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탁번의 시는 쉽고 통쾌하고 재미있다. 술술 읽혀 가슴을 탕 치니 시 안에 삶의 타성을 뒤흔드는 우레가 있다. 능청스러우나 깐깐하게 세사의 치부를 찍어 올리는 갈고리도 들어 있다. 은근슬쩍 염염한 성적 이미지들은 골계미를 뿜어 독자를 빨아들인다. 시와 시인의 삶은 정작 딴판으로 다를 수 있다. 오탁번은 여기에서 예외다. 그의 시와 삶은 별 편차 없이 닮았다. 올해로 77세. 어느덧 으슥한 노경에 접어들었지만 오탁번의 시작(詩作) 활동엔 휴업이 없다. 작년에는 시집 ‘알요강’으로 ‘목월문학상’을 받았다. 나는 ‘알요강’을 펼쳐드는 순
짧은 백발에 환한 웃음의 소유자 리송 씨는 65+ 부문 최우수상을 받았다. 신장이 패션모델 평균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좋은 신체 비율과 패션 감각, 특유의 밝은 성격으로 대회 분위기를 압도했다. 당당한 포즈에서 뿜어져 나오는 카리스마가 관객들의 호응을 얻었다. “살면서 모델 될 생각은 전혀 없었어요. 그런데 3년 전부터 50년 지기 고교 동창 사진반 친구들이 모델을 서달라고 해서 시작했죠. 카메라 앞에 서는 일은 내면을 끌어내는 작업이더라고요. 70년 살아오면서 꺼내놓을 감정이 많았어요.” 리송 씨를 찍은 사진으로 전시회를 준비하는
“키가 작아서 모델 생각은 안 해봤어요. 그런데 시니어는 신장은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고 해서 용기를 얻었어요. 백화점 책자에서 시니어 모델 화보를 보면서 ‘아, 이렇게 나이 들 수도 있겠구나’ 생각했어요. 남편도 이 일을 추천했어요. 옷 고르고 입는 거 좋아하니까 도전해보라고요.” 55+ 부문 최우수상 수상자인 최애리 씨는 이번 모델대회 이후 한 패션 브랜드의 룩북 촬영을 마쳤다고 했다. 지금까지 줄곧 전업주부로 살아왔기에 시니어 모델로서 무대를 밟고 사람들 앞에 서는 것이 사회생활의 시초가 됐다. “큰 대회에서 최우수상을 받았
육세라 씨는 170cm의 큰 키에도 단아함이 풍긴다. 알고 보니 1993년 미스코리아 출신. 전업주부로 산 기간이 길다지만 1998년까지 방송 생활과 모델 활동을 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KBS, SBS, MBC의 각종 프로그램에서 생방송 리포터를 했습니다. 백화점 전속 모델로도 활동했고 잡지 광고도 찍었어요. 1997년에는 서울모터쇼와 도로사업 기공식 때 김영삼 대통령 바로 옆에서 내레이션 진행을 봤습니다. 기관에서 하는 큰 행사에 많이 참여했죠. 목소리 톤이 좋다고들 하셔서 멘트가 있는 광고도 꽤 했습니다. 앵커 시험을 권유
제1회 KMA시니어모델선발대회 대상 수상자인 이로익 씨. 훤칠한 키에 맑은 피부, 은빛 머릿결을 자랑하는 것으로 보아 평생 모델로 살았을 것 같은 인상. 하지만 그는 성공한 전문 기업가로 인생 전반전을 살아왔다. “한국경제신문사의 자회사 대표로 오래 일했습니다. 한일 합작 회사도 만들고요. 중국 상하이에서 한스상해유한공사를 만들어 10여 년 일했습니다. 광고대행사를 할 때는 월간지도 발간하고, 광고 대행 일도 했죠. 딸에게 사업을 맡기고 모델 쪽으로 발을 들여놓았습니다.” 젊은 시절에도 모델과 연예계 쪽에 관심이 많았다고 말했다.
정유경(57)은 봄바람 같았다. 세월의 흔적이 슬쩍 묻은 눈매, 말랑말랑한 화법 그리고 인사를 건넨 이들에게 짓는 미소가 사랑스러웠다. 봄날의 따스한 온기가 전해졌다. 세월이 흐른 만큼 그녀도 많이 달라졌다. 하지만 젊은 시절의 꿈만큼은 살아 숨 쉬고 있었다. 시원시원한 여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과거 KBS ‘젊음의 행진’ 백댄서 팀이었던 짝궁들 출신 정유경은 1983년에 노래 ‘꿈’을 부르며 솔로 가수로 데뷔했다. 미국 국적을 가진 그녀는 큰 눈의 귀여운 외모와 성악과 출신답게 맑은 목소리를 가지고 있었다. 그녀의 가수 활동은
늙지 않으려는 노력 같은 것은 없다. 잘 늙어가기 위한 원칙과 소신이 있을 뿐이다. 멋진 에이징 철학을 인생 선배들에게 들어봤다. ✽어르시니어: 새로운 어른+시니어 나이 듦의 품격, ‘어르시니어’에게 듣는다 손욱(75세) 서울대학교 융합과학기술대학원 초빙교수 심리학자 매슬로가 주창한 욕구 5단계 이론은 수많은 심리학, 교육학 이론에서 보편적으로 참고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인간 욕구의 가장 높은 단계는 자아실현 욕구다. 그런데 사실 매슬로 는 사망하기 직전에 자신의 이론을 수정하면서, 인간 욕구를 보다 세분화한 6단계 이론으로 바꿨
늙지 않으려는 노력 같은 것은 없다. 잘 늙어가기 위한 원칙과 소신이 있을 뿐이다. 멋진 에이징 철학을 인생 선배들에게 들어봤다. ✽어르시니어: 새로운 어른+시니어 나이 듦의 품격, ‘어르시니어’에게 듣는다④ 신현득(86세) 동시작가 나이가 차면 경험이 쌓이고 그 경험으로 좋은 글을 쓸 수 있게 되는 것 같습니다. 그것이 한 사람의 문인으로 새해를 맞고 나이를 먹는 행복이라고 생각합니다. 새해가 되면 어린 후손들이 성장을 하죠. 나이가 많은 사람들에게 그것 또한 굉장한 기쁨입니다. 손주들이 잘 크는 것, 어린 꼬마들이 잘 자라주는
국내에서 시집 해설을 가장 많이 한다고 알려진 유성호(柳成浩·56) 한양대학교 교수가 첫 산문집 ‘단정한 기억’을 출간했다. 규준이 정해진 딱딱한 논문과 평론에서 벗어나 비교적 자유로운 글을 쓰며 모처럼 그는 ‘자연인 유성호’가 간직한 섭렵과 경험의 기억들을 가지런히 펼쳐보였다. 유 교수는 최근 한 칼럼을 통해 “‘산문’은 진솔한 고백을 통한 자기 확인을 욕망하면서, 특정 토픽에 대해 독자와 소통하려는 의지를 담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그런 그가 이번 산문집을 펴내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을까. “오래된 글까지 모았더니 하나의 범주로
늙지 않으려는 노력 같은 것은 없다. 잘 늙어가기 위한 원칙과 소신이 있을 뿐이다. 멋진 에이징 철학을 인생 선배들에게 들어봤다. ✽어르시니어: 새로운 어른+시니어 나이 듦의 품격, ‘어르시니어’에게 듣는다 나태주(75세) 시인 새해가 되고 날마다 새날이 되지요. 그것은 날마다 옛사람이 죽고, 새사람이 태어난다는 말이나 다름없습니다. 그러므로 나이를 아무리 먹어도 우리 마음속에는 날마다 태어나는 새로운 날이 있고 새로운 사람이 있습니다. 그것을 믿어야 합니다. 옛날 어른들은 신로심불로(身老心不老)라는 말씀으로 서로를 격려하고 축하했
그 누구보다 신사다운 이미지의 배우, 어느 장면에 나와도 화면 안에 그만의 안정감을 불어넣는 독보적인 배우라고 하면 홍요섭을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된다. 경자년(庚子年)인 올해 예순다섯 살, 서글서글한 눈매와 주름이 더 매력적인 남자, 참 묵직한 홍요섭을 만났다. 배우로서의 삶도 어언 40여 년에 이르렀다. 그러나 그렇게 오랜 세월 다져진 배우로서의 캐릭터가 확실함에도 불구하고 의외로 홍요섭은 브라운관에서 쉽게 볼 수 없는 배우다. 다작을 하지 않고 겹치기 출연도 사양하며 철저한 자유인으로서의 삶을 지향하며 살기 때문이다. “제대
늙지 않으려는 노력 같은 것은 없다. 잘 늙어가기 위한 원칙과 소신이 있을 뿐이다. 멋진 에이징 철학을 인생 선배들에게 들어봤다. ✽어르시니어: 새로운 어른+시니어 나이 듦의 품격, ‘어르시니어’에게 듣는다 이근후(85세) 이화여자대학교 명예교수 나이 들어 가장 좋은 일을 꼽으라면 단연 책임과 의무로부터의 해방이다. 나이 들어 찾아오는 우울감의 원인 중에는 하고 싶은 일을 맘껏 해보지 못했다는 자책감도 크다. 그렇다면 이제부터라도 진정 자유로운 자신을 꿈꿔보는 것도 가치 있는 일이다. 내가 나답게 살 때 가장 빛나는 나의 존재감이
늙지 않으려는 노력 같은 것은 없다. 잘 늙어가기 위한 원칙과 소신이 있을 뿐이다. 멋진 에이징 철학을 인생 선배들에게 들어봤다. ✽어르시니어: 새로운 어른+시니어 나이 듦의 품격, ‘어르시니어’에게 듣는다 정진홍(83세) 서울대학교 명예교수 또 새해입니다. 새해를 일컬으며 살아온 햇수가 여든을 훌쩍 넘었는데, 아직 또 새해를 겪습니다. 송구스럽기도 하고 부끄럽기도 합니다. 딱히 누구에게 그러냐고 물으면 할 말이 없습니다. 두루 제 주변에 있는 혈연들로부터 친구들, 이웃들, 바라보는 하늘과 바람을 실어다 주는 나무와 밟고 다니는 대
연극 ‘여자만세2’는 고지식한 시어머니와 순종적인 며느리가 사는 집에, 70대 여인 ‘이여자’가 하숙생으로 들어가며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그린 작품이다. 전작 ‘여자만세1’보다 등장인물의 폭을 넓히며 더욱 풍성해졌다. 드라마 속 다양한 역할을 소화했던 배우 윤유선이 합류해 공주병에 걸린 시어머니 ‘홍마님’을 모시고 사는 며느리 ‘최서희’를 맡았다. 지고지순하면서도 야무진 최서희를 통해 중년 여성으로서의 삶과 희생을 연기한 배우 윤유선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Q. 이번 작품과 역할의 어떤 점이 매력적으로 다가왔나요? A. 최근 들어 가
줄광대 김대균(중요무형문화재 58호 줄타기 예능보유자·53). 그가 줄타기를 배운 건 9세 때였다. 거의 평생을 줄 위에서 살아온 인생이다. 줄에 취하고 미쳐, 줄 위에서 울고 웃고, 뛰고 솟고, 날치고 판치고, 그렇게 살아온 외길 인생. 한 우물을 팠으니 이룬 바가 자명하다. 해서, 그는 굳이 낮추거나 은근히 감출 것 없이 내세운다. “내가 줄타기 수장이오!” 자신의 눈으로나 세상의 잣대로나, 줄타기에 관한 한 비길 자가 다시없다는 자부심의 표명이다. 무릇, 예로부터 재인(才人)이란, 제 안에서 들솟는 기와 신명에 추동된 흥겨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