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4단계, 정부 "3단계 효과 더 지켜봐야"…전문가 우려 높아

기사입력 2021-07-30 11:15 기사수정 2021-07-30 11:15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전략기획반장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전략기획반장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국내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4차 유행이 꺾이지 않고 계속 이어지고 있다. 이에 전문가들 사이에서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를 전국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하지만 정부는 비수도권의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 효과가 나타나지 않은 현시점에서 ‘전국 4단계 격상’은 아직 이르다는 태도를 나타냈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사회전량반장은 29일 코로나19 브리핑에서 “비수도권 3단계 격상 조치가 26일부터 시행됐다”며 “며칠 사이에 환자 수가 증가하고 있어 전국으로 4단계를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은 3단계 시행에 대한 영향을 고려하지 않고 바로 추가 조치를 하자는 것으로 합리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중앙방역대책본부(중대본)은 29일 0시 기준 국내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가 1710명이라고 밝혔다. 국내 발생 신규 확진자는 1662명, 해외유입 사례는 48명이 확인돼 총 누적 확진자 수는 19만6806명이다.

전문가들은 신규 확진자 수가 2000명에 근접해 발생하는 날이 지속되고 있어 우려할만한 상황이라며, 강력한 추가 대책을 빠르게 시행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수도권에서 거리두기 최고 단계인 4단계를 적용한 지 3주째에 접어들었다. 그러나 28일에 다시 신규 확진자 수 최다 기록을 경신했다. 지난 24일부터 이날까지 최근 1주일 동안 발생한 신규 확진자 수는 1629명→1487명→1318명→1365명→1896명→1674→1710명으로 일주일 평균 1583명인 셈이다. 이대로라면 머지않아 하루 신규 확진자가 2000명을 넘어설 것이란 전망이 잇따른다.

확산세가 좀처럼 깎이지 않는 가운데 정부는 거리두기 효과를 조금 더 지켜보자는 생각이다. 그런데 현재의 방역조치로는 확산세를 잡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주장이다. 2주가 넘도록 수도권에 적용한 거리두기 4단계로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는 이유에서다.

엄중식 가천대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지난 2주간 4단계로는 급격한 확산세는 억제하더라도 감소 추세로 돌리지는 못한다는 게 확인됐다"며 "이대로라면 현 수준이 유지되거나 다시 조금씩 늘어날 것으로 예상돼 결국 방역을 강화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질병관리본부장을 역임한 정기석 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도 "수도권에서 점차 거리두기가 안 먹히고 있다"며 "방역 대책에 드라이브를 걸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종전 거리두기 체계에 비해 4단계는 약한 수준이다. 밤 12시~오전 4시 심야시간에 통행금지를 내리거나 손실보상을 해 준다는 전제 아래 비필수시설은 문을 닫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거리두기로 인한 서민층의 경제적 피해와 같은 이유로 추가 방역 대책을 미루고 있다.

손 반장은 "거리두기 단계를 강화하면 반드시 사회경제적 피해가 동반된다"며 "확산세 저지를 위해서는 (방역조치 강화도) 중요한 관점이지만 저소득 서민층의 피해가 지나치게 커지기 때문에 이로 인한 위험이 증가하는지도 살펴봐야 할 문제"라고 설명했다.

그런데 현 상황에서 추가 대책 없이 효과를 보면 좋지만 확산세를 잡지 못하고 기간만 더 연장시키면 오히려 더 큰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

천은미 이화여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2~3주 전만 해도 ‘지방은 확진자가 적기 때문에 거리두기 단계를 올리면 안 된다’고 하다가 뒤늦게 3단계로 격상했다”며 “방역당국은 3단계 유지를 ‘소상공인을 위해서’라고 하지만 이런 식의 조치가 이들을 실제로 보호한다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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