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를 믿으세요.” 배우 이한위(61)가 인터뷰 도중 기자에게 한 말이다. 그야말로 ‘우문현답’이다. 그는 답이 정해져 있거나 유도하는 질문을 날카롭게 알아봤다. 특히 이한위가 지양한 것은 어떠한 단어 혹은 수식어에 갇히고 규정되는 것이었다. 가령 예를 들면 ‘명품 조연’, ‘잉꼬 부부’ 같은. 그는 꾸며지고 포장되는 것을 싫어하고, 자연스러운 것을 추구하는 사람이었다. 이한위의 인생 자체가 그랬다. 1983년 KBS 공채 탤런트 10기로 데뷔, 연기자로 산 지 약 40년. 그의 지난 시간을 돌아봤다. 이한위는 그저 자신에게 주어진
MBC FM 개국 때부터 라디오를 들었던 조정선(62) PD는 37년간 라디오 PD로 활약했다. ‘이종환의 디스크쇼’, ‘이문세의 별이 빛나는 밤’, ‘배철수의 음악캠프’ 등 MBC 대표 라디오 프로그램을 도맡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그는 일터이자 놀이터였던 라디오 부스에서 빠져나와, 지난해 퇴직을 맞이하며 해파랑길 트레킹을 다녀왔다. 신간 ‘퇴직, 일단 걸었습니다’는 그 여정의 기록인 동시에 37년간의 삶이 고스란히 담겼다. 이 책은 그의 단짝이자 고등학교 동창 해정 군과 함께 오른 해파랑길의 여정을 기록한 에세이다. 첫 책의 주
인사동 골목의 널찍한 지하 1층 공간에 칼, 창, 도끼, 철퇴, 심지어 주사위까지, 철로 만든 다양한 것들이 전시돼 있다. 한국도, 중국도, 일본도 등 동양 도검부터 중세 유럽 배경의 영화에나 나올 법한 창과 칼도 있다. ‘한국의 마지막 칼 장인’, ‘도검 전문가’ 등으로 불리는 한정욱(69) 씨가 운영하는 국내 최대 칼 전시장 ‘나이프 갤러리’의 모습이다. 좋아하는 일을 업으로 삼아야 한다는 격언도, 좋아하는 일이 업이 되면 흥미를 잃게 되니 업으로 삼지 말라는 격언도 있다. 중학교 시절 보이스카우트 활동을 위해 필요했던 작은
고령화 사회를 넘어 초고령화 시대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늘어나는 노인 인구는 우리 사회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가 됐다. 이에 노인들을 대상으로 한 다양한 실버산업이 주목받고 있다. 두드림퀵은 노인 일자리 사업 중 하나인 ‘노인 지하철 택배’ 사업의 효율화를 이루어 시니어 택배원들의 소득 증대와 업무 환경 개선을 위해 노력하는 소셜벤처다. 두드림퀵의 이다인 대표를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두드림퀵은 세계적인 사회공헌 경영학회 ‘인액터스’의 서울대학교 지부 학생들이 운영하는 프로젝트 회사다. 두드림퀵 직원
중년은 삶의 인터미션이자 새로운 기로에 선 시기다. 늦은 때는 없다지만 새로운 도전은 겁이 난다. 가슴 뛰는 열정은 사라진 지 오래. 연극 연출가 안은영(55)도 평범한 중년들과 다르지 않았다. 연극에 마음을 빼앗기기 전까지는. 불의의 사고로 인한 시련도 있었으나, 연극은 활기찬 2막을 위한 불쏘시개가 됐다. 아마추어 극단을 이끄는 연출가로서 연습실에 들어설 때 가장 행복하다는 그녀를 만나 연극의 매력과 도전하는 중년의 삶에 관해 얘기를 나눴다. 코로나19 이후 막을 펼치지 못한 채 굳게 닫힌 극장이 수두룩하다. 시니어 배우들과 함
서울시 4개 구와 경기도 3개 시에 걸쳐 있는 북한산은 도심에 위치한 명산이다. 단위 면적당 최고 탐방객 기록으로 기네스에 오른 북한산의 연평균 방문객은 약 800만 명. 위치상 접근성이 뛰어나지만, 북한산은 화강암으로 이루어진 돌산으로 미끄러지기도 쉽고 등반로도 험해 전 세계에서 산악사고가 가장 많이 일어나는 산이기도 하다. 탐방객의 안전은 물론 생태계와 산을 24시간 지키는 이들, 북한산 특수구조대의 이치상 구조대장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이 대장은 어릴 적 산악회 활동을 활발히 하던 누나의 추천으로 산에 오르기 시작했다.
‘미술 대중화의 아이콘’으로 불리는 양정무(55) 교수는 서양미술사 연구자인 동시에 친절한 미술 안내자로서 출판과 강연, 방송 등을 통해 대중과 미술의 거리를 좁히고 있다. 신간 ‘벌거벗은 미술관’을 통해서 서양미술사의 민낯을 보여주고 싶었다는 그를 만나 미술의 가치에 관해 얘기를 나눴다. 신간이 나올 때까지 8년이란 세월이 걸렸다. 이 책은 비평가로서 소임을 다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었다. “책 ‘난생 처음 한번 공부하는 미술 이야기’(이하 난처한) 시리즈와 같은 장기 프로젝트를 하면서 잠시 보류하다가 이제야 출간했다. 긴 레이스
인터뷰를 위해 다시 만난 것은 3년 만의 일이었다. 처음 김석중(52) 키퍼스코리아 대표가 ‘브라보 마이 라이프’에 소개됐을 때는 지금과 다른 모습이었다. 길게 길러 뒤로 묶은 머리와 유품정리 과정에서 허락을 받아 쓰고 있던 작은 캐리어와 함께 서 있는 모습은 마치 모험을 떠나는 여행가 았다. 하지만 3년이 지난 지금, 그는 국내의 대표적인 유품정리사로 손꼽히는 유명인이 되었다. 유재석과 함께 TV에도 얼굴을 비췄고, 대학 강단에도 섰다. 단정하게 정리된 머리는 이제 그가 양복 차림이 잘 어울리는 사람임을 증명하는 듯했다. 그러나
환경운동에 앞장서는 노인들, ‘그레이그린’(Gray Green)의 등장은 세계적인 현상이다. ‘나는 기후 변화에 반대하는 조부모다’라는 팻말을 든 런던 길거리 노인들의 모습은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외신에 실린 보도 사진 속, 손주의 미래를 위해서라면 체포되어도 상관없다고 외치는 노인들은 강력했다. 누구보다 능동적이었으며, 의욕으로 가득 차 있었다. 지난 9월, 국내에서도 ‘새로운’ 시니어 단체가 탄생을 알렸다. 600명 이상의 60대 이상 중장년층이 기후위기를 더 이상 두고 보지 않겠다 선언하기 위해 한자리에 모였단다. 노인은
긴긴 산중 살림을 정리하고 충주 시내 복판에 있는 아파트를 정처로 삼은 것도 어쩐지 그답지 않지만, 술을 자못 꺼리는 기색이야말로 이변이라면 이변이다. 마주 앉자마자 술부터 목으로 털어 넣는 게 김성동(75)의 관습이었다. 그러나 오늘은 객이 들고 간 술병을 아예 쳐다보지도 않는다. 6, 7년 만에 재회한 참이다. 완연하기론 무자비한 세월이 그를 훑고 지난 뒷자리의 스산함이다. 백조 털처럼 희디흰 머리칼이야 개결한 느낌을 주지만, 눈빛에 실린 기운은 예전과 딴판이다. 억병으로 취하고도 몽롱해지는 일 없이 시퍼렇던 눈빛에 이젠 우수와
최규동 단국상의원 대표는 “둘러보니 요양 서비스 개선을 위한 모든 것을 대학이 갖고 있더라”며 요양원 사업의 계기를 설명했다. 삼베 위주의 일본식 수의에서 벗어나 전통 비단 수의를 개발해 보급한 것이 최 대표의 작품이다. 수의와 관련한 사업을 하다 자연스레 고객층이 겹치는 요양 서비스 분야를 바라보게 됐고, 학교에서 제공 가능한 연구 결과를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특히 최 대표는 기존의 요양원 시스템을 보고 개선의 필요성을 느꼈다고 설명했다. “기존 운영 방식은 입소자인 어르신들이 휴양하고 조리하여 병을 치
'친정엄마와 2박3일'은 지난 12년간 단 한 해도 쉬지 않고 1000석 이상 대국장 전국투어를 이어오며 대한민국 연극 최초 해외 공연을 비롯 누적관객 80만을 넘어선 스테디셀러 작품이다. 엄마의 전화 한 통 살갑게 받아주지 못하던 바쁜 서울깍쟁이 딸 미영은 어느 날 연락도 없이 시골 친정엄마 집을 찾는다. 그렇게 모녀는 후회와 화해의 2박 3일을 보내고, 극은 두 사람의 대화와 감정에 초점을 맞춘다. 엄마 역은 '국민엄마' 배우 강부자가 맡았으며, 12년의 공연 역사를 이어간다. 딸 역에는 배우 윤유선이 캐스팅 됐다. 차분한 맏
정직한 길을 걸어온 사람은 진실하고 솔직하다. 소박하고 따뜻하다. 무엇보다 겸손하다. 우선 내 진로를 모색하고, 그 도상에서 주변 사람들을 챙기고, 사회로 시선을 확장하며 꾸준히 쉼 없이 걸음을 뗀다. 이런 사람을 우리는 성실하고, 사람답고, 정의롭다고 말한다. 고영회는 그런 사람이다. 그는 보통 사람들은 하나도 갖기 어려운 전문 자격증을 셋이나 갖고 있다. 변리사이자 이공계의 꽃이라 불리는 2개 기술 분야의 전문가다. 시쳇말로 꽃길만 걸어온 것일까. 함께 그가 걸어온 길을 거슬러 올라가 보자. 서울대 합격한 알밤, 몸 팔러 중동으
그녀는 일종의 구원이었다. 대학 생활을 시작하면서 여러 모임에 끌려다녔던 시절, 자리에 빈 병이 하나둘씩 늘어나면 신입생은 순서대로 일어나 노래를 한 곡씩 뽑아야 했다. 흥이 나는 노래는 잘 몰랐지만, 평소 즐기는 노래가 이 자리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쯤은 알고 있었다. 그렇게 ‘당신의 의미’를 알게 됐다. 그리고 그 인연은 인생의 주요한 길목에서 계속 힘이 되어줬다. 어려서는 이 노래의 주인이 누구인지 관심도 없었다. 하지만 가수 이자연을 만나기로 했을 때, 혼란스러웠던 시절 힘이 되어주었던 이 노래에 대한 감사 표시는 하고 싶었
이연수 관장은 자연에 심취하는 습관을 가진 사람이다. 자연과 밀접하게 교제하는 삶을 최상으로 친다. 미술의 여러 장르 중 조각이 자연과 가장 잘 어울린다는 지론의 소유자이기도. 이런 그에게 가장 인상적인 미술관은 덴마크 코펜하겐에 있는 루이지애나 현대미술관(Louisiana Museum of Modern Art)이었다지. 자연과 조각이 잘 어우러진 이 미술관에서 영감을 받은 그는 마침내 조각 작품들을 근간으로 한 모란미술관을 건립하기에 이르렀다. “원래 이곳의 자연 경관이 마음에 들어 미술관 터로 정했다. 조경을 하면서도 자연의 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