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가 창간 10년을 맞아 새로운 도약을 시작한다. 그 첫걸음은 미래설계연구원의 시동이다. 미래설계연구원은 초고령사회를 살아가는 우리 사회 신중년·꽃중년에게 현명한 노후의 삶을 제시할 계획이다.
-편집자 주
‘브라보 마이 라이프’(이하 ‘브라보’)가 창간 10년을 맞았다. ‘의미(意味)’의 의(意)는 소리 음(音)과 마음 심(心)이 결합한 글자다. ‘뜻’이나 ‘의미’, ‘생각’이라는 뜻을 지녔다. ‘마음의 소리’라는 뜻으로 만들어졌다. 생각은 머리가 아닌 마음이 하는 것이라고 옛사람들은 믿었다.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소리라는 의미에서 ‘뜻’이나 ‘의미’, ‘생각’, ‘헤아리다’라는 뜻을 갖게 되었다. 10년의 의미를 새기려는 이유는 마음의 소리를 듣고 싶어서다. 일종의 자축(自祝)이다.
10년은 3650날이다. 사람의 나이로는 열 살이다. ‘살’은 신체의 살을 의미하는 순우리말이다. 사람이 자라면서 몸에 살이 붙는 현상과 연결 지어 나이를 나타내는 단위로 쓰인다. ‘브라보’가 열 살이라면 모두 “그렇게나 됐어요?”라고 반문한다. 살이 붙어 몸집이 불어난 성장에 눈이 먼저 가기 때문이다. 사람은 자신이 겪지 않은 남의 시간은 짧게 느끼기 마련이다. 긴 시간을 한결같은 집중력으로 버티는 일은 어렵다. 지난 그 어느 한 날도 허투루 넘길 수 없을 만큼 결코 쉽지 않은 시간이어서 의미가 크다.
성공을 보장받고 시작하는 일은 없다. 1200만 시니어들에게 ‘제2인생의 동반자’를 선언하며 ‘브라보’를 내놓을 때만 해도 다들 거기에 시장이 있겠느냐며 시큰둥했다. 그 이후 10년도 마찬가지여서 한순간도 마음을 놓을 수 없는 인고의 시간이었다.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니, 우리가 먼저 하자’며 시작했다. ‘50+세대 고품격 매거진’ 깃발을 들고 은퇴 후 새로운 삶을 준비하는 신중년과 꽃중년들이 호소하는 막막함을 메워주기 위해 자문(自問)하고 자답(自答)을 구해냈다. 인생 후반전을 보다 의미 있게 살려는 시니어들에게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제시했다. 시장은 호응했고, 창간 1년 만에 발행 부수 1만 부를 돌파했다. 참으로 의미 있는 쾌거다.
기업 측면에서 봐도 의미가 깊다. 창립 10주년은 단순한 시간의 경과를 넘어, 회사의 성장과 성과를 기념하는 중요한 이정표다. 존속성은 기업 평가의 중요한 요소다. 기업이 10년 동안 생존했다는 것은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고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있음을 뜻한다. 기업이 창업 후 10년 이상 생존할 확률은 10~30% 정도다. 미국은 30% 미만이다. 우리나라는 20% 내외다. 10개 창업 기업 중 2개 정도만 10년을 넘겨 존속한다는 뜻이다.
중소벤처기업부 통계로는 창업 후 1년 생존율이 약 60~70%, 5년이 대략 30%다. 생존율이 낮은 이유로 자금 부족, 경쟁 심화, 시장 변화, 경영 리스크, 법규 변경과 경제침체 등의 외부 요인을 들지만, 결국 상품이나 서비스 등 콘텐츠 문제다. ‘브라보’의 예측은 맞았다. 창간 10년은 고객과의 신뢰를 쌓아왔다는 증거이며, 브랜드 가치를 높여 의미를 더했다. ‘10년을 넘긴 기업은 장수할 가능성이 높다’고 예측한 다른 통계는 그 이유를 고객의 신뢰와 브랜드 가치라고 설명한다.
잡지 창간 10년의 축적은 단순한 시간의 흐름을 넘어서는 의미를 다진다. 독자층을 확보하며, 지속 가능한 콘텐츠를 만들어왔다는 중요한 반증이다. 트렌드 변화에 잘 적응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10년 동안 다룬 기사, 인터뷰, 사진, 칼럼들이 쌓이면서 ‘브라보’만이 만든 아카이브는 큰 자산이자 정체성 그 자체다. 10년은 한 시대를 관통한 기록이다. 지난해 우리나라 월간지는 3274종이 등록돼 있다. 호당 평균 발행 부수는 5673부다. 1만 부를 넘는 월간지는 드물다.
‘브라보’는 당시 목표 독자층을 50~70세로 정했다. 전체 인구 대비 31.7%로 1600만 명이 넘는다. 이들 연령대에서도 생활의 여유와 문화적 욕구를 가진 상위 5%를 핵심 독자로 정했다. 80만 명이다. 그중 1만 부는 1% 남짓이다. 이들에게 인생 2막을 당당하고 멋지게 살아갈 해법을 제시할 수 있는 유일한 잡지를 자처(自處)하는 ‘브라보’가 갈 길은 멀다. 특히 많은 잡지가 초기에 스러지는 것은 성장 과정에서 방향성을 잃었기 때문이다.
잡지 시장이 줄어드는 가운데, 10년 동안 유지되었다는 것은 노심했던 방향성이 맞았다는 증거여서 의미가 더 크다.
한자로 10년을 나타내는 말이 ‘일질(一秩)’이다. 질(秩)은 파자하면 ‘벼 화(禾)’와 ‘잃을 실(失)’이 결합한 모습이다. 실(失)자는 손에서 물건을 떨어트리는 모습이다. ‘잃는다’는 뜻이지만, 여기서는 손동작만 응용되었다. 질(秩)은 본래 볏단을 가지런히 쌓아놓는다는 뜻이다. 벼를 수확해 일정 분량을 묶어 손으로 벼를 쌓는 모습을 표현한 것이다. 후에 뜻이 확대되면서 ‘차례’나 ‘순서’를 뜻하게 되었다. 10년은 단위다. ‘제칠질(第七秩)’이라고 하면 61세에서 70세를 가리킨다. 마찬가지로 ‘제팔질(第八秩)’은 71세에서 80세를 말한다. 또 ‘칠질(七秩)’은 70세, ‘팔질(八秩)’은 80세가 된다. 볏단을 쌓을 때 빈틈이 있으면 안 된다. 차례대로 질서 있게 쌓아야 한다. 소위 나잇값, 책임이 따라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일질, 10년이 주는 의미이고 가르침이다.
창간 10년을 축하한다면서 “‘브라보’가 제시한 걸 열심히 따라 했다. 그때마다 기뻤지만, 현역 때처럼 뿌듯함은 없다”라는 독자의 하소연을 때로 듣는다. ‘도넛 현상’ 같은 게 있다는 얘기다. 노인들이 중심부보다는 외곽으로 밀려나는 현상을 말한다. 도심은 공동화되고 인구가 외곽으로 빠져나가 도넛 모양처럼 중심이 비는 현상을 뜻한다. 등산·낚시 등 취미활동을 땀 흘리며 젊은 시절 일하듯 하지만 끝나면 그런 마음이 든다는 거다. ‘브라보’가 저인망식으로 시니어들의 액티브한 활동성에만 집중해 놓친 부분이다. 성취감을 느끼게 하기 위해 노력을 더 해야 한다는 뜻이다. 자성(自省)한다. ‘브라보’ 제1질은 콘텐츠에 집중했지만 제2질은 독자에게 더 다가서야 한다는 각오를 다지게 해준다.
‘브라보’ 창간 10년은 큰 둑을 쌓은 거라고 의미를 새긴다. 그리고 그 둑이 만든 연못에 어떤 물이 들어와도 맑은 물로 정화하는 일이 ‘브라보’가 할 일임을 자임(自任)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