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사는 사람들이 늘어나다 보니 혼자 밥 먹고, 혼자 영화보고, 혼자 여행하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혼자 하는 여행이 진짜란다. 자신을 돌아보는 기회가 된다며 부추기기도 한다.
그러나 혼자 하는 여행은 위험하다. 필자도 혼자 잘 다니지만, 한적한 산길에서 만나는 사람이 가장 무섭다. 그래서 혼자 산에 갈 때는 여차하면 방어무기로 사용할 수 있는 지팡이와 지갑에 어느 정도의 현금만 갖고 간다. 여차하면 다 주고 오자는 심산이다.
혼자일 경우 표적의 대상이 될 수도 있다. 밀라노 두오모 성당 광장에 갔을 때 화려한 성당 건물과 사람에게 친숙하게 길들여진 비둘기들을 배경으로 카메라 셔터를 누르고 있었다. 일단의 흑인들이 오더니 사진을 찍어주겠다고 했었다. 카메라를 넘겨주려다가 섬뜩한 기분이 들어 사양했다. 근처에서 이 광경을 구경하고 있던 한 현지인이 큰일 날 뻔 했다며 주의를 주었다. 그럴 경우 카메라를 넘겨받은 자는 그대로 카메라를 들고 내빼고 그 자를 잡으려고 쫓아가는 사이에 다른 일당들이 가방을 가로 챈다는 것이었다. 등에 식은땀이 흘렀다.
특히 여성은 자기 방어력이 약하고 성폭행의 대상도 될 수 있어 더 위험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혼자 여행하는 여성들이 늘고 있는데 세상을 상당히 믿는 모양이다. 일면식도 없는 사람이 친절하게 말을 걸면 특히 조심해야 한다.
혼자 여행할 때 조심해야 할 것으로 집을 떠나면 일탈하고 싶은 욕구가 생기게 마련이다. 혼자는 외롭다 보니 생면부지의 사람과도 금방 친해진다. 좋은 사람이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도 있다. 자칫하면 돌이킬 수 없는 위험에 빠질 수 있는 것이다.
특히 밤에 술에 취하여 비틀거리며 걷는 경우 표적이 될 수 있다. 사고를 당하면 국내 같으면 CCTV라도 신세 질 수 있지만, 외국에서는 현지 경찰이 조사한다고 오라 가라 하기만 하고 해결해주기도 어렵다. 술 취한 경우에는 호텔 앞까지 동행자와 같이 가든지 택시로 다녀야 한다.
혼자 하는 여행에서 걱정되는 점 중에 무슨 사고를 당할지 모른다는 것이다. 안전사고도 있지만, 나이가 들면 지병으로 인한 돌발 상황이 닥칠 수도 있다. 사람의 도움을 급히 필요로 할 경우도 있는데 곁에 사람이 없으면 도움을 받을 수 없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밤에도 별일 없이 돌아다닐 수 있는 몇 안 되는 안전한 나라이다. 그러다 보니 다른 나라도 그런 줄 알고 착각한다. 미국만 가도 낮에도 승용차 창문을 못 열 정도로 위험한 나라이다. 출장 갈 때 반짝이는 구두에 정장을 하고 가는 것도 여행자임을 나타내는 것이므로 표적이 될 수 있다. 밤에 혼자 돌아다니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다. 그런데 외국에 처음 나가는 사람들은 이런 위험성을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동행자를 구하기는 쉽지 않지만, 알아보면 못 구할 것도 없다. 여행이 취미인 사람들을 평소에 알아두면 좋은 여행 동반자가 될 수 있다. 동반자가 이성인 경우 소문도 두렵고 불편하지만, 시니어라면 신사협정을 믿어 볼 나이이다. 적어도 치한에게 당할 염려는 없다.
사진은 예술의 한 분야로서만 아니라 다양한 곳에서 활용된다. 이용되지 않는 곳을 찾아보기가 힘들 정도로 모든 분야에서 필수 매체의 하나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사진을 찍는 사람도 남녀노소를 구분하지 않는다. 사진의 대중화 시대에 살고 있어서다. 그 근저에는 스마트폰의 사진 장치가 있다. 특히 소셜 미디어가 활성화하고 생활 속으로 깊숙이 파고들고 있어 사진은 한층 더 일상이 됐다.
단순하게 생각해 보면 사진을 만드는 것은 쉬운 작업이라고도 할 수 있다. 카메라 뷰파인더나 액정화면을 통하여 구도를 잡고 손가락 하나로 셔터만 누르면 순간적으로 만들어낼 수 있는 창작물이다. 카메라만 있으면 누구나 만들어 낼 수 있다. 요즘은 카메라 기능을 사용자들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기술들이 놀라울 정도로 발전하여 더욱 그렇고 촬영 도구도 상시 휴대하고 사용하는 스마트폰으로 쉽게 접목되어서 그야말로 사진의 전성시대에 살고 있다. 누구나 쉽게 접근이 가능해졌다. 그렇다고 쉽게 사진 창작을 할 수 있을까?
사진은 빛의 예술이다. 자연적인 빛이나 인공 빛을 잘 다룸으로써 더욱 훌륭한 사진을 만들어 낸다. 사진은 과학적 기술의 원리를 매개로 빛을 가둠으로써 현실 공간을 평면 영상으로 기록하거나 사진을 촬영하는 사람의 의도에 따라 예술적 표현으로 작품을 만들 수 있다. 광고나 홍보의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의사를 전달하는 표현 매체이며 영상 언어다. 현재를 영원히 담아두는 기록물 역할도 톡톡히 한다.
눈에 보이는 사물이나 사건 현장을 카메라에 담는 것이 곧 사진을 창작하는 일은 아니지 않을까? 카메라 기능을 이용하여 피사체를 메모리에 담는 것이 예술적 측면의 사진은 아니다. 다시 말해 카메라를 잘 다루는 사람과 사진을 잘 찍는 사람 그리고 사진을 잘 만드는 사람은 분명 다르다. 기록적인 측면에서는 사진은 단순한 피사체의 복사가 될 수 있지만, 촬영자의 철학이나 사상을 담은 메시지가 담겨야 한다. 그 메시지는 화면 안에서 보여줄 수도 있고 화면 밖으로 상상을 통하여 보여줄 수도 있다. 촬영도구인 카메라는 사진 작업을 도와주는 도구일 뿐이고 사진에 메시지를 담는 것은 촬영자의 판단력과 구성력 그리고 감성과 예술성이 종합적으로 이뤄져 만들어진다.
미술이나 건축 등의 다른 예술과 마찬가지로 사진은 피사체에 대한 정보가 카메라를 통하여 정보처리 되는 과정에서 촬영자, 즉 작가의 생각과 감성이 사진에 담길 때 진정한 사진이 만들어진다고 볼 수 있다. 렌즈를 통하여 기록되는 영상물이 모두 사진이라 할 수 없다. 피사체에 자기 생각과 감성, 사상과 철학을 담아야 한다. 그것이 쉬운 일은 아니나 그러한 사진 촬영 자세를 근본 틀로 하여 부단한 노력과 훈련을 이어간다면 불후의 명작을 만들 수 있다.
사진의 대중화 시대다. 남녀노소가 따로 없다. 사진은 이제 더는 취미나 특별한 일이 아닌 일상이 됐다. 예술의 한 분야이기도 하지만, 누구나 일상생활에서 필요한 방편의 하나가 되고 있다. 특히 소셜미디어의 활성화와 스마트폰 카메라의 기능향상과 확장으로 그런 경향은 날로 증가하고 있다. 침팬지도 사진을 찍는 시대에 산다고도 한다. 그만큼 촬영 자체가 쉬워졌기에 그렇다. 카메라를 만드는 제조사에서 사용자의 편의성을 높이기 위하여 온갖 노력을 다한 결과다. 영상 언어로 등장했다. 전화로 통화하듯 사진을 주고받으며 의사를 소통한다. 그런 과정에서 어떻게 하면 남보다 더 좋은 사진을 만들어 상대방에게 관심을 가질까를 고민하기 시작한다. 사진 촬영 기법 등에 대하여 강좌를 열다 보면 많은 사람이 질문한다. “어떻게 하면 사진을 잘 찍을 수 있어요?” 짧은 시간 안에 그리고 쉽게 사진을 잘 찍는 방법을 묻고 있다. 과연 사진을 잘 찍는 왕도가 있을까? 하루아침에 그렇게 될 리는 없지만, 비법이 없는 바도 아니다.
예술의 분야가 다 그렇듯 기본이 서야 한다. 사진도 예외는 아니다. 튼튼한 집을 짓기 위해서는 좋은 터에 기초 공사를 잘해야 한다. 제아무리 설계가 뛰어나도 기초가 부실하면 원하는 집을 지을 수 없다. 사진에서 기본은 무엇일까? 카메라 장비나 기술 습득 이전에 갖춰야 할 사항이 하나 있다. 사진을 찍으려는 피사체에 대한 애정이다. 사진에 담으려는 물체나 사건에 대한 진실한 사랑이 들어 있어야 함이다. 형이상학적 개념 같기도 하지만, 사진을 하려는 분들이 염두에 두어야 할 사안이다. 소나무를 전문으로 촬영하는 사진작가는 정말 소나무에 대한 관심과 사랑이 깊을 것이다. 그렇기에 남다른 소나무 사진을 만든다. 그런 마음으로 촬영한 사진이기에 그 사진 속에 보는 사람을 행복하게 하고 기운을 북돋아 주는 에너지가 살아 있게 된다. 많은 사람이 그 사진을 소장하고자 하는 이유가 된다. 사진기술 이전에 갖춰야 할 자세다. 전문 사진작가뿐만 아니라 취미로 하는 사람이나 영상 언어로 쓰기 위하여 사진을 하는 모든 사람에게 필요한 자세다. 처음으로 사진을 시작하다 보면 카메라 장비나 사진이론, 기술에 우선순위를 두게 된다. 그 순위를 바꿔보면 어떨까? 찍고자 하는 피사체에 관심과 애정을 갖는 마음부터 가져 보자.
예술은 창조다. 사진도 예술의 한 분야다. 창조자의 삶이 어떠할 때 행복해지고 어떤 마음 상태에서 만들어졌을 때 그 작품을 보는 사람에게 행복의 기운을 가져다줄 수 있을까? 어느 ‘미술사가’는 창조자 삶의 요소로 4가지를 들고 있다. 이 요소들이 녹아들었을 때 만들어진 작품이어야 힐링의 에너지가 방출된다고 한다. 첫째가 재미있게, 둘째가 즐겁게, 셋째가 행복감이 밀려올 때 그리고 넷째가 웃음이 떠나지 않은 상태에서 좋은 작품이 만들어진다고 한다. 그러한 상태는 자신을 억압하지 않은 순수의 시간이요, 자연스러운 상태이다. 좋은 음악의 천재가 있고 나쁜 음악의 천재가 있기 마련이다. 사진 작업도 마찬가지로 이러한 요소가 갖춰진 상태에서 촬영하게 되면 같은 효과가 나타난다. 한마디로 요약하면 피사체에 대한 애정이 우선돼야 한다고 볼 수 있다. 눈에 보이는 피사체와 보이지 않은 내면의 세계를 발견해야 한다. 보이는 대로 찍는 것이 사진은 아니다. 셔터를 누르기 전에 피사체를 사랑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사진을 하다 보면 결국 자기가 좋아하는 피사체, 즉 소나무, 인물 등의 한 분야로 몰입하게 되는 이유다. 그것이 곧 사진을 잘 찍는 비법의 하나이기 때문이다.
철마다 자연의 섭리에 따라 옷을 갈아입는 세미원의 풍경. 언제 가도 계절 특유의 정취를 느낄 수 있지만, 뭐니 뭐니 해도 연꽃이 만개하는 여름이 으뜸이다. 특히 6~8월은 야간 개장 기간으로, 시간을 잘 맞추면 세미원의 낮과 밤, 그리고 해질녘 광경까지 모두 만날 수 있다.
경기도 양평에 있는 세미원은 도심에서 접근성이 좋아 나들이를 즐기는 이가 많다. 물을 보며 마음을 씻고[觀水洗心] 꽃을 보며 마음을 아름답게 하라[觀花美心]는 뜻이 담긴 그 이름처럼 자연을 벗 삼아 휴식을 취하기 좋다.
인근에 무료 주차장이 마련돼 있어 대개 자가용을 이용하지만, 최근에는 경의중앙선 양수역이 개통하며 대중교통 방문객도 늘었다(역에서 도보로 10분 거리). 연꽃밭으로 워낙 유명해 안 가본 이가 드물겠지만, 이곳의 야간 정취를 만끽해본 이 또한 드물 것이다. 여름 특정 기간에만 밤 10시까지 세미원을 둘러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한낮에 세미원에 가본 적이 있다면, 다음 나들이는 오후 6시께 방문해볼 것을 권한다. 여름에는 저녁 8시가 다 돼야 해가 지고 어둑해진다. 세미원 내 조명 점등 시간은 7시, 입장 후 1시간 정도는 낮과 비슷한 분위기를 즐길 수 있다. 백련지, 홍련지, 열대수련연못, 빅토리아연못 등을 둘러보다 보면 새큼 쌉싸래한 연잎 향이 온몸을 휘감는다.
세미원 하면 남한강과 북한강이 만나는 두물머리(입장 무료)를 빼놓을 수 없다. 보통 두 곳을 짝꿍처럼 함께 구경한다. 세미원에서 두물머리까지는 걸어서 20분 정도인데, 연꽃들과 눈을 맞추다 보면 1시간이 뚝딱 흐른다. 천천히 둘러보다가 7시 전후로 두 곳을 잇는 배다리에 도착하면 알맞다. 다리 아래 나룻배가 놓여 물살에 따라 출렁인다. 얕은 문턱이 많고 움직임이 있기 때문에 걸음이 불편한 이라면 유의해 걸을 필요가 있다.
두물머리를 둘러보다 출출할 때 즐기는 연잎핫도그(3000원)도 별미다. 이제 적당히 시간을 보내면서 세미원을 멀찍이 바라보며 때를 기다린다. 카메라 셔터를 자극하는 노을이 물들 때쯤이면 다시 배다리 인근으로 향한다. 배다리 조명과 함께 세미원의 해질녘 풍경을 한 컷에 담을 수 있다. 다시 세미원에 돌아오면, 은은한 빛을 내는 작은 연꽃 조명들과 화려한 연꽃 모양 조형물들을 만나게 된다. 어둠이 짙어질수록 잔잔히 들리는 풀벌레와 개구리 울음, 연못의 물소리가 여름밤의 정취를 더한다.
>>세미원 연꽃 문화제 주요 프로그램
기간 8월 20일까지 개장 시간 오전 7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전시마당 밤에 보는 연꽃 ‘달빛 내린 연꽃’, 연꽃문화 사료展 ‘정화와 안정’, 권성녀 민화展
•체험마당 연꽃문화체험교실, 사랑의 편지쓰기, 전통놀이한마당, 연잎밥체험
•예술마당 연꽃음악회(매주 토요일)
모두가 백수를 하지 않아도 수명이 많이 늘어난 것만은 사실이다. 100세 장수 시대에서 이제는 100세 건강 시대로 옮겨가고 있다. 시쳇말로 ‘9988234’ 형국이다. ‘99세까지 팔팔하게 살다 2, 3일 앓은 후 죽는다.’ 이러한 장수시대를 살아가는 데 있어서 가장 두려운 것이 무엇일까? 의견이 분분할 수 있다. 아프면서 오래 사는 경우를 들 수 있고 돈 없이 오래 사는 경우를 꼽을 수도 있다. 많은 사람은 전자의 두 가지보다 할 일이 없이 오래 사는 경우를 첫 번째로 꼽기도 한다. 한 마디로 무료(無聊)한 나날을 보낼 때가 더없는 고통으로 여긴다. 생존을 위하여 돈을 버는 일에 매달리면서 여가를 보내는 방법 체득을 소홀히 해서다. 필자는 무료하지 않은 후반생을 위하여 취미활동으로 사진을 선택하였다. 뒤늦은 나이인 60살에 배우기 시작했다. 나이가 68살이 되었으니 사진 취미활동 기간도 8년째로 접어들었다. 사진은 이제 취미가 아닌 일상이 됐고 카메라를 몸에 지니고 있지 않으면 뭔가 허전하고 불안한 마음이 한구석에 자리하기도 한다. 카메라는 친구가 됐다. 카메라만 손에 들면 시간 가는 줄을 모른다.
산책에 나서는 한여름의 아침 들녘이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카메라가 손에 들렸다. 아침저녁의 온도 차가 커서인지 안개 구름이 산허리를 둘렀다. 사진 촬영에 좋은 시간대다. 주변의 산인 고봉산을 배경으로 삼각대를 세워 카메라를 장착하고 10초 타이머 설정(셔터를 누르면 10초 후에 자동으로 촬영된다)했다. 셔터를 누른 후 필자는 도로 추락 방지 턱 위에 올라 셔터가 떨어지는 순간에 맞춰 하늘을 향해 뛰어올랐다 낙하한다. 카메라로 돌아가 촬영된 화면을 되돌려 본다. 원하는 장면이 아니다. 다시 셔터를 누르고 달려와 뛰어내린다. 수차례 반복한다. 사진이 찍히는 순간에 적절한 모습으로 뛰어 내리기 만만하지 않다. 몸에 땀이 흥건히 밴다. 다시 찍힌 사진을 확인하여 보지만, 만족스럽지 못하다. 같은 작업을 이어간다. 조금씩 원하는 장면에 가까워진다. 열 번 이상을 뛰어내렸나 보다. 드디어 한 컷이 만들어졌다. 예의 사진이 그렇게 하여 만들어진 한 장이다. 성취의 기쁨을 느낀다. 꿈을 향해 날고 싶은 마음을 사진 속에 담았다. 필자는 카메라와 이렇게 놀기도 한다. 혼자여도 외롭지 않은 이유다. 카메라가 친구 되어 여가가 무료하지 않다. 100세 장수시대를 걱정하지 않는다. 참 잘 선택한 취미다.
날씨가 더워지면서 연꽃이 피어나는 연못가에는 꽃구경하러 모여드는 사람들로 발걸음이 잦다. 서울 근교에도 연못이 여러 군데 있는데 시흥의 관곡지나 양평의 세미원 등의 연못에 연꽃이 한창이어서 무더위 속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다. 백련과 홍련의 아름다움이 무르익고 차츰 꽃이 지는 듯하면 그 연못 속에서 또 다른 꽃을 기대하게 된다.
빅토리아 연꽃.
꽃과 잎에 가시가 있고 꽃술에도 가시가 있어서 큰 가시연꽃이라고도 불린다.
브라질의 아마존강(江) 유역이 원산지인 수생식물인데 영국의 식물학자 존 린들리가 빅토리아 여왕을 기념하여 학명을 Victoria regia로 명명했다고 한다.
밤에만 피어나는 꽃 빅토리아를 필자도 몇 번 보았다.
그동안 여러 곳의 연못을 다니며 진흙 속에서 피어났어도 더러움에 물들지 않고 고고한 연꽃의 아름다움을 즐겼다. 그렇지만 빅토리아 여왕을 눈 앞에서 보는 것은 쉽지 않았다.
빅토리아는 우리가 흔히 보던 연꽃과는 달리 연꽃 중에서 가장 큰 잎으로 쟁반처럼 물 위에 떠 있는데 그 넓이가 어린아이가 앉아도 될 만큼 크고 단단하다. 그러나 좀처럼 만나기 어려운 도도한 꽃.
이 꽃이 한 번 피려면 첫날엔 하얗게, 이어서 분홍색으로, 그리고 좀 더 짙어지며 왕관 모양으로 변화하며 달빛을 받아 더욱 향기롭고 탐스럽게 피어난다. 그리고는 밤이 지나고 나면 물속으로 잠겨버리며 장렬하게 그 모습이 사라진다. 이틀간의 짧은 시간 동안 가장 아름다운 모습으로 피어나 화려한 대관식을 하고 생을 마감하는 모습으로 부귀영화도 덧없음을 느끼게 한다.
이 모습을 보기 위해 어두운 밤의 연못가엔 사람들이 초저녁부터 모여든다. 그리고 낮부터 자리를 잡아놓고 빅토리아를 알현하기 위해 카메라를 든 사람들이 삼각대를 세운 후 진을 치고 있는 광경도 볼 수 있다. 강력한 모기를 퇴치해 가며 그 연못가에서 들려오던 셔터 소리와 불빛이 예민한 빅토리아에게 스트레스를 주었을 것 같아 미안한 마음조차 든다.
다른 식물과는 조금 다르게 빅토리아 연꽃이 피어나는 동안 우리 인간들과 감정교류를 하는 느낌이 든다. 그리고 어두운 밤 연못가의 사람들도 배려를 하면서 바라본다. 한 식물의 신비로운 삶과 퇴장을 지켜보며 마치 한 여름밤의 꿈을 보는 듯하다.
부처님의 뜻을 담은 진리의 꽃이란 생각과 함께 그 아름다움을 마음껏 누리는 계절이다. 게다가 빅토리아 연까지.
아침 이슬에 들녘이 싱그럽다. 연둣빛 칡 잎이 진초록으로 서서히 바뀌는 여름의 길목이다. 바람도 잔잔하다. 지난밤 볏논에서 요란스레 울던 개구리 소리, 바람결에 실려오는 산 아랫마을의 개 짖는 소리 장단 맞추고 별들과 하현달 친구 되어 놀던 달팽이 한 쌍 새벽녘에 사랑이 무르익었나보다. 이슬에 촉촉하게 젖은 칡 잎 자락에 꼭 껴안고 사랑을 노래하고 있다. 하룻길을 떠날 태양도 부끄러움에 동산 너머에서 살며시 빛줄기로 시샘을 한다. 이른 잠에 깨어난 뻐꾸기 저 멀리 산자락 어둠 걷힌 나뭇가지에서 짝을 찾아 구슬피 울어 운다. 간혹 주변 산책길 길손도 모르는 척 지나간다. 아침 먹거리를 찾는 백로도 사랑에 빠진 달팽이 위 하늘을 휙 날아간다. 자연은 이렇게 새 생명의 탄생을 아우르는지 모른다. 우주는 또 한 세대를 이어간다. 작은 생명체에서 우주의 영속성을 본다. 달팽이 사랑의 모습에 카메라의 초점을 맞추는 필자의 손도 엄숙해진다. 1년에 한 번 오는 기회의 포착 순간이다. 숨소리 멈추고 셔터 소리를 낮춰 한 컷의 이야기를 렌즈에 담았다. “사랑하기 좋은 날”이다.
푸른 바다가 떠오르는 계절 여름! 그러나 막상 바닷가로 피서를 떠나면 시원함이 아닌 태양 아래 모래사장의 뜨거움과 마주하게 된다. 그렇다고 해변에서 에어컨을 켤 수도 없는 노릇. ‘시원하게 바다 구경을 할 수 없을까?’라는 생각이 스친다면, 코엑스 아쿠아리움(서울시 강남구 영동대로 513)으로 나들이를 떠나보자. 대형 수족관에서 헤엄치는 물고기 떼를 바라보면 바닷속으로 들어온 듯 시원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어린 손주와 함께라면 더욱 유익하고 즐거운 시간이 될 것이다.
매표소에 도착하면 바닥에서 천장으로 연결되는 거대한 게이트 수조 속 알록달록한 물고기들이 관람객을 반긴다. 이곳부터 시작해 총 16개의 코스로 꾸며진 테마 존을 둘러보는 데는 2시간 정도면 충분하다. 순서에 따라 걷다 보면 각양각색의 해양생물뿐만 아니라 육지 동물 등 4만여 마리의 생물을 만나게 된다.
코스 초반에는 피라미, 송사리, 어름치 등 정겨운 우리 물고기들이 전시돼 있다. 특히 네 번째 코스인 ‘한국의 정원’에서는 경복궁 내 향정원을 축소해 옮겨놓은 비단연못이 눈에 띈다. 한국적인 분위기가 돋보이는 코스들을 지나면 현대식 인테리어가 돋보이는 ‘상상 물고기 나라’가 나온다. 전화박스, 냉장고, 정수기 등 우리 생활에 밀접한 곳곳에 물고기들이 담겨 친근하면서도 흥미롭다. 닥터피쉬(가라루파)가 사는 욕조 모양 수족관에 손을 넣어 물고기와 접촉해보는 체험도 할 수 있다.
그다음 코스 ‘아마조니아 월드’ 입구로 들어서면 다소 습한 기운이 느껴진다. 아마존 강 일대에서 서식하는 생물들이 살고 있어 열대우림과 비슷한 생태 환경을 유지한다. 세계에서 제일 큰 민물고기(3~5m)인 피라루쿠를 비롯해 식인 물고기 피라냐, 이집트 과일박쥐, 수달, 비버, 악어, 거북 등을 볼 수 있는 다채로운 구간이다.
보고 만지며 교감하는 오감만족 나들이
아이들과 함께라면 ‘마린터치 연구소’에 꼭 들러보자. 조개, 불가사리, 멍게, 해삼 등 직접 수중생물을 관찰하고 만져볼 수 있는 쌍방향 체험이 가능하다. 아울러 아쿠아리움의 전반적인 생물 배양 및 양육 기술에 대한 지식을 습득할 수 있는 공간이다.
포토타임을 즐기기 좋은 코스로는 ‘산호 미술관’을 꼽을 수 있다. 액자 형태의 수족관에 화려한 색상의 산호와 열대어들이 어우러져 멋진 그림이 완성된다. 그다음 코스인 ‘바다왕국’ 역시 많은 관람객이 카메라 셔터를 누르는 곳이다. 상어, 바다거북, 가오리 등 성인 키를 훌쩍 넘는 대형 어류들이 유유히 위엄을 과시한다.
후반으로 갈수록 ‘해저터널’, ‘펭귄들의 꿈동산’ 등 남녀노소에게 인기 있는 테마 코스가 이어진다. 한 가지 염두에 둘 것은 프로그램 일정이다. 정어리 공연, 펭귄 먹이주기, 상어극장 영화상영 등 다양한 전시 및 체험을 즐길 수 있는 시간이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코엑스 아쿠아리움 홈페이지에 접속하면 자세한 일정을 살펴볼 수 있다.
모든 코스를 둘러보고 나면 선물상점이 나온다. 손주가 나들이의 추억을 간직할 수 있도록 귀여운 물고기 인형 하나 선물해보는 것도 좋겠다.
사진작가! 멋있게 들린다. 아름다운 물체나 풍경을 향하여 진지하게 카메라 셔터를 누르는 모습이 좋아 보인다. 그들이 만들어 낸 사진에 몰입하기도 한다. 사진을 찍기를 좋아하는 사람은 누구나 한 번쯤은 사진작가가 되어 나름의 멋진 작품을 남기고 싶어 한다. 근래엔 이름만 거명하여도 잘 알 수 있는 명성을 얻었던 사람들이 사진취미에 흠뻑 빠지거나 사진작가가 되어 그들이 만든 작품이 세상 사람들의 이목을 끌기도 한다. 참 멋있게 은퇴 후를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사진작가가 되는 길은 그리 어렵지만은 않다. 한번 도전해 봄도 좋지 싶다.
사진의 전성시대다. 남녀노소를 구분하지 않는다. 취미로 사진을 하는 것도 좋지만 더 전문적인 작가로의 인정을 받는 것도 여가 생활이나 은퇴 후의 시간을 보다 보람 있고 재미있게 끌어갈 수 있는 자기계발의 하나다. 사진작가가 된다는 것은 새로운 도약 점이 될 수 있고 사진을 예술로 승화시킬 수 있는 기본적 소양과 지식을 갖추는 단계로 볼 수 있다. 또한, 사진작가가 됨으로써 사진 촬영DMF 신중하게 된다. 더 많은 공부를 하게 된다. 자신의 또 다른 경력이 되고 그 경력을 바탕으로 새로운 일에 도전할 수도 있다. 그뿐만 아니라 사진을 배우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그 경험과 기술을 전수하는 가르침의 기회도 얻을 수 있고 재능기부도 할 수 있게 도와준다. 정성 들여 만든 작품은 자기의 분신이 되어 세상에 남겨질 수도 있고 작품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기도 한다.
사진작가가 되는 길은 여러 가지일 것이다. 사진작품을 만드는 사람은 다 사진작가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소설을 쓰고 시를 지으면 소설가나 시인이라고 부르지만, 특정의 절차에 따른 문단의 등단으로 작가의 이름을 얻는다. 사진작가도 일정의 절차가 있다. 여러 가지 길이 있다. 그중에 하나가 (사)한국사진작가협회의 회원이 됨으로써 사진작가의 이름을 얻는 방법이다. 소정의 입회 자격 요건을 갖추어 이 협회에 등록을 신청하면 일정의 심의를 거쳐 입회를 허락하고 사진작가 이름을 붙여준다. 협회가 인정하는 사진강좌 3회 수료가 필수이고 공모전(촬영대회 3회 이상 필수)에 출품하여 입선(1회 2점)이나 입상을 하여 얻은 점수나 기타 공모전이나 개인 사진전시회 개최 등으로 인정하는 점수가 제시하는 점수에 다다르면 된다. 자세한 내용은 (사)한국사진작가협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유사한 기관으로 한국디지털사진가협회도 있고 이곳에서도 사진가 명함을 달 수 있는 길이 있다. 취미 생활에서 그런 제도가 꼭 필요한 것은 아니어도 이왕이면 다홍치마라고 했듯이 남과 차별화하거나 전문가 자격을 갖추는 일은 곧 자기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키는 일이다. 요즘은 자격과 인증의 시대다. 자격증과 인증서를 갖는 것도 자신의 경력을 쌓는 중요한 일이고 자기의 쓰임새를 키우는 일이다. 사람은 누구나 다른 사람에게 인정받기를 원한다. 카메라 장비도 예전과 달리 싸면서도 편리하게 만들어져 사용하기가 편해졌다. 사진작가 도전이 어렵지 않다. 사진을 배울 수 있는 곳도 주변에 많다. 후반생의 새로운 여가활동으로 한번 도전해 봄도 좋지 싶다.
수억 년 전 바다였다가 다시 육지로 변했다가 이젠 또 그 무엇으로 변할 것이라는 곳.
바다 위의 작은 섬으로 오롯하던 수섬이 시화방조제로 인해 바닷물이 들어오지 못하게 되면서 넓디넓은 짭짤한 땅에 뿌리를 내린 삘기가 해마다 가득가득 피어나는 곳이다. 군데군데 불긋불긋한 함초들은 들판의 풍경이 되었다. 줄기 하나 뜯어 맛을 본다. 짭짤한 맛이 입안에서 감칠맛을 느끼게 해준다.
초여름이 시작될 무렵부터 절정인 삘기꽃의 장관을 보러 사람들이 모여든다. 드넓은 들판에 쏟아지는 초여름 무더위가 한창이다. 가끔 불어주는 바람에도 땀은 쉬지 않고 흐른다. 1년 전에도 2년 전에도 찾았던 이 수섬이 개발로 인해 곧 사라진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마지막 풍경을 담기 위해 카메라를 든 사람들이 연일 찾아들고 있다. 이전 같았으면 방목된 소떼들이 한가로이 풀을 뜯는 목가적이고 평화로운 정경을 볼 수 있었을 텐데 이제는 볼 수 없는 풍경이 되었다. 한국의 세렝게티라 불렸던 것도 소떼들 덕분이었다. 반짝이는 삘기들의 일렁임에 바람도 노을도 머물다 가고 별빛도 달빛도 숨 막히게 아름다웠던 곳이다.
이 멋진 풍경을 무참히 없애기로 결정해버리는 무자비한 행정가들이 답답하다. 인간이 만들어놓은 섬이 또다시 인간의 손으로 뭉개질 처지다. 도시개발이라는 이름으로 아름다운 자연이 사라진다. 필자가 찾아갔을 때는 이미 주차장이 폐쇄된 상황이었다. 사람들은 철조망이 쳐진 커다란 구멍으로 삘기밭으로 들어섰다. 멀리 철탑이 보이고 형도가 뿌연 안개에 반쯤 가리어진 채로 마주 보인다. 마치 영화의 한 장면 같은 느낌을 준다. 이국적인 풍경에 모델들까지 대동한 촬영 팀들도 군데군데 보인다. 그 일행들이 삘기꽃의 숲에 가려 보이지 않다가 나타나곤 한다. 마치 숨바꼭질을 하는 듯한 풍경이다.
해가 지면서 노을빛에 더욱 반짝이는 삘기의 아름다움에 경탄한다. 점점 노을이 깊어간다. 이때쯤 저 멀리에서 사자 한 마리 어슬렁거리며 걸어온다면 저절로 아웃오브아프리카(Out Of Africa)이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이 아름다움을 그대로 담아낼 수 없음이 안타까울 뿐이다. 곳곳에 카메라를 세팅해놓고 기다리던 사람들 앞에서 노을이 온 대지를 물들이면 준비하고 있었다는 듯 끊이지 않고 셔터 소리가 경쾌하게 터진다. 가슴 뿌듯하게 행복한 시간이다.
한낮엔 수섬의 바람과 한판 놀고, 저녁엔 황금빛 삘기의 반짝거림에 가슴 뛰던 하루. 그동안 멋진 자연 속에 있게 해준 수섬이 고맙다. 그러나 이젠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