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마다 자연의 섭리에 따라 옷을 갈아입는 세미원의 풍경. 언제 가도 계절 특유의 정취를 느낄 수 있지만, 뭐니 뭐니 해도 연꽃이 만개하는 여름이 으뜸이다. 특히 6~8월은 야간 개장 기간으로, 시간을 잘 맞추면 세미원의 낮과 밤, 그리고 해질녘 광경까지 모두 만날 수 있다.
경기도 양평에 있는 세미원은 도심에서 접근성이 좋아 나들이를 즐기는 이가 많다. 물을 보며 마음을 씻고[觀水洗心] 꽃을 보며 마음을 아름답게 하라[觀花美心]는 뜻이 담긴 그 이름처럼 자연을 벗 삼아 휴식을 취하기 좋다.
인근에 무료 주차장이 마련돼 있어 대개 자가용을 이용하지만, 최근에는 경의중앙선 양수역이 개통하며 대중교통 방문객도 늘었다(역에서 도보로 10분 거리). 연꽃밭으로 워낙 유명해 안 가본 이가 드물겠지만, 이곳의 야간 정취를 만끽해본 이 또한 드물 것이다. 여름 특정 기간에만 밤 10시까지 세미원을 둘러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한낮에 세미원에 가본 적이 있다면, 다음 나들이는 오후 6시께 방문해볼 것을 권한다. 여름에는 저녁 8시가 다 돼야 해가 지고 어둑해진다. 세미원 내 조명 점등 시간은 7시, 입장 후 1시간 정도는 낮과 비슷한 분위기를 즐길 수 있다. 백련지, 홍련지, 열대수련연못, 빅토리아연못 등을 둘러보다 보면 새큼 쌉싸래한 연잎 향이 온몸을 휘감는다.
세미원 하면 남한강과 북한강이 만나는 두물머리(입장 무료)를 빼놓을 수 없다. 보통 두 곳을 짝꿍처럼 함께 구경한다. 세미원에서 두물머리까지는 걸어서 20분 정도인데, 연꽃들과 눈을 맞추다 보면 1시간이 뚝딱 흐른다. 천천히 둘러보다가 7시 전후로 두 곳을 잇는 배다리에 도착하면 알맞다. 다리 아래 나룻배가 놓여 물살에 따라 출렁인다. 얕은 문턱이 많고 움직임이 있기 때문에 걸음이 불편한 이라면 유의해 걸을 필요가 있다.
두물머리를 둘러보다 출출할 때 즐기는 연잎핫도그(3000원)도 별미다. 이제 적당히 시간을 보내면서 세미원을 멀찍이 바라보며 때를 기다린다. 카메라 셔터를 자극하는 노을이 물들 때쯤이면 다시 배다리 인근으로 향한다. 배다리 조명과 함께 세미원의 해질녘 풍경을 한 컷에 담을 수 있다. 다시 세미원에 돌아오면, 은은한 빛을 내는 작은 연꽃 조명들과 화려한 연꽃 모양 조형물들을 만나게 된다. 어둠이 짙어질수록 잔잔히 들리는 풀벌레와 개구리 울음, 연못의 물소리가 여름밤의 정취를 더한다.
>>세미원 연꽃 문화제 주요 프로그램
기간 8월 20일까지 개장 시간 오전 7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전시마당 밤에 보는 연꽃 ‘달빛 내린 연꽃’, 연꽃문화 사료展 ‘정화와 안정’, 권성녀 민화展
•체험마당 연꽃문화체험교실, 사랑의 편지쓰기, 전통놀이한마당, 연잎밥체험
•예술마당 연꽃음악회(매주 토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