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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령화로 일손 없어 日기업 줄줄이 도산… “외국인 근로자에 사활”
- 2023년 인력 부족을 이유로 기업들이 도산하고, 종업원이 없어 단축 영업을 하거나 임시 휴업하는 음식점도 생겨났다. 일본에 체류 중인 외국인 노동자가 역대 최고 수치를 기록했음에도, 여전히 일본은 일손이 부족하다. 게다가 신흥국 경제성장으로 일본의 일자리 매력도도 떨어지기 시작했다. 올해 4월 1일부터 일본 물류업계 운전자의 근무시간이 제한된다. ‘배송 기사의 근로시간은 다른 산업에 비해 20% 긴 반면 수입은 20% 적다’는 문제가 제기됐기 때문이다. 이 배경에는 운전자의 고령화, 만성적인 인력 부족, 장시간 노동의 장기화,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물류량 등 다양한 문제가 얽혀 있다. 이와 관련해 ‘2024년 문제’라는 용어가 등장할 정도로 일본 내에서는 저출산 고령화 시대의 물류업계 인력 부족과 업무 방식 개혁이 큰 이슈가 됐다. 인력 부족해 문 닫는 기업들 운전자 부족은 물류업계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일본 시장조사 업체 제국데이터뱅크에 따르면, 2023년 상반기에 인력 부족을 이유로 문 닫은 기업은 110개사가 넘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 전해 같은 기간보다 80.3% 증가한 수치로, 2013년 해당 데이터를 집계한 이후 처음으로 100건을 넘어섰다. 멘주 도시히로(毛受敏浩) 일본국제교류센터 집행이사는 NHK와의 인터뷰에서 “국내 인구가 연간 80만 명 이상 감소하고 있어, 노동자 확보가 모든 산업에서 사활을 건 문제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멘주 이사의 우려처럼 앞으로 일본의 노동력은 더 부족해질 전망이다. 일본 싱크탱크 리크루트웍스 연구소에 따르면, 2040년 일본의 노동인구는 약 1100만 명 모자랄 예정이다. 특히 교통과 건설 등의 분야가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택시업계 운전자 평균 연령은 2022년 기준 58.3세로 고령 인력이 대부분이다. 버스 역시 고령화로 운전자가 부족해 버스 노선이 사라지거나, 버스 업체가 문을 닫기도 했다. 일본버스협회는 2030년이면 일본 전역에 버스 운전기사가 9만 3000명으로 줄어 3만 6000명 정도 부족할 것으로 내다봤다. 젊은이들이 기피하는 건설업도 마찬가지다. 총무성에 따르면 건설업 종사자는 1997년 685만 명에서 2022년 479만 명으로 30% 이상 줄었다. 그런 데다 고령화로 55세 이상 노동자가 36%에 달해 앞으로 노동인력은 더욱 감소할 전망이다. 외국인 노동자 더 받겠다지만 일본 정부는 대안으로 외국인 노동자가 물류나 교통업계에 취직할 수 있도록 비자제도를 점검하기로 했다. 최장 5년 동안 외국인의 취업 체류를 허가하는 ‘특정기능 1호’ 대상이 되는 12개 업종에 자동차 운송, 철도, 임업, 목재산업 4개 분야를 추가하기로 했다. 앞으로 버스·택시·트럭 운전사, 철도 역무원·차장, 슈퍼마켓 내 반찬 조리 직종 등에도 외국인 인력이 유입될 전망이다. 또한 특정기능 체류 자격을 허가하는 인원도 늘릴 것을 제안했다. 3월 19일 일본 정부는 향후 5년간 특정기능 수용 전망 인원으로 최대 82만 명을 제시했다. 2019년 특정기능 1호 제도를 처음 도입할 때 제시한 34만 5000명의 두 배가 넘는 규모다. 특정기능 체류 자격은 간호, 건물 청소, 건설, 자동차 정비, 숙박, 농업, 어업, 외식 등의 일자리 시장을 외국인에게 개방하면서 만든 제도다. 수용 인원은 5년 단위로 정한다. 비숙련 노동자의 취업을 허가하는 기술실습제도를 대체하는 ‘육성취업’제도도 새롭게 도입할 예정이다. 현재 기술실습제도는 전직을 인정하지 않고 있는데, 육성취업제도에는 인재를 육성하고, 전직을 인정하며, 지방의 인재 확보를 목적으로 하는 내용을 담았다. 이 제도로 비숙련 외국인 노동자를 유입시킨 뒤 특정기능 1호 비자를 받을 수 있도록 연결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부족한 일손을 채우려는 일본 정부의 노력에 따라 일본 내 외국인 노동자는 꾸준히 늘었다. 후생노동성에 따르면 2023년 일본의 외국인 근로자 수는 204만 명을 넘어섰다. 2008년에는 49만 명에 불과했던 외국인 근로자가 15년 만에 네 배로 늘어난 셈이다. 외국인 고용 신고를 의무화한 2007년 이후 최고치라지만 인력난을 해결하기에는 역부족이다. 국제협력기구는 일본 정부가 제시한 경제성장 목표를 달성하려면 2040년 기준 외국인 노동자가 지금보다 500만 명 더 늘어야 할 것으로 봤다. 그러나 외국인 근로자에게 일본이라는 일자리 시장의 매력은 점차 낮아지는 모양새다. 일본의 외국인 근로자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나라는 베트남이다. 인력이 부족한 간호, 건설의 경우 베트남 자국에서 일할 때 받을 수 있는 임금과 일본에서 받는 임금의 격차가 크게 줄어든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엔화 가치 하락으로 실질임금이 낮아진 데다 물가까지 고려하면 일본에 살면서 일할 이유가 더 이상 없다고 지적한다. 세금이 높은 점도 외국인 근로자 이탈을 부추기고 있다. 외국인 근로자 평균 임금은 일본인의 75%지만 소득세율은 10%에 달한다. 일본경제연구센터는 “2032년이면 베트남의 현지 급여 수준이 일본의 50%를 넘을 것”이라며 “동남아 외국인 근로자들은 더 이상 일본으로 일하러 오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 2024-04-24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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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후를 장애아동과 행복하게, 일본의 이케노카와 유치원
- 이케노카와 유치원(池の川幼稚園)은 설립된 지 60년 됐다. 유치원을 운영하는 70대 원장님과 한 달에 한 번 봉사활동을 오는 60대와 70대 두 선생님이 있다. 유치원은 보통 어른들이 짜놓은 프로그램에 맞춰 아이들을 교육하고, 초등학교에 잘 적응하기 위해 준비하는 기관으로 생각한다. 이케노카와 유치원은 다르다. 세 명의 선생님이 아이들의 자율성을 존중하고자 한 명 한 명의 내면에 귀 기울이고 주의 깊게 관찰한다. 아이들의 성장을 지켜보며 따뜻한 눈길로 보듬어주는 활동이 얼마나 소중한 일인지 이번 취재를 하며 다시 한번 깨달았다. 동료 교수에게 봉사활동을 권유받다 평소 친하게 지내던 아동교육학과 히라구치 나오미(原口なおみ, 67) 교수가 한 달에 한 번 봉사활동을 가는 유치원이 있는데 함께 가보지 않겠느냐고 권유했다. 히라구치 교수는 30년 넘게 여섯 곳의 유치원에서 구연동화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이케노카와 유치원은 그중에서도 가장 멋진 곳이라며 나를 초대했다. 10월 청명한 날씨에 도쿄에서 특급열차로 1시간 40분 달리면 나오는 히타치역(日立駅)에 내려서 다시 택시를 타고 10분 정도 더 가니 유치원이 나왔다. 주택가 한적한 곳에 자리 잡은 유치원은 오래된 목조 건물이어서 옛날 시골에 있던 초등학교 같아 친근하게 느껴졌다. 마당으로 들어서니 오래된 은행나무가 있었다. 마치 동화 속에 나오는 것 같은 조그마한 집 두 채가 나무 옆에 있고, 그 사이로 선생님과 뛰노는 아이들의 목소리가 참새들의 합창처럼 끊이지 않았다. 함박웃음을 머금으며 소에지마 유미코(副島由美子, 73) 원장이 우리를 반갑게 맞이해주었다. “대학에서 사회복지를 전공해 보육사 자격이 있었어요. 교육에 대해 특별히 공부한 건 아니에요. 그런데 여기 이케노카와 유치원은 좀 남달랐어요. 장애를 가진 아이와 그렇지 않은 아이를 구분하지 않고 함께 보육하는 환경을 보고 일하고 싶다고 생각했죠. 취업이 예정되어 있던 회사에 가지 않고 대학 졸업과 동시에 이곳에서 근무했어요.” 이곳에서 근무한 지 50년이 넘었다는 소에지마 원장은 교실을 둘러보면서 일하게 된 계기를 설명했다. 유치원의 유래도 들려주었다. 원장의 어머님이 자택 부지에 지역 주민들을 위해 만들었다고 한다.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유치원 히라구치 교수는 대부분의 유치원이 일본 사회의 상식을 의심하지 않고 빨리 어른이 되도록 강요하는 교육을 하고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개인의 성장을 소중히 여기고, 놀이 속에서 자유롭게 성장한다’는 보육 목표를 세운 유치원이 많지만, 실제로는 ‘책을 읽을 때 등을 곧게 펴고 조용히 듣자’며 아이들에게 명령하고, 빡빡하게 짠 주간 계획 일정을 밀어붙이는 곳이 많다고 했다. 일본에는 은연중에 소수 의견을 가진 사람에게 다수 의견에 맞추라고 강요하는 문화가 있는데, 모두가 같은 일을 같은 방식과 동일한 속도로 처리하는 것이 ‘성장’이라는 동조 압력 같은 것이다. 대다수 유치원은 이런 일본 문화를 의심하지 않고 그대로 받아들여 아이들이 초등학교에 들어가 곤란을 겪지 않도록 가르친다. “입 다물고 긴장한 상태를 유지하라는 건 아이들에게 아무것에도 감동받지 말아야 한다고 하는 것과 마찬가지 아닐까요? 이케노카와 유치원은 달라요.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힘을 키우는 교육을 하거든요. 장애가 있는 아이나 외국인 자녀와 관계를 맺으면서 어린이다운 도덕관과 윤리관이 형성돼요. 일본도 예전에는 마을 촌민들이 매일 밤 모닥불을 피우고 오랫동안 구전으로 내려오는 옛날이야기를 즐기던 때가 있었죠. 그때는 삶을 풍성하게 만들기 위해 촌민들의 마음을 모으고 토의하며 서로에 대한 이해를 키워갔어요. 그런 전통이 남아 있는 곳이 이케노카와 유치원이에요.” 이케노카와 유치원은 다른 유치원에서는 받아주지 않는 자폐증, 다운증후군, 발달장애, 외국인 자녀들도 원생으로 받고 있다. 이곳 아이들이 얼마나 구김살 없이 잘 자라고 있는지, 이 유치원의 교육이 얼마나 특별한지에 대한 히라구치 교수의 이야기가 멈추지 않았다. 왜 이곳으로 나를 초대했는지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아이와 엄마가 함께 성장하는 시간 마쓰모토 하루미(松本晴美, 71) 선생님이 전신을 감싸는 검정색 옷을 입은 채 많은 종류의 인형을 들고 무대 뒤에서 인형극을 시작했다. 누워서 듣는 아이, 조용히 듣는 아이, 옆 친구와 이야기하는 아이, 블록을 가지고 노는 아이, 일어나서 돌아다니는 아이가 있었지만, 모든 선생님이 아이들을 그대로 두었다. ‘자 앉아요!’라든가 ‘조용히 들어야지!’라는 주의를 주지 않았다. 마쓰모토 선생님은 30여 년 동안 여러 유치원에서 인형극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인형극과 인연을 맺은 계기가 특별했다. 선생님의 아이가 이케노카와 유치원에 입학했고 학부모들과 인형극단 모임을 했는데, 그때 인형극의 매력에 푹 빠져버렸다고 한다. 마쓰모토 선생님은 이케노카와 유치원에 특별한 애정을 가지고 있었다. “이케노카와 유치원의 교육은 아이들에게만 영향을 주는 게 아니에요. 누구나 원생으로 받아주고, 애정으로 아이들의 성장을 지켜보는 교육 방침을 보고 우리 엄마들도 건강해지더라고요. 저도 그런 사람 중 하나고요. 엄마들도 함께 성장하는 거죠.” 이케노카와 유치원에는 학부모들이 고민을 이야기하고 조언을 얻을 수 있는 ‘상담반 모임’, 장애가 있는 자녀를 키우는 학부모 모임인 ‘살구반 모임’ 등 자율적인 학부모 동아리 활동이 많다고 한다. 아이들이 유치원에 다니는 동안 엄마도 함께 행복한 시간을 가질 수 있다는 건 다른 곳에서 찾기 힘든 큰 매력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함께 만드는 ‘자율적인 커리큘럼’ 유치원을 견학하면서 특히 흥미로웠던 건 ‘자율적인 커리큘럼’이다. 소에지마 원장은 아이들을 관찰하는 데 집중한다고 설명했다. 각자 생각하는 것도 다르고, 하고 싶은 것도 다른데, 그런 점을 주의 깊게 관찰하고 함께 즐길 수 있는 게 무엇일지 고민하며 재미있는 걸 찾아 만들어나간다고 했다. “저기 마당에 큰 은행나무 옆 나무로 된 집이 보이죠? 2019년 졸업반 아이들이 ‘같이 놀았던 중급반, 하급반 아이들이 기뻐할 걸 만들어주자!’라는 아이디어를 내서 선생님과 상의해 완성한 집이에요. 우리가 직접 할 수 없는 부분은 유치원 일을 봐주시는 목수에게 부탁했고, 아이들은 직접 나무를 나르거나 페인트로 그림을 그렸어요. 그렇게 아이들이 직접 완성한 게 두 개의 작은 집이에요. 그 외에 작은 연못도 만들고 봉제 인형이나 가방 등 만든 것들이 많아요. 그런 것이 아이들에게 진정으로 재미있는 수업이 되죠.” 소에지마 원장이 마당을 가리키며 말했다. 나무집은 자유시간에 아이들이 마음껏 들락거리는 은신처가 됐다고 한다. 돈으로 바꿀 수 없는 것들 이케노카와 유치원도 저출산의 영향을 받고 있다. 한때는 원생이 150명도 넘었지만, 현재는 64명이다. 다행히 2019년 10월부터 정부 보조금으로 유아 교육과 보육 요금이 무료가 되어 경영에는 문제가 없었다. 일부 교재비나 버스 요금 등은 학부모에게 받고 있다. “제 급여는 40세에 유치원 원장이 되고 난 뒤로 전혀 변하지 않았어요. 하지만 돈 이상의 것을 아이들로부터 받고 있어서 만족합니다. 돈을 벌 목적으로 하는 일이 아니기 때문에 인원이 적으면 오히려 아이들 한 사람 한 사람을 더 소중하게 대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아이들의 성장은 돈으로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것이죠.” 아이를 어른과 대등한 인격체로 보고 의사를 존중하며 학부모도 함께 배워나가는 유치원. 이런 선순환이 이뤄지는 유치원은 지금까지 본 적이 없었다. 그래서인지 졸업한 학부모로부터 많은 감사 편지가 온다. “장애가 있거나, 교육에 어려움을 겪는 아이가 있거나, 그 외에 여러 고민을 안고 있는 부모님들이 있죠. 그런 분들이 아이가 우리 유치원에 다니고부터 마음이 편안해지고, 웃음이 넘치고, 행복해하는 얼굴로 변화해가는 모습을 많이 봤어요. 그럴 때는 유치원을 운영하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이들 모두 구김살 없이 잘 어울려 노는 모습은 필자에게도 무척 인상적이었다. 모든 어린이가 자유롭게 성장하도록 유치원을 이끌어가는 소에지마 원장, 구연동화·인형극으로 봉사활동을 하며 사랑으로 아이들의 성장을 지켜보는 히라구치 교수와 마쓰모토 선생님이 있기에 가능한 일 아닐까? 글을 마치며 소에지마 원장에게 보낸 한 학부모의 감사 편지를 소개한다.
- 2024-03-28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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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르신들도 4차산업 기술 혁명 혜택 보아야죠”
- 스마트폰 하나면 전국 어디서든 배달이 가능하고, 택시도 부르고, 기차 예약도 하는 세상이다. 하지만 많은 어르신들이 이런 기술을 누리지 못하고 있다. 누구든 4차 산업의 혜택을 받을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원더풀플랫폼이 만들어진 계기다. 원더풀플랫폼은 어르신 돌봄 서비스를 만드는 플랫폼 회사다. 원하는 종류의 디바이스를 선택해 원더풀플랫폼의 ‘다솜K’를 탑재하면 된다. 다솜은 순우리말로 사랑을 뜻한다. 꼭 스마트폰이 아니어도 어떤 기기에서든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다솜이를 사용하는 전국 어르신은 약 1만 명. 2023년 10월 기준 94개 지자체와 147개 기관에 보급된 다솜이를 더 많은 어르신이 만나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원더풀플랫폼의 목표다. 어르신의 말벗 ‘다솜이’ 다솜이는 ‘다솜K’를 부르는 애칭이다. 한마디도 하지 않은 채 하루를 보내는 어르신들을 위해 특화된 것이 ‘말벗 기능’이다. “보통 구글 등의 음성 명령 서비스는 기기를 부르는 ‘명령어’가 필요하고, 궁금한 것을 물어보면 대답하는 것에서 끝나는데요. 다솜이는 대답 후 다른 질문을 덧붙이기 때문에 정말 대화하듯 말을 주고받을 수 있습니다. 또 사용자가 부르지 않아도 먼저 말을 걸기도 하고, 한 주제로 이야기하다가 다른 주제를 물어보기도 합니다.” 정진현 원더풀플랫폼 국내영업팀 팀장은 다솜을 만들 때 ‘대화’에 강점을 두었다고 설명했다. 다솜의 또 다른 특징은 학습한다는 점이다. 사용자가 다섯 살 손자가 있다는 걸 언급했다면, 기억해두었다가 다른 대화를 할 때도 적용한다. 어르신들의 어눌한 말투나 사투리도 학습한다. 따라서 대화를 많이 하면 할수록 다솜이는 똑똑해지고 고도화된다. 누가 다솜이와 대화를 했느냐에 따라 집집마다 다솜이의 성격이 달라진다. 쓰면 쓸수록 사람처럼 진화하는, 말 그대로 ‘말벗’이 된다. 말벗 기능은 챗GPT가 오픈되기 전부터 개발하던 것으로, 이제 5년 차가 됐다. 최근에는 챗GPT도 결합해 기능을 좀 더 다양화했다. 보고 듣는 기능도 있다. 젊은이들이야 유튜브에 검색해서 스트리밍 서비스를 이용하거나 원하는 콘텐츠를 검색하지만, 어르신들에게는 어려운 일이다. 다솜이에게 “쫛쫛 검색해줘, 쫛쫛 노래 틀어줘”라고 말하면 된다. 음식 레시피가 궁금하면 “김치찌개 끓이는 법 알려줘”라고 하면 영상을 찾아 재생해준다. 정 팀장은 “요즘 시대에 나오는 콘텐츠에 접근할 수 있도록 효율성을 높여드린 셈”이라면서 “무엇이든 말로 할 수 있게 했다”고 설명했다. 2023년 10월 기준 다솜이를 통해 어르신들이 가장 많이 사용한 기능은 콘텐츠 재생, 날씨 정보, 화상통화다. 건강관리도 다솜이로 현재 다솜이는 지자체, 보건소, 치매안심센터 등을 통해 주로 보급되고 있다. 지자체에서 대상자를 선정하면 원더풀플랫폼에서 다솜이가 탑재된 디바이스를 댁에 방문해 설치해드리고 사용 방법을 알려준다. 원더풀플랫폼은 관리자 페이지에 대화를 통해 얻은 데이터를 저장한다. 어떤 어르신이 다솜이와의 대화 중에 “오늘 다리가 아프네”라고 말하고 며칠간 이런 대화가 반복될 경우 어르신을 방문할 생활지도사나 간호사에게 ‘아픈 부위 1순위 다리’라는 정보를 제공한다. 그러면 어르신을 방문할 때 “어르신 요즘 다리가 많이 아프시다면서요?”라며 자연스럽게 대화를 이어갈 수 있다. 또한 자주 말하는 단어를 기록하는데, 만약 죽음과 같은 부정적인 단어가 자주 보인다면, 정서적 케어가 필요하다는 것을 관리자가 확인할 수 있다. 알림 기능도 있다. 휴대폰 전용 앱을 이용하면 다솜이가 ‘어르신 오늘 보건소 방문하셔야 하는 날이에요’라는 일상 알림이나 재난 문자 등을 읽어준다. 지방의 경우 태풍이 불고 천둥이 치면 마을 방송 확성기 소리가 묻혀 잘 들리지 않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는 지자체의 요청을 받아 기능을 개발했다. 다솜이에게 ‘도와줘’, ‘살려줘’라고 말하면 원더풀플랫폼에서 24시간 운영하는 관제시스템으로 연결되는 응급 기능도 있다. 직원이 상황을 파악한 후 필요한 경우 119에 대신 신고해준다. 병원에서도 다솜이를 활용하고 있다. 큰 수술을 마치고 집으로 귀가한 환자에게 위급상황이 발생할 경우를 대비하는 것. 간호사들이 귀가 후 주의사항이나 해야 할 것들을 다솜이를 통해 알릴 수 있고, 갑자기 몸이 안 좋아졌을 때 긴급 호출을 요청할 수도 있다. 최근에는 정신건강센터에서도 다솜이 이용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2024년 원더풀플랫폼이 집중하는 것은 ‘스마트 빌리지’ 사업이다. 지자체에서는 움직임이 있는 휴머노이드형 로봇을 복지관을 비롯해 어르신들이 자주 방문하는 장소에 보급할 계획을 갖고 있다. 원더풀플랫폼은 각 기관에 있는 로봇과 집 안의 로봇을 연결하고자 한다. 몸이 불편해 경로당에 나가지 못해도 경로당에 나와 있는 어르신들과 소통할 수 있고, 경로당끼리 노래방 대회 등 교류도 할 수 있도록 말이다. 궁극적인 목표는 4차 산업 시대에 효과적인 기능의 혜택을 어르신들도 함께 누리도록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다솜이에게 ‘치약이 떨어졌다’고 말하면 치약을 대신 주문해주고, 일정 시간이 지나면 ‘어르신 곧 치약이 떨어질 때가 되었는데 주문해드릴까요?’라고 물을 수 있게 할 예정이다.
- 2024-03-26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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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헤드윅’이 돌아온다”…3월 풍성한 문화소식
- ●Exhibition ◇갑진년맞이 용을 찾아라 일정 4월 7일까지 장소 국립중앙박물관 십이지신 중 유일하게 상상의 동물인 용은 예부터 강력한 힘을 갖고 있다고 여겼다. 삼국시대 무덤 벽화부터 절터의 벽돌, 왕실용 항아리, 대한제국 황제의 도장 등 다양한 미술품에 등장했다. 각 작품에 표현된 용은 용맹하면서도 사람을 닮은 친근한 표정을 하고 있기도 하다.국립중앙박물관은 2024년 청룡의 해를 맞아 상설전시관에서 용과 관련된 전시품 15건을 소개한다. 전시품은 1층 선사·고대관과 중·근세관, 2층의 서화관, 3층의 조각·공예관에 분포돼 있다. 전시장 키오스크에 떠 있는 QR 코드를 촬영하면 안내 지도와 목록을 볼 수 있어 쉽게 전시를 즐길 수 있다. 대표적인 작품으로 고구려 강서대묘의 ‘청룡도’가 있다. 널방(시체를 안치한 무덤 속 방) 동벽에 그려진 것으로, 죽은 자를 지키는 사신의 오랜 전통을 확인할 수 있다. 서화실에서는 가로, 세로 각각 2m가 넘는 대규모 용 그림을 만날 수 있다. 푸른 바다 위 먹구름에 겹겹이 싸인 용은 나란히 전시된 호랑이 그림과 함께 정월 초 궁궐이나 관청 대문에 붙였던 것으로 추정된다. 조각·공예관에서는 청자와 백자에 나타난 용을 찾아볼 수 있다. ◇브라이언 아담스 사진전 일정 4월 13일까지 장소 전쟁기념관 캐나다 가수이자 사진작가 브라이언 아담스의 아시아 최초 대규모 전시다. 크게 두 개의 존으로 구성됐으며, 총 140여 점이 전시됐다. 익스포즈드 존(EXPOSED ZONE, 노출)에서는 마이클 잭슨, 엘리자베스 2세 여왕 등 유명 인물과 함께 작업한 작품들을 볼 수 있다. 운디드 존(WOUNDED ZONE, 부상)에는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 부상당한 영국 장병들의 사진이 전시됐다. 전쟁의 상처를 조명했으며, 전쟁기념사업회의 설립 정신과 취지에도 부합한다. 백승주 전쟁기념사업회장은 “전쟁의 고통과 상처를 간직한 군인들의 사진을 보며, 전쟁의 교훈을 깨닫고 평화의 소중함을 되새길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Book ◇초고령사회 일본이 사는 법(김웅철·매일경제신문사) 전체 인구에서 65세 이상이 차지하는 비율인 고령자 인구 비율이 20% 이상이면 ‘초고령사회’라고 한다. 우리나라는 2025년이면 초고령사회에 진입한다. 일각에서는 그보다 이른 올 하반기에 진입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저자는 초고령화에 빨리 대응해야 한다며, 10여 년 앞서 초고령사회를 경험한 일본을 통해 해답을 찾을 수 있다고 말한다. 초고령사회 일본에서 나타나는 현상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중장년층과 젊은 층의 가치관이 어우러지면서 새로운 문화가 생겨났으며, 고령화 정책과 기술이 현장 중심으로 발전하며 고령 친화적인 변화가 나타났다. 지역사회에서는 치매 카페와 같은 모임이 생기고, AI택시 같은 혁신적인 교통수단이 도입됐다. 대형마트에서는 고령자들을 위해 특화된 서비스인 ‘슬로 계산대’를 운영하며, 젊은이들은 고령자의 짝꿍 역할을 하면서 IT 기기 사용법을 가르쳐준다. 고령자 서비스를 확대한 편의점, 메디컬 피트니스 등 시니어 비즈니스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고령화가 단순히 인구 구조의 변화가 아니라 사회와 문화의 변화라는 것을 깨닫고, 그 변화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적응할 수 있는 방법을 배울 수 있기를, 궁극적으로 초고령사회를 넘어 신고령사회로 가는 길을 찾을 수 있길 바란다”고 전했다. ◇베이비부머가 노년이 되었습니다(김찬호·날) 사회학자이자 베이비부머 세대인 저자가 60세를 지나면서 펴낸 첫 노년 에세이. 품위 있는 노년을 위한 마흔 개의 열쇳말을 제시한다. ◇비만·당뇨·콩팥병 악순환 고리를 끊다(송정숙·북아지트) 약사인 저자는 당뇨와 비만의 근본 원인인 인슐린 저항성에 관한 해법을 소개한다. 생활요법과 질 좋은 영양소 섭취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인생의 오후를 즐기는 최소한의 지혜(아서 브룩스·비즈니스북스) 하버드대 교수인 저자는 직업적·사회적 쇠퇴기를 맞은 중년들이 삶의 목적을 찾고 새롭게 도약하는 방법을 알려준다. ●Stage ◇헤드윅 일정 3월 22일 ~ 6월 23일 장소 샤롯데씨어터 연출 손지은 출연 조정석, 유연석, 전동석, 장은아, 이예은, 여은 등 스테디셀러 뮤지컬 ‘헤드윅’이 14번째 시즌으로 돌아온다. 음악을 통해 상처로 얼룩진 인생의 의미를 찾아 헤매는 로커 헤드윅의 자전적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1994년 뉴욕의 작은 록 클럽에서 첫선을 보인 후 30년이 지난 지금까지 금세기 최고의 록 뮤지컬로 평가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2005년 초연됐으며, 이번 시즌에는 조정석·유연석·전동석이 헤드윅 역을 맡아 연기한다. 유연석은 7년 만에, 조정석은 8년 만에 헤드윅으로 돌아온다. 조정석은 “예전에 마흔이 넘어도 헤드윅을 할 거라고 했는데 그 말을 지키게 됐다”며 “2006년부터 네 번의 시즌을 함께했다. 할 때마다 재밌고 여전히 내 심장을 뜨겁게 하는 작품이어서 설렌다”고 소감을 전했다. ◇넥스트 투 노멀 일정 3월 5일 ~ 5월 19일 장소 광림아트센터 BBCH홀 연출 박준영 출연 최정원, 배해선, 이건명, 마이클 리, 산들, 유회승, 홍기범 등 2년 만에 돌아오는 뮤지컬 ‘넥스트 투 노멀’은 겉으로는 평범해 보이지만 내면에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가족의 아픔과 화해, 그리고 사랑을 이야기한다. 16년째 양극성 장애를 앓고 있는 엄마 다이애나와 그녀의 병이 온 가족에게 미치는 영향을 탄탄하고 정교한 드라마로 풀어낸다. 다이애나 역은 지난 시즌에 이어 최정원이 맡았으며, 배해선이 새롭게 합류했다. 남편 댄 역은 이건명이 지난 시즌에 이어 출연하며, 마이클 리가 뉴 캐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딸 나탈리와 아들 게이브 역에는 실력과 에너지를 갖춘 젊은 배우들이 캐스팅돼 기대감을 높인다. ◇그때도 오늘 일정 3월 15일 ~ 5월 26일 장소 서경대학교 공연예술센터 스콘2관 연출 민준호 출연 최영준, 오의식, 박은석, 이희준, 양경원, 차용학 연극 ‘그때도 오늘’이 극단 설립 20주년을 맞아 2022년 초연 이후 무대에 오른다. 1920년대 부산, 1940년대 제주도, 2020년대 최전방 등 서로 다른 시간과 장소에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담은 2인극으로, 각 지방색에 맞는 사투리를 근간으로 시대적 배경을 실감 나고 사실적으로 표현한다. 배우 겸 작가로 활동 중인 오인하가 극본을 썼다. 공연 관계자는 “독립, 평화, 민주주의를 위해 희생한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는 우리가 살고 있는 ‘오늘’을 되짚어보게 한다”고 소개했다. 본 기사에 소개된 공연을 관람하신 독자분의 생생한 후기를 기다립니다. 채택된 분께는 소정의 상품과 브라보 마이 라이프 잡지를 보내드립니다. shjlife@etoday.co.kr
- 2024-03-08 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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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G 최고령 국가대표’ 임현, 은퇴 계획은 없다
- 1950년 10남매 중 여덟째로 태어났다. 그 시절 사회는 남편 내조 잘하고 아이 잘 키우는 현모양처가 되라고 했다. 꿈은 아득히 먼 단어였다. 안온한 가정 속, 소소한 재미를 ‘마인드 스포츠’ 브리지에서 찾았다. 매일 52장의 카드를 들여다보며 가정에 충실하지 않은 것 같다는 은근한 죄의식에 시달렸다. 그렇게 40여 년이 지난 어느 날. 임현(73) 씨에게 깜짝 선물이 도착했다. 아시안게임 국가대표다. “선생님, 예쁘게 하고 오셔야 해요. 아셨죠?”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결단식을 앞두고 임현 씨는 대내외적인 주목을 받았다. 브리지라는 이색 종목에 출전하는 최고령 선수여서다. 최연소로 승선한 김사랑(11) 양과는 62세 차. 일생일대의 선물은 꽤나 요란했다. 종목별 경기단체 임원, 지도자, 선수단 등 1000여 명이 참석한 결단식에서 고령의 도전자에게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졌다. “하도 예쁘게 하고 오라고 하기에 의식을 하긴 했는데 그렇게까지 주목받을 줄은 몰랐어요.(웃음) 가장 어린 선수와 둘이 카메라 인터뷰를 하기도 했어요. 국제 대회가 처음은 아니었는데, 확실히 아시안게임이 다르긴 다르더라고요.” 폐막 후 2개월여. 임현 씨가 카메라 앞에 서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대회 내내 최연장자로 화제였지만 인터뷰를 고사해왔다. 그러다 긴 휴가를 앞두고 ‘브라보 마이 라이프’와 만났다. “사실 나서는 것을 좋아하지 않아요. 쓸 만한 게 있을지 모르겠어요. 다만 브리지가 더 많이 알려지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하니까… 내 이야기 한번 들어주겠어요?” 공부하는 엄마, 노는 엄마 한국에서 브리지는 생소하게 여겨지지만, 해외에서는 다르다. 지적 카드 게임인 브리지는 130여 개 국가에서 4000만 명 정도가 즐기고 있다. 중국 정치 지도자 덩샤오핑, 영국 작가 서머싯 몸 등이 대표적인 애호가.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주와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이 파트너를 이뤄 2007 북미 브리지 챔피언십에 출전한 것은 유명한 일화다. 임현 씨도 해외 적응을 위해 브리지에 입문한 케이스다. “남편이 외국을 많이 다니는 직업이었어요. 브리지를 알고 있으면 해외 나가 적응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하길래 국제부인회에서 배웠어요. 그게 1982년이에요.” 속절없이 흐르는 세월 속 정확한 연도나 기록은 희미해졌지만, 여전히 생생한 기억이 있다. 엄마의 취미를 편견 없이 바라봐 준 두 딸의 응원이다. “미국에 1984년 건너갔어요. 거기서 맞는 첫 생일에 브리지 매거진 1년 구독권을 선물로 받았어요. 딸들이 중학생 정도 됐을 거예요. 둘이 자꾸 속닥거리더라고요. 나중에 알고 보니 내 생일에 맞춰서 첫 번째 매거진이 도착하지 않을까 봐 전전긍긍했다고 해요.(웃음) 그때부터 브리지 관련 책을 접하게 됐어요.” 임현 씨는 가벼운 마음으로 책장을 넘겼다. 그때까지만 해도 순전히 재미였다. ‘선수’가 된 계기는 영국 대사 부인이 건넨 한마디였다. “브리지는 두 사람이 짝(페어)을 맞춰 다른 두 사람과 겨루는 게임이에요. 그렇게 잘하지 않았을 때인데 영국 대사 부인이 파트너를 제안하더라고요. 그렇게 나선 경기에서 트로피를 들어 올렸고, 신문에 우승 소식도 실렸어요.” 누구보다 좋아한 건 아이들이었다. 그 후로 브리지를 하고 온 날이면 “몇 등 했어요?”, “잘했어요?” 하며 종알댔다. 임현 씨는 그 관심이 즐거워 더 브리지를 파고들었다. 브리지 매거진과 관련 책을 손에 잡히는 대로 읽었고 틈만 나면 브리지를 생각했다. 그럴수록 마음 한편에선 집안일을 더 살뜰히 돌볼 수 있는 시간을 허비하는 것 같아 불편했고, 그 모습을 두 딸이 공부하는 것으로 여겨 어쩐지 죄스러웠다. 복잡한 마음과 함께 임현 씨의 브리지 사랑은 깊어갔다. “요즘엔 이런 말을 이해할지 모르겠지만, 우리 시절엔 대학 졸업장이 거의 결혼 자격증 같았어요. ‘내가 뭐가 되겠다’는 생각을 못 했어요. 사회 분위기가 그랬어요. 결혼하고서는 남편과 아이들에게 충실하는 것이 내게도 좋은 일이라고 생각했고요. 그러니 브리지 책 보는 것도 마음에 걸릴 수밖에요. 브리지 할 때마다 스스로에게 묻곤 했어요. ‘이렇게 시간을 많이 쓰는 게 맞나?’ 하고요. 그렇게 해왔어요.” 내조의 여왕에서 브리지 국가대표로 두 딸의 결혼 그리고 남편의 은퇴. ‘제 할 일’ 다한 임현 씨는 브리지에 더 적극적으로 나섰다. 2008 제1회 월드 마인드 스포츠 게임, 2014 제14회 레드불 월드 브리지 시리즈 등 굵직한 국제 대회 경험도 쌓았다. 40페어 넘게 출전한 레드불 월드 브리지 시리즈에서는 전체 2위라는 성적을 기록하기도 했다. 그런 그에게도 항저우 아시안게임 출전은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다. 그동안 줄곧 시니어 카테고리에 출전했는데, 아시안게임은 남성부, 여성부, 혼합부가 전부였기 때문이다. 큰 기대 없이 참여한 경선에서 임현 씨는 이변을 썼다. 경선이 당초 예상보다 일찍 종료될 정도로 그 기세는 대단했다. “아시안게임 출전이 확정되고서 축제 분위기였어요. 어휴, 내가 선발될 줄 몰랐지요. ‘연령에 따른 기타 카테고리가 없으니 여성부로 한번 해보자’ 한 것뿐이에요. 경선은 2주 정도 치렀어요. 많이 해서 승률 높은 팀을 선발하자는 거였죠. 굉장히 피곤했어요. 대회보다 경선이 더 힘들었는지도 몰라요.(웃음) 성적은 아주 좋았어요. 마지막에는 ‘더 이상 할 필요 없겠다’ 할 정도로요. 남은 경기를 다 지더라도 우리 점수가 더 나은 상황을 만들었거든요.” 임현 씨는 태극기가 수놓이고 TEAM KOREA (팀 코리아)가 적힌 선수단 물품을 꺼내 보이며 잠시 추억에 잠겼다. 최고령 국가대표에게선 한동안 소녀 같은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무릎을 삐끗해 의료진을 찾았다가 선수들만 오는 곳이라고 제지받은 ‘웃픈’ 사연부터 교통경찰이 콜택시를 불러주고 요금도 슬쩍 내준 깜짝 에피소드까지, 임현 씨는 이야기보따리를 풀며 미소 지었다. 하지만 무엇보다 그를 웃게 한 건 젊은 국가대표 선수들의 꿈과 열정을 가까이서 목격했다는 사실이다. “아시안게임은 상상 이상이었어요. 막연히 ‘조금 큰 국제 대회겠거니’ 생각했는데 대회 치르는 동안 정말 감격한 게 많아요. 처음엔 브리지 선수단끼리 으쌰으쌰 하는 분위기였는데, 나중엔 아주 전우가 됐어요. 시간이 더 지나니까 선수촌 안에서 만나는 한국 선수들 다 그렇게 보이더라고요. 어찌나 반갑던지요. 내가 나이가 있어서 그런지 몰라도 우리 선수들 다 대견하고 예뻐 보여요. 그 생동감! 한 장소에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젊어지는 것 같았어요. 대회도 대회지만 그 경험은 말로 표현 못 해요. 정말 좋았어요.” 두뇌 게임 하기 딱 좋은 나이 현실로 돌아온 임현 씨는 대한브리지협회에서 오프라인으로 주 1회가량 브리지를 즐기고 있다. 온라인으로는 전 세계 브리지 애호가를 더 자주 만난다. 여전히 저녁거리보다 브리지 관련 생각에 시간을 들이고 있다. 고령에도 두뇌 게임을 하고 여전히 선수로 경쟁력을 보이고 있다는 건 그 스스로도 오랜 세월 천착해온 주제. 임현 씨는 이제 더 많은 사람들이 브리지를 즐겨야 하는 이유를 설명할 수 있다. “다른 두뇌 게임도 여럿 해봤는데 브리지를 단연 추천해요. 브리지는 암기력, 순발력, 사고력, 판단력, 집중력, 문제해결 능력, 유추 능력 등 요구되는 능력이 정말 다양하거든요. 물론 개인차는 있겠지만, 나이 들어서도 브리지를 잘할 수 있는 이유인 것 같아요. 암기력과 순발력이 노화에 따라 떨어진다 해도 경험과 연륜이 쌓이면서 올라가는 능력이 있어요. 평균 점수로 보면 뒤처지지 않는 거죠. 나이 든 사람에게 정말 좋은 스포츠예요. 어린 학생들에게도 추천해요. 브리지를 통해 소통하고 배려하는 법을 배울 수 있어요. 도전 정신도요. 브리지에는 130억 개의 경우의 수가 있어요. 룰이 있지만 언제나 룰이 정답은 아니에요. 승부를 걸어야 할 때도 있죠.” 오랜 시간 브리지와 한시도 떨어진 적 없다는 임현 씨는 당분간 휴식을 취할 예정이다. 미국에 건너가 든든한 지원군인 딸과 함께 ‘방학’을 즐기려 한다. 브리지 금단현상이 걱정되지만 잠시 머리 비우는 시간을 갖는 것도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방학 뒤엔 다시 브리지와 함께할 생각이다. 언젠가는 최고령 선수가 아닌 성적 우수 선수로 다시 대중 앞에 서고 싶다는 꿈도 가지고 있다. 맞은편 파트너가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손자라면 더할 나위 없다. “시간이 지나니 보이는 것 같아요. 엄마에게 열중하는 무언가가 있다는 사실이 아이들에게도 좋았다는 것을요. 언젠가 아이들 짐을 정리하는데 신문 스크립트부터 상장까지 다 모아뒀더라고요. 자랑스럽게 생각했다는 것을 그때 느꼈어요. 이제 브리지를 더 즐기고 싶어요. 지금도 브리지 매거진을 보고 있는데요. 얼마 전 104세 할아버지가 나오더라고요. 그분처럼 팔팔하게 브리지를 하고 싶어요. 손자가 열아홉 살인데, 함께 페어도 하고 싶어요. 농담 아니에요. 진짜로요!”
- 2024-01-25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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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균 나이 78세, 여섯 할머니의 ‘바바피자’ 창업기
- 일본, 세계 최초 고령화사회로 진입한 나라. 100세 이상 노인이 9만 2000명에 달하며, 최고령자 나이는 남자 111세, 여자 115세에 이른다. 인구 10명 중 1명이 80세 이상이다. 일본인들이 65세 정년 이후 어떻게 살아가는지, 이들의 삶을 직접 알아보기 위해 현장을 찾아가서 이야기를 나눴다. 일본은 우리와 복잡하게 얽혀 있는 이웃이지만, 고령화를 먼저 겪어본 선배이기도 합니다. 아직 우리 주변엔 은퇴 후의 삶을 휴식으로만 보내는 분들이 적지 않습니다. 나이 들어서도 보람 있고 알차게 살아가는 일본 노인들의 삶을 신미화 교수와 함께 들여다봅니다. -편집자 주- 이 글은 70대와 80대 할머니들이 함께 작은 피자 가게를 운영하며 얻는 행복과 소중한 순간을 담은 이야기다. 이들은 작은 가게에서 끊임없이 웃으면서 함께 일하고, 서로를 위로하며 행복을 찾는다. 어떤 목표나 성취보다는 서로의 존재와 관계 속에서 소중한 순간을 찾아가며 행복을 느낀다. 이번 취재를 통해 노년에 친구들과 함께하는 순간이 얼마나 큰 의미를 가질 수 있는지 생각해보게 됐다. 시작은 지역 봉사활동으로부터 구름 한 점 없는 7월의 태양은 뜨거웠다. 도쿄에서 전철을 3번 갈아탄 후 다시 택시를 타고 3시간 만에 도착한 곳에는 한적한 들판이 끝없이 펼쳐져 있었다. 한쪽 길가에 아담한 가게가 보였다. 간판에는 ‘바바(할머니)피자’라고 적혀있었다. 바바피자는 이름 그대로 73세부터 86세까지 할머니들이 운영하는 피자 전문점이다. 피자 가게 앞 넓은 밭 이름도 BaBa(ばぁば)밭이다. 할머니들이 채소를 직접 재배하고, 그 채소를 피자에 토핑으로 올린다. 2019년 6월 오픈한 바바피자는 매주 금·토·일요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3시까지만 문을 연다. 할머니들은 오전 9시부터 개점 준비로 분주하다. 밭에서 직접 거둔 신선한 재료를 쓰고 인근 항구에서 잡히는 정어리와 대합을 넣어 만든 순수한 맛의 피자. 건강하고 활기찬 할머니 여섯 명(토키·86, 쿄오코·85, 미에코·77, 마츠에·75, 타카코·73, 야스에·73)이 운영하는 곳으로, 매스컴에 알려져 지금은 전국에서 손님들이 방문하는 인기 있는 가게다. 지바현의 한적한 시골 마을인 산무시. 바바피자의 시작은 85세인 쿄오코 씨와 86세인 토키 씨가 50여 년 전에 지역 봉사단체인 부인회에서 만나 아는 사이가 되고부터다. “남편을 병으로 먼저 떠나보내고 큰아들까지 교통사고로 하늘나라로 보냈죠. 혼자 살고 있던 제가 지주막하출혈로 쓰러졌을 때 가장 가까운 곳에 사는 마츠에 씨가 구급차를 불러주었고 함께 병원으로 가주었어요. 그때 위로해준 사람들이 여기 있는 다섯 명이랍니다”라며 미소 짓는 쿄오코 씨. 2년간 무보수였지만 그만두지 않았다 쿄오코 씨가 건강을 회복하기 위해 그라운드 골프를 시작했고, 마침 골프장에 설치돼 있던 화덕에 피자를 구워 할머니·할아버지들에게 무료로 나누어줬더니 호평이었다. 부인회에서 오랫동안 봉사활동을 함께해온 여섯 명이 모여 가까운 구주쿠리 항구에서 잡은 신선한 대합과 정어리, 산무시 특산물인 파와 양파를 넣어 피자를 만들어 팔자고 의견을 모았다. 쿄오코 씨는 우연히 산무시가 관리하는 집 한 채가 비어 있다는 걸 알았다. 마침 수도 시설도 화장실도 있어서 바로 신청해 무상으로 빌렸다. 워낙 오랜 세월 지역을 위해 봉사활동을 많이 한 할머니들이라 공무원들이 쉽게 승낙해주었다. 하지만 개점 초기 피자 반죽이 잘 늘어나지 않아 고민이 많았다. 가장 젊은 타카코 씨가 고생했던 시절의 이야기를 꺼냈다. “처음에는 반죽을 둥근 나무봉으로 얇게 밀어도 좀처럼 둥그렇게 되지 않고, 반죽도 찢어져서 얼마나 힘들었는지 몰라요. 우연히 TV를 보니 피자 세계 챔피언 대회가 열리고 있었어요. 거기에서 반죽에다 가루를 대량으로 뿌리는 걸 보고 그걸 흉내내니까 잘 만들어졌죠.” 여섯 명이 모이니까 아이디어가 자꾸 나오더라며 말이 끊어질 새 없이 이어졌다. “이 일을 시작하고 나서 우리 중에 병이 난 사람은 한 명도 없어요. 각자 역할이 나누어져 있어서 쉴 수가 없어요. 우리 중에 제일 건강한 사람은 최고령자인 토키 씨예요.” 이야기를 듣던 야스에 씨가 처음으로 참견하며 말을 보탰다. “토키 씨는 병원에서 청소하는 일을 매주 이틀씩 하고 있는데, 여기서 약을 먹지 않는 사람은 토키 씨뿐이에요. 우리 젊은 사람들은 혈압약이라든지 한 가지씩은 먹거든요.” 타카코 씨가 덧붙였다. 이들이 선택한 색다른 ‘창업’ “창업 자금은 어떻게 마련하셨죠?” 필자의 전공이 경영학이라 이 질문을 꼭 하고 싶었다. “제가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물었어요. ‘당신은 얼마 낼 수 있죠?’라고 물었고, 각자 낼 수 있는 형편대로 20만 엔, 30만 엔 씩 내서 150만 엔(약 1350만 원)을 모았어요.” 쿄오코 씨가 대답했다. “그러면 불공평하지 않나요?” “우린 50년 이상 함께 봉사활동을 하면서 사귄 사람들이라 각자 사정을 다 알아요. 저 집에는 올해 손자가 대학에 입학하니까 축하금이 들어갔다든지, 남편이 입원해서 돈을 써 버리고 없을 거라든지….” 출자금은 150만 엔이었고, 점포 인테리어는 가능하면 돈을 들이지 않기 위해 건설 현장에서 남은 목재를 받아와 만들었다. “장사를 하려면 손해 보는 건 절대로 해서는 안 되죠. 꼭 이익을 남겨야 하는 게 저의 방침이에요.” 쿄오코 씨가 함박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하지만 처음 오픈했을 때는 매출이 오르지 않았고, 이듬해 코로나19가 시작되어 6개월 동안 문을 닫을 수밖에 없었다. 2년간 보수가 없었지만 어느 누구도 그만두자고 하지 않았다. 그 후 우연히 지방신문에 소개되어 여섯 명의 할머니가 피자집을 운영한다는 게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이후에는 손님이 조금씩 늘어나면서 이익금을 모아 각자 출자한 금액을 모두 돌려받을 수 있었다. “지금은 수익이 어느 정도 되나요?” “1시간에 900엔(약 8100원) 정도.” “하루 6시간, 금·토•일요일 계산하면 한달에 6만 5000엔 정도네요.” “요즘 재료비도 오르고 공과금도 올라서 빠듯해요.” “우린 다들 월•화•수요일 중에 이틀은 다른 아르바이트를 해요. 그러니까 모두들 연금을 받고 있지만, 연금은 쓰지 않고 그대로 저축해도 충분히 생활은 돼요.” 조용히 듣고 있던 미에코 씨가 말했다. 지금 목표는 가능한 한 가게를 오랫동안 운영하는 것이라고 한다. “여기에 있는 70대들에게는 80대인 쿄오코 씨와 토키 씨가 목표랍니다. 저희의 롤모델이죠. 그러니까 두 분이 100세까지 일해주셔야 해요. 하하하.” 타카코 씨가 힘주어 말했다. 피자의 마지막 토핑은 ‘웃음’ “제가 오늘 아침 나오면서 남편한테 할머니 여섯 분이 경영하는 바바피자에 취재하러 간다고 하니까, ‘빨리 한국에 할아버지 여섯 명을 모아서 지지(할아버지)파스타를 만들어야겠네’라고 하더라고요.” “어머머 너무 좋아요! 하하하.” “이 참에 한일 간 바바와 지지 교류회를 갖는 건 어떨까요?” “대찬성이에요.” “선도 보면 어떨까요?”라고 짓궂게 질문을 던져보았다. “당장 우리 바바부터 한국으로 갈게요. 우리에겐 시간이 얼마 없다는 것 아시죠?” 와~ 하고 웃음이 터져 나왔다. 이들은 끊임없이 웃는다. 손님과 마지막 인사를 하면서도 웃고, 주방에서 누군가 실수해도 웃는다. 돌이 굴러가도 깔깔거리는 소녀 같은 웃음을 피자의 마지막 토핑으로 선사한다. 가게에 테이블은 세 개지만 가까운 해수욕장에 들렀다가 오는 포장 손님이 끊임없이 들어와 오후 3시 문을 닫을 때까지 바빴다. 조금 한가한 틈을 찾아 정어리 피자와 대합 피자를 시켜서 먹었는데, 지금까지 먹어보지 못한 순수한 맛이었다. 할머니들이 직접 재배한 양파와 파는 바닷물이 섞인 토양에다 시원한 바닷바람을 맞아서 그런지 그렇게 달콤할 수가 없었다. 작은 일을 통해 얻는 행복감 “언제가 가장 행복하던가요?”라고 여섯 명에게 질문을 던졌다. “지금! 지금! 지금! 지금! 지금! 지금!” 모두가 동시에 같은 대답을 하면서 웃음을 터뜨렸다. “왜죠?”라고 질문하니, 각자 한마디씩 거든다. “우리는 지금이 가장 행복해요. 즐겁게 일할 수 있는 직장이 있잖아요.” “3시가 되면 가게 문을 닫잖아요? 그때부터 차를 마시면서 반성회를 가져요. ‘오늘 피자에 넣은 정어리는 조금 짠 것 같아. 다음번에는 소금을 적게 넣어야겠어’, ‘오늘 너무 바빠서 포장 손님이 나가실 때 서비스로 드리는 가지하고 피망을 챙겨드리지 못했는데, 다음번에는 좀 더 신경 써야겠어’라고요.” “무엇보다 여기 오면 친구가 있다는 사실이 너무 행복한 것 같아요.” “다른 날은 각자 다른 곳에서 일하지만 빨리 금요일이 오길 기다려요.” 할머니들이 작은 일을 통해 하루하루 얻는 행복감. 이 행복은 젊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돈, 명예, 권력, 성공, 성취감, 목표 달성 같은 것이 기준이 아니다. 그런 것들은 찰나에 그치는 일과성에 불과하다. 할머니들이 찾은 행복은 여섯 명의 관계 속에서 켜켜이 쌓여가는 것이 아닐까? 매주 모여 함께 일하고 담소 나누면서, 때로는 고통도 공유하고 우정을 쌓아가면서, 달성해야 할 목표도 없이 오로지 자기들만의 행복한 낙원을 만들어가는 것이 아닐까? 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노년에도 친구와 함께 행복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마지막으로 독자 여러분에게 이 말을 전하고 싶다. “언제 한번 그들의 피자집을 찾아가 보지 않겠어요?”
- 2024-01-19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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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지털 배움터] 모바일로 편하게 택시잡기
- 아직도 거리에서 언제 잡힐지 모를 택시를 기다리고 있다면 주목해보자. 택시 호출 플랫폼 UT(우티), 카카오택시와 함께라면 외출이 보다 편리해질 것이다. UT UT는 승차 공유 서비스 Uber(우버)의 글로벌 운영 노하우와 T map(티맵)의 지도 및 교통 정보 시스템이 합쳐진 택시 호출 플랫폼이다. 설치 및 회원가입하기 ① 스토어 앱을 실행하여 ‘UT’(T map 택시)를 검색한다. ② 받기/설치를 터치해 ‘UT’(T map 택시) 앱을 다운로드한다. ③ 휴대폰 번호를 입력한 후 회원가입을 진행한다. ④ 서비스 이용을 위한 접근 권한을 허용한다. ⑤ T아이디를 만들고 T아이디로 로그인한다. 결제카드를 등록하면 즉시 UT를 이용할 수 있다. 택시 앱 호출하기 (현금 결제 편) ① ‘UT’(T map 택시) 앱 다운로드 후 T아이디 만들기/T아이디 로그인 상단의 ‘나중에 하기’를 클릭한다. ② 원하는 목적지와 출발지를 설정하고 경로를 선택한다. ③ 목적지까지 예상 요금을 확인한 뒤 택시를 호출한다. ④ 하단을 통해 담당 기사의 정보와 차량 정보를 확인한다. ⑤ 탑승 전 담당 기사에게 바라는 점을 선택하면 보다 편안하게 이동할 수 있다. ⑥ 하차 후 서비스 이용 경험을 남길 수도 있다. 작성 후 ‘평가 보내기’를 터치하면 된다. 택시 앱 호출하기 (앱 카드 편) ① T아이디 로그인 후 ‘결제카드 등록하기’를 터치해 카드 등록을 시작한다. ② 결제 시 필요한 6자리 비밀번호를 설정한 뒤 카드 설정 창에서 ‘카드 추가하기’를 선택한다. ③ ‘신용/체크카드’, ‘기프트 카드’ 중 선택한다. ‘허용 안 함’을 선택하면 ‘카드 직접 입력’ 창이 나타난다. ④ 카드 등록이 완료되면 사용할 카드로 체크한다. ⑤ 도착지를 검색창에 입력 후 검색 버튼을 터치한다. ⑥ 정확한 도착지와 경로 확인 후 아래 ‘UT 택시 확인’ 버튼을 선택한다. ⑦ 택시 도착 시간과 비용을 최종 확인하고 ‘UT 택시 확인’ 버튼을 선택한다. ⑧ 픽업 위치를 확인하고 ‘픽업 확인’ 버튼을 선택한다. ⑨ 결제 예정 금액 확인 후 ‘앱 결제 택시 호출’을 터치한다. 지급받은 쿠폰이 있을 때는 자동 적용되며, 쿠폰 사용은 앱 결제 이용 시에만 가능하다. ⑩ 탑승 전 담당 기사에게 바라는 점을 선택하면 보다 편안하게 이동할 수 있다. 택시 앱 쿠폰 확인 방법 ① 지급된 쿠폰은 ‘메뉴 → 내 쿠폰’에서 확인할 수 있다. ② 미사용 쿠폰은 ‘보유쿠폰’ 탭에 보인다. ③ 사용한 쿠폰은 ‘쿠폰내역’ 탭에 표시된다. 카카오택시 카카오택시는 AI 배차 시스템, GPS 기반의 위치 데이터, 다양한 호출 옵션을 자랑하는 국내 최대 택시 호출 플랫폼이다. 설치하기 ① 스토어 앱 검색창에 ‘카카오T’를 입력한다. ② 받기/설치를 터치하면 ‘카카오T’ 앱이 다운로드 된다. 택시 앱 호출하기 ① ‘카카오T’ 앱을 열면 위와 같은 화면이 생성된다. 다양한 메뉴 중 ‘택시’를 선택한다. ② 현재 위치 및 목적지까지의 예상 소요 시간과 블루, 스마트 호출, 일반 호출 등의 옵션을 선택한다. ③ 결제 수단을 선택한다. 단, 직접 결제로는 쿠폰/포인트 할인을 받을 수 없다. ④ 배차가 완료되면 담당 기사의 정보와 간단한 차량 정보를 확인 가능하다. 안심 메시지로 실시간 위치도 공유할 수 있다. 택시에 탑승하지 못하거나 잘못된 정보를 제보할 경우에는 ‘신고하기’ 기능을 사용하면 된다. 택시 이용 후에는 담당 기사의 운행을 평가할 수 있다.
- 2024-01-11 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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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지태스크, 페이스메이커스로부터 프리A 투자 유치
- 실시간으로 재택근로자를 연결하는 이지태스크가 지난 12월 27일 프리시리즈 A단계 투자유치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이번 투자는 글로벌 딥테크 액셀러레이터인 페이스메이커스가 참여했다. 페이스메이커스는 글로벌액셀러레이팅 역량을 기반으로 기술 기반 기업 중 우수 기업을 찾아 육성, VC단계로의 안착과 글로벌 기업으로의 성장을 돕고 있다. 이지태스크의 수익화 전략과 이루미 활용을 통한 비용 안정성, 2024년 글로벌 시장 개척 및 카테고리 확대, 안심요금제(가칭) 출시 등으로 향후 전문성을 가진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기업으로의 성장 가능성이 투자 주요 포인트로 작용했다. 이지태스크는 택시, 대리기사, 배달 등 일부 노동 시장에서만 이뤄지던 실시간 구인, 구직 형태를 사무 업무 전반으로 확대했다. 10분 단위로 필요할 때 필요한 만큼 사무보조 인력을 매칭하는 것으로 기업이 업무에만 신경쓸 수 있도록 사람을 찾고 관리하는데 드는 모든 과정을 시스템으로 구축해 두었다. 이에 런칭 반년 만에 600여 개 기업이 서비스를 이용하며 성장하고 있다. 이번 투자를 진행한 김경락 페이스메이커스 대표는 “지난 1년여 동안 전혜진 대표 및 임원과의 지속적 소통을 통해 이지태스크 비즈니스모델의 확장성을 검증했다”면서 “당사가 동국대경영전문대학원과 운영 중인 글로벌 스타트업 멘토 최고위 과정(GSMP)에서 전 대표가 보여준 기업가 정신은 국내를 넘어 글로벌 서비스로의 확장 가능성을 기대하게 한다”고 전했다. 전혜진 이지테스크 대표는 “미국, 싱가폴, 일본 등 해외 고객의 수요 파악과 타당성 조사를 2022년부터 진행해 왔다”면서 “이번 투자를 통해 글로벌 파트너 그룹을 확보하게 돼 해외 매출을 위한 프로세스 구축을 연내 마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 2024-01-04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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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장년 맞춤형 일자리 정보, 어디에서 찾을까?
- 재취업에 도전한다면 온라인 공고를 주기적으로 살펴야 한다. 원하는 기업이나 직무의 채용소식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다. 다양한 구인구직 플랫폼이 있지만, 대부분 청년층 대상이 많은 편. 중장년 재취업자를 위한 맞춤형 채용정보를 찾는다면 아래 플랫폼들을 먼저 들러보자. ◇ 노인일자리 모집공고 한눈에 ‘노인일자리 여기’ 지역별·유형별 노인일자리(60세 또는 65세 이상)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구 단위로 검색 해보면 각 채용정보마다 유형 및 계획인원과 참여인원을 표기해 구분하기 용이하다. 분류하는 일자리 유형으로는 △공익활동 △사회서비스형 △시장형 △취업알선형 △시니어인턴십이 있다. 검색창을 통해 원하는 채용정보를 찾았다면, 관련 수행기관 또는 시·군·구에 방문해 참여 신청서를 제출하면 된다. 이후 상담 및 면접-선발 및 안내-세부 활동내용 확정-협약서(근로계약서) 작성-참여자 교육 등의 절차를 거쳐 활동을 시작할 수 있다. 단 △생계급여수급자 △국민건강보험직장가입자 △장기요양보험등급판정자 △노인일자리사업 참여자 △타 부처 사업에 2개 이상 참여자는 참여 선발 기준에서 제외된다(노인독신가구 또는 경제무능력자와 동거 중인 노인 우선선발). 타 플랫폼에 비해 폰트 크기가 크고 직관적으로 정보를 보여준다는 게 특장점이다. ◇ 고령자우대·인생2모작 채용 전용 ‘워크넷’ 워크넷 홈페이지에 접속해 ‘채용정보’→‘테마별 채용관’으로 들어가면 ‘고령자 우대 채용관’과 ‘인생2모작 중장년 일자리’ 메뉴가 보인다. 해당 메뉴를 누르면 전용 채용관 화면이 나온다. 여기서 다시 원하는 키워드나, 직종, 지역 등을 입력·선택해 더 자세한 채용정보를 확인해볼 수 있다. 그밖에 직군별, 지역별, 경력별로도 검색 가능하고 ‘사회 기여형’, ‘공공·참여형’ 메뉴를 둘러봐도 좋다. 채용 정보 목록에 담당업무, 지원자격, 근무 조건 등을 간략하게 제시해 일일이 눌러보지 않더라도 대략적인 정보 파악이 가능하다. 채용정보를 살펴본 뒤 원하는 기업은 ‘관심기업등록’을 해두거나, 워크넷을 통해 온라인 입사지원을 해볼 수도 있다(기업별 입사지원 방법은 상이하며, 워크넷 입사지원이 불가한 곳도 있음). 사전에 워크넷을 통해 이력서 작성 등 구직신청을 해둔 경우라면 훨씬 간편하다. 현재 경력관리 AI 서비스 ‘잡케어’도 시범 운영 중이니, 이러한 툴을 이용해 한번쯤 자신의 경력관리를 해보는 것도 괜찮다. ◇ 40세 이상 중소기업 채용정보 ‘올워크’ 재취업을 원하는 중장년이 국내 중소기업에 재취업할 수 있도록 인력과 일자리를 매칭해주는 구인구직 플랫폼이다. 채용정보 메뉴에 들어가면 왼쪽에는 채용정보 리스트가 보이고, 오른쪽에는 해당 채용정보의 상세란이 나와 비교하며 살펴보기 편리하다. 또, 해당 채용정보 하단에는 ‘유사채용정보’ 목록도 함께 제시해 비슷한 직무의 다른 채용정보도 함께 엿볼 수 있다. 내일배움카드나 기관 및 기업에서 진행하는 교육 일정을 알리는 메뉴도 있다. 재취업을 준비하며 관련 교육을 찾는 이들에게는 편리하고 유용한 서비스다. 그밖에 중장년 자영업자를 위해 무료 컨설팅, 재교육 및 재취업을 안내하는 ‘자영업자 컨설팅’ 메뉴 및 회원 간 소통 창구 역할의 ‘올워크 해우소’(커뮤니티)도 함께 선보이고 있다. ◇ 공공·민간 일자리부터 교육까지 ‘서울시어르신취업지원센터’ 서울시어르신취업지원센터 홈페이지 내 ‘일자리’→‘구인정보’ 메뉴에 들어가면 민간과 공공 일자리정보 및 서울일자리포털 구인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먼저 ‘민간 일자리정보’ 화면에서는 현재 구인 중인 일자리 업체의 위치를 지도로 보여주고, 업체명·직종·근무지역·연령(제한) 등 간략한 채용 프로필 목록이 나온다. 해당 페이지의 구인정보를 보고 마음에 드는 곳이 있다면 상담사에게 전화(해당 페이지에 연락처 제시됨) 후 절차를 따르면 된다. ‘공공 일자리정보’ 화면 상단에는 ‘이주의 추천 일자리’가 나오고, 캘린더 형태로 공공일자리 스케줄을 정리해 보여준다. 캘린더에는 각각의 공공일자리 시작일과 마감일도 표시해놓았다. 그밖에 서울일자리포털을 연계해 관련 일자리 정보도 살펴볼 수 있다. 마땅한 채용정보가 없거나 재취업이 어렵다면 ‘구직신청’(서울 거주 만 55세 이상 취업희망 구직자)을 이용해보자. 1:1 구직상담 및 구직 알선, 훈련, 취업 후 사후관리까지 가능하다. ◇ 온라인, AI, 앱 서비스까지 ‘벼룩시장’ 중장년 우대 일자리 중장년이라면 ‘벼룩시장’의 존재를 대부분 잘 알 것이다. 과거에는 종이신문 형태의 벼룩시장을 통해 일자리를 알아봤다면, 요즘은 온라인과 앱을 통해 같은 서비스를 누릴 수 있다. 벼룩시장 홈페이지 내에는 ‘중장년 우대 일자리’ 전문관을 별도로 운영한다. 홈페이지 및 온라인 지원을 비롯해, ‘문자지원’, ‘전화지원’도 가능하다는 점이 타 플랫폼과의 차별점이다. 전문관 메뉴에서는 주부·여성 우대 일자리, 간호·요양일자리, 버스·택시·대리 일자리 등 중장년의 수요가 높은 일자리들을 유형별로 묶었다. 또, 브랜드별로 채용 정보를 찾거나, 아르바이트 공고만 따로 볼 수 있는 메뉴도 마련됐다. ‘취업가이드’ 메뉴도 꽤 유용하다. 취업연구소-추천직업을 살펴보거나, AI 추천일자리를 통해 재취업 방향을 모색 해봐도 좋다. 그밖에 각종 취업지원정책, 교육·행사 일정, 취업소식, 노동법령정보 등도 두루 살펴볼 수 있도록 정리해놨다. 이력서, 자기소개서, 근로계약서 및 재직증명서, 경력증명서 등 다양한 양식도 다운로드 가능하다.
- 2023-12-04 0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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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칼럼] 현실이 말기환자에게 따뜻하지만은 않은 이유
- “손에 돈을 쥐고 있으면 병원에서 문전박대 당하진 않을 거라고 믿었어요.” 어머니는 딸 앞으로 암보험, 실비보험 등 보험만 4개를 들었다고 했다. 40대 초반의 딸은 유방암으로 서울의 대형병원에서 항암치료를 했지만 결국 말기 환자가 됐다. 주치의는 집 근처 호스피스를 알아보라고 했는데 모녀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남편과 이혼 후 홀로 키운 딸이고, 모녀가 함께 살 집 장만을 위해 결혼도 하지 않은 채 여태껏 죽도록 일만 한 딸이었다. 그리고 딸은 오래된 아파트 한 채를 장만할 수 있었다. 그리고 암이 발견됐다. 집 근처 병원을 마다하고 서울의 유명한 대형병원을 찾아가 항암치료를 시작했다. 그날부터 담당 교수는 신이었고, 병원은 신전이었다. 지난 세월을 돌아보면 모녀는 살아남기 위한 갖은 고생 외엔 딱히 행복을 느낄 여유조차 없는 삶이었기에 딸의 암진단은 말이 안 되는 일이었다. 어머니는 건강보험이 되지 않는 새로운 항암치료를 대비해 여러 가지 보험을 들었다. 그 어떤 가능성도 놓칠 수가 없었다. 그러나 암의 진행은 멈추지 않았고, 임상시험 치료까지 참여했지만, 야속하게도 암세포가 척추까지 퍼져 딸은 하반신 마비가 진행됐다. 그러자 주치의는 치료 중단과 함께 퇴원을 요구했다. 대신 집 근처 호스피스를 알아봐 주겠다고 했다. 모녀는 떠밀리다시피 퇴원을 했다. 딸은 평생 일해 장만한 그 오래된 아파트에서 눈을 감는 게 소원이었다. 그래서 호스피스는 가지 않고 집에서 지냈다. 일어나 걸을 수도 없는 딸을 보며 어머니는 매일 눈물을 흘렸다. 그러던 어느 날 딸은 고열과 함께 오한으로 온몸을 덜덜 떨었다. 의식도 흐려지는 것 같아 놀란 어머니는 119를 불렀고 근처 병원으로 이송하려 하자 딸은 서울의 대형병원 환자라며 당장 그곳으로 가달라고 졸랐다. 응급실에는 4일을 머물렀다. 각종 검사가 다시 진행됐고, 요로감염이라며 항생제 처방과 함께 퇴원이 결정됐다. 하지만 너무 놀란 어머니는 입원을 원했다. 그러나 병실이 없다며 거절당했고 담당 교수는 끝내 얼굴조차 볼 수 없었고 대신 젊은 전공의는 왜 호스피스를 가지 않냐 재촉했다. 단 한 번도 거부나 주저함 없이 하라는 대로 다 했는데 이제와서 버려진다고 생각하니 배신감이 밀려왔다. 문전박대를 당하는 기분이었다. 택시를 타고 그 병원을 떠나면서 두 번 다시 찾아오지 않겠다고 모녀는 다짐을 했다. 그렇게 한강변을 달리던 택시 차창 밖으로 다른 병원 한 곳이 눈에 들어왔다. 어머니는 도저히 다시 집으로 돌아갈 엄두가 안 나 입원을 부탁할 요량으로 택시를 돌려 무작정 그 병원 응급실을 찾았다. 다행히 그곳에는 호스피스 병동이 있었고 때마침 병실도 하나 비어 있어서 바로 입원을 할 수 있었다. 생각지도 않은 호스피스 병동에 입원하게 된 그 날의 상황을 나중에 모녀는 신의 인도라고 말했다. 마치 길을 잃은 나그네가 안식처를 만난 것처럼 그들은 그곳에서 따뜻함을 느꼈다. 일일이 그곳의 간호사와 자원봉사자 이름을 거론하며 그곳에서의 추억을 내게 풀어냈다. 그곳에서 2주가량을 쉰 후 딸은 다시 그 오래된 아파트로 돌아가고 싶다고 말했다. 불안해하는 어머니에게 그곳 호스피스에서는 가정형 호스피스를 제안했다. 호스피스를 운영하는 집 근처 병원의 가정형 호스피스를 신청하면 집에서도 통증 조절과 영양수액 등 의료적 처치를 받을 수 있다고 알려줬고, 그렇게 이 모녀는 내게 연결됐다. 우리 병원 호스피스팀은 딸이 마지막 눈을 감을 때까지 정기적으로 딸이 평생을 바쳐 장만한 그 아파트를 방문했다. 우리가 방문할 때마다 어머니는 어김없이 딸이 우수사원이 되어 받은 상패를 꺼내 어루만지면서 그가 얼마나 열심히 살았는지를 말했다. 그리고 왜 억척스럽게 살아온 자신들에게 이런 시련이 닥쳤는지 눈물을 쏟아냈다. 그 다음은 어김없이 자신들을 버린 서울의 대형병원에 대한 원망으로 이어졌다. 차라리 용기 있게 의미 있는 마지막 시간을 갖도록 일찍 안내했으면 증오가 덜 했을 텐데, 계속해서 새로운 치료를 제안하며 희망을 주었던 것들조차 이제 모두 원망스럽다고 했다. 여전히 상심과 원망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모녀를 보며 우리는 안타까웠다. 우리 호스피스팀은 후원회의 도움으로 두 모녀에게 바다가 보이는 멋진 호텔에서의 추억 여행을 선물했다. 그리고 얼마 후 딸은 그 오래된 허름한 아파트에서 어머니와 친척들 가운데 눈을 감았다. 나중에 전해 듣기로는 어머니는 그 집이 너무 싫어 팔고 이사를 갔다고 했다. 나는 여전히 돈을 쥐고 있으면 병원에서 문전박대 당하지 않을 거라 믿었다는 어머니의 말이 떠오른다. 눈을 감는 마지막 순간까지 그 대형병원과 담당 교수로부터 버림받았다며 ‘배신자’라는 말을 입에서 놓지 않던 딸의 목소리도 귓가에 맴돈다. 얼마 전 뉴스를 보니 지방에서 서울로 몰려드는 암환자가 100만 명이 넘는다고 한다. 병실이 없어 대형병원 옆에는 지방 환자들이 항암치료와 방사선치료를 위해 수일에서 수주 간 머물다 가는 고시원 같은 환자방이란 게 생겼다고 한다. 그리고 대형병원은 전국에서 몰려오는 암환자로 호황을 누리며 수도권에 큰 규모의 분원들을 건립하고 있다고 한다. 서울로 서울로 몰려드는 환자 중에 완치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셀 수 없는 말기환자들도 함께 발생하고 있다. 대형병원들은 암센터를 키우고 분원도 새로 건립하면서 그 말기환자에게 일말의 따뜻함을 건넬 수 있는 작은 호스피스 병동을 만드는 것에는 왜 그리 야박한 것일까? 지금도 암환우 카페에 들어가면 말기진단 후 쫓겨나듯 퇴원하는 환자와 가족들의 서러움 담긴 글들이 끝없이 올라온다. 갑자기 다큐멘터리 일본영화 ‘엔딩 노트(Ending Note)’의 한 대사가 떠올랐다. 주인공은 69세의 말기위암환자다. 그는 선거에서 평생 지지했던 여당 대신 처음으로 야당에게 표를 주면서 이렇게 말한다. “암 환자에게 따뜻하길” 병원과 의사들은 수술도 함암치료도 하지 않는 말기암환자들에게 여전히 차갑기만 하다.
- 2023-10-26 09: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