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이 계속 되어야 하는 이유 “나를 찾는 기쁨”

입력 2025-11-02 06:00

[배움으로 얻다] 자기 삶을 다시 세우는 일

▲GPT 생성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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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는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다. 한국의 중장년 세대는 과거보다 더 오래 살며, 더 배우고, 더 일하고자 한다. 그러나 그들의 배움은 단순한 취미나 자기 계발에 머물지 않는다. 인문학을 통해 ‘나는 누구인가’를 묻고, 생계를 위해 새로운 기술을 익히며, 그 사이의 균형을 찾아가는 진지한 시도다.

김은임 호서대학교 교수와 김찬호 성공회대학교 교수는 “인문학은 자기 해석의 언어를 되찾는 일이고, 실용학은 자기 삶을 다시 세우는 일”이라며, 배움이 중장년에게 가장 강력한 생존 전략이 되고 있다고 말한다.


‘내가 누구인지’ 다시 묻는 나이

은퇴는 시간의 여유를 주지만, 동시에 존재의 공허를 드러낸다. 타인의 요구에 맞춰 살아온 삶을 돌아보며 ‘나는 누구인가, 앞으로 무엇을 할 것인가’라는 질문이 찾아오는 시기다. 김찬호 교수는 이러한 시점에 중장년이 인문학을 찾는 이유를 “자신을 해석하는 언어를 되찾기 위함”이라고 설명한다.

그에게 인문학은 단순한 교양이 아니라 삶을 조망하고 재구성하는 과정이다. 깊은 사유와 성찰을 통해 자기 이야기를 다시 쓰고, 관계의 의미를 재정립할 수 있다. 인문학적 배움은 내면의 공백을 채우며 삶의 방향을 새롭게 세워주는 힘이 된다.

다만 인문학만으로는 삶이 보장되지 않는다. 김 교수는 “실질적 생계를 위한 배움이 동반되지 않으면 현실과 부딪힐 수 있다”며 인문학적 성찰과 실용적 기술 습득의 병행을 강조했다. 그는 영국의 스토리텔링 클럽이나 라운드테이블 같은 공동체적 학습의 장을 예로 들며 “사람들이 둘러앉아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는 공간이 한국에도 더 많아져야 한다”고 말했다. 강의 중심의 일방적 교육이 아닌, 서로의 경험을 해석하며 배우는 인문학적 공동체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자기 효능감에서 삶의 만족으로

김은임 교수는 중장년 학습의 동기를 단순한 여가나 취미로 보지 않는다. 그는 “배움은 작은 성공 경험을 통해 ‘할 수 있다’는 믿음을 되살리고, 그 믿음이 삶의 주체성을 회복하게 만든다”고 말한다. 즉 배움은 지식의 습득을 넘어 자기 효능감과 자존감의 회복으로 이어지는 심리적 재생 과정이라는 것이다.

그의 연구에 따르면, 평생 교육자의 핵심역량이 성인 학습자의 생애 능력(Life Com- petencies)에 미치는 영향 중에 창의성이 중요한 매개 역할을 한다. 단순히 지식이나 기술을 전달받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으며, 학습자가 배운 것을 스스로 재구성하고 응용할 수 있을 때 삶의 문제해결 능력과 적응력이 향상된다는 것이다.

이 관점을 중장년의 현실에 대입하면, 자격증 취득이나 컴퓨터 활용법을 배우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그 지식을 자신의 삶과 연결해 새롭게 활용하는 능력이다. 기술이 도구라면, 창의성은 그 도구를 자신의 맥락에 맞게 쓰는 방식이다. 그렇게 배움이 실질적 문제해결과 자기 확장으로 이어질 때, 중장년은 단순한 학습자가 아니라 삶의 설계자로 거듭난다.


인문학, 실용성, 창의성의 융합

중장년의 배움은 인문학적 성찰, 실용적 능력, 창의적 응용이 균형을 이루는 지점에서 완성된다. 인문학은 삶의 의미를 물으며 자아를 재구성하게 하고, 실용적 능력은 그 성찰이 현실에서 구현되도록 하며, 창의성은 그 둘을 잇는 다리 역할을 한다.

이러한 균형을 위해서는 융합형 커리큘럼이 필요하다. 김은임 교수는 “인문학적 주제와 실용 기술, 응용 프로젝트가 통합된 교육과정은 배움을 단순한 지식 습득이 아닌 ‘삶의 설계’로 체화하게 한다”면서 “여기에 창의성을 활성화하는 학습 방식(소그룹 토의, 문제 중심 학습, 학습자 주도형 과제)이 더해질 때 배움은 생동력을 얻는다”고 이야기했다.

또한 현실과 연결된 목표가 중요하다. 단기적으로는 재취업이나 창업 같은 실질적 목표를, 중장기적으로는 자아 성찰과 사회참여 같은 내적 성장을 함께 설계해야 한다. 배움이 현실과 이상을 동시에 품을 때 지속 가능한 동기가 생긴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서는 시간 조정, 비용 지원, 멘토링, 네트워킹 등 유연한 지원 환경이 마련돼야 한다. 이런 시스템이 갖춰질 때 배움은 취미나 여가가 아니라 인생 후반부를 능동적으로 설계하는 전략이 된다.

배움은 젊은 세대의 전유물이 아니다. 오히려 세상을 오래 살아온 이들이야말로 배움을 통해 삶의 의미를 더 깊이 이해한다. 김찬호 교수는 “인문학적 배움은 자신을 편안하게 하고, 실용적 배움은 삶을 단단하게 한다”고 말한다.

두 길은 다르지만 결국 자기 자신을 회복하고 사회와 다시 연결되는 길로 이어진다. 그리고 그 길 위에서 배움은 중장년이 ‘다시 서는 힘’이 된다.



도움말 김은임 호서대학교 창의교양학부 교수

호서대학교 창의교양학부 소속으로, 주요 연구 분야는 교육학과 공학 일반이다. 평생 교육자와 성인 학습자의 학습 능력 및 창의성에 관한 주제에 전문성을 가지고 있다.


김찬호 성공회대학교 교육대학원 초빙교수

사회학자이자 문화인류학자다. 대학에서 문화사회학과 교육학 등을 강의하고 있으며, 대학 밖에서 평생학습, 자녀 양육, 교사의 정체성, 다문화사회, 노년의 삶, 마을공동체 등 여러 주제로 강의와 글쓰기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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