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속으로]강원 영월읍 에어비앤비 ‘앞뜰농장’ 장미자씨 집

기사입력 2016-07-04 09:02 기사수정 2016-07-04 09:02

친절한 미자씨와 귀농라이프 1박2일!

▲에어비앤비 호스트 장미자·안종호 부부(권지현 )
▲에어비앤비 호스트 장미자·안종호 부부(권지현 )

“여행은 살아보는 거야!”

에어비앤비가 내세우는 여행 방법이다. 친구, 가족이 아닌 현지 주민과 하루 정도 살아보는 건 어떨까? 여름휴가 시즌을 맞아 외국을 가보고 싶었으나, 강원도 영월의 한 에어비앤비를 찾아가 숙박했다. 혼자 떠난 여행. 역시 그곳에는 기분 좋은 만남이 있었다는 사실! 웃음 가득했던 시간이 벌써 그리울 따름이다.

▲2층이 에어비앤비숙소다.(권지현)
▲2층이 에어비앤비숙소다.(권지현)

서울에서 고속버스를 타고 2시간 달려 영월 시외버스터미널에 오후 2시쯤 도착했다. 때마침 빨간색 ‘붕붕이’를 타고 마중 나온 이번 달 에어비앤비 호스트 장미자(張美子·51)씨.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난 뒤 다짜고짜 “약속이 있으니 같이 좀 가자”하기에 무작정 따라갔다.

▲만나자마자 밑술을 만들러 갔다.(권지현 )
▲만나자마자 밑술을 만들러 갔다.(권지현 )

친절한 미자씨와 술 빚기

장미자씨를 따라간 곳은 영월청정소재산업진흥원(이하 청정원). 작년부터 이곳에서 술 빚는 동호회 ‘자주동샘’을 조직해 영월을 대표하는 술을 빚고 있다고. 현재는 시음 행사를 열어 선을 보이거나 영월의 벼룩시장에서 소소하게 판매하는 정도지만 정식 법인을 세워 술을 판매할 계획이다. 청정원에 도착해서 할 일은 아침에 빚어놓은 맵쌀죽과 누룩을 버무려 밑술을 만드는 것. 다른 회원들이 시간보다 조금 늦은 탓에 일손을 도울 겸 두 팔을 걷어붙였다. 처음에는 죽 반죽이 뻑뻑하지만 계속 손바닥으로 누르고 치대다 보면 걸쭉한 막걸리처럼 변한다. 치댈수록 달고 맛있는 술이 나온다고 해 열심히 거들었다.

▲오디를 따 먹을 때는 반드시 장갑을 이용할 것을 권한다. 보라색 물이 손에 들면 정말 색깔이 잘 안 빠진다.(권지현 )
▲오디를 따 먹을 때는 반드시 장갑을 이용할 것을 권한다. 보라색 물이 손에 들면 정말 색깔이 잘 안 빠진다.(권지현 )

영월 귀농 라이프, 1박2일로는 부족해요

집으로 돌아와서 가방을 숙소인 2층에 휙 던져놓고 장미자씨 일을 도왔다. 물론 쉬어도 상관은 없다. 에어비앤비의 정신대로 뭐든 내가 하고 싶은 것은 허락만 된다면 할 수 있으니까 말이다. 마침 호주와 제주에서 농장생활 했던 경험을 살려 장미자씨와 함께 마당에 난 잡초들을 뽑기로 했다. 힘들면 뽕나무 밭에 가서 오디를 따먹기도 했다. 사실 올해 오디 농사는 접었다는 정미자씨. 지난 3월 뜻밖의 한파로 전라도에서 가지고 온 뽕나무가 냉해를 참지 못하고 얼어 버렸다. 그래도 따 먹을 정도는 되기에 이웃 친한 분들이 와서 따가기도 한다.

▲‘자주동샘’은 단종비 송씨가 비단을 빨며 자주색 물감이 들었다는 전설이 서려 있는 샘이다. 단종이 영월로 귀양을 가고 서울 종로구 숭인동 17번지 정업원(淨業院)에서 은둔생활을 하던 송씨는 그곳에서 비단 염색을 하면서 생계를 이어갔다는 데서 술 빚는 동호회 이름을 ‘자주동샘’이라고 지었다.
(권지현 )
▲‘자주동샘’은 단종비 송씨가 비단을 빨며 자주색 물감이 들었다는 전설이 서려 있는 샘이다. 단종이 영월로 귀양을 가고 서울 종로구 숭인동 17번지 정업원(淨業院)에서 은둔생활을 하던 송씨는 그곳에서 비단 염색을 하면서 생계를 이어갔다는 데서 술 빚는 동호회 이름을 ‘자주동샘’이라고 지었다. (권지현 )

머루랑 다래랑 따 먹고 살아요

장미자·안종호(安鍾浩·53) 부부는 인천에 살다 강원 영월읍 흥월리로 8년 전 귀농 했다. 작년 4월부터는 에어비앤비 호스트가 됐다. 손님 숙소로 이용하는 곳은 2층 공간 전체. 집을 지을 때 2층에 작은 부엌이 있으면 편할 거 같아 장만해 넣었고, 훗날 장성한 아이들이 살게 되면 편할까 싶어 밖으로 나가는 구름다리를 놓았다. 이 모든 것을 손재주 좋은 남편 안종호씨가 제작했다. 대학 졸업 후 취업한 아들, 대학에 입학한 딸이 외지에 나가는 바람에 공간이 텅 비어 버렸다.

“에어비앤비를 열어 놓고 난 뒤 설마 이렇게 먼 곳까지 사람이 들어오겠어? 했는데 문을 연 지 한 달 됐을 때 첫손님을 맞았어요.”

주말이면 매번 꽉 차는 정도는 아니지만 꾸준히 손님들이 찾아온다.

“바로 어제 왔던 손님은 어디 온천을 예약해 놓고도 저희 집이 좋다고 퇴실 시간이 훨씬 지나 오후 1시가 돼서야 떠나셨어요. 다음에 또 오고 싶다고 하시더라고요.”

▲아침 식사 상에 올라온 보글보글 다슬기 된장국. 진국 다슬기국은 처음으로 먹어봤다.(권지현 )
▲아침 식사 상에 올라온 보글보글 다슬기 된장국. 진국 다슬기국은 처음으로 먹어봤다.(권지현 )

꿀맛 나는 식사시간

저녁에는 낮에 열심히 일한 농사꾼을 위해 두툼하게 썬 돼지고기를 넣고 맛있는 김치찌개를 끓여 주셨다. 다음 날 아침에는 직접 잡은 다슬기로 된장국을 끓여 주신 장미자씨. 안 먹어 봤으면 후회했을 맛에 눈이 트일 정도였다. 아침을 먹고 집안 구석구석을 돌아보니 각종 과일과 채소, 산나물이 지천이었다. 손님들도 적당히 먹을 정도만 담아가고 과일도 먹을 수 있어서 좋아들 한다고. 삼시세끼 먹을 것이 끊이지 않는다더니 절대 굶을 일 없는 곳이 바로 장미자·안종호 부부의 집이었다. 언젠가 또 만날 날을 기약하며. 안녕 친절한 미자씨!

▲손님 숙소로 이용하는 곳은 2층 공간 전체. 대학 졸업 후 취업한 아들, 대학에 입학한 딸이 외지에 나가는 바람에 공간이 텅 비어 에어비앤비를 할 수 있었다. (권지현 )
▲손님 숙소로 이용하는 곳은 2층 공간 전체. 대학 졸업 후 취업한 아들, 대학에 입학한 딸이 외지에 나가는 바람에 공간이 텅 비어 에어비앤비를 할 수 있었다. (권지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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