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회장을 맡고 있는 모임에서 친목도 다지고 내년 모임의 방향을 잡는 행사를 열었다. 고문을 맡고 있는 H형이 소유하고 있는 가평 소재 별장 겸 연수원을 행사 장소로 추천했다. 잔디가 깔린 넓은 마당과 30여 명을 수용할 수 있는 연수시설이 있는 펜션 스타일의 집이었다. 그런데 입구 간판에 적힌 이름이 ‘삶의 쉼표’였다.
행사 일정이 마무리되고 저녁을 먹고 즐거운 환담의 시간이 이어졌다. H형에게 펜션 이름을 삶의 쉼표라고 지은 이유를 묻자 이렇게 답했다.
“음악이나 글에는 쉼표가 있어요! 글에 마침표만 있고 쉼표가 없으면 너무 지루하지요. 또 문장이 길어지면 무슨 말을 하려는지 요점을 파악하기가 힘듭니다. 노래를 부를 때 쉼표가 없으면 숨이 막히고 말겠지요. 그런데 우리는 이 소중한 인생을 살면서 쉼표 없이 앞만 보고 달려가고 있어요. 100세 시대에 더 멋진 인생, 더 의미 있는 인생을 살아가려면 반드시 쉼표가 있어야 합니다!”
H형에게는 더 큰 꿈이 있었다.
“그저 달리기만 하는 직장인들은 중간에 퇴직을 하거나 정년을 맞으면 제2의 삶을 살아가기가 쉽지 않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희망을 잃고 살아간다는 것이 안타깝지요. 저는 이곳이 퇴직자들에게 희망을 주는 명소가 되었으면 합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조기 퇴직이나 은퇴를 ‘끝이나 죽음’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서양 사람들은 은퇴를 ‘Re+tire’, 즉 ‘타이어를 바꿔 끼다’라는 의미의 Retire로 생각한다. 은퇴는 마침표가 아니라 쉼을 쉬고 다시 시작하라는 중요한 메시지이자 새로운 출발의 휘슬이라는 것을 인식해야 할 필요가 있다.
회사에서 오래 쓴 PC가 고장이 나면 업무에 문제가 생기기 때문에 수리를 한다. 그러나 직원들이 과도한 스트레스에 시달리거나 고민이 있을 때는 PC처럼 수리를 할 수 없다. 그러다보면 스트레스는 우울증이나 과로사 같은 돌이키기 힘든 결과로 이어지기도 한다. 그래서 우리나라는 경제 10대 강국을 자처하면서도 행복하지 못한 국가가 됐고, 하루 40여 명이 자살하는 ‘자살 공화국’의 오명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제 4차 산업혁명의 시대가 왔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상상력과 창의력이 필요하다. 상상력과 창의력은 강제된 상황에서 나오지 않는다. 자유로운 상황에서의 몰입이 중요하다. 불안이 없고, 자유롭게 상상할 수 있는 환경과 즐거운 웃음이 존재할 때 새로운 발상이 떠오른다. 아무리 바쁘더라도 지금 당장 산, 바다, 하늘이 모두 푸르러 청산(靑山)이라 이름 붙여진 작은 섬 청산도로 달려가보자. 2007년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슬로시티, 그리고 세계슬로길 1호로 지정된 곳이다. 쉼표가 있는 음악처럼, 삶에도 쉼표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