 투자로 인한 손실, 퇴직 압박 등의 이유로 경제적인 어려움을 많이 호소한다”고 말했다.
또한 임 팀장은 “자살율이 제일 높은 연령층도 40·50대의 남성이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중년 남성의 이용률이 가장 낮다. 직장에서 일하는 시간에 T.T존이 운영되기 때문에 시간적 제약을 받는 것이다. 비교적 시간이 여유로운 중년 여성분들이 많이 찾는 이유다”면서 안타까움을 표했다.
종합해 보면, T.T존이 만들어진 이유도 중년 남성 때문이고, 가장 필요해 보이는 세대도 중년 남성이다. 마음껏 울고 싶은 중년 남성이 있다면, 하루 쯤 나를 위해 시간을 내어 T.T존을 방문할 것을 추천한다. 마음에 응어리가 조금이나마 해소될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한편, T.T존 맞은편에는 ‘메모리존’이라는 곳도 있다.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낸 이들을 위한 공간이다. 애도의 공간인 이곳은 향초의 향기로 가득하다. 하늘에 있는 그들에게 편지를 쓸 수 있는 공간도 따로 마련되어 있으며, 너무 큰 슬픔에 갖고 있을 수는 없지만 버릴 수는 없는 소중한 유품도 보관 가능하다. 매달 한 번씩 자살 유가족 모임도 갖는다.
이용 방법 : 예약 및 문의→시설 이용→사후 관리→평가
대상 : 화성시민 누구나(중학생 이상)
주소 : 경기도 화성시 동탄대로 8길 36
운영 시간 : 평일 09:00~18:00
노후의 집에는 새로운 인생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 혼자만의 취미를 즐기거나, 지인들과 함께할 수 있는 공간이 대표적이다. 자녀가 독립한 뒤 남은 '노는 방'을 진짜 노는 방으로 변신시키는 팁을 소개한다.
오랜 친구들과 함께, 모임방
여러 명이 한데 모여 수다 떨고, 가볍게 와인 한잔하며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공간
1) 평상을 놓아보자
여러 명이 둘러앉아 대화하기 편할뿐더러 실용성까지 충족할 수 있다. 바닥을 한 층 높인 형태라 아래에 수납공간을 만들 수 있기 때문.
2) 공간의 리듬감은 조명으로
사람들이 모이는 공간에는 메인 조명 이외에 테이블 램프나 브래킷 등 여러 개의 조명을 사용해보자. 밝기의 정도에 따라 리듬감 있는 공간이 만들어진다.
오로지 나만을 위한 취미방
취미를 즐기며 제2의 인생까지 꿈꿔볼 수 있는 공간
1) 벽은 제2의 수납공간
공간이 작아 수납할 가구를 두기에 한계가 느껴진다면? 벽에 행거나 선반을 설치해 수납공간으로 활용해보자.
2) 소파로 재미와 휴식을 한 번에
편안한 의자나 리클라이너 소파를 배치해보자. 취미와 휴식을 한 번에 즐길 수 있는 아지트가 완성될 것이다.
1인 가구 증가와 더불어 코로나19 팬데믹의 영향으로 인테리어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높아졌고, 이는 2023년 인테리어 트렌드에 반영됐다. 인테리어 동향을 알아보는 동시에 이를 따라잡고 싶은 중장년에게 전문가의 꿀팁도 전한다.(도움말 김미경 충북대학교 주거환경학과 교수)
코로나19는 사회 전반에 영향을 끼쳤는데, 특히 집이라는 공간에 대한 대중의 인식을 바꾸어놓았다. 집에 머무르는 시간이 길어진 것은 물론 재택근무, 원격수업이 본격화되면서 집은 쉬는 공간을 넘어 중요한 활동 공간이 됐다. 이러한 라이프스타일 변화는 인테리어에 대한 관심을 높였다.
지난해 부동산 플랫폼 업체 직방이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2020년 이후 주거 공간 내부 구조, 인테리어 변경을 한 적이 있는지’를 묻는 질문에 30.5%는 ‘예’라고 응답했다. 코로나19 시기에 10명 중 3명이 집 안 내부 구조와 인테리어를 변경한 셈이다. 또한 지난 1월 대한건설정책연구원은 지난해 인테리어 시장 규모가 25조 원에 육박했다고 발표했다.
김미경 충북대학교 주거환경학과 교수는 “코로나19가 창궐한 지 3년이 지났다. 3년 동안 집이라는 공간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다양해졌다”면서 “이런 점이 올해부터 인테리어 트렌드에 반영돼 나타난다”고 말했다. 김미경 교수가 짚은 2023년 인테리어 트렌드는 크게 ‘현관 인테리어 변화’, ‘바이오필릭 인테리어’로 나눌 수 있다.
◇집 꾸미기 트렌드 1. 현관 인테리어
김미경 교수는 첫 번째 트렌드로 현관 인테리어의 변화를 언급했다. 현관은 집에 들어섰을 때 가장 먼저 마주하는 공간이며, 외부와 내부를 연결하는 통로다. 김 교수는 “코로나19로 대중의 위생 관념이 높아지면서 현관 인테리어가 주목받았다”고 말했다.
현관 인테리어의 변화에 대해서는 “현관은 인테리어에서 첫 단추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중요하다. 현관이 예전에는 단순히 신발을 신고 벗는 공간이었다면, 이제는 그 공간의 역할이 확대됐다. 해외와 같이 귀가 후 겉옷을 현관의 붙박이장에 벗어놓기도 하고, 택배 박스도 실내로 갖고 들어가지 않고 보관한다. 미세먼지와 바이러스 등 외부 오염물질이 집 안으로 들어오지 못하도록 현관에서 차단하는 것이다. 또한 현관을 어떻게 구성하느냐에 따라 내부 공간이 매우 달라진다. 최근 나오는 인테리어 디자인이 이를 입증한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김 교수는 위생을 강조하는 트렌드가 욕실 인테리어에도 영향을 끼쳤다고 짚었다. 이제 방마다 욕실이 있는 ‘1인 1실 1욕실’ 개념이 강화되고 있다. 자가격리를 할 때 욕실이 따로 있으면 얼마나 편리한지 알게 됐기 때문이다. 신축 아파트에 이 트렌드가 반영되고 있다.
◇집 꾸미기 트렌드 2. 바이오필릭 인테리어
김미경 교수는 두 번째 트렌드로 바이오필릭 인테리어를 언급했다. 바이오필릭은 자연과 생명을 뜻하는 바이오(Bio)와 사랑을 뜻하는 그리스어 필리아(Philia)가 결합한 단어 바이오필리아(Biophilia)에서 파생됐다. 바이오필릭 인테리어는 나무, 돌, 햇빛 등 자연 소재를 사용하거나 자연의 질감·패턴을 활용한다. 일상 공간에 자연의 요소를 채워 정신적 회복을 도와주는 인테리어 방식이다.
“코로나19 기간에 집콕 생활이 늘어나면서 사람들의 답답함, 우울감이 증가했다. 이에 식물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고, 이를 반영한 인테리어가 늘었다. 아트월은 말 그대로 벽을 예술적으로 디자인하는 것을 말하는데, 점점 친환경 소재를 많이 쓰고 한쪽 벽면 전체에 식재료를 기르기도 한다.”
김 교수는 “발코니의 중요성도 커졌다. 발코니에서 식물을 키우고, 차를 마시기도 하고, 바비큐도 구워 먹으면서 다용도로 활용하는 추세다”라고 덧붙였다.
바이오필릭 인테리어의 일종인 플랜테리어(Planterior) 또한 인기다. 플랜테리어는 식물(Plant)과 인테리어(Interior)의 합성어로, 식물을 활용해 실내외 분위기를 가꾸는 것을 말한다. 반려식물 기르기가 취미인 중장년에게 플랜테리어는 특히 인기를 끌고 있다. 올해 농촌진흥청의 ‘반려식물 관련 소비자 인식 조사’에서 40대는 14.5%, 50대는 11.8%, 60대 이상은 13.2%가 ‘집 안 인테리어를 위해’ 반려식물을 기른다고 응답했다.
◇집 꾸미기 실전. 중장년 트렌드 따라잡기
이제 인테리어 트렌드를 파악했다. 그렇다면 중장년은 자신의 집 인테리어에 트렌드를 어떻게 반영해야 할까? 이에 대해 김미경 교수는 “첫 번째로 정리 정돈을 잘해야 하며, 두 번째로 위생과 안전성을 고려한 인테리어 디자인을 적용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먼저, 김 교수는 집 안에 사용하지 않는 물건을 정리해서 공간을 확보할 것을 추천했다. 중장년층은 자녀가 출가해도 방을 정리하지 못하는 등 사연 있는 물건을 버리지 못하는 특성이 있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인테리어에 앞서 청소와 정리를 할 것을 강조한다.
김 교수는 “대대적인 정리를 마친 후 인테리어를 바꾸고 싶다면 키가 높은 장을 선택할 것을 추천한다. 소파나 침대 등 가구는 장과 반대로 키가 낮으면서 바닥재와 컬러가 비슷한 것이 좋다. 대비 효과로 공간이 넓어 보인다”고 말했다. 또한 “조명은 샹들리에나 펜던트보다는 천장 쪽으로 깔끔하게 마감된 조명을 쓰는 것이 좋다. 조명의 밝기나 세기가 플랜테리어를 하기에도 적합하다”고 덧붙였다.
두 번째로 위생과 안전성을 고려한 인테리어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 교수는 “건강하게 오래 살기 위해서는 깨끗한 환경이 매우 중요하다. 중장년분들은 특히 밝은 색의 친환경 마감재를 쓸 것을 추천한다. 오염되는 것이 눈에 쉽게 보여 청소를 자주 하게 된다. 두 번째로 중요한 것이 안전이다. 욕실 미끄러짐 사고 등 고령자들은 주거 공간에서 사고를 많이 당한다. 아름다움도 중요하지만 위생과 안전성을 꼭 신경 쓰길 바란다. 그에 따라 공간 계획을 세우고, 각종 마감재나 가구도 선택해야 한다”고 전했다.
헬스케어 플랫폼 ‘굿닥’이 ‘디지털화된 환자 치료 여정’ 전시를 통해 ‘우리 집 거실에서 가족과 함께 받는 진료’를 선보였다.
굿닥은 지난 23일~26일까지 열린 ‘제38회 국제의료기기·병원설비 전시회 KIMES 2023’에 참가해 현재, 과거, 미래의 의료 비전을 제시했다.
현재는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해 검색, 예약, 진료, 약 배달까지 이뤄지는 모습을 보여주었으며, 가까운 미래는 TV를 통해 거실에서 진료를 받는 모습, 먼 미래는 홀로그램을 활용한 의료 환경을 보여줬다.
전시장을 찾은 사람들은 직접 태블릿이나 TV를 통해 굿닥 서비스를 이용해보거나, 홀로그램을 체험하고 동영상으로 남기면서 굿닥 부스 프로그램을 즐겼다.
특히 눈길을 끌었던 것은 삼성 TV로 진료 예약부터 비대면 진료까지 받는 과정의 시연이었다.
굿닥은 삼성전자와 협업해 삼성 TV(NEO QLED 2023)에 기본 앱으로 탑재했다. 넷플릭스, 유튜브와 같이 TV로도 이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번 협업은 '집에서 큰 화면으로 가족들과 함께 소파에 앉아 진료받을 수 있다면?'이라는 생각에서 출발했다.
TV를 통해 진료를 예약하고 비대면으로 진료를 받은 뒤 약은 택배로 배달 받을 수 있다. 또한 의사가 스마트 운동을 처방한 경우 ‘삼성 헬스’를 이용해 기관을 찾지 않고도 집에서 편하게 운동할 수 있다. 스마트워치와 연동돼 건강 기록도 가능하다.
TV에 탑재된 ‘스마트 트레이너’ 기능은 카메라를 통해 사람을 인식해 올바른 자세로 운동할 수 있도록 점검해준다. 이를테면 올바른 자세가 아닐 경우 빨간색을 활용해 ‘다리를 더 벌리세요’, 자세가 바른 경우 초록색을 활용해 ‘잘하고 있어요’ 등을 알려준다.
이렇게 스마트폰에서 TV로 채널을 넓히면서 디지털에 익숙하지 않거나, 거동이 불편해 병원까지 이동이 어려운 고령자들의 의료 접근성이 더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TV에 탑재된 굿닥 앱은 손주를 돌보는 조부모나 자녀와 부모님을 동시에 돌봐야 하는 중장년에게도 유용할 수 있다.
임진석 굿닥 대표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나이가 들면 큰 화면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고, TV는 익숙한 플랫폼이기 때문에 편할 수 있다”면서 “의료 커뮤니케이션이 더 잘 이뤄지고 의료 접근성이 훨씬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염증이 암이 되지 않도록 건강 관리를 하면서, 어딘가 안 좋아졌을 때 어느 병원을 가야 할 지 연결할 수 있는 점이 굿닥의 강점”이라면서 “예방적 헬스케어와 애프터 케어가 동시에 이뤄져 환자의 진료 여정에 만족도를 높여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앞으로는 중장년과 시니어에게 가장 필요한 질병 예방(PHR)과 보험 청구와 같은 핀테크 복합기능 서비스도 추가할 예정이다.
임 대표는 “이런 기능을 얼마나 더 많은 사람이 쓸 수 있도록 만들지가 관건”이라면서 TV나 스마트폰에 기본적으로 탑재된 AI 스피커로 음성인식 기능을 활용하는 등 정보 입력 과정을 줄여 앱 사용성을 높일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거동이 불편할수록 침대에 누워서 혹은 소파에 앉아서 TV를 시청하는 시간이 길어진다. 그러나 고령자 안전사고 발생 장소 1위는 ‘가정’이며, 집 안 낙상 사고의 절반은 ‘침실’과 ‘거실’에서 일어난다. 노인에게는 좀 더 친절한 가구가 필요하다.
서울시는 지난해 ‘유니버설디자인 어르신 가구 가이드북’을 지자체 최초로 발간했다. 고령자의 특성과 상태를 고려하지 않은 가구는 낙상 등의 안전사고를 유발하는 장애물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침대와 소파 모두 앉았을 때 발이 바닥에 안정적으로 닿는지 확인해야 한다. 침대는 매트리스에 누웠을 때 허리가 뜨는 등의 불편함이 없고, 소파는 기댔을 때 등받이나 허리가 불편하지 않아야 한다. 일어날 때 붙잡을 안전 손잡이, 밤에 화장실 갈 때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야간 보조등을 부착할 수 있는지 확인한다면 좀 더 친절한 침대를 들일 수 있다. 소파의 경우 팔을 기대기 편하고, 일어설 때 붙잡을 수 있는 손잡이가 견고하고 미끄럽지 않은 소재로 만들어졌는지 확인하도록 하자. 또한 발 받침이 다양한 용도로 활용될 수 있는지, 접이식 선반이 팔걸이로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 견고하며 미끄럽지 않은지 살펴봐야 한다.
◇구매 전 침대 체크하기
① 침대 높이 ② 매트리스 ③ 하부 공간 ④ 안전 손잡이 ⑤ 밀림 방지 가드 ⑥ 헤드보드 ⑦ 침대 너비 ⑧ 수납 선반 ⑨ 안전 콘센트 ⑩ 야간 보조등
◇구매 전 소파 체크하기
① 소파 높이 ② 소파 깊이 ③ 편안한 각도 ④ 팔걸이 ⑤ 좌방석 너비 ⑥ 발 받침 ⑦ 머리 받침 ⑧ 접이식 선반
자료 출처 서울특별시 ebook (http://ebook.seoul.go.kr/Viewer/2UCXL84FS09J) / 재가공(원문 : 유니버설디자인 어르신 가구 가이드북)
변화무쌍한 일상은 아니다. ‘이동식 급식소’ 관리하던 시절에야 차에 사료 한가득 챙겨 몇 시간씩 순회를 돌았다. 운영을 그만둔 지금은 아침에 일어나 집 앞 식당에 빈 밥그릇 채워놓고, 피크타임 비껴갈 즈음 손님들 노는 모습을 뷰파인더에 담으면 그만이다. 미리 보정해둔 사진과 재치 있는 문구를 곁들여 SNS에 올려두고, 사진 정리를 하거나 원고 작업을 한다. 이용한 작가의 일상에 ‘대단한 변화는 없다’고 할 수 있겠다. 변화무쌍한 고양이를 제외한다면.
장소 협조 고양이책방 ‘책보냥’
이용한 작가는 16년 차 ‘캣대디’(고양이와 아빠의 합성어로, 길고양이를 돌보는 사람)이자 명실상부한 고양이 작가다. 2009년에 낸 ‘안녕, 고양이는 고마웠어요’를 시작으로 ‘명랑하라 고양이’, ‘나쁜 고양이는 없다’ 시리즈와 지난해 출간한 ‘어서 오세요, 고양이 식당에’까지 총 11권의 고양이 책을 냈다. ‘나쁜 고양이는 없다’ 시리즈를 원작으로 한 영화 ‘고양이 춤’의 제작과 시나리오 작업에도 참여했으며, ‘사라져가는 오지 마을들을 찾아서’, ‘물고기 여인숙’, ‘사라져가는 풍경들’ 등 문화기행서를 내고 있다.
세 번째 고양이 책의 성공
‘안녕, 고양이는 고마웠어요’는 국내 세 번째 고양이 책이다. 사진부터 글 내용까지 전부 고양이로 가득한 ‘고양이 책’은 당시 출판 시장에 거의 전무했다. 이제는 해외 번역본까지 포함해 한 해에만 고양이 책이 몇 백 권씩 쏟아지지만, 2009년 한국에 등장한 이용한 작가의 고양이 책은 센세이션 그 자체였다.
여태껏 낸 고양이 책에 고양이 다이어리, 고양이 일력 등을 합하면 이 작가가 책 형태로 엮어낸 고양이 이야기만 헤아려도 셀 수 없다. 특별히 아끼는 책을 꼽기도 힘들다. 다만 첫 고양이 책인 ‘안녕, 고양이는 고마웠어요’와 신간 ‘어서 오세요, 고양이 식당에’에 대해서는 하고 싶은 이야기가 조금 더 많다.
“책을 냈는데 반응이 좋았어요. 국내에서 출판된 세 번째 고양이 책이자, 최초의 성공 사례라고나 할까요. 고양이 책만 열 권 넘게 냈지만 아직도 첫 번째 책 판매 부수를 넘어선 책이 없어요. 책보다는 블로그나 인스타그램으로 고양이 동영상을 보는 시대가 됐잖아요. 지금은 워낙 고양이 책이 많아지기도 했고요. 앞으로도 실물 책을 낼 생각이지만, 그러려니 하고 있습니다.”
천국에도 100% 공존은 없다, 그러나
‘어서 오세요, 고양이 식당에’는 출간되는 데 가장 오랜 시간이 걸린 책이다. ‘고양이 식당’ 운영 경력 16년 차, 그를 거쳐간 수많은 고양이 손님들의 이야기를 꾹꾹 모아 담았기 때문이다. 현재 운영하지 않는 이동식 급식소는 제외하고, 1호점 고양이 식당인 ‘구름이네 고양이 식당’, 꾸준히 사료 후원을 해오고 있는 2~3호점 단골손님들이 주인공이다.
책에는 그의 ‘반쯤’ 마당 고양이 ‘아쿠’와 ‘아톰’이 등장한다. 이 작가의 집에서 하루의 대부분을 보내는 세 살배기 두 형제는 최근 그와 함께 거처를 옮겼다. 지난한 원고 작업 중에도 세 살배기 고양이와의 첫 만남부터 함께 살게 되기까지 있었던 일을 정리할 때는 행복했단다. 다 커버린 아이들의 어릴 적을 추억하는, 영락없는 아버지의 모습이다.
반면 쓰기 힘들었던 부분도 있다. 고양이 식당 2호점 ‘목련식당’의 할머니 이야기다. 만취한 채 ‘고양이를 총으로 쏴 죽이겠다’고 윽박지르는 경찰, 고양이 키우지 말라고 협박하는 마을 이장. 늘그막에 길고양이를 돌보며 삶의 낙을 얻곤 했지만 이웃 등쌀에 못 이겨 결국 할머니와 목련식당은 산속 깊숙한 곳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는 요즘도 사료 후원 겸 사진 촬영 겸 주기적으로 2호점을 찾고 있지만, 쫓겨나듯 이사하던 당시를 떠올리면 가슴이 아프다.
“시골에서 고양이 밥 주며 산다고 하면 사람들은 굉장히 낭만적이라고 말해요. 현실을 모르니 할 수 있는 말이죠. 시골에서 고양이는 상추보다 못한 생명 취급을 받아요. 밭을 파놓고 농작물을 건드린다고 욕하고, 집 앞마당에 철마다 쥐약을 놓죠. 고양이 식당에 찾아오던 고양이들이 어느 때부턴가 자꾸 다치고 죽는 일이 있었어요. ‘나 때문에 고양이들이 피해를 입는 게 아닐까?’ 그런 생각에 괴로워하다가 2~3년 정도 밥 주는 일을 멈춘 적도 있었죠.”
해마다 이웃집 마당에 놓이는 쥐약을 보고도 모른 체해야 한다. 어제까지도 고양이 식당을 찾아오던 단골손님이 차갑게 굳어 쓰러진 모습을 마주하는 일도 종종 겪어야 한다. 시골 캣대디 생활은 그런 식이다. 개보다 고양이를 고깝게 여기는 분위기가 만연한 데다, 시골에서 발생하는 고양이 학대는 도시와는 달리 주목조차 받지 못한 채 묻혀버린다. 고양이를 모함하는 이웃들에게 맞서보기도 했지만 ‘위아래도 없는 천하의 몹쓸 놈’ 소리만 들었단다.
고양이에게 밥을 주면 밭을 망치는 고양이가 늘어난다. 고양이가 쓰레기봉투를 헤집어 길거리를 더럽힌다. 고양이에 대한 단단한 오해를 풀 의향이 없어 보이는 이웃들을 포기하고 도망가는 대신 그는 회유책을 택했다. 뇌물에 가까운 선물을 가져다주며 대화를 시도하는 것. 다행히 효과가 있었다. 고양이를 득달같이 쫓아내던 할머니네 텃밭에는 어느덧 촘촘한 그물이 쳐졌다. 언제 누가 낳은 것인지도 모르는 집 앞 도랑의 꾸물거리는 새끼 고양이 여섯 마리를 챙겨도 된다는 암묵적인 허락도 받아냈다. ‘고양이에 미친 놈’ 취급받은 지 6년 만에 찾아온 변화였다.
고양이 친화적이라 ‘고양이의 천국’이라고 불리는 터키나 모로코에도 고양이를 싫어하는 사람은 분명히 있다. 제 것을 나누며 공존하고자 하는 사람들을 방해하지는 않는다는 점이 다를 뿐. 길고양이 학대 사건이 연이어 발생하며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 요즘이지만, 그는 하던 일을 계속할 생각이다. 그게 길고양이와 사람이 공존하기 위한 최선의 방법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고양이 아빠 노릇은 앞으로도 계속된다
“‘수많은 작은 곳의 수많은 작은 사람들이 세상을 변화시키는 수많은 작은 일들을 하고 있다’는 아프리카 속담이 있어요. 수많은 캣맘과 캣대디, 애묘인들도 마찬가지예요. 누군가는 동네 고양이를 포획해 TNR(길고양이 중성화) 사업 지정 병원에 데려다놓고, 누군가는 귀여운 고양이 사진을 SNS에 올려서 고양이의 귀여움을 널리 알리고, 또 누군가는 감명받은 고양이 게시물을 주변에 공유하는 거죠. 이 모든 일이 계속되다 보면 고양이에 대한 인식이 개선되고, 고양이와의 공존도 자연스럽게 가능해지는 날이 오지 않을까요?”
그 믿음의 기저에는 그 스스로가 인식의 급격한 변화를 겪었던 경험이 깔려 있는지도 모른다. 지금은 열렬한 고양이 예찬론자지만, 고양이라는 존재가 그에게 아무것도 아니던 시절이 있었다. 당시의 그는 고양이를 싫어하진 않았지만 좋아하지도 않았다. 옥외 식당에서 식사할 때 발치를 맴돌던 길고양이를 쫓아낸 적도 있다. 고양이가 싫어서가 아니라 몰라서 그랬을 뿐이다.
그러나 2007년의 늦가을 어느 저녁, 아내 덕분에 발견한 고양이 일가족에 그의 삶이 송두리째 바뀌고 말았다. 버려진 소파 위에 누운 어미 고양이가 아기 고양이 다섯 마리에게 젖을 먹이는 모습은 강렬한 충격 그 자체였다. ‘머릿속에서 고장 난 필름처럼 무한 반복되던’ 장면을 곱씹던 그는 먹다 남은 음식을 챙겨주기 시작했다. 일 년 후에는 연고도 없는 지방으로 이사를 감행했다. 집 마당에 고양이 식당을 차리기 위해.
고양이 작가로 활동한 지 10년이 훌쩍 넘어가니 새삼 책임감이 느껴지더라고 그는 털어놓았다. ‘초등학생 때 작가님의 책을 처음 접했는데 벌써 어른이 되었다’는 독자들의 메시지를 받을 때면 더욱 그렇다. 하지만 사진을 통해 대단한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욕심은 부리지 않는다. 첫 번째 책 서문에 썼듯, ‘고양이에게 신뢰받지 않고는 신뢰할 만한 고양이 사진을 찍을 수 없기’ 때문에 길고양이가 마음을 열 때까지 기다릴 뿐이다.
나누면 세상은 더 귀여워진다
운이 좋으면 카메라를 들이대자마자 재밌는 장면을 포착하지만, 대부분은 기다림의 연속이다. 그래도 사람처럼 턱을 쓸어내리는 듯한 재밌는 장면을 포착한 사진에는 ‘포토샵으로 조작한 것이 아니라 진짜 고양이가 맞느냐’며 열광적인 반응이 쏟아진다. 그중에서도 유독 반응이 좋은 사진들이 있다. 예를 들면 눈이 내려 소복이 쌓인 길 위에서 총각무를 먹는 고양이 가족의 사진이 그렇다.
“12년 전 한겨울 오후였어요. 어미 턱시도 고양이(등이 검고 가슴이 흰 고양이)와 새끼 두 마리가 배가 고팠는지 누군가 먹다 버린 총각무를 나눠 먹고 있더라고요. 무도 작은 데다 그마저도 얼마 남지 않았는데, 새끼들은 어미를 밀어내고 그걸 다투듯 나눠 먹는 모습이 어찌나 짠하고 안쓰러웠는지 몰라요. 사진만 빠르게 촬영하고 차에 남은 사료를 챙겨줬죠.”
촬영할 때 느끼는 감정이 작품에 고스란히 녹아들기 때문일까. ‘작가님 덕분에 캣맘, 캣대디가 되었다’고 고백하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뒤숭숭한 소식도 자주 들려오지만, 16년 전보다는 고양이를 바라보는 시선이 훨씬 유해졌음을 몸소 느끼는 요즘이다.
가장 많이 변화한 지역은 제주도다. 과거에는 어업 종사 인구가 많은 섬 특성상 ‘고양이가 생선을 훔쳐간다’는 이유로 인식이 좋지 못했다. 10여 년 전만 해도 길고양이 밥을 챙겨주는 가게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그러나 최근 여행차 방문한 제주도는 예전과 사뭇 달라져 있었다.
“최근에 제주도 여행을 갔다가 깜짝 놀랐어요. 웬만한 카페나 식당 앞에는 고양이 밥그릇 물그릇이 있고, 고양이를 대하는 사람들의 분위기도 우호적으로 바뀌었더라고요. 특히 제주도 남쪽에 있는 가파도는 섬 곳곳에 고양이 급식소를 지어두고 사료를 챙겨주고 있었어요. 일본의 고양이섬을 연상케 할 정도였는데, 작기는 해도 섬 하나가 통째로 바뀐 모습이 인상적이었죠.”
그는 사람과 고양이가 함께하는 순간을 좋아한다. 모로코의 공원에서는 보잘것없는 빵이나마 고양이와 나누는 걸인의 모습을 쉽게 마주할 수 있다. 누군가는 사람 먹는 음식을 고양이에게 준다며 눈살을 찌푸리지만, 그가 생각하는 가치는 제 것을 나눈다는 데에 있다. 어려운 시절에도 된장국에 남은 밥을 말아 길고양이들에게 내주던 어머니를 보고 자란 이용한 작가는 말한다. “우리는 그들보다 더 많이 가졌으니 우리가 가진 걸 고양이에게 조금만 나눠줘도 이 세상은 훨씬 아름답고 귀여워질 것”이라고.
이승한 전 홈플러스 회장은 1970년 삼성그룹에 입사한 뒤 삼성물산을 거쳐 홈플러스의 대표이사로만 17년을 지낸 최장수 CEO다. “시선이 머무는 곳으로 삶이 달려간다”고 말하며 77세의 나이에도 부단히 꿈을 꾸는 이 회장. 신간 ‘시선’에는 그가 경영인으로서 세상을 바라보는 여섯 가지 방법이 담겼다.
서울 강남 선릉역 근처 어느 골목길. 북쌔즈(Book Says)의 문을 열고 들어가면 아늑한 소파와 갓 구운 빵들이 눈에 띈다. 오른쪽 벽면과 2층 서가를 가득 메운 책은 덤이다. 전형적인 북카페와 다를 바 없어 보이지만 세련된 그랜드피아노와 웅장한 무대 장치, 천장의 화려한 조명 시설이 마치 ‘여기는 평범한 공간이 아니다’라고 말하는 것 같아 찾은 이들로 하여금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든다. 이곳의 주인은 이승한 전 홈플러스 회장이다.
2014년 대기업 회장직에서 물러나며 기업인으로서 전무후무한 족적을 남긴 그는 다음 해 넥스트앤파트너스(N&P) 그룹을 새롭게 설립했다. 현재 후배 기업가들을 위해 ‘살아 있는 경영’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더불어 서점, 카페, 공연장, 강연장을 합친 복합문화공간 북쌔즈를 3년 전부터 운영 중이다. 햇살이 가득 들어올 법한 큰 창, 책 매대, 의자 하나까지 이 회장이 직접 구성하고 디자인할 만큼 애정을 듬뿍 담았다.
어떻게 나이 들 것인가
“북쌔즈는 일반 카페나 공연장처럼 뚜렷한 하나의 목적만 가진 기존의 공간과 다릅니다. 한 장소에 다양한 기능을 조화시켜 원 샷으로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즐길 수 있어요. 스타벅스에서 커피를 마실 수는 있지만,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들을 수 있는 강연이 열릴까요? 저녁에는 자선 공연이나 무료 가족 상담 같은 나눔 활동이 이루어질까요? 또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서는 커피를 마시거나 식사를 하기 힘들죠.”
실제로 북쌔즈는 다양한 문화 활동을 한 번에 할 수 있도록 치밀하게 설계됐다. 인문학과 사회과학 분야 도서가 진열된 1층은 ‘감성의 책장’, 경영학 및 비즈니스 도서로 구성한 2층은 ‘이성의 책장’으로 총 1만여 권이 구비돼 있다. 커피나 차는 1, 2층 어디에서나 즐길 수 있다. 금난새 지휘의 실내악 공연이 몇 차례 있었고, 영국의 유명 성악가 폴 포츠가 노래를 부르기도 했다. 최진석 서강대 교수의 ‘생각 혁명 경영자 과정’과 김형철 연세대 교수의 ‘지혜의 향연’ 등은 수시로 열린다.
치열했던 지난날을 내려놓고 편안한 삶을 영위하기는커녕, 그는 70대 후반의 적지 않은 나이에 또다시 신생 기업의 대표가 됐다. 단순히 늙기(Getting Old)보다 성장(Growing Old)하고 싶어서였다. “체어맨(회장)이 대기업에서는 의자에 앉아서 지시하는 사람이라면, 작은 기업의 체어맨은 ‘의자를 들어 나르는 사람’이에요. 실제로 북쌔즈에서 공연이나 강연을 할 때 일손이 부족하면 나도 의자를 옮기듯 말입니다. 시선을 어떻게,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삶이 달라진다고 생각해요. 끊임없이 새로운 무언가를 상상하고 탐구해야죠. 칠십 줄에 스타트업이라니, 좀 무모해 보이나요? 그래도 내 마음의 상태는 항상 청춘입니다.”
골목길이 중심이 되는 세상
2014년 이후 3~4년 사이에 선릉역 주변 뒷골목의 가게들은 거의 망하거나 주인이 바뀌었다. 망하지 않은 곳은 부동산 중개업소 네 곳뿐. 이 회장은 골목 상권이 죽게 된 원인을 크게 두 가지로 꼽았다. 하나는 과도한 정책과 규제다. 길 양편에 펜스를 치거나 도로 중앙에 말뚝 블록을 설치한 탓에 사람들의 왕래가 끊겼다. 또 하나는 골목길의 문화적 특징이나 정체성의 부재다. 현재 선릉역 주변뿐 아니라 한국의 골목은 삼겹살, 국밥, 치킨 등 대부분 먹거리 중심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에 그는 ‘사색의 길’, ‘친환경의 길’과 같이 테마가 있는 골목을 만들어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현대 사회로 올수록 우리의 삶은 개인이나 가족, 동네 중심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골목길은 우리 생활의 중심이자, 국부를 형성하는 기본이 됐죠. 걷고, 머물고, 즐기고 싶은 골목이 있으면 살기 좋은 동네가 될 것이고, 동네가 살면 도시와 국가가 차례로 살아날 테니까요.”
이 회장은 25년 동안 일하며 인연을 맺은 이 동네에 의미 있고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싶다. 특히 주변 직장인들의 라이프스타일을 완전히 바꿀 수 있는 공간 제공에 집중할 계획이다. “퇴근 후 술에 취해 정신없이 귀가하기보다, 배움의 기회를 누리고 그것에 관해 토론하는 문화가 자리 잡았으면 좋겠습니다. 사람들이 생각하는 방향, 관점, 시선을 바꾸는 데 힘을 쏟는 거죠. 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공간이 더 많아져야 해요. 제 목표는 북쌔즈가 사람들을 자극하고 새로운 골목 문화에 영감을 주어 사회적 자산으로 영구히 남는 것입니다.”
어린왕자 (생텍쥐페리 저)
내 그림은 모자를 그린 게 아니라 코끼리를 소화시키고 있는 보아뱀을 그린 것이었다. 그래서 나는 어른들이 알아볼 수 있도록 보아뱀의 속을 그렸다. 어른들에겐 항상 설명을 해줘야만 한다.
공정하다는 착각 (마이클 샌델 저)
능력주의가 공공선인 사회에서 노력과 능력은 개개인의 부와 성공에 대한 알리바이가 된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세속적 성공을 이룬 삶은 겸양을 기를 필요가 없고 가난한 이들은 비난의 화살을 스스로에게 돌린다.
세종처럼 (박현모 저)
‘소통하지 않는 정치는 이미 정치가 아니다’라고 보았던 세종은 설정된 목표에 왜 도달해야 하는지, 지금 변화하지 않으면 조만간 어떤 파국을 맞게 되는지를 상세하고 명확하게 일깨워가면서 함께 나아갔다.
앞으로 100년 (이언 골딘, 로버트 머가 저)
20세기 초 광고계의 중진이었던 프레드 바너드(Fred Barnard)는 “사진 한 장이 천 마디 말보다 낫다”라는 말을 했다고 한다. 옳은 말이다. 지도를 탐색할 때는 글자로 기록된 것을 봤을 때 놓쳤던 연결 관계를 파악할 수 있게 된다.
설거지를 사랑하는 남자들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부자 두 사람.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와 마이크로소프트를 탄생시킨 빌 게이츠의 공통점은 무엇일까요? 이 두 부호(富豪)가 하루도 빼놓지 않고 매일 하는 습관이 바로 설거지라고 합니다. 가족과 함께 저녁 식사를 마치면 설거지를 거르지 않습니다. 일과 삶, 공적 영역과 사적 영역을 균형 있게 운영하는 것을 ‘워라밸’(Work-Life Balance)이라고 한다면 두 사람은 나아가 직장과 가정의 조화, ‘워라하’(Work-Life Harmony)를 추구합니다. 가정에서 에너지와 사랑을 충전해 다음 날 일터로 나가는 두 남자.
해외에 두 남자가 있다면 국내에도 못지않은 사람이 있습니다. 대한민국 남편이라면 ‘공공의 적’ 역대 1위 자리를 한 번도 놓치지 않은 최수종 씨를 떠올립니다. 옆집 정 여사가 집안일에 과부하가 걸린 어느 날 숨도 못 쉬게 몰아치며 설거지까지 겨우 마친 순간, 하필이면 텔레비전에서 이런 소리가 들립니다.
“아니 어떻게 앉아서 밥을 차려달라 할 수가 있어? 난 단 한 번도 아내가 밥할 때 앉아 있어 본 적이 없어. 옆에 꼭 붙어서 뭐가 필요한지 챙기고 심부름하고 무거운 것도 들고 그래야지.”
그 순간 소파에 편안히 기대 휴대전화로 유튜브에 몰입해 있는 남편이 눈에 띕니다. 울컥 눈물이 속에서 차오릅니다. 분노를 넘어 슬픔입니다. 이거 정 여사만 느끼는 심정일까요?
엄마가 뿔났다!
마음 미장공 세 번째로 나눌 주제는 ‘살림’입니다. 살림 하면 누가 가장 먼저 떠오를까요. 엄마, 아내, 주부. 그렇습니다. 집안일을 도맡은 사람. 밥, 빨래, 청소, 육아, 공과금 납부, 저축, 분리수거, 제사, 경조사 챙기기 등 눈에 보이는 일과 보이지 않는 일이 산더미입니다. 해도 해도 티가 안 나지만, 안 하면 금방 티가 나는 그 일이 살림입니다.
2008년 방영되어 40%가 넘는 시청률을 기록한 ‘엄마가 뿔났다’(KBS-2TV). 폭발적인 인기에 힘입어 주인공을 맡은 김혜자 씨는 그해 방송사와 백상 연기대상을 수상합니다. 엄마이자 며느리이자 아내인 주인공은 62세 되던 날, 당당히 1년 휴가를 선언하고 원룸을 얻어 집안 탈출에 성공합니다. 남편부터 세 자식, 며느리까지 모두가 반대하던 휴가를 단 한 사람 시아버지의 동의를 얻어 감행합니다. ‘엄마 파업’으로 획득한 자유와 나만의 시간을 누리기도 잠깐, 임신한 며느리는 하혈하고 남편은 교통사고를 당하면서 어쩔 수 없이 복귀합니다. 66부작 드라마 마지막 장면에서 엄마는 이렇게 독백합니다.
“하지만 다음 생에는 나도 내 이름 석 자로 불리면서 한번 살아보고 싶다.”
금쪽같은 내 새끼와 82년생 김지영
그 뒤 10여 년이 훌쩍 지나갔습니다. 강산이 적어도 한 차례는 바뀌었고, 세상은 빛의 속도로 달라졌습니다. 하지만 우리 가정은요? 책과 영화로 엄청난 공감과 논쟁을 불러일으킨 ‘82년생 김지영’은 오히려 동서양 할 것 없이 나라 밖에서 더 주목을 받았습니다. 요즘 ‘금쪽같은 내 새끼’(채널A)에는 집안일에 질식해 숨구멍 하나 찾지 못한 채 사회와 단절되어 정신적·육체적·정서적 고통을 안고 사는 엄마들이 쉴 새 없이 등장합니다. 나만 그런 것이 아니라 201호도 그렇고 504호도 마찬가지입니다.
살림의 힘
살림의 가치를 살려야 합니다. 살림하다 아프고, 마음 상하고, 병드는 게 말이 되지 않습니다. 왜? 살림은 살리는 일이니까요.
살림은 OO이다!
빈 곳에 알맞은 답은 무엇일까요?
예, 맞습니다. 침대가 가구가 아닌 과학이란 광고 문구처럼, 살림은 과학입니다. ‘밥은 하늘이다’, ‘밥심으로 산다’고 말합니다. 밥을 지을 때 모든 과학이 다 동원됩니다. 물, 불, 가스, 전기 같은 에너지의 원리도 알아야 하며, 칼, 솥, 팬 등 각종 재질의 도구와 전자제품에 대한 이해와 능숙함도 필요합니다. 제철 식재료를 알아야 신선하고 영양 있는 것들로 값싸게 구입해 맛있게 조리할 수 있습니다. 김장김치만 해도 발효 기간과 온도가 맛과 선도에 얼마나 큰 영향을 끼치는지요. 된장이나 간장 만들기는 어떻고요. 과학의 정수가 모여 있는 게 김치와 장맛입니다.
1단계를 통과하셨다면 이번엔 다섯 글자에 도전해볼까요?
살림은 OOOOO이다.
제가 준비한 답은 ‘정성 끝판왕’입니다. 정성이란 귀찮은 게 귀찮지 않은 것입니다. 무슨 말이냐고요? 아이 똥 기저귀를 가는 일, 산지에서 갓 올라온 생선과 채소를 사러 전통시장에 가는 일, 퀴퀴한 고린내 나는 양말을 빠는 일이 힘은 들어도 귀찮지 않습니다. 내 식구,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위한 일이기 때문에 귀한 일입니다. ‘귀찮다’는 ‘귀(貴)하지 아니하다’는 말입니다. 귀찮지 않다는 그래서 매우 소중하고 귀하다는 뜻입니다. 요즘 같은 코로나 시국에 온 식구가 재택근무에 비대면 수업으로 삼시세끼 집밥 시대가 열렸습니다. 돌아서면 밥하는 ‘돌밥돌밥돌밥’으로 살림하는 일이 새삼스레 의미가 생긴 세상이니 참 알다가도 모를 요지경 속입니다.
살림은 OOOO테스트다.
3단계는 좀 더 어렵습니다. 맞히셨다면 대박! 진정한 살림꾼, 프로 ‘살림 장인’으로 인정합니다. 최근 들어 세대 가릴 것 없이 유행하는 성격 유형 검사 MBTI라고 답하셨다면 정답에 거의 근접한 셈입니다. ‘성질머리’가 제가 원하는 답입니다. 살림을 해보면 자기 본성, 성품이 성질머리로 뾰족 튀어나오는 순간이 정말 많습니다. 배운 적이 있든 없든 계급장 떼고 처음부터 끝까지, 하나부터 열까지 새로 배워야 하는 것이 살림입니다. 예전에 살던 본가에서 해오던 습성을 새 식구, 새 풍습과 문화에 맞춰가는 과정에서 지지고 볶다가 툭툭 성질 하나가 머리를 들이밀기 마련입니다. 모난 마음, 욱하는 성질을 누르고 둥글리는 것이 살림입니다. 못된 생각, 원망하는 마음으로 칼질을 하면 꼭 손을 베거나 다칩니다. 피를 보고서야 아차 합니다. 식구들 먹일 음식, 살리려는 음식을 만들면서 독한 마음, 살기(殺氣)를 넣을 수는 없습니다. 그럴 때 먹은 밥은 희한하게 체합니다. 귀신같이 어찌 알았을까요.
엄마라는 경력 왜 스펙 안될까?
그만큼 귀하고 소중한 살림을 우리는 오랫동안 어떻게 치부해왔을까요. ‘부엌데기’, ‘솥뚜껑 운전수’, ‘아줌마가 밥이나 하지’ 이런 말로 비하하고 업신여기지 않았나요? 남자들뿐만 아니라 살림의 주된 당사자인 여자들조차도 하찮거나 허드렛일로 여기고, 잡일로 대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세상에 하찮은 일은 없습니다. 그 일을 잡일이니 막일이니 허드렛일이라고 대하는 그 마음이 하찮고 사소할 뿐이고, 그 태도가 값쌀 뿐입니다. 모두가 소중하고 꼭 필요한 일입니다. 특히 살림은 신성하고 고귀할 뿐만 아니라 사람과 물건과 주변을 살리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허드렛일로 대하는 순간 자기 자신을 위축시키고 보잘것없는 존재로 만들고 맙니다. 텔레비전 드라마나 예능 프로그램에서 주부, 살림하는 사람을 대하는 태도가 이렇습니다.
“집에서 놀면서….”
‘놀면서’라고도 안 하죠. ‘처놀면서’라고 하죠.
“집에서 처놀면서, 잠이나 처자면서 도대체 하는 일이 뭐야?”
안 그래도 무보수 노동, 사적 영역에만 묶여 있는 삶에서 느끼는 소외와 단절로 살림하는 사람은 충분히 불안하고 혼란스럽습니다. 이런 식으로 비하와 경멸과 조롱이 섞인 표현을 스스럼없이 한다면 댁의 아내는, 엄마는, 며느리는 위축되고 분노할 것입니다. 오죽하면 몇 년 전 장안에 화제가 되었던 제약회사 자양강장제 광고도 있었잖아요.
(태어나서 가장 많이 참고 일하고 배우며 해내고 있는데)
“왜 엄마라는 경력은 스펙 한 줄 안 될까?”
이렇게 자조적으로 한탄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그게 바로 당시 사람들의 마음을 화나게도 하고 울렸던 부분입니다. 주부의 일, 살림살이의 가치를 경제적으로 환산한 것도 한때 유행으로 그치고, 2022년 현재까지도 이력서, 자기소개서 한 줄도 경력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현실입니다. 남에게 맡길 때는 이 모든 살림살이 단계마다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데도 말입니다. 출산, 육아, 가사 노동, 가정 경영과 관리, 부모님이나 아픈 가족을 부양하고 돌보는 일이 아예 경력이 아니라고 합니다. 이외의 영역에서 경력을 개발하라고 밖으로 내몰기만 하는 게 어불성설(語不成說)이고, 선후(先後)가 바뀐 이야기입니다.
먹을 때
밥 먹을 때
우리는 겸손해집니다.
제아무리
난 척하려 해도
뻐기려 해도
고개를 숙이지 않고는
먹을 수 없기에
내 앞에서
정수리 보여주는 당신을
나는 사랑합니다.
-, 19쪽
오늘 아침 봄동으로 된장국을 끓였습니다. 멸치다시 육수와 쌀뜨물에 친정어머니가 만들어주신 된장과 생애 처음 담근 보리고추장으로 국물을 내서 상에 올렸는데 다들 참 맛있게 먹었습니다. 국그릇에 고개를 박고 맛나게 먹는 남편과 두 아들의 정수리를 보고 저도 정수리를 보여줍니다. 누구나 밥 먹을 때 어떤 자리에서든 정수리를 보여주잖아요. 특히 한국 음식은 국물이 많기 때문에. 같은 동양 문화권이라도 중국이나 일본 음식처럼 그릇을 손에 들고 먹는 게 아니라 고개를 숙여서 먹습니다. 그런 것처럼 먹는 일, 살리는 일이 신성하고 고귀한 한편 스스로를 낮추고 겸손하게 만드는 일이라 여겨집니다. 바로 살림의 힘이 그런 모습이지 않을까요. 맛난 음식 드시고, 서로 정수리 보여주면서 낮추는 마음, 사랑하는 마음으로 하루를 지내셨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