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둥지 된 중년의 공허, 가치있는 일자리로 채웠죠”

기사입력 2025-02-05 09:53 기사수정 2025-02-05 09:53

[일로 찾는 내 삶 가치 캠페인] 서부권 가치동행일자리 성곡미술관 김미지

결혼 후 남편의 해외 발령으로 미국, 홍콩, 말레이시아, 뉴질랜드 등 타국에서 약 13년간 생활한 김미지 씨. 귀국 후 서울시50플러스재단 서부캠퍼스를 통해 가치동행일자리 사업에 참여, 성곡미술관에서 활동하면서 무료한 일상에 또 다른 활기를 찾았다.

▲김미지 씨가 성곡미술관에서 작품을 소개하고 있다.
▲김미지 씨가 성곡미술관에서 작품을 소개하고 있다.

긴 해외 생활을 정리하고 서울에 돌아온 뒤 헛헛함을 느꼈다.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기분, 마음 한구석이 텅 빈 기분이 들었다. ‘이 나이쯤 되면 원래 그런 거겠지’ 하며 친구들과 여행을 가거나 맛있는 음식을 먹기도 했지만 그때뿐이었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소속감’이 사라졌다는 것을 깨달았다. 하나뿐인 아들은 성인이 됐고, 가정 외에 또 다른 소속이 필요한 것일 수도 있겠다 싶었다.

계기는 소속감 부재

“1년 정도는 행복했어요. 허니문 기간(결혼 직후 즐겁고 달콤한 시기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라고 할까요. 가족들, 옛 친구들과 물리적인 거리가 가까워지니 자주 만났어요. 눈에 띄게 발전한 한국이 신기해서 여기저기 나들이도 다녔고요. 우리나라 대중교통이 잘 구축돼 있잖아요. 하지만 편한 생활에 적응하고 탐색하는 것도 잠시였어요. 시간이 지날수록 일상이 무료해지고, 뭔가 하나 빠진 것 같았죠. 문득 미국에서 파트타임으로 근무하는 시니어들을 만났던 기억이 떠올랐어요. 그와 비슷하게 뭔가 의미 있는 일을 하면 좋겠다고 어렴풋이 생각했죠.”

▲김미지 씨는 성곡미술관을 찾는 사람들이 불편함 없이 관람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며 보람을 느끼고 있다.
▲김미지 씨는 성곡미술관을 찾는 사람들이 불편함 없이 관람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며 보람을 느끼고 있다.

검색을 통해 우연히 가치동행일자리 사업을 발견한 그는 진흙 속에서 진주를 찾은 마음이 들었다고 한다. 일반 구인·구직 플랫폼에 비해 자신의 나이에 꼭 맞는 사회공헌 일자리라고 여겨졌다고 한다. 그렇게 그는 성곡미술관에서 미술관 방문객을 위해 전시장 및 작품 안내, 만족도 조사, 티켓 확인 등의 활동을 하고 있다. 작품을 보호하고 관람객의 안전한 감상을 위한 일이라 더욱 보람 있단다. 실제 방문객들의 반응 역시 긍정적이다.

“방문객 중에는 QR 코드를 확인하거나 리플릿의 작은 글씨를 확인하기 어려워하는 경우가 있어요. 조심스럽게 다가가 도움을 드리죠. 70대 정도로 보이는 할아버지 세 분이 작품을 보면서 대화하기에, 처음부터 끝까지 쭉 전시 안내를 한 적이 있어요. 모르는 세상에 대한 호기심은 나이를 불문하고 다들 가지고 있으니까요. 추가로 궁금한 점을 이것저것 질문받았는데 굉장히 기뻤습니다. 도슨트(일반 관람객들에게 작품, 작가, 각 시대 미술의 흐름 따위를 설명해주는 사람) 활동을 경험하며, 방문객을 위해 필요한 역할을 했다는 뿌듯함을 느꼈어요. 이런 경험을 어디서 할 수 있을까 싶죠.”

▲성곡미술관 전경.
▲성곡미술관 전경.

어엿한 미술관의 일원으로

더불어 김미지 씨는 자신을 ‘성공한 덕후’라고 말한다. 종로라는 지역의 고즈넉함, 늘어선 고목, 소담스러운 꽃, 그리고 미술관. 평소 좋아하는 요소들이 꽉 들어찬 장소에서 일할 수 있어서다. 오랜만의 사회 활동에 긴장하고 걱정도 됐지만 결국 도전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단다.

“예전에 산과 궁궐, 미술관이 있는 곳에서 살고 싶다고 얘기한 적이 있어요. 소망이 현실이 된 듯해 신기해요. 또한 어떻게 하면 관람객들에게 더 친근하게, 쉽게 작품을 소개할 수 있을지 고민하다 보니 공부도 열심히 하게 돼요. 어떤 클래스보다 알차죠. 나만의 전문성이 생기는 느낌이 드네요. 가치동행일자리 사업은 인생의 정류장 같아요. 잠깐 멈춰서 남은 인생의 방향을 설정할 계기를 만들어줬다고 할까요. 이 기회를 계기로 앞으로도 스스로 탐구하고 탐험해볼 계획이에요.”


‘브라보 마이 라이프’와 ‘서울시50플러스재단’은 서울시 가치동행일자리를 통해 ‘일로 찾는 내 삶 가치’ 캠페인을 펼칩니다. ‘2024 가치동행일자리’ 우수사례를 지면을 통해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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