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력이 재능이다

기사입력 2017-08-30 15:36 기사수정 2017-08-30 15:36

리동네 도서관 어린이 열람실은 매주 월요일 저녁 7시부터 어른들 차지가 된다. 길 위의 인문학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사람들이 독서모임을 만들어 함께 책을 읽고 이야기 하는 시간을 그 곳에서 갖고 있다. 동양사상이나 그리스 철학 등 진지하고 묵직한 이야기가 주를 이루던 다른 날과는 달리 자기가 하고싶은 일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졌다. 독서 토론을 할 땐 이야기를 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이 정해져 있었다. 그런데 자기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하자 사람들 목소리가 활기에 찼다.

한 회원이 문득 고민을 내놓았다. 여행을 다니면서 본 것들을 스케치 하고 싶어 그림을 배웠는데 생각만큼 실력이 늘지 않으니 재능이 없는 건 아닌가 의심스럽다고 했다. 미술학원을 운영하고 있는 회원이 그녀를 향해 말했다.

“그림은 손으로 하는 것이라서 열심히 하면 누구나 완성도 있는 그림을 그릴 수 있어요. 무엇보다 노력이 재능이라고 생각해요. 눈높이가 너무 높거나 노력이 못 미친 건 아닌지 생각해 보세요”

그녀의 말에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글쓰기도 마찬가지다. ‘나도 글을 한번 써볼까?’ 누구나 한 번 쯤 이런 생각을 한다. 그래서 글쓰기 교실을 기웃거리고 어떤 글을 쓰면 좋을까 생각에 잠겨보기도 한다. 그러나 막상 글을 쓰려고 시도해보면 마음먹은 대로 써지는 건 아니다. 머릿속 생각은 가득한데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몰라 빈 종이만 바라보다가 ‘나는 글 쓰는데 소질이 없어’하고 돌아서 버린다.

그러나 작가의 천재적 영감에서 태어난 것이라고 믿고 있던 작품들도 사실 작가들의 인내와 노력의 산물이었다는 걸 알게되면 생각이 달라진다. 존 그리샴은 처음 글을 쓰기 시작했을 때 하루에 한 쪽씩 쓰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새벽 5시에 알람시계가 울리면 일어나 글을 쓰려고 책상에 앉았다. 어떤 날은 10분 만에 한쪽을 쓰기도 하고 어떤 날은 두 시간이 걸리기도 했다. 다 쓰고 나면 생업인 변호사 일을 하기 위해 집을 나섰다. 그는 ‘그렇게 나는 자신을 혹독하게 단련했다’고 말했다.

헤밍웨이도 하루 400~700 단어를 쓰기 위해 연필 7자루를 2번이나 깎아 써야 할 정도로 고치고 또 고쳐가며 글을 썼다고 한다. ‘무기여 잘 있거라’의 결말 마지막 페이지는 서른아홉 번을 다시 쓰고야 만족했다니 그가 좋은 글을 쓰기 위해 한 노력을 짐작할 수 있다. 공지영 작가도 인터뷰에서 자신이 쓴 글을 고치고 또 고치면서 1,000번 쯤 읽어 소설 전부를 외우게 될 때까지 퇴고를 멈추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래서 막상 소설이 나오면 쳐다보지도 않는단다.

위대한 작가들의 글쓰기 비결은 보통 사람들은 상상하기 힘들 만큼의 인내와 노력에 있었다. 물론 영감이나 재능을 전혀 무시할 수는 없겠지만, 글 쓸 일이 많아진 사회에서 노력하면 좋은 글을 쓸 수 있다는 건 정말로 다행스런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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