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준생, 네 맘 안다] 1.취업 준비생의 하루

기사입력 2015-06-02 09:43 기사수정 2015-06-02 09:44

청년 취업시장이 꽁꽁 얼어붙었다는 말은 이제 귀에 못이 박일 정도로 많이 들었다. 대기업은 채용 인원을 줄인다기에 취업을 준비하는 아들 녀석에게 말한다. “넌 대기업만 보지 말고 눈 좀 낮추고, 패기 있고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주란 말이야. 요즘 애들은 눈만 높아서 안 돼.”

과연 그럴까? 취업 시장이 어렵다고는 하지만 왜 힘든 것인지, 어떤 것 때문에 힘든 것인지 구체적으로 알지 못하는 신중년들이 많다. 왜 취업을 앞둔 우리 자녀들이 힘든 것일까? 취업준비생의 하루를 통해 구체적으로 알아보겠다. <편집자 주>

▲취업 준비생 이상윤(27)씨. 사진 양용비 기자 dragonfly@

취업준비생 이상윤(27) 씨의 스펙

서울 중위권 대학 국제학부 러시아학과 졸업

외국어 자격 Toeic 910점, Toeic Speaking Level 7

자격증 유통관리사 2급, 한국사능력검정시험 1급, E-Test Professional 1급

해외유학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교환학생 1학기, 10개월 호주 유학

취업의 기본 스펙이라고 여기는 외국어 성적이 토익 910점, 토익 스피킹 레벨 7이라는 것은 결코 낮은 점수가 아니다. 취업 준비생들 사이에서는 꽤나 높다고 평가할 정도. 거기에 자격증도 3개나 있어 고스펙을 가진 취업준비생이다. 그러나 이 씨가 지난해 하반기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서류를 넣은 약 50군데의 기업 가운데 서류 합격 통지를 받은 기업은 손에 꼽을 정도. 열심히 준비를 하는데도 서류 전형에서 떨어질 때의 좌절감은 말로 표현하기 힘들다. 이제는 그 좌절감도 무뎌지고 있다는 27세 청년의 일상을 따라가 본다.

▲사진 양용비 기자 dragonfly@

AM 7:00 ~

하루의 시작은 컴퓨터 스위치를 켜는 것이다. 눈에 붙은 눈곱을 미처 떼지도 않은 채 컴퓨터 앞에 앉는다. 어제도 밤늦게까지 취업사이트를 뒤지며, 취업 정보를 모았지만 밤사이 ‘새로운 정보가 뜨진 않았을까’ 하는 생각에 부리나케 취업카페에 접속한다. 취업 카페 몇 곳, 사이트 몇 곳을 뒤진 후에 ‘자소서’라 불리는 자기소개서를 작성하기 시작한다.

▲사진 양용비 기자 dragonfly@

AM 10:00 ~

아침 겸 점심을 먹고 노트북을 챙겨 자취방을 나선다. 캄캄한 방에서 늑장을 부리다가는 자칫 게으름이 습관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보통은 이 시간에 가까운 도서관을 찾지만, 같은 처지의 취준생(‘취업준비생’의 줄임말)으로 이미 만석인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이날도 그랬다. 어쩔 수 없이 가까운 카페를 찾았다. 원래는 노트북을 켜 취업 정보를 모으거나 자소서를 쓰지만, 공개 채용 기간이 끝난 요즘은 기업 인·적성 공부를 하는 데 여념이 없다.

▲사진 양용비 기자 dragonfly@

PM 14:00 ~

취준생들의 기본 스펙인 토익과 토익 스피킹에서 꽤 높은 점수를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번번이 서류 전형에서 탈락하는 이 씨. 계속되는 서류 전형 탈락이 불안한 그는 또 다른 스펙을 만들기 위해 학원을 찾는다. 다가올 하반기 공채를 위해 새로운 스펙으로 업데이트를 하려는 것. 이 씨에게 취업 불안 극복의 특효약은 스펙 쌓기다.

▲사진 양용비 기자 dragonfly@

PM 18:00 ~

저녁 시간이 되면 이 씨는 취준생들이 팀을 이룬 ‘취업스터디’ 모임에 참여한다. 이곳에서는 각자가 취업 준비를 하면서 수집한 정보들을 공유할 수 있고, 힘든 점들을 터놓고 얘기할 수 있다. 같은 처지에 있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공채 시즌이 되면 서로의 자소서에 대해 평가나 첨삭을 해주기도 하고, 함께 인·적성 공부를 하거나 모의면접을 하기도 한다. 이 씨는 이날 자신이 쓴 자소서를 스터디원들에게 평가 받았다.

PM 20:00 ~

자취방에 돌아와서 하는 것도 오로지 취업 생각뿐이다. 도돌이표처럼 취업 사이트에 들어가 새로운 것을 확인하고, 자소서를 쓰거나 서류를 넣었던 기업의 합격 여부를 확인한다. 탈락의 고배를 마시는 경우가 더 많지만, 연패 속에서도 오로지 1승을 위해 컴퓨터를 하루 종일 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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