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 에세이] 겨울 호수의 숨결
동장군의 위세에 호수가 얼었다
시간은 멈추고 정적이 흐른다
얼어붙은 호수가 옅은 숨을 쉰다
숨결이 빙판 위에 그림을 만든다
자연이 그린 외계 언어 같은 추상
오랜 세월 곁에서 자리를 지킨
늙은 버드나무는 이 의미를 알까
버들가지 위로 아침 햇살이 스친다
2025-12-28 06:00
[포토 에세이] 원색의 가을
가을 길을 걷다가 하늘을 본다
티 없이 파란 가을 하늘에
플라타너스 잎들이 색을 수놓는다
초록빛 여름날의 기억
노란 햇살의 속삭임
붉은 가을의 숨결
햇살은 가을빛으로 잎을 감싸고
바람은 잎을 흔들어
짧았던 가을과 작별을 한다
2025-11-08 06:00
[포토 에세이] 가을 호수의 아침
잠든 듯 고요한 가을 호수 위로
안개가 흰 이불처럼 내려앉는다
동이 트고 아침 햇살이
황금빛 숨결을 불어넣으며 속삭인다
하루가 시작되었다고
바람이 안개 이불을 걷어내자
호수가 눈을 뜬다
깊어가는 가을날을 다시 시작한다
2025-10-20 07:00
[포토 에세이] 하늘의 붓 터치
서녘 끝으로 해가 질 때
하늘이 구름 붓을 들어 저녁을 그린다
보랏빛 분홍빛 바탕칠을 하고
산 실루엣 위에 무채색 붓 터치를 더한다
하늘이 그린 순간의 예술
그림보다 더 그림 같은 저녁
2025-09-20 07:00
[포토 에세이] 외로운 산책
해변을 외로이 걷는 갈매기 한 마리
물결의 흔적 따라 발자국을 남긴다
찰싹이는 바다, 젖은 바람…
외로움 가득한 해변을 걷는다
그저 묵묵히 걷는다
부리 끝에 남은 침묵을 삼키며
날개 접어 바다보다 더 깊은 슬픔을 품는다
2025-08-03 07:00
[포토 에세이] 바다와 전차
사이판섬 에메랄드빛 맑은 바다에
녹슨 전차 하나가 조용히 잠겨 있다
포성이 파도에 섞여 사라진 지 오래
넓은 바다를 향한 포신에는
더 이상 분노도, 명령도 없다
지금은 산호와 어울려
물고기 떼의 노래에 귀 기울인다
2025-07-13 08:00
[포토 에세이] 고석정 유람
간밤엔 장대비 쏟아지더니
고석정 계곡엔 물이 넘쳤네.
맑은 햇살 퍼지는 오늘 아침,
물 넉넉한 계곡, 걷기도 참 좋다.
허나 세상 이치란 그런 것,
급히 채운 복엔 흠이 따르기 마련.
맑고 풍성한 물줄기,
어디 한꺼번에 다 갖출 수 있으랴.
푸르른 숲속, 바위 절벽은 예전 그대로,
바람은 불고 마음은 들떠
에헤라디야 뱃놀이
2025-06-17 10:17
[포토 에세이] 아침 이슬
새벽녘 안개 자욱하더니
아침 오자 영롱히 이슬 맺혔네
풀잎들 유리구슬 머리에 이고
방울방울 합창을 한다
아침 햇살 살며시 마술 부려
몽환의 세계 펼쳐놓고
풀잎 요정 물 한 모금씩 마시고 가면
슬며시 사라지는 아침 이슬
2025-05-19 08:24
열 번째 봄
다시 봄이 왔다
어김없는 계절의 순환 속에
들판의 나무들은 새순을 틔우고
햇살을 머금은 잎사귀들이
빛을 반사하며 반짝인다
그리하여
싹을 틔우고, 자라고,
때가 되면 잎을 떨구며
하늘로 한 걸음 더 나아가는 나무들
그 흐름 속에서 우리는
삶의 깊이를 배운다
브라보 마이 라이프
그 이름 아래 스며든
열 번의 봄,
열 번의 여
2025-04-03 08:20
[포토 에세이] 노란 폭죽
산수유꽃이 터진다.
산과 들, 봄의 바탕 위에
노란 불꽃이 수놓인다.
긴긴 겨울을 견디고
가장 먼저 눈을 뜬 꽃,
따스한 바람을 몰고 와
온 세상에 환한 폭죽을 쏘아 올린다.
봄이 왔다고,
이젠 괜찮다고.
2025-03-17 08: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