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 비즈니스, 편의점을 주목하라

기사입력 2025-06-20 06:45 기사수정 2025-06-20 06:45

[이준호의 시니어 비즈니스 인사이드 ④]

편의점은 이제 젊은 세대의 전유물이 아니다. 최근 한국과 일본에서 편의점을 찾는 시니어 고객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일본 세븐일레븐의 통계에 따르면, 1989년 전체 고객 중 50세 이상은 9%에 불과했으나, 2023년에는 그 비율이 38%로 증가했다. 국내도 비슷한 흐름을 보인다. 대한상공회의소의 ‘2024년 상반기 편의점 매출 동향’에 따르면, 50~60대의 매출이 2년 전 대비 약 2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령화가 진행 중인 국가에서는 자연스러운 현상처럼 보일 수 있지만, 시니어 비즈니스 관점에서는 주목할 만한 변화다. 실제로 해외에서는 고령 소비자를 더 유인하기 위해 다양한 서비스를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다.

편의점서 고령자 건강 상담도

일본 편의점 로손은 이 같은 트렌드를 발 빠르게 읽고 대응하고 있다. 도쿄 등 일부 점포에 간호 상담 데스크를 설치해 간호사와 케어 매니저를 배치하여 어르신들이 건강상담을 받을 수 있게 했다. 이는 편의점이 단순 판매점을 넘어 지역사회 고령자를 위한 ‘생활 밀착형 서비스 공간’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다.

세븐일레븐, 패밀리마트, 로손 등 일본의 주요 편의점 체인들도 시니어 고객을 위한 도시락 및 반찬 배달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고령층의 쇼핑난민 문제 해소를 위한 이동 슈퍼마켓 형태의 서비스도 등장했다. 이 서비스는 지방자치단체와의 협력으로 운영되며 지역사회 복지 강화와 함께 고령층의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하고 있다. 이러한 서비스는 지역 내 고령자들의 ‘쇼핑난민’ 문제를 실질적으로 완화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편의점 상품 구성도 변화하고 있다. 저염식, 연화식과 같은 시니어 맞춤형 식품과 건강 기능식품, OTC 의약품의 비중이 늘어나고 있다. 이를 통해 시니어 고객들의 건강과 편의성을 동시에 잡으려는 전략이다.

돌봄의 지역 거점 역할도 기대

싱가포르 역시 편의점과 슈퍼마켓을 지역 커뮤니티 케어의 거점으로 활용하는 ‘Go-To Point’ 제도를 도입하여 주목받고 있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슈퍼마켓과 지역 편의점은 치매 어르신의 안전 거점으로 활용되고 있으며, 실제로 지역사회 돌봄과 안전망 강화의 중심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이 제도는 편의점이 지역 커뮤니티에서 시니어 돌봄 서비스의 중요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한국의 편의점 시장에서도 유사한 흐름이 포착된다. 서울시 통계를 보면, 국내 편의점 점주 중 50대 이상이 가장 많고, 60대를 포함하면 절반을 넘는다. 점주의 고령화는 편의점이 앞으로 ‘노노케어’(노인이 노인을 돌보는 구조)의 주요 거점으로 발전할 가능성을 보여준다.

이미 편의점은 노인일자리의 주요 대상이 됐다. 국내 여러 지역의 시니어클럽에서 편의점 운영을 노인일자리 사업으로 추진 중이며, 성과도 나타나고 있다. 이를 통해 시니어들의 경제적 자립과 사회적 참여가 확대되고 있다. 구로시니어클럽이 운영하는 편의점에서 만난 한 노인일자리 참여자는 “결제 단말기 사용법을 익히는 것이 쉽지는 않았지만, 편의점은 깨끗하고 온도가 적절하게 유지되어 노인들에게 적합한 일터”라고 말했다.

이처럼 한국, 일본, 싱가포르 등 아시아 여러 국가에서 편의점이 고령층 대상 서비스 거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편의점은 이제 커뮤니티 케어의 ‘지역거점’이자 ‘생활밀착형 시니어 서비스’의 중심으로 진화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시니어 비즈니스를 준비하는 기업이라면, 편의점을 전략적 거점으로 활용하는 아이디어에 더욱 주목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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