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시 중랑구 예일 스튜디오의 남태석 사진가는 1982년부터 40년 넘게 한자리를 지켜온 베테랑이다.
1980년대 문전성시 속에 하루가 모자랄 만큼 바쁘게 지내, 대학 졸업까지 40년이 걸렸다는 그는 지금도 카메라로 세월 속 가족의 변화를 기록한다.
Q. 가족사진 촬영은 언제부터 증가했다고 보세요?
A. 1990년대부터로 기억합니다. 당시 김영삼 대통령이 ‘집에 가족사진 하나쯤 걸어놓아야 하지 않겠냐’는 말을 했다고 해요. 또한 부자가 화재 때 값비싼 미술품보다 가족사진을 먼저 챙겼다는 일화도 돌았어요. 그만큼 가족사진이 소중하다는 걸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그때부터 가족사진 촬영이 크게 늘었습니다.
Q. 가족사진 트렌드는 어떻게 변하고 있나요?
A. 예전에는 부모가 앞에 앉고 자녀가 뒤에 서는 정적인 구도가 많았습니다. 요즘은 가족이 일렬로 서거나 얼굴을 맞대며 웃는 등 자연스러운 장면을 선호합니다. 콘셉트도 훨씬 다양해졌죠. 과거에는 3대가 함께 오는 대가족이 많았다면, 지금은 부부 둘 혹은 자녀와 셋 정도의 소규모 가족이 많습니다.
Q.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가족사진도 늘었나요?
A. 네, 확실히 많아졌습니다.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사진 촬영이 쉽지는 않지만, 또 그런대로 재미가 있죠. 어떤 손님은 세상 떠난 반려동물 사진을 모아 큰 사진으로 만들어달라고 하시더군요. 가족의 변화가 뚜렷하게 보입니다.
Q. 한부모가정이나 1인 가정도 많아졌다고 느끼시나요?
A. 사회복지를 공부한 경험이 있어 중랑구와 함께 봉사활동을 하며 한부모가정 가족사진, 독거노인 영정사진을 많이 찍었습니다. 촬영하다 보면 인연을 이어주고 싶은 마음이 들 때도 있었죠. 실제로 저는 종종 손님들의 중매를 서기도 했는데, 한 가족이 되어 잘 살아가는 모습을 볼 때 큰 보람을 느낍니다.
Q. 특히 기억에 남는 가족이 있나요?
A. 사진관 인근의 서일대학교 직원분이 매년 결혼기념일마다 가족사진을 찍으셨어요. 5년 넘게 오셨는데, 야구 유니폼을 입거나 악기를 들고 촬영했습니다. 자녀들이 해마다 성장하는 모습을 기록하는 게 제게 큰 기쁨이었죠. 어느새 저도 그 가족을 기다리게 되더군요.

Q. 작가님의 가족사진은 어떤가요?
A. 딸이 결혼한 뒤로는 가족사진을 자주 찍지 못했습니다. 요즘은 휴대폰 카메라 기술이 워낙 좋아져서 여행 갔을 때 찍곤 하죠. 그래도 손주가 오면 사진 기록을 남기려 합니다. 지금은 아들도 다른 곳에서 사진관을 운영하고 있는데, 고맙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마음이 쓰이기도 합니다. 쉽지 않은 업이거든요. 그래도 묵묵히 이어가는 모습을 보면 기특하고 든든합니다.
Q. 세월이 지나도 변치 않는 나의 신념은 무엇인가요?
A. 저는 단 한 번도 할인 이벤트를 한 적이 없습니다. ‘비싸지만 잘하는 집’이라는 지론을 지켜왔죠. 손님과의 약속을 반드시 지키는 것도 원칙입니다. 보통 사진관은 오전 10시에 문을 여는데, 저는 늘 9시에 문을 열었어요. 한 7년간은 손님이 너무 많아서 연중무휴로 아침에 7시에 열고, 밤 11시까지 근무하고 그랬죠.
사진은 기술 발전에도 늘 더 나은 결과를 고민해야 하는 작업입니다. 그래서 일찌감치 컴퓨터를 도입했고, 장비에 아낌없이 투자했습니다. 그 차이를 손님들이 알아주셨기에 지금까지 한자리를 지킬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Q. 앞으로의 계획은 어떻게 되시나요?
A. 언제까지 할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사진관은 계속할 겁니다. 놀기보다는 배우며 즐기며 살고 싶어요. 대학원 진학을 고민하면서, 책을 읽고 오카리나를 연주하며 여전히 배움의 즐거움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사진처럼 삶도 매 순간 새롭게 찍어나가고 싶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