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에는 작가의 이야기가 담겨야 한다. 이야기를 담는 방법에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화면 속에 있는 피사체 자체만으로 이야기를 쓰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화면 속의 피사체와 관련되는 화면에 보이지 않는 바깥의 이야기를 함께 엮는 방법이다.
앞의 사진을 예로 들어보자. 이 사진은 호명산(경기도 가평군 소재) 산행을 마친 후 귀가하기 위해 상천역에서 기차를 기다리던 중 역 앞 시골 마을에서 발견한 장면이다. 낡은 슬레이트 지붕 농가 앞에 고목이 된 감나무가 서 있고 굳어진 시멘트 부대 위에 고양이 한 마리 졸고 있다. 때마침 따사한 석양 빛줄기가 고양이를 비추고. 낡은 삽 한 자루가 한가롭게 농가 벽면에 세워졌다. 기자는 이 장면을 보는 순간 한 편의 이야기가 머리를 스치고 지나가 셔터를 누르고 또 눌렀다, 고양이 잠 깨울까 조심하며.
“밭에서 일하던 농부가 사용하던 삽자루를 벽면에 비스듬히 기대어 놓고 집 안으로 들어간다. 새참으로 막걸리 한두 잔을 마신 후 툇마루에 누워 코를 드르렁드르렁 골며 낮잠을 즐기고 있겠지. 한 줄기 석양의 따사한 빛줄기를 즐기며 함께 졸고 있는 고양이. 시골의 나른한 오후 풍경” 카메라로 한 편의 이야기를 그린 셈이다. 사진 화면 속의 피사체(고양이, 삽자루, 농가, 감나무, 석양 빛줄기 등)와 그를 통해 상상할 수 있는 화면 바깥의 다른 장면을 상상하도록 했다.
또 하나의 사진(앞 사진 참조)을 예로 들어보자. 정년퇴직한 후 사진 취미에 몰입하여 나름의 독특한 사진을 만들고 있는 유병창(70세) 작가의 사진이다. 그는 이미 여러 차례 개인 전시회로 자신의 사진을 세상에 보여준 작가다.
이 사진은 제주도 주상절리를 촬영한 것의 극히 일부분이다. 화가가 그린 예술 작품을 연상케 한다. 하나의 수채화라 해도 좋을 듯. 유 작가는 화산으로 생긴 기묘한 그 모습만을 보지 않았다. 화면 속의 장면에서 지구 변화의 숱한 이야기도 담지 않았을까 싶다. 이 작품이 들어 있는 사진첩의 제목에서 알아차릴 수 있을 것 같다.
“The Echo from A Distant Time(먼 옛날의 메아리)”.
피사체를 통해 먼 옛날 우주의 소리를 느끼게 한다. 화면 바깥세상을 이야기 속으로 끌어들였다.
이처럼 사진은 있는 그대로를 복사하듯 찍을 수도 있으나 화면에 보여주는 피사체와 연결된 바깥의 이야기도 상상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작업도 필요하다. 사진 역시 그림이나 조각 등과 같이 한 분야의 예술이기에 그렇다. 셔터 누르기에 앞서 그런 메시지를 생각해 보면 새로운 사진이 만들어질 것이다.
이제는 많은 사람이 음식을 먹다가도 길을 걷다가도 셔터를 누르며 수많은 사진을 찍는다. 그러나 그 많은 사진 중에서 작품성을 인정받는 것은 많지 않다. 왜 그럴까?
사진에 대한 이해가 달라서다. 사진 촬영 작업을 “찍는다”라고 표현한다. 찍는다는 것은 있는 그대로 베낀다는 의미다. 똑같은 모양의 벽돌이나 붕어빵을 찍어내듯이... 寫眞이라는 한자 뜻은 “사물을 그대로 복사한다”. 있는 그대로 나오게 찍는 게 사진이라는 뜻이다. 사진을 시작한 서구에서는 “Photograph”라 한다. “빛(Photo)으로 그리는 작업(Graph)”을 의미한다. 두 가지 용어의 의미가 조금 다르다. 우리는 寫眞이라는 표현을 받아들임으로써 사진이란 ‘그대로 찍는 것’으로 인식돼왔다.
전 국민의 72%가 스마트폰을 사용하여 사진을 찍는다고 한다. 풍광이 좋은 국내외 장소에서 촬영한 아름다운 이미지가 주류를 이룬다. 아름다운 풍경, 꽃이나 곤충, 조류 등등이다. 그에 대한 최고의 칭찬은 대부분 “참 잘 찍었네요!”다. “멋진 작품이네요!”라고는 잘 말하지 않는다. 촬영자도 감상자도 사진은 찍는 것이라는데 알게 모르게 동의한다. 그러나 거기에 더해 작품성이 있는 것이라면 더 좋지 않을까?
어떻게 촬영해야 그런 사진을 만들 수 있을까? 눈에 보이는 멋진 풍광이나 피사체를 잘 찍은 이미지가 ‘좋은 사진’은 못 된다는 인식에서 작품성 제작은 출발한다. 자연이나 일상생활 주변의 사소한 것들을 사진 소재로 해도 촬영자인 작가의 생각과 느낌이 사진 속에 표현되는 창의적인 사진을 만들어야 한다. 단순히 있는 그대로를 렌즈에 담는 작업에서 벗어나야 한다.
아래의 사진은 강원도 한 농가의 뒤뜰에 있는 허름한 닭장을 촬영한 사진이다. 부산일보사 주최 전국사진대전에 출품하여 우수상을 받은 기자의 작품이다. “울타리 안에서 바깥세상을 바라보는 닭의 붉은 머리 부분을 어두운 배경에서 강렬하게 보여주어 닭의 모습에서 감옥에 갇힌 사회의 한 단면을 풍자하는 듯한 표현이 출중했다.”라는 심사평을 받았다. 이야기가 있는 사진이라는 평이다.
그런 의미에서 사진을 찍는다는 표현보다는 사진을 만든다 라는 표현이 더 적합해 보인다. 물론 대부분 보도사진은 예외가 되겠다. 좋은 작품은 어려운 기술의 작업이 아닌 사소한 피사체에 작가의 이야기를 쓰는 과정에서 만들어진다. 단순히 피사체를 그대로 담으려는 자세에서 벗어나 소설가가 이야기를 꾸며가듯 자기의 생각과 느낌을 담아 촬영해보자. “사진은 카메라로 쓰는 이야기”다.
사진 대중화 시대다. 좋은 성능과 기능을 가진 카메라에 관한 관심이 높다, 새로 출시되는 모바일 기기에 장착된 제품에 대해서, 사진 취미활동과 사진 강의를 하는 나도 좋은 성능을 가진 카메라에 관심이 많기는 마찬가지. 사전예약 판매하는 “S20 스마트폰”의 카메라를 알아봤다. 스마트폰은 세 종류(S20, S20 5G, S20 Ultra 5G)로 기종마다 카메라 기능에 차이가 있다(이 글은 제조사와 전혀 무관함을 밝혀둔다).
해상도의 비약적 향상
사진의 화질을 좌우하는 해상도(선명도/화질)가 놀라울 정도로 높아졌다. 현재 스마트폰 카메라의 경우 대체로 1,300만 화소인데 6,400만(S20/S20 5G, 일반 고급카메라 수준을 넘는다)으로 높아졌다. S20 Ultra 5G 기종은 1억8백만으로 비약적 향상을 가져왔다. 촬영된 사진을 확대하고 또 확대해도 선명도가 깨어지지 않는 해상도다. 피사체의 아주 작은 부분까지 선명하게 촬영할 수 있다. 대형 사진으로 인화해도 화질이 그대로 유지 되어 깔끔한 사진으로 표현된다. 동영상의 해상도도 8K(현재 4k)로 높아져 영화처럼 생생하게 담을 수 있다. 현재 많이 사용하고 있는 UHD나 FHD보다 4배, 16배 높아진 셈이다. 휴대의 불편성이나 고가를 감수하고서라도 고화질의 사진 촬영을 위해 고해상도 성능의 DSLR 카메라를 선호했던 사진작가나 사진 동호인들에게 카메라 선택의 변화가 올 것도 같다.
이미지 센서를 키우다
기존 제품보다 이미지 센서를 2.9배(S20 Ultra 5G) 키워서 밤과 같이 빛이 적은 저조도 환경에서도 더 밝고 선명한 사진을 촬영할 수 있게 되었다. 야간 촬영이 손쉬워졌고 AI가 접목된 야간 촬영 모드를 사용하면 셔터를 한 번만 눌러도 여러 장의 사진을 촬영한 뒤 깔끔한 부분들만 조합해 한 장의 뛰어난 사진을 만들어 준다고 한다. 동영상 촬영도 마찬가지, 밤이 두렵지 않은 카메라~
저장 공간 최대 1TB
내장 저장 공간이 256GB로 저장된 사진이나 영상을 삭제하는 수고를 덜 수 있다. 고화질 영화 400편을 저장할 수 있는 공간이고 필요할 때 1TB까지 확장 할 수도 있다.
100배 줌으로 먼 곳의 세밀한 부분까지 촬영 가능
고배율 촬영이 가능한 렌즈(폴디드 렌즈)를 장착하여 10배 하이브리드 광학 줌 사용이 가능하고 AI 기술로 강화된 초 해상도 줌을 더하면 최대 100배까지 확대할 수 있다. 눈으로 쉽게 볼 수 없던 부분까지 포착할 수 있다는 의미다. 먼 곳의 달 사진도 정밀하게 촬영할 수 있을 것 같다.
4개의 카메라 렌즈(초광각, 광각, 망원) 따로 장착
초광각, 광각, 망원 카메라 렌즈를 따로 장착하여 아주 넓게 그리고 멀리 있는 것까지 쉽고도 선명하게 촬영할 수 있다.
셀카 해상도 4,000만 화소로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촬영하는 사람은 스스로 자기를 촬영하는 셀카 기능을 많이 사용한다. 현재 카메라의 셀카 해상도는 일반 촬영보다 낮아서 선명도가 떨어졌었다. 해상도를 크게 높여 훨씬 디테일하게 촬영할 수 있고 빛이 적은 환경에서는 빛 흡수율을 높이기 위해 자동으로 해상도를 1,000만으로 낮추어 준다.
5G로 초고속 공유 가능과 배터리 전력 효율 강화
5G 시대에 맞게 초고속으로 공유할 수 있다. 주변에 있는 사람 5명(연락처에 등록된)에게 사진과 동영상을 동시에 보낼 수 있다. “올데이 배터리” 기능 적용으로 온종일 사용할 수 있다고 한다.
이러한 카메라 기능들은 사진 애호가들의 카메라 선택의 폭을 넓혀주는 동시에 누구나 더 좋은 사진을 손쉽게 촬영하는 기회를 줄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일반 카메라 발전에 불을 붙이는 계기가 될 것 같다.
눈이 소복하게 내렸다, 2월 중순에. 하얀 눈은 누구나 좋아하고 인기 사진 소재이나 찍은 사진을 보면 대부분 뭔가 부족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눈으로 보았던 색깔과 사진 속의 색깔이 달라 보여서다. 하얀 눈이 제대로 표현되지 않고 다소 어둡거나 칙칙하게 나온다.
왜 그럴까, 사진을 잘 못 촬영해서일까? 아니다. 카메라 스스로가 하얀색 등 밝은 계통의 색을 만나면 너무 밝다고 판단해 어둡게 적용을 한다. 그대로 셔터를 누르면 실재하고 빛깔의 차이가 나는 이유다.
어떻게 하면 하얀 설경(雪景)을 원래 색감처럼 사진에 담을 수 있을까? 화면에 나타나는 사진의 밝기를 더 밝게 조절하면 된다. 우리는 대체로 카메라를 켜고 그대로 셔터를 누르기 일쑤다. 바로 셔터를 누르지 말고 먼저 화면에 나타난 사진의 밝기(노출) 조절 기능을 적용한 후 셔터를 눌러야 한다.
이 점을 놓치고 있기에 제 색감의 사진이 만들어지지 않는다. 설경과 같은 풍광을 촬영할 때는 카메라가 가리키는 밝기보다 조금 밝게 조절해 찍어야 제대로의 빛깔을 담을 수 있다. 하얀 밝은 색감이기에 카메라 스스로가 어둡게 촬영하려고 하는 것을 되돌려 놓는 일이다. 다음의 사진에서 그 차이점을 느껴볼 수 있다. 그냥 셔터를 누른 경우와 밝기를 조절하여 촬영한 사진이다.
[사진 설명/앞의 사진이 빛깔이 다소 어둡고 뒤의 사진은 더 하얗다. 밝기조절 막대로 더 밝게 할 수도 있으나 너무 밝으면 피사체의 디테일이 사라지기 때문에 밝기조절 막대 중간에서 약간 방향으로 움직인다. 다음의 사진도 앞의 것은 다소 어둡고 뒤에 있는 것은 눈으로 본 것과 같은 색감을 보여준다]
그 구체적 조절 방법은 이렇게 하면 된다. 촬영하려고 하는, 눈이 내린 풍경에 카메라 렌즈를 맞춘다. 셔터를 누르기 전에 카메라 화면(LCD)에 나타나는 주요 부분을 손가락으로 슬쩍 터치한다. 이때 작은 원이 생겼다가 사라지고 아래나 우측에 흰색 “밝기조절 막대(상, 하단에 ‘ -’ 표시)”가 나타난다(아래 사진 참조). 그 막대의 중간에 전등 모양의 아이콘이 보이는데 그곳을 손가락으로 누른 상태로 위( )로 조금씩 움직이면 화면에 나타난 설경의 밝기가 점차 밝아진다. 적절하다고 인정될 때 막대에서 손가락을 떼고 셔터를 누르면 완성된다.
시간이 지나면 원래대로 돌아감으로 다시 촬영하고자 할 때는 반복해야 한다. 전등 아이콘을 중간 아래(-)로 내리면 사진이 어둡게 된다. 눈처럼 하얀 색감이나 채도가 밝은 피사체를 촬영할 경우, 같은 방법을 쓰면 된다. 해수욕장의 밝은 모래를 촬영할 때도 마찬가지다.
그와는 달리 채도가 짙은 검은색이나 빨간색(짙은 빨간 장미 등)의 경우는 카메라가 어둡다고 판단해 실제보다 더 밝게 적용한다. 이런 색감의 피사체 촬영은 설경과 반대로 밝기를 더 어둡게 조절해 촬영해야 제대로 된 사진을 얻을 수 있다.
스마트폰 카메라를 자주 사용하고 있으나 자동 촬영모드인 셔터만을 누르기 십상이다. 촬영 기능에는 우리가 평소 관심을 두지 않는 유용한 것들이 많고 적용도 어렵지 않다. 전문가처럼은 아니어도 밝기조절이라든지 초점 맞추기, 구도를 위한 수직 수평선 맞추기 등은 적극적으로 활용해 봄 직하다.
웅장하게 솟아오르는 일출을 제대로 찍을 수는 없을까?
열심히 촬영해 놓고 보면 뭔가 아쉽다. 스마트폰으로도 잘 찍을 수 없을까? 촬영 기법 한두 가지만 익히면 누구나 멋진 장면을 쉽게 찍을 수 있다. 일출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 사진 소재이기에 그 촬영기법을 알아두면 도움이 된다.
가끔 촬영 장비를 탓하기도 하나 스마트폰도 해상도를 비롯한 기능이 놀랍게 향상됐다. 또한, 늘 휴대하는 생활용품이어서 때와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일상생활이나 여행 중에서 만나는 일출 장면을 많이들 찍는다.
그러나 일반인들이 촬영한 사진을 보면 주 피사체인 태양의 모습이 제대로 표현되지 않는다. 가장 큰 이유는 초점과 밝기가 맞지 않아서다. 대부분은 카메라를 열고 아무런 생각 없이 그냥 셔터를 누르기 마련이다. 자동 모드 촬영인 셈이다. 전체의 빛이 고른 경우엔 문제가 되지 않으나 아침 일출처럼 명암이 크게 차이가 날 경우엔 다소 문제가 생긴다. 이런 환경에서는 찍으려고 하는 주 피사체에 초점을 맞추고 밝기를 조절한 후 셔터를 누르면 훌륭한 사진을 얻을 수 있다. 어떻게 초점을 맞추고 밝기를 적절하게 조절할 것인가?
방법은 어렵지 않다. 카메라를 열고 태양을 주제로 구도를 잡은 후 카메라 LCD 화면 중에 태양이나 그 주변의 밝은 곳을 손가락으로 2초 정도 누른다. 그러면 “AF/AE 잠금” 표시가 있는 녹색의 동그란 원이 화면에 표시된다. 화면 우측이나 아래에 “ -“가 표시되고 전등 아이콘이 새겨진 하얀 선이 나타난다(앞의 사진 참조). 그 전등 아이콘을 아래위로 움직이면 화면의 밝기와 채도가 달라지고 태양의 윤곽이 뚜렷해진다. 적절하다고 인정이 되는 시점에 손가락을 떼고 곧바로 셔터를 누르면 된다.
시간이 지나면 조정 전 상태로 돌아감으로 다시 반복한다. 손가락으로 터치해 생긴 원 부분의 피사체에 초점이 맞고 밝기도 그 부분을 기준으로 한다. 전등 아이콘을 아래(-)로 움직이면 채도가 진해져 사진이 더 붉게 보이게 되며 태양 모습도 선명해진다.
또 하나 일출 사진을 멋지게 촬영하는 방법은 태양 자체만을 촬영하지 말고 태양 주변이나 촬영자 가까이 있는 물체를 사진의 앞쪽에 배치(다음 사진 참조)하면 색다른 풍광을 사진에 담을 수 있다.
스마트폰 카메라의 촬영 기법에는 편리하고 유용한 것들이 많다. 그중에서 초점 맞추기와 밝기 조정 기능만을 익혀 활용해도 더 붉고 멋들어진 일출 풍광을 사진으로 남길 수 있다.
셔터를 누르기 전에 이를 적용해 보자.
2019년 마지막 날 오후 서울에서 친구 부부와 함께 태백으로 출발했다. 함백산에서 일출을 보고 내려와 아침을 먹고 태백산을 오르기로 했다.
5년 전 태백산 해돋이를 보려고 오를 때 체감온도 영하 30도의 맹추위와 맞닥뜨려 카메라 한번 꺼내지 못하고 내려왔던 기억이 있었다. 눈부시게 아름다웠던 태백의 주목나무 눈꽃이 아직도 눈에 선해 다시 마주할 그 절경에 마음이 설레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가는 내내 차에서 바라본 풍경엔 눈은 없었다.
3시간 반 남짓 달려 땅거미가 내려올 때쯤 태백에 도착했다. 저녁 6시가 가까운 시간에 태백에 도착해 저녁을 먹고 민박촌으로 올라갈 요량으로 한우구이를 전문으로 하는 ‘태백실비식당’을 찾았다. 이 식당은 연탄불에 구워 먹는 한우 갈빗살이 소문난 집이다. 한우 갈빗살을 시켰다. 때깔 좋은 한우가 뚝딱 한 상 차려졌다. 반쯤 불이 붙은 연탄이 등장하고 이어 석쇠에 올려진 태백 한우의 지글거리는 모습을 보면서 이미 눈과 가슴은 맛을 음미하고 있었다. 고소한 한우의 맛에 취해 세 명이 5인분을 먹고도 모자라 추가로 1인분을 더 시켰다.
2020년 새해를 여는 첫날, 어둠을 헤치고 달려간 발걸음 아래 함백산이 어슴푸레 모습을 드러냈다. 체감온도 영하 20도, 불어오는 칼바람에 몸이 잔뜩 움츠러들었다. 간간이 눈발이 흩날리는 동녘 하늘에서 붉게 물들어오는 미지의 세상이 열리고 있었다. 예로부터 민초들이 소원을 빌었다던 함백산에서 우리 일행은 경자년 첫날의 일출을 간절히 기다렸다.
흩날리는 눈발이 카메라 렌즈에 올랐다. 연신 렌즈를 닦아내며 “과연 경자년 첫날의 일출을 볼 수 있을까?” 걱정이 들기 시작했다.
오르락내리락 급하게 흘러가는 구름 너머 보일 듯 말 듯 숨바꼭질하던 경자년 (庚子年)의 첫 일출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7시 40분쯤, 어스름 능선 용광로처럼 펼쳐진 붉은 주단 가운데로 연붉은 입술을 삐죽 내밀더니 햇무리를 동반한 해가 서서히 솟아오르기 시작했다. 눈발이 휘날리는 와중에도 장엄하게 솟아오르는 경자년의 첫날 일출!
숨이 멎을 듯 멋진 일출 앞에 경건한 마음으로 두 손 모으고 감사의 기도를 올렸다.
아침을 먹고 태백산을 오르기 위해 유일사 쪽으로 이동했다. 초입을 지나 유일사 쉼터에 도착하니 다리에 전해지는 무거운 하중으로 온몸이 뻐근하고 숨이 가빠지기 시작했다. 등에서 땀이 배어 나오기 시작할 때쯤 주목 군락지가 나타났다. 천 년 주목에 내려앉은 눈꽃이 그야말로 환상적인 느낌으로 다가왔다.
“아! 역시 태백산이로구나!” 쉴새 없이 카메라 셔터를 눌렀다. 굽이굽이 눈 터널을 오르다 보니 장
군봉 옆으로 천제단이 성곽처럼 불쑥 나타났다. 사람들이 천제단 앞에서 허리를 굽혀 무언가를 빌고 있었다.
태백산 표지석 앞에는 인증샷을 하려는 인파가 줄을 서고 있었다. 인증샷을 마치고 하산을 시작했다. 유일사 쪽에서 출발한 지 5시간여 만에 다시 유일사쪽으로 내려왔다.
광부들이 즐겨 먹었다던 태백 닭 물 갈빗집을 물어물어 찾아갔다. 광부들이 갱에서 작업하면서 마셨던 탄가루를 청소하기 위해 즐겨 이 음식을 먹었다고 한다. 뜨끈뜨끈한 국물에 뭉게뭉게 올라오는 김 서린 닭갈비는 얼었던 몸을 이내 녹여주었다.
경자년 첫날에 찾은 함백산 일출과 태백산 눈꽃 산행이 올 한 해를 잘 살아내는 힘으로 작용해주기를 기대해본다.
스마트폰은 우리 생활의 중심이 됐다. 생활을 편리하게 할 뿐만 아니라 여가 도구의 역할도 늘고 있다. 그러나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이가 많다.
스마트폰의 기능 중에서 가장 많이 활용하는 카메라 기능도 셔터만 누르기 일쑤다. 사진 취미 활동에 도움이 되는 다른 기능을 알고 익히면 어떨까? 남다른 사진을 만들 수 있고 더 재미있는 취미로 거듭날 것이다. 알아 두면 좋은 사진 촬영 기능을 살펴보자.
첫째는 ‘파노라’촬영모드다
파노라마는 사전적 의미로 360° 시야에 들어오는 경치를 가리키는 말. 한 컷으로 담을 수 없는 넓은 풍경을 한 장에 담는 방법이어서 여행사진에 유용하다. 카메라를 열면 화면 아래쪽이나 숨겨진 메뉴에 나오는 “파노라마” 항목을 선택하면 된다. 일반 사진 촬영은 셔터를 한 번 누르면 완성되나 이 기능은 사진을 찍고자 하는 시작점에서 셔터를 누르고 카메라를 원하는 방향으로 이동하여 끝나는 지점에서 셔터를 다시 누르면 된다. 기다란 한 장의 사진이 완성된다. 방향은 좌우 가로형과 아래위 세로형으로 찍을 수 있다.이 기능을 응용하면 한 장의 사진에 같은 인물을 두 군데 넣을 수 있다. (아래 사진 참조).
둘째는 ‘하이퍼랩스(타임랩스)’와 ‘슬로 모션(슈퍼슬로 모션)’ 촬영 모드다
이 두 가지 기능은 동영상 기법이다. 잘 사용하지 않고 있으나 재미 있는 영상을 만들 수 있다. 사용 방법은 해당 모드를 선택하고 셔터를 누르면 촬영이 시작되고 다시 눌러야 끝난다. 실제보다 빠르거나 느린 동영상이 된다. 하이퍼랩스는12초 정도 돌아가는 영상을 1초로 단축한다. 예를 들어 흐름을 잘 볼 수 없이 서서히 움직이는 하늘의 구름을 삼각대를 세우고 하이퍼랩스로 촬영하면 구름이 움직이는 모습을 확연히 볼 수 있다. 풍력발전기를 찍으면 서서히 도는 날개가 선풍기 날개처럼 움직인다. 장면을 빠르게 돌리는 영화 같은 영상을 만들 수 있다.
슬로 모션은 하이퍼랩스와 반대다. 실제 움직임보다 더 느리게 움직인다. 운동선수의움직임을아주느린순차적동작으로보여주는텔레비전장면처럼찍을수있는기능이다.손주들이 장난치는 모습을 이 기능으로 촬영하면 슬로 비디오가 된다. 여행에서 만나는 폭포도 우아한 모습으로 담긴다. 슬로 모션은 촬영 시간이 제한되어 있다. 삼성 갤럭시의 경우 4분 30초로 이 시간이 지나면 촬영이 자동으로 중단되고 필요한 시점에서 셔터를 누르면 끝난다. 슈퍼슬로 모션은 실제 속도의 영상에 덧붙여 슬로 기능을 중간마다 넣을 수 있다.
나는 61살에 사진을 배웠고 노후 여가를 즐기는 핵심 취미가 됐다. 9년 전에 함께 사진을 배웠던 대부분 사람은 사진활동을 그만두었다. 일상적 사진에 머물러 흥미를 잃었기 때문이다. 새로운 기능 활용에 도전하고 응용하면 무덤덤 하던 사진 취미가 더 재미있게 돼 오랫동안 할 수 있다. 새로운 기법들을 활용해 남다른 사진을 만들어보면 어떨까.
“고2 때 친구들과 남산에 올라갔어요. 서울 풍경을 내려다보고 있는데 여고 동창생들로 보이는 어르신들이 ‘학생, 사진 좀 찍어줄래?’ 하며 카메라를 내밀더라고요. 먹고살기도 힘든 시절이라서 언감생심 만져보지도 못한 카메라였어요. 친구들끼리 서로 미루다가 그분들이 일러준 대로 셔터를 눌렀죠. ‘찰칵’ 하는 소리가 기막히더라고요.”
까까머리 소년은 그날 손끝으로 느꼈던 셔터 음의 짜릿함을 오랫동안 잊지 못했다. 그리고 그 소년은 칠순을 넘긴 지금까지도 카메라와 함께 살고 있다. 사진을 배우고 싶어 하는 학생들까지 가르치느라 하루도 쉴 틈이 없다는 한국사진작가협회 교육이사 문제민(文濟珉·76) 씨. 현역 시절보다 더 바쁘고 할 일이 많은 사람이다. 바쁜 시간을 쪼개 만나기로 한 날, 그가 들고 온 가방에는 노트북과 각종 자료들이 가득했다.
“법무부 산하 기관에서 공무원 생활을 끝낼 무렵 퇴직 후의 시간을 생각해봤어요. 평생 카메라를 끼고 다녔으니 디피점이나 열어볼까 했죠. 그런데 그 무렵 디지털카메라가 막 나오기 시작하더라고요. 저는 사진 관련 자료를 많이 가지고 있었어요. 잠깐씩 사진 강의도 했던 터라 자연스럽게 사진 교육 강의를 하게 됐어요.”
은퇴 후의 시간을 고민하기도 전에 그는 이미 준비되어 있는 사진 선생님이었던 것이다. 공무원 시절 국비유학으로 일본 연수를 떠났을 때도 시간만 나면 도쿄의 책방을 드나들며 사진 책을 봤다. 시간 가는 줄 몰랐고, 귀국할 땐 사진 관련 서적을 한아름 안고 돌아왔다. 그때나 지금이나 사진 공부는 그에게 일상이다.
“은퇴 후에는 누구든 한동안 공허함 속에 있게 돼요. 그러나 이 무렵의 위기는 성장을 견인하는 시간이기도 하죠. 매일이 소중하고 가치 있음을 스스로 증명하려면 미리미리 조금씩 준비하는 게 중요해요.”
집념의 한 우물이 열어준 인생 2막
요즘도 그는 사진 수업 준비를 하느라 컴퓨터 작업에 여념이 없다. 나날이 도약하는 제자들의 실력에 용기를 주는 것도 큰 일과다. 그의 인터넷 카페엔 제자들 사진이 끊임없이 올라온다. 그래서 매일 아침 일어나면 두 시간 정도 올라온 사진들을 꼼꼼히 들여다보면서 감상평을 남긴다.
그는 늘 긍정적이다. 학생들 사진을 보며 절대 부정적 평가를 하지 않는다. 다양한 삶을 살아온 이들의 특성을 존중한다. 이런 태도는 오랜 직업의식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그는 말한다.
“법무부에서 청소년 보호 관찰 업무를 담당할 때도 비행청소년들의 자유를 제한하고 문책을 하는 건 좋은 방법이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단점은 감싸주고 장점은 열심히 칭찬해주는 것이 오히려 재발 방지에 효과적이더라고요. 그렇게 지낸 40년의 사회생활이 퇴직 후의 삶에도 많은 영향을 준 셈이죠.”
물론 어려운 상황에 처할 때도 있다. 그가 가르치는 학생들 대부분은 연륜이 있는 시니어. 자기 삶의 방식으로 오랜 세월 지내온 이들이라 자아가 강한 사람도 더러 있다. 그렇지만 그런 딜레마조차 약으로 삼고 보람으로 채운다. 그는 특히 제자들의 개인전 초대장을 받았을 때, 함께 단체전을 기획하는 모습을 볼 때 행복하다. 사진 작업을 통해 멋진 인생을 만들어가는 모습이 더없이 아름답기 때문이다.
“학생들에게 받는 위로가 참 좋아요. 사진을 통한 교류는 예술 감각도 키워주고, 자연 속으로 돌아다니며 풍경을 찍으니 건강에도 도움이 돼요. 사진 활동을 통해 자신을 표현하고 멋지게 살아가는 제자들을 보면 뿌듯합니다.”
별명은 제비콩, 콩샘
‘제비콩’은 그의 별명이다. 문제민이라는 이름의 ‘제’ 자를 따 어린 시절 친구들이 지어줬다. 그때는 그 별명이 왜 그렇게 싫던지 친구들에게 화를 내며 못 부르게 했다. 그런데 한참 세월이 지나 사진 관련 사이트를 만들게 됐을 때, 닉네임을 무엇으로 만들까 고민하다가 어릴 적 친구들이 만들어준 별명이 문득 생각났다. 그 호칭이 이제는 제자들에게까지 사랑스럽게 불리게 됐다. ‘콩샘’이라는 귀여운 애칭까지 생겼다.
그에게서 강의를 들은 한 제자는 이렇게 말했다.
“어느 해 겨울, 교외로 출사를 나간 적이 있어요. 쨍! 하고 얼음이 갈라질 만큼 추웠던 날이었는데 그날따라 장갑을 안 가지고 나갔어요. 셔터만 누르면 되는데 ‘추워봤자 얼마나 춥겠어’ 하는 배짱으로 나갔다가 손가락이 떨어져나가는 줄 알았어요. 손이 너무 시려 더 이상 사진을 찍지 못할 정도였어요. 그때 지도교수로 오셨던 콩샘이 차를 세워둔 주차장까지 한참을 걸어가셔서 장갑을 가져다주셨어요. 제 손에는 커서 헐렁거렸지만 그렇게 따뜻한 장갑은 처음이었어요. 그날의 기억만 생각하면 아직도 마음이 훈훈해집니다. 누구나 은퇴 후의 삶을 걱정합니다. 더구나 콩샘처럼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제2의 업으로 삼기는 쉽지 않죠. 그런 면에서 콩샘이 너무너무 부럽습니다.”
문제민 씨는 제2의 인생을 쉽게 맞이한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운명처럼 카메라를 만났을 때 미친 듯이 빠져들었고, 거짓말을 하고 사진을 찍으러 가느라 돌아가신 어르신을 또 한 번 돌아가시게 했다고 말하며 웃는다. 박봉의 공무원 월급에서 조금씩 떼어내 적금을 들고 그 돈으로 아내 몰래 카메라와 렌즈를 구입하면서 그때마다 들키지 않으려 숨겼던 일도 있었단다.
“그 비싼 필름을 사서 정신없이 찍었어요. 그야말로 카메라에 미쳤던 거지요.(웃음)”
칠순이 되었을 때 지인들이 잔치를 해라, 개인전을 해라 말이 많았다. 하지만 그의 생각은 달랐다. 자신의 사진과 십수 년간 가르친 제자들의 사진 500점을 정리해 함께 실은 사진집을 출간했다. 그동안 나눈 대화와 댓글 내용도 실었다. 그리고 300여 명의 제자들과 출판기념 자리도 마련했다.
“이 책은 나의 역사입니다. 은퇴 후 건강한 삶을 살았다는 증거입니다.”
수강자 몰리는 인기 강사
지금도 그가 강의하는 수업을 들으려는 사람이 많다. 그래서 문화원 수강 신청은 금방 마감된다. 주부, 퇴직자, 젊은이, 심지어 아픈 환자도 그의 강의를 듣고 싶어 한다. 한때는 신청자가 너무 많아 큰 강당을 빌려야 했다. 입소문을 타며 인기 강사가 된 그는 백화점 문화센터와 다양한 지역에서 강의를 한다. 17년 동안 가르친 제자들의 수는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요즘은 사진 출사만을 위해 오는 수강생들도 있다고 한다. 전국의 풍광 좋은 자연을 찾아다니며 사진을 찍으니 소문이 난 것이다. 그러나 그는 그런 관심사로만 사진을 대하는 사람들이 안타깝다고 했다.
“물론 그렇게라도 사진을 찍으면 좋아요. 그런데 컴퓨터도 배우고 사진 폴더 관리도 할 줄 알면 더 좋아요. 포토샵도 배우고 인터넷 카페를 통해 서로 정보를 나누는 시간도 필요합니다. 시니어는 디지털 퍼스트 시대의 순기능을 적극 이용해야 해요. 컴퓨터는 여러 가지로 생기를 불어넣어주는 놀이기구이거든요. 더불어 테마를 정해 자신만의 사진 세계를 구축하는 것도 중요해요. 그래야 실력이 향상되고 오랫동안 사진을 즐길 수 있거든요.”
그러고 보니 어느 신문에서 “예술가 중 가장 오래 사는 사람들은 사진가”라는 글을 읽은 적이 있다. 자연 속에서 잡념을 버리고 즐길 수 있으니 그럴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다. 안개 속 몽환적 풍경, 계절의 변화를 담아내는 셔터 소리는 짜릿함의 끝판왕이다.
그는 지금도 1960년대의 풍경을 잊지 못한다. 그래서 시간이 날 때마다 우리나라 각 지방은 물론이고 중국의 오지 차마고도, 티베트 등지로 출사를 다녀오곤 한다. 지금까지 찍은 사진 중에서 마음에 드는 작품이 있는지 물었다.
“잘 찍은 사진요? 그런 거 없어요. 앞으로 찍어야죠. 건강하게 계속, 강의도 하고요.”
그가 추구하는 삶에 대한 대답이기도 했다. 사진을 통한 건강한 삶은 그의 모토다. 그리고 언제까지 현재 진행형이다.
뭐 눈에는 뭐만 보인다고 했던가? 일상의 소소한 물체나 풍광에서 독특한 형상을 찾아 사진으로 남기기를 즐긴다. 눈에 보이는 사물을 그대로 붕어빵 찍어내듯 하는 일반적 사진 개념에서 벗어나려 한다. 그게 내 브랜드가 되어 사진 취미를 싫증 나지 않고 계속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8월 초순 찜통더위를 피하려 소리산(小理山, 479m, 경기도 양평군) 계곡 나들이를 하였다. 카메라는 무거워도 빠뜨리지 않는 필수품. 높은 산은 아니었으나 무더위로 정상 오르기를 포기한 채 계곡의 물가 그늘진 바위에 걸터앉았다. 잠시 뒤 눈에 들어오는 장면 하나가 시선을 붙잡았다. 계곡물이 흐르는 바위 위에 걸쳐 쓰러진 마른 나무 둥치와 나뭇가지가 마치 물을 마시는 동물 형상으로 그려졌기 때문이다.
시각과 촬영 위치를 달리해가며 살폈다. 그래 그 모습이구먼~ 앞다리를 쭉 뻗은 채 목을 내밀고 물 마시는 사슴 형상과 비슷했다. 다시 보아도 그렇다. 목이 길어 슬픈 사슴. 뿔 잘린 흔적, 까만 눈(目), 물을 마시는 주둥이도 뚜렷하다. 게다가 옆으로 휘어진 나뭇가지 또한, 아래로 쏠리는 몸무게를 받쳐주듯 땅을 짚고 있는 오른쪽 앞다리를 연상하게 했다. “물 마시는 사슴”
셔터를 누르고 또 눌렀다. 몰입이다. 소소한 물체에서 사슴을 닮은 형상의 사진 한 장을 만들었다. 사진은 있는 그대로의 복사가 아니라 A를 B로 보는 시선과 자기의 이야기를 담아내는 예술의 한 분야다. 취미도 재미가 있어야 계속할 수 있다. 일상에서 남다른 사진을 만드는 일도 사진 취미를 계속할 수 있는 방법의 하나다.
여름이 찾아온 서울 길동 생태공원엔 벌써 푸르름이 가득하다. 시민들이 숲 체험을 하면서 생태 환경에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공원이다.
입구의 반딧불이 관찰장을 지나면서 바로 숲길이 시작된다. 걷다 보면 습지와 저수지와 산이 고루 조성되어 있어 이 곳이 정말 도심의 공원인가 하고 놀라게 된다. 간간이 다람쥐가 지나가며 멧돼지가 출몰한다는 주의 푯말도 보인다.
관리시설로 광장 지구, 저수 지구, 초지 지구, 산림지구 등의 관찰로가 공원 곳곳으로 연결되어 있다. 참나리, 패랭이, 개망초가 피어있는 숲길을 걷다 보면 눈앞에 거미줄이 가로막기도 하고 벌들이 윙윙거린다. 호랑나비와 잠자리, 물새까지 날아다니고 작은 호수에는 왜가리가 큰 날갯짓을 하면서 높이 난다. 조류 관찰대에서는 아이들이 숨 죽이며 구경하고 이 곳 저 곳에서 사람들이 셔터를 누른다. 관찰로는 숲과 함께 있어서 마치 밀림 속을 걷는 느낌을 준다.
시민들의 건강한 공원으로 이용되고 있는 이 생태 숲을 오래 보전하기 위해 하루 최대 입장인원은 400명 이내로 제한되어 있다. 그리고 인터넷 예약을 해야 한다. 일부는 현장에서 신청해 입장할 수도 있다. 야생동물 보호를 위해서 음식물 반입은 당연히 삼가야 한다.
▶서울특별시 강동구 천호대로 1291(길동생태공원)
▶이용료:무료
▶운영시간:10:00 ~ 17:30 (동절기 17:00)
▶공원의 생물서식처 보호 및 생물종 모니터링, 관리보수를 위하여 매주 월요일은 휴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