툭! 톱질이 멈추자 나무 조각이 떨어진다. 바닥에 쌓인 부스러기가 많아지는 만큼 그의 마음도 홀가분해졌다. 그간의 과오가, 미련이 사라지는 기분이었다. 수입이 막막한 지금의 사정이나 쪼그라든 통장 따위는 잊은 지 오래. 그에겐 눈앞에 놓인 나무만이 전부였다. 서울남부기술교육원에서 만난 김유(金維·49) 씨는 “앞으로 내가 살길을 찾은 것 같다”며 환하게 웃었다. “세상을 쉽게 본 것이 실수였죠.” 그가 털어놓는 고생의 폭과 깊이에 비해 목소리는 무척이나 담담했다. “원래 대기업 급식사업부에서 일했어요. 외부 기관 급식사업을 관리하고
여름 패션의 고민은 선택의 폭이 좁다는 데서 시작된다. 바지, 셔츠 혹은 원피스 하나로 완성해야 하기 때문에 부담이 더더욱 커진다. 이런 고민에 대해 MACY'S, KOHL'S, MAURICES 등 세계적 의류 브랜드와 협업 중인 풍인무역 R&D팀의 김샛별 차장은 “심플한 디자인에 색상과 소재로 포인트를 주는 스타일에 주목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그녀가 말하는 올여름 중장년 패션의 세계적 흐름에 대해 들어봤다. 실용적으로 변화되는 포멀룩 올여름 남성과 여성 패션의 주요 경향 중 하나는 최근 사랑받고 있는 포멀(formal)룩의 변화
전남 고흥 반도 남쪽 끝자락에 있는 연홍도(連洪島)는 아주 작은 섬이다. 100명 남짓한 주민이 조용히 지키고 있는 이 섬은 섬 전체가 미술관이다. 고흥의 거금도 신양 선착장에서 작은 배를 타고 3분쯤 지나면 연홍도 마을 전경이 눈앞으로 다가온다. 선착장 입구부터 미술 전시회를 알리는 포스터가 기다린다. 그리고 어디든 가고 싶은 쪽으로 갈 수 있도록 친절한 방향 표시가 안내한다. 축구선수 박지성과 왕년의 프로레슬러 김일 선수의 벽화가 초입에 보인다. 이 지역 출신의 유명인 외에도 주민들의 옛 모습이 담긴 흑백사진들이 200여 개의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이라는 소설이 있다. 영화, 연극으로도 만들어졌다. 양로원을 탈출해서 인생을 제대로 사는 꽃할배의 이야기다. 스웨덴의 유명한 소설가 ‘요나스 요나손’의 작품이다. 이 소설을 통해 스웨덴의 문화를 잠깐 엿볼 수 있었다. ‘고양 아람누리 아람미술관’에서 스웨덴 문화를 소개하는 디자인 문화전 ‘헤이, 스웨덴’을 열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4월 12일부터 6월 30일까지. 스웨덴 문화가 궁금해서 일요일 오후에 들렀다. 노벨상의 나라로 알려져 있듯이 ‘스웨덴의 숨겨진 발명품 이야기’가 입구 앞 로비에 마련
빨간색 체크남방, 모자, 장갑, 그리고 빨간 무늬가 돋보이는 허름한 백팩은 세상 밖으로 나서는 노인의 ‘전투 복장’이다. 매일 아침 86세 노인은 누가 떠밀기라도 하듯 밖으로 나간다. 그가 집에 있는 날은 1년에 두 번, 구정과 추석 당일뿐이다. 노인은 이른 아침 배달되는 신문을 보고 그날의 행선지를 결정한다. 마침 5월이라 이곳저곳 축제와 행사가 많아 갈 곳이 많다. 광화문, 서울역, 기차 타고 춘천, 인천에 있는 섬 등. 물론 일주일 중 일정을 정해둔 요일도 있다. 수요일은 싱싱한 생선을 사기 위해 소래 포구를 가고 금요일은 약
◇ 백 살까지 유쾌하게 나이 드는 법 (이근후 저ㆍ메이븐) 베스트셀러 ‘나는 죽을 때까지 재미있게 살고 싶다’의 저자 이근후 이화여자대학교 명예교수의 신작이다. 죽음의 위기를 수차례 경험하고도 7가지 병과 더불어 지내며 여생을 유쾌하게 살겠다고 다짐하는 노학자의 인생 내공이 느껴진다. 유년기와 청년기에 지독한 생활고를 겪었던 저자는 “사람은 마지막까지 유쾌하게 살아야 한다. 사소한 기쁨과 웃음을 잃어버리지 않는 한 인생은 무너지지 않는다”며 즐거움은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얻을 수 있다고 말한다. 이와 함께 50년 경력의 정신과 의
초록이 드리우는 6월, 이달의 추천 문화행사를 소개한다. (축제) 고성 하늬라벤더팜 라벤더 축제 일정 6월 1~23일 장소 강원도 고성군 간성읍 꽃대마을길 175 하늬라벤더팜 매년 6월이면 고성 하늬라벤더팜에는 라벤더가 만개해 보랏빛 물결을 이룬다. 이번 축제는 라벤더 수확 체험, 피자 만들기 등 허브를 활용한 다양한 체험 행사로 운영된다. 라벤더 향수 추출 시연, 향기 음악회, 포토 콘테스트 등 오감 만족 이벤트도 열린다. (공연) 운당여관 음악회 일정 6월 4~20일 장소 서울돈화문국악당 운당여관은 조선시대 후기 전통 한옥으로
나이가 들면 찾아오는 건망증. 무엇을 깜빡한다는 것은 젊을 땐 열정적인 생활의 반증이 되기도 하지만, 고령자로선 또 다른 공포가 되기도 한다. 바로 치매다. 많은 사람이 나이가 들어 찾아오는 건망증은 치매와 직결될까봐 걱정한다. 그러나 전문의들은 꼭 그렇지만은 않다고 말한다. 신경과 전문의인 한설희 건국대병원 의료원장은 “노년에 발생하는 건망증을 ‘노인 건망증’이라고 부르는 데 사람에 따라 더 이상의 진행 없이 유지되기도 하고, 더 나빠져 치매로 발전하기도 한다”며 “기억을 잘 유지할 수 있는 ‘성공적 노화’를 쉽고 확실하게 구분해
‘2019 서울 아프리카 페스티벌’이 5월 25일(토) 오후 1시부터 8시까지 왕십리역 광장에서 열렸다. 올해로 4회째를 맞은 서울 아프리카 페스티벌(Seoul Africa Festival)은 ‘서울에서 만나는 아프리카의 다양한 매력’이라는 캐치 프레이즈를 내걸고 아프리카 음식과 공예품, 춤, 음악 등을 접할 수 있도록 마련된 자리다. 아프리카 인사이트가 주관하고 한국외국어대학교 아프리카연구소 HK사업단과 아프리카 7개국 대사관, 아프리카 관련 학술기관, NGO 등이 참여한다. 신나는 음악과 원색의 화려한 의상이 넘실거리는 축제장
도심에 크고 작은 책방에 이어 헌책방이 생겨나더니 이번엔 책박물관도 생겼다고 해서 찾아가봤다. 지난 4월 23일 서울시 송파구 송파대로37길77에 개관한 우리나라 최초의 공립 책 박물관. 상설전시실 뿐만 아니라 책을 읽는 독서공간도 함께 마련했다. 지하 1층에 수장고와 오픈 스튜디오, 지상 1층에는 어린이를 위한 북 키움과 키즈 스튜디오, 어울림 홀이 있고 지상 2층에는 상설전시실, 기획전시실, 미디어 라이브러리, 야외정원 등이 있다. 상설전시장은 책과 문화독서라는 주제 아래 3부로 구성돼 있다. 제1부는 향유로 조선시대의 독서문화
전투가 치열했던 백마고지를 가는 길이지만 송화가루 날리는 5월의 산천은 아름답기만 했다. 어린 모가 가득한 너른 철원평야를 달리다 보면 한탄강 줄기가 눈에 들어오고 녹음 짙은 금학산이 불쑥 다가서기도 했다. 멀리 보이던 백마고지 기념비가 가까이 다가오자 하늘 높이 오를 듯이 발을 번쩍 치켜든 백마의 동상이 햇빛을 받아 반짝이고 있었다. 백마고지 전투 위령비를 지나 위로 올라가니 광활한 평야 건너에 백마고지가 한 눈에 들어온다. 아스라이 보이는 북녘땅. 말없는 백마산 기슭, 백마고지는 원래 ‘大馬里(대마리) 뒷산’으로 불리는 무명 고
여름 더위를 이기는 방법 하나, 초록빛 생기를 머금은 자연과 만난다. 둘, 싱그러운 채소를 활용한 음식과 음료를 맛본다. 셋, 건강을 위해 적당한 육체 활동을 즐긴다. 이 모두를 누리려 애써 특별한 곳을 찾을 필요는 없다. 가장 가까운 ‘우리 집 텃밭’이 최적의 피서지가 되어줄 테니까. 사진 제공 및 도움말 야미가든 ‘참 쉬운 베란다 텃밭 가꾸기’ 저자 도심에서 한두 뙈기 땅을 가꾸며 도시농부의 일상을 즐기는 이가 늘었다. 그러나 무더위에 바깥에서 농사와 씨름하다 보면 비지땀을 흘리고 체력은 바닥나기 일쑤다. 그보다는 조금 더 손쉽
북한 조선노동당 당사로 가는 길에 보이는 김일성 고지 옆. 피의 능선과 백마고지를 관망할 수 있었다. 피의 능선은 6·25 전쟁 당시 4만5,000명의 전사자를 냈는데, 이 전쟁에는 군인들만 있었던 게 아니라 노무대도 같이 있었기에 실제 전사자의 수는 이보다 훨씬 더 많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수 많은 시신을 미쳐 거둘 수가 없어 그 시신에서 피가 흘러내려 빨갛게 산을 물들였다 하여 ‘피의 능선’이라고 불렸다 한다. 비가 오는 날에는 다시 또 시신에서 피가 흘러 온 산을 붉게 물들였다 하니 그날의 참상이 짐작된다. 70여년 전, 동
강동성심병원이 27일 방사선 암 치료기 ‘Versa HD APEX’의 개소식을 했다. 이날 개소식에는 이주헌 병원장을 비롯 주요 보직자들과 주한 스웨덴대사관 엘레노어 칸터 참사관 등 외빈이 참석했다. 방사선 치료는 수술 없이 암을 치료할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방사선의 투사 정확도나 투과 방식에 따라 주변 장기의 조직까지 피해를 주는 단점이 문제였다. 그래서 그동안, 의료계에서는 방사선 치료뿐만 아니라 양성자나 중입자 치료 등 다양한 방식을 검토해 왔지만, 엄청난 시설투자 규모와 치료비가 걸림돌이었다. ‘Versa HD APEX’
우리는 무엇으로 사는가? 우리는 무엇을 먹어야 하는가? 이런 의문에 대한, 스스로 미욱하게 풀어낸 해답들을 이야기하고 싶다. 부족한 재주로 나름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 틀릴 수도 있다. 여러분의 올곧은 지적도 기대한다. 조금은 마뜩잖은 내용으로 글을 시작한다. 곧 여름철이다. 여기저기서 보양식을 찾는다. 주로 닭, 장어, 민어다. 답답하다. 여름을 앞두고 ‘보양식 원고 청탁’도 많다. 제법 긴 시간 동안 전화로 설득한다. “보양식은 없다. 제발 보양식 원고 청탁하지 말라”고. 보양식. 참 그럴 듯하지만, 우리 시대의 탐욕이자 꼼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