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날 행사에서는 ‘고령화 선배’ 일본의 에이지테크 도입의 시행착오 등을 소개한 일본 리츠메이칸대 이주호 교수의 강연이 주목을 받았다. 이 교수는 고령자 수의 증가 자체보다 더 심각한 문제로 돌봄 인력의 구조적 부족을 지목하며, 에이지테크를 단순한 신기술이 아니라 국가 생존 전략 차원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진단했다.
이 교수는 특히 피지컬 AI와 돌봄 로봇을 둘러싼 과도한 낙관론에 선을 그었다. 공장처럼 정형화된 산업 현장과 달리 돌봄 현장은 사람의 몸과 감정, 예측하기 어려운 생활 동선이 뒤섞인 비구조화 공간이기 때문에, 산업용 로봇의 성공 공식을 그대로 들여오는 방식으로는 한계가 분명하다는 것이다. 그는 돌봄 로봇의 핵심은 ‘대단한 기술’이 아니라 ‘현장에서 바로 쓸 수 있는 기술’이라고 봤다. 요양 현장에서 장비를 착용하는 데 몇 분씩 걸리거나, 충전과 조작이 번거롭고, 오히려 종사자에게 새로운 스트레스를 안긴다면 그 로봇은 돌봄을 돕는 것이 아니라 방해한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일본의 ‘장롱 로봇’의 사례를 소개했다. 이 교수는 일본 정부가 2010년 전후로 막대한 보조금을 투입해 돌봄 로봇 보급을 밀어붙였지만, 현장성 없는 공급자 중심 개발 탓에 상당수 기기가 요양시설 창고에 방치됐다고 짚었다. 기술 그 자체보다 사용성, 착용 시간, 업무 흐름과의 적합성이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일본이 실패를 겪은 뒤 연구개발 방향을 ‘공급자 중심’에서 ‘수요자 중심 적정기술’로 틀었다고 설명했다. 그 결과 현장 근로자의 연구 참여를 의무화하고, 착용 시간을 10초 이내로 줄이는 식의 개선이 이뤄졌다고 소개했다.
정책 제언도 이어졌다. 이 교수는 일본이 경제산업성과 후생노동성 사이의 장벽을 허물고 정책과 예산을 연동해 왔듯이, 한국도 부처별 칸막이를 넘어선 통합 플랫폼과 표준화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단순한 보조금 지원이 아닌 실제 돌봄 환경을 개선한 기관에 더 높은 보험 수가를 적용하는 인센티브 체계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내놨다. 개인정보와 프라이버시 문제, 신기술 실증 과정의 규제 부담을 완화할 수 있도록 규제 샌드박스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날 현장에서는 돌봄 로봇의 실용적 적용 가능성을 보여주는 기업 발표도 이어졌다. 큐라코 이훈상 대표는 AI 배설 돌봄 로봇 ‘케어비데’를 소개하며, “배설 보조가 단순 편의 기능을 넘어 환자의 존엄 회복과 돌봄 인력 부담 경감, 환경 부담 저감까지 함께 겨냥하는 영역”이라고 설명했다. 또 그는 “케어비데는 간병 시간을 최대 61.8% 줄이고, 기저귀 폐기물에 따른 이산화탄소 발생량을 64.1% 낮추는 효과”가 있다고 밝혔다.
제이엠로보틱스 김동진 대표는 예측형 헬스케어와 피지컬 AI 기반 돌봄을 주제로, 헬스케어의 무게중심이 치료 이후 대응에서 데이터 기반 예방과 예측으로 옮겨가고 있다고 진단했다. 원더풀플랫폼 구승엽 대표는 AI 케어 로봇 ‘다솜’을 소개하며, “돌봄은 더 이상 인력 중심 서비스가 아니라 데이터 기반 운영 시스템으로 전환돼야 하며, AI 에이전트는 일상 데이터를 분석해 위험을 사전에 예측하는 예방 케어의 출발점”이라고 말했다.
큐렉소 이상훈 연구소장은 보행재활로봇 ‘모닝 워크’를 사례로 들며, 고령 환자의 낙상 위험을 줄이고 치료사의 신체 부담을 덜어주는 방향으로 기술이 설계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유니코어로보틱스 강창묵 대표는 보행 약자와 고령자를 위한 이동 수단이 기존 전동휠체어 수준을 넘어, 로봇과 AI가 결합된 생활형 자율주행 플랫폼으로 발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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