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때 참 먹고 살기 힘들었던 시절의 이야기입니다. 아버지가 하루 종일 힘들게 일해서 벌어 온 돈으로 일곱 식구의 입에 풀칠하기 바빴습니다. 사실 우리 집만의 일이 아니었죠. 그땐 다 그랬죠. 아니 다 그렇게 사는지 알았습니다. 이밥에 고깃국이 최고인지 알았던 그 시절에는 학교에서는 흰쌀밥을 먹지 못하게 했습니다. 왜냐고요? 쌀이 부족해서였죠. 그러니 쌀 조금에 보리쌀을 듬뿍 섞어 지은 시커먼 밥은 식감도 맛도 별로 좋지 않았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참 못할 짓이었지만 그 시절 어머니한테 보리밥 먹기 싫다고 떼쓰던 일이 생각날 때면
아내가 어느새 일어나 부엌에서 아침식사 준비를 위해서 달그락 거리는 소리에 어렴풋 잠이 깼다. 인천공항 근처에 원룸을 얻어 주 중에는 그 곳에서 생활하다가 주말에만 서울로 올라오는 주말부부 생활도 벌써 9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어느 날, 우연히 찾아온 은퇴 후의 삶이 이렇게 바뀔 줄은 나도 잘 몰랐다. 어제는 갑자기 서울에서 해결해야 할 일이 생겨 회사 통근버스를 타고 서울로 올라왔다. 최근 며칠사이 목감기로 인해 깊은 잠을 못 이루고 설치다 보니 늘 피로감이 따라다녔는데, 모처럼 집에 와서 편해진 마음으로 갚은 잠에 빠져들었는데
지난 4월의 첫 번째 금요일은 아내와 오랜만에 저녁 데이트 하는 날이었다. 국립극장 달오름에서 창극 흥보씨( Mr. Heungbo)를 함께 보러가기로 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녹색의 푸름과 꽃들로 봄이 무르익어가는 아름다운 장충단 공원길을 걸었다. 장충단은 1895년 을미사변으로 명성황후 민씨가 영면한지 5년 후 고종은 장충단을 꾸며 을미사변 때 순직한 장졸들의 영혼을 배향하여 매년 봄 과 가을에 제사를 지냈던 곳이었다고 한다. 우리의 단골식당이 된 ‘다담에뜰’에서 식사와 차를 한잔하고 손을 잡고 걸어서 달오름에 올랐다. 다담이란
주말 퇴근길 혼자 터벅터벅 걸어와 현관문을 열고 들어선다, 인기척이라곤 찾아볼 수 없다. 텁텁한 공기만 꽉 차 있는 실내, 순간 엄습해오는 불안감. 거실은 물론 방마다 불이란 불은 죄다 켜본다. 또 양쪽 화장실에, 베란다까지 구석구석 다 훑은 뒤에야 비로소 안도의 한숨이 나온다. 오늘은 창문을 모두 닫아걸자. 왜? 나 홀로 집이기 때문이다. “썰렁하니 음악이라도 좀 틀어볼까? 아니다, 그냥 TV나 틀어놓자.” 고교 시절 를 무척 즐겨 들었던 시절이 있었지. 이후 대학에 진학하면서, 또 직장생활을 시작하면선 라디
새로운 무림고수가 뽑혔다. 대회전을 치른 무림에는 아직도 흙먼지가 자욱하다. 승자는 축배를 들면서 상큼하게 출발하고 있다. 패자는 눈물을 훔치면서 내일을 기약한다. 이번 대회전은 무림사에 빛날 중대대회였다는 찬사부터 아직 모른다는 비관이 공존하고 있다. 숨 돌릴 틈도 없이 무림을 재생하여야 한다. 정답은 이미 나왔다. 더 보태고 연구할 것도 없다. 성현의 말씀이 부족하거나 교훈이 없어서 역사가 뒤틀리는 것은 아니다. 이의 실천여부에 따라서 성패가 달라진다. 권력집중ㆍ함량미달자 조기퇴출ㆍ소통부족ㆍ비선실세 등 지난날을 반면교사 삼으면
눈이 크고 얼굴이 까무잡잡한 동급생 보배가 소풍날 흥겹게 부르던 노래였다. 서둔야학은 매년 봄에 한 번, 가을에 한 번 소풍을 갔다. 가까운 칠보산이나 반월저수지 혹은 화산목장 등으로 걸어서 갔다. 소풍날이 오면 비가 오면 어쩌나 싶어 밤잠을 설쳤는데 막상 날이 밝아서 보면 온누리에 햇살이 하얗게 부서지곤 했다. 소풍날 아침의 햇님은 왜 그렇게도 사랑스러워 보였던 것일까? 부모님들도 소풍날이면 신경을 쓰셨던 것인지 아이들은 후줄근한 평상시 옷이 아닌 산뜻한 옷차림을 하고 나왔다. 소풍날이면 입은 블라우스가 유난히도 하얗게 보였던 여
김태용 감독 작품이다. 계약직 교사 효주 역으로 김하늘, 이사장 딸 혜영 역에 유인영, 남학생 재하 역으로 이원근이 주연으로 나온다. 스릴이 넘치고 심리전이 돋보이는 공포 영화다. 요즘 사회 문제가 되고 있는 흙수저와 금수저의 이야기를 소재로 삼은 점도 흥미롭다. 효주는 계약직 교사로 정교사 자리를 눈앞에 두고 있다. 그런데 갑자기 이사장 딸 혜영이 정교사 자리를 치고 들어오면서 갈등이 시작된다. 얼굴 예쁘고 몸매 좋고 성격까지 사근사근한 혜영은 학교 선배인 효주에게 다가서려 하지만, 속이 뒤집어져 불편한 효주는 혜영에게 못되게
나이 65세는 ‘고령자’ 구분의 기준이다. 전철과 공원입장이 무료다. 국민연금 수급자가 되고 노인정 회원도 될 수 있다. 한 마디로 확 달라지는 것이 많다. 하지만 기초연금 수급자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제대로 아는 경우가 드물다. 기초연금은 예산은 국가가 부담하고 업무집행은 구청에서 한다. 보건복지부장관은 기초연금 선정 기준액을 정하는 경우 65세 이상인 사람 중 기초연금 수급자가 100분의 70 수준이 되도록 한다. 기초연금 수급신청은 연중 어느 때나 가능하나 만65세 미만 자는 만65세 생일이 속하는 달의 1개월 전부터
우리 부부는 말다툼이 잦다. 다툼의 주제는 나라경제도 아니고, 집안경제도 아니고, 자식교육도 아니다. 항상 좀스럽고 하찮은 일로 다투는데 그 이유는 딱 두 가지, 남편이 입는 옷과 남편이 먹는 음식 때문이다. 음식은 자기를 위해서 먹고, 옷은 상대방을 위해서 입는 것이 예의라고들 하는데, 옷 꼴이 말이 아닐 때 보다 못한 필자가 몇 벌 사온다. 입으면 디자인이나 색상이 매우 잘 어울리고 품위도 있어 보인다. 그런데도 새로 사온 옷에 대해 타박과 잔소리가 한없이 늘어진다. 그러면 으레 말다툼으로 이어진다. 자기 것은 양말 한 짝도 사
하루는 남편이 필자를 조용한 찻집으로 불러냈다. 평소에 안 하던 행동을 해서 석연찮은 생각이 들었다. 얼마 만에 오는 찻집인가. 그래서일까 전혀 모르는 사람과 앉아 있는 느낌이 들었다. 커피 향을 맡으며 한 모금 마시려는 순간 남편은 다짜고짜 “나 집을 나가볼까 해, 며칠만이라도 나가서 살아볼래” 하고 말했다. 막상 그런 말을 듣고 보니 머릿속이 하얘졌다. 필자는 “누가 할 소리…” 하며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렇게 말한 것은 어느 정도는 수긍한다는 의미였다. 물론 그놈의 사춘기 두 아들만 아니었으면 필자가 할 소리였다
요즘 손목이 아프다. 병원에 갔더니, 갑자기 너무 과도하게 사용해서 엄지로 이어지는 힘줄에 염증이 생겼단다. 통증 때문에 일상생활에도 불편함이 몰려왔다. 세안을 하거나 머리를 감는 일조차 수월치가 않으니 짜증이 나고 우울했다. 다 나을 때까지 그저 손을 쉬게 해야 한다는 처방전, 손끝 하나 까딱 안 하고 우아하게 살 방법 없을까. 그러는 필자에게 그는 무언의 일침을 가했다. 웬 엄살이더냐고! 엊그제 그를 만났다. 연초록 나뭇잎이 눈부시던 남산자락의 국립극장, KB하늘 극장에서 열린 ‘대한민국휠체어합창단 정기연주회’에서 지휘봉을
필자는 시끄러운 것을 참지 못한다. 음식점이나 술집, 당구장에서 옆자리가 시끄러우면 집중이 안 되고 화가 난다. 그냥 못 들은 척하라는데 그게 안 된다. 일반적으로 남자들은 한꺼번에 여러 가지를 못 한다고 한다. 대화를 하는데 옆자리가 시끄러우면 말해야 할 것을 까먹기도 하고 대화 상대자의 말을 제대로 들을 수 없어 화가 나는 것이다. 못 들은 체하려 해도 큰 소리가 나는 쪽으로 귀가 열린다. 그러니 대화가 중단될 수밖에 없다. 손님이라면 누구나 다 같이 돈 내고 그 공간을 이용할 권리가 있는데 소음 유발은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지인 중에 환갑나이가 되어 남편과 1년간 별거를 선언하고 원룸으로 옮겨 생활하는 분을 만난일이 있다. 그 당시에는 좀처럼 납득이 가지 않았다. 왜냐하면 누가 봐도 부러워할 정도로 잘사는 집안으로 큰 아들은 변호사이고 작은 아들은 의사다. 남편도 잘 나가는 고위공무원 출신으로 연금만 해도 3백만 원 이상을 탄다. 황혼이혼도 생각해보았으나 단지 남편이 보기 싫다는 이유만으로는 이혼사유가 되지 않아 결국 남편과의 합의하에 이 길을 택했다고 한다. 수년전 폭발적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엄마가 뿔났다’에서 엄마 김혜자씨가 남편의 허락아래 1
매주 월요일 10시부터 12까지 이웃에 사는 사람 10 여명이 모인다. 정기적으로 만나고 있는데, 이 모임에는 한 가지 특징이 있다. 처음에는 기록을 남겨 모두 블로그를 써 보자는 취지였다. 다섯 번의 블로그 교육을 마친 후 무엇을 할까. 영화를 보고 명대사와 명장면 감독의 의도를 알아채고 우리가 생각하는 관점을 자유토론으로 한다. 이 번 주 영화는 ‘나, 다니엘 블레이크’였다. 주인공은 40년 목수로 살다 심장병이 악화되어 실직했다. 생계급여를 컴퓨터로 신청하는 절차가 까다로워 좌절하지만 같은 처지의 이웃을 도우며 비인간적인 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