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찾기

기사입력 2017-03-10 10:34 기사수정 2017-03-10 10:34

걷기 모임이 있었다. 새로운 회원이 많아서 대부분 처음 보는 분이었다.

간단하게 서로의 인사말을 주고받았는데 잠시 후 점잖게 생긴 남자 분이 나직하게 말을 건네셨다.

필자 소개에서 다녔던 학교와 년도를 듣고 궁금한 친구가 생각났다며 대학동창과 아직도 연락되느냐고 물었다.

필자는 대학 동창들과 30년째 모임을 이어오고 있다.

궁금한 분이 누구냐고 했더니 이름을 말하는데 필자의 친한 친구이다.

와! 대학을 졸업한 지 40년이 넘었는데 대학생일 때 알았던 사람의 안부를 묻는 사람을 만났다.

필자가 알던 사람을 만난 것만큼이나 가슴이 뛰고 설레었다.

그 친구 잘살고 있다고 전해주었는데 이렇게 오랜 시간이 흐른 후에도 안부가 궁금하다고 말하는 분의 표정 속에서 그 옛날을 그리워하는 듯한 감정을 느낄 수 있었다.

아마 풋풋한 청춘 시절 마음에 담아두었던 좋은 추억이었나 보다.

친구에게 안부 전하겠다고 했다.

한동안 싸이월드라는 사이트에서 친구 찾기가 열풍이었던 적이 있다.

따로 필자의 블로그를 갖고 있지 않을 때라 필자와 우리 동창들은 싸이월드를 만들어 사진을 공유하고 서로 댓글을 달아주면서 즐거웠다.

인터넷도 유행을 타는지 그렇게 열심히 사이트를 꾸미고 사진을 올려 서로 돌려보던 시간이 지나고 스마트폰을 갖게 되자 친구들 하나둘씩 싸이월드를 버리고 스마트 폰 꾸미기 열풍에 열중하기 시작했다.

그 당시 싸이월드의 친구 찾기를 보면서 필자도 찾고 싶은 사람이 있었다.

이름과 나이를 알면 찾아볼 수 있었는데 필자가 찾고 싶었던 사람은 아마 싸이월드 회원이 아닌 듯 찾아봐도 나오질 않았다.

사귀는 사이는 아니었지만, 어린 시절 대전에서 살 때부터 알았으니 고향 초등학교 동창이라 할 수 있는 친구로 집안끼리도 아는 남자애다.

필자가 대학생이 되었을 때 돈암동의 태극당에서 우연히 만난 이후로 친하게 지냈다.

성이 같은 박 씨라 서로 이성적으로 만날 수 없다는 걸 알았기에 우리는 정말 동성 친구처럼 지낸 사이였다.

자기는 관심 없는데 자꾸만 쫓아다니는 여자가 있다며 애인 행세를 해 달라고 해서 여자 친구인 척 따라 나간 적도 있을 정도로 친하게 지냈다.

어느 날 우리 엄마가 그 애 엄마와 모임이 있어 만났는데 그 친구가 책상 위 노트에 필자 이름을 가득 써 놓은 걸 보셨다고 은근히 경계하더라는 말을 전해 주셨다. 그러면서 너도 조심하라고 하셨다.

그 친구의 마음을 엿볼 수 있었지만, 그 후로도 서로의 이성 문제를 고민하고 상담하면서 편하게 지냈다.

필자도 젊은 시절 알고 지낸 이성 친구가 많았지만 지금 안부가 궁금한 사람은 그 애 하나뿐이다. 이번에 필자 친구의 안부를 묻는 사람을 보니 필자도 그 친구가 몹시 보고 싶다.

외대생인 그 친구를 찾아볼 아무 단서가 없지만 한 가지 국민배우 안성기 씨와 같은 과를 다녔다는 게 생각난다.

커피 광고나 공익광고에서 부드러운 모습의 안성기 씨를 보면 그 친구가 생각난다.

꼭 찾으려면 그럴 수도 있겠지만 뭐 그러고 싶지는 않다.

그냥 필자 친구 경우처럼 우연히 소식을 알게 된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뿐이다.

이루어질 수 없는 사이라고 일부러 담백하게 지내려고 했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아마 그 애를 좋아했었나 보다.

안 가본 길이 궁금하고 아쉽다는 말처럼 어쩐지 그때가 아련하게 그립다.

친구에게 전화해서 걷기모임의 그 남자가 안부 묻더라는 말을 전했더니 깔깔 웃으며 사귀는 사이는 아니었고 당시 그 사람이 저를 속으로 좋아하는 걸 느꼈었다고 한다.

또다시 만나면 보고 싶다더라고 전해 달라며 명랑하게 웃는다.

글쎄, 필자가 다시 그 걷기모임에 나갈지 안 나갈지는 몰라서 그 말을 전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다.

지나간 옛일은 다 아름답게 생각되는 나이가 된 것 같다.

그러면서 누군가 필자를 찾는 사람은 없을지 은근히 궁금해서 웃음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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