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득이 이사를 하면서 더 이상 책을 수납할 공간이 없어서, 아니면 부모님이 소장하고 계시던 유품들을 정리하다가 남게 된 책들, 이러한 책들을 어떻게 해야 할까. 아끼던 책, 다 읽은 책, 필요가 없어진 책, 기증 받은 책들 중 한 권 한 권 정리하며 내놓았다. 쌓을 대로 쌓아 놓고 보니 어마어마하다. 가물가물 새록새록, 기억의 조각을 더듬어 열어 본 책 틈에 낀 먼지에서 청춘이 흩날린다. 좋은 책, 나쁜 책, 이상한 책에 따라 사고파는 가치가 달라진다. 괴테의 말에 ‘지금 네 곁에 있는 사람, 네가 자주 가는 곳, 네가 읽은 책들
최근 걷기 운동을 하면서 서울에 가볼 만한 박물관과 미술관 등이 꽤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미 가본 곳도 있지만 이번 기회에 새로 알게 된 곳도 많다. 이런 곳은 여러 사람들과 함께 다니면 관람시간을 배정하기가 쉽지 않다. 또 입장료가 부담스러울 때도 있다. 그러나 입장료가 아주 비싸지 않으면 간 김에 관람을 하는 것이 좋다. 서울의 박물관과 미술관들은 대부분 강북에 위치해 있다. 신흥도시인 서초구, 강남구는 그래서 삭막한 동네다. 강남은 경부고속도로가 생긴 후 새로 형성된 도시라서 역사도 당연히 없겠지만, 박물관이나 미술관
가을을 대표하는 중국의 명문장 가운데 빼놓을 수 없는 글이 바로 ‘적벽부’이다. 이 문장을 두고 역대로 수많은 사람이 칭송을 끊이지 않았다. 그중 가장 이 문장을 잘 논평한 글로 평가받는 글은 소동파 이후 약 200년 뒤의 사람인 송나라 사첩산(謝疊山)이 쓴 인데, 다음과 같은 내용이다. “…그 능려(凌)하고도 표일(飄逸)한 말들은 한마디라도 불 피워서 밥해 먹고 사는 사람의 말과 같지 않다. 이 문장을 읽노라면 사람들로 하여금 낭풍(風)을 타고 올라 바다를 건너 봉래산(蓬萊山)으로 가는 기상을 깨닫게
지난해 말 온라인 서점 예스24는 2015년 독자를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분석 결과 온라인 서점을 이용해 책을 구매한 50대 이상은 전체 독자 중 8.4%에 불과했다. 60대 이상은 1.1%였다. 그나마 60대 이상은 2014년과 같은 비율이었지만, 50대는 2014년에 비해 되레 0.3% 포인트 줄었다. 수입이 없다고 볼 수 있는 10대가 3% 정도라는 것을 감안하면 부끄러울 정도다. 이렇게 시니어와 친숙하지 않지만, 온라인 서점은 분명한 장점이 있다. 잘만 꿰어 보면 보배가 될 만한 구슬이 가득하다. 글·사진 이준호
여행을 상상해 보자. 여행을 떠날 때 가장 고민이 되는 물건 중 하나는 바로 책이다. 여행이 좀 길어진다면 두세 권도 모자랄 것 같은데, 막상 무게를 생각하면 벌써 어깨가 쑤신다. 사들이는 것도 마찬가지다. 거주공간이 협소해지고, 중고 책의 가치가 떨어지면서 이제 마구잡이로 사들이는 것은 부담이 된다. 늘 지니고 다니지 않는 이상, 정작 그 책이 필요할 땐 내 손에 없다는 것도 아쉽다. 이러한 부분을 모두 해결해 주는 방안이 있다. 바로 전자책이다. 글·사진 이준호 기자 jhlee@etoday.co.kr 전자책이
‘사람은 책을 만들고, 책은 사람을 만든다’라는 말처럼, 책은 단순한 종이 그 이상의 가치와 의미를 지닌다. 같은 책이라도 소장하고 있는 사람마다 그 책에 대한 애정과 추억은 다를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아무리 철이 지나고 표지가 낡아도 함부로 버리지 못한다. 그렇다고 쌓여가는 책을 가만히 두고 볼 수도 없다. 인생의 보물과도 같았던 책들이 애물단지로 전락하는 것을 막으려면 선택은 두 가지다. 보기 좋게 잘 정리해 보관하거나, 어디로든 떠나보내거나. 한국정리수납협회 수납전문 정영주 강사 ◇ 서
우디 앨런의 영화는 철저히 우디의, 우디에 의한, 우디를 위한 영화다. 홍상수가 늘 비슷비슷한 자기 스타일의 영화를 만들고 그런 줄 알면서도 팬들이 그의 새 영화를 기다리듯 우디 앨런도 그렇다. ‘관객주의(위주)’가 아닌 ‘감독주의(위주)’ 영화인데도 팬들은 늘 그의 영화를 기다린다. 이번에 개봉한 는 우디 앨런의 47번째 영화이고, 14번째로 칸 영화제에 초청된 영화다. 정말 꾸준한 창작욕이고 꾸준한 수준작이다. 전반기 작품이 삶에 대한 야유와 조롱과 도전이었다면, 후반기 작품들에서는 인생에 대한 깊은 관조가
카메라가 발명되고 나서 상업적 사진과 예술 사진의 경계에서 사진을 활성화하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한 것은 단연 보도사진이다.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과 로버트 카파 등이 시작한 보도사진작가 그룹 매그넘이 초기 사진의 발전을 이끌었으며, 저명한 언론인 조셉 퓰리처의 유산으로 만들어진 퓰리처상으로 보도사진이 주목받았다. 각 지역의 문화와 자연의 다양한 아름다움을 촬영해온 잡지의 자연과학 사진도 빼놓을 수 없다. 이 모든 사진은 다큐멘터리 사진으로 장르를 묶을 수 있으며, 이들이 20세기 사진을 이끌어 왔다고 해도 과
한기호 출판평론가 발견으로서의 기획 이후의 출판 프랑스문학 전공자인 가시마 시게루(鹿島茂)의 ( 2016년 3월 임시증간호)에 라 퐁텐의 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이 책이 출간된 루이 14세 시대(17세기)에도 너그러운 후원자와 그렇지 않은 후원자가 있었다. 라 퐁텐의 에는 루이 14세나 다른 왕족, 귀족을 비판하는 부분이 꽤 많다. 이런 책이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었을까. 가 세상에 태어날 수 있었던 것은
한 도예가를 만나기가 그렇게 힘든 일이던가. 왜 꼭 그 예인(藝人)을 만나고자 했던가? 돌아보면 20여 년이 지난 지금도 가슴 한구석 아릿함이 밀려온다. 청광 윤광조(晴光 尹光照· 1946~ ) 도예의 모든 과정을 함께 지켜보고 싶은 열망에 경기도 광주시 초월읍으로, 경북 안강의 자옥산 자락으로 몇 차례 도요지를 찾아갔으나 바람 같은 흔적을 놓치고 매번 조우조차 못했다. ‘예술인은 작품으로 말한다’고 하지만 작품이 탄생되는 순간을 생생히 보고 싶은 습벽(習癖) 때문에 여러 예술인들을 찾아다녀야 직성이 풀렸다. 특히 흙을 수비(水飛
서대문화신극장이 청춘극장으로 종로허리우드극장이 실버극장과 낭만극장으로 재개관했다. 벌써 수많은 사람이 다녀갔다. 주중과 주말의 개념이 없는 대부분 은퇴한 어르신들이 오시는 실버영화관을 하루에 몇 차례 흘러간 국내외 유명영화를 상영하고 있었고, 노래와 댄스 등의 예전 리사이틀이라는 이름으로 진행되던 공연은 청춘극장은 토요일에 낭만극장은 일요일에 진행되고 있었다. 오드리헵번,마리린몬로,클라크케이블,제임스딘등이 나오는 영화의 포스터가 정겹게 입구에 걸려있었다. 특히 실버극장은 인사동거리 근처라 구경도 하다가 저렴한 식사도 근처
언제부터 인가 영화를 보면 당연히 팝콘 통을 끌아 안고 한손에는 콜라를 든 모습이 극장의 자연스런 풍경이 되었다.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에서 연애를 시작하는 단계에 거의 빠지지 않은 장면이 있다. 극장으로 데이트를 가서 팝콘 하나를 나눠 먹으며 영화를 보다가 서로 손이 닿는 장면이다. 첫 데이트의 설렘을 표현하는 장면으로 거의 공식처럼 등장하곤 하는 것이다. 실제 데이트 하는 연인이 극장에서 영화 볼 때 팝콘을 안 먹는 커플은 찾아보기 힘들 지경이다. 영화 보면서 팝콘 꼭 먹어야 하나? 국내 대형 멀티플렉스의 팝콘세트 가격이 8천
여백서원(如白書院)의 주인장 전영애(全英愛·65) 서울대 교수에게 “정말 나이가 안 들어 보이신다”라고 말하자 “철이 안 들어서”라는 대답이 웃음과 함께 돌아온다. 어쩌면 이 각박하게만 보이는 세상에, 서원이라는 고풍스러운 세상을 만든다는 것은 누군가에게는 철이 안 든 일처럼 보일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태도는 철이 안 든 게 아니라 자신이 올바른 길이라고 굳게 믿고 있기에 실천할 수 있는 일일 수도 있다. 서원에서 확인한 책과 책의 가치에 관한 문답들. 글 김영순 기자 kys0701@ 사진 이신화 여행작ㄱ
자연에 다가갈수록 오감이 살아난다고 합니다. 만추의 계절 무르익은 오곡백과는 우리의 미각을 자극합니다. 울긋불긋 물든 단풍은 회색의 건물들에 가로막힌 시각을 되살려 줍니다. 깊어가는 가을을 노래하는 귀뚜라미의 울음소리는 TV와 컴퓨터 등 각종 전자 음향에 지친 청각에 청량한 활력을 불어넣어 줍니다. 아침저녁 피부를 스치는 선선한 가을바람은 여름 무더위에 무뎌진 촉각을 곤두서게 합니다. 그리고 저 높은 바위 절벽에서 아슬아슬한 모습으로 피어난 ‘가는잎향유’는 그 어떤 허브 식물에 못지않은 강한 자연의 향으로 인공의 냄새에 지치고 둔화
외국인 관광객과 쇼핑하는 사람들로 즐비한 서울 명동거리. 북적북적 정신없는 그 거리를 뒤로하고 한적한 남산 꼭대기를 한번 바라보자. 그리고 시선을 아래로 두고 천천히 걷기 시작하면, 소소한 즐거움으로 가득한 ‘재미로’를 발견할 수 있다. 만화를 좋아하는 어린 손주와 함께 간다면 더욱 기분 좋은 나들이가 될 것이다. 지하철 4호선 명동역 3번 출구로 나가면 만남의 광장처럼 벤치가 있는 작은 쉼터가 있다. 바로 그 가운데 ‘명동 만화의 거리-재미로(ZAEMIRO)’ 지도가 보인다. 명동 퍼시픽호텔 왼쪽으로 들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