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을 맞아 기쁘고 고마운 뉴스가 있어서 같이 기뻐하고 싶어서 올려 본다.
우리 집 도우미 아줌마(이모)의 큰아들이 한의사인데, 대학을 졸업하고 개업비가 많이 드는 서울을 떠나 지방 청주에서 한의원 개업을 했다. 개업할 때는 물론 은행의 대출을 받고 곧 갚을 수 있을 거라 자신 있게 시작했는데 병원 운영이란 것이 임대료니 뭐니 해서 생각같이 쉽지 않아서 대출 이자와 아이 둘의 양육비로 힘들어서 원금은 아직 갚지도 못했다고 하는 소리를 들었다.
오랜 연애 끝에 결혼한 며느리는 아주대학 병원에서 간호사를 하다가 결혼 후 남편을 따라 할 수 없이 다니던 직장인 병원을 고만두고 청주에 내려가서 6년 동안 아이 둘을 키우며 전업주부를 하다가 아무리 생각해도 간호사 면허가 아까워 2년 전부터 교사 임용고사 시험 준비를 시작했다. 임용 교사는 요새 하도 합격이 어려워서 ‘고등 고시’라고 부른다는 말이 있다. 생전 공부를 하지 않던 엄마가 시간만 나면 공부를 하니까 아이들이 “엄마는 학교도 안 다니는데 왜 그렇게 공부를하냐”고 불평하면서 옛날처럼 함께 놀아 달라고 떼를 쓰며 울기고 했단다. 애들을 재우고 일어나서 혼자 밤 중에 공부를 하며 혹시라도 또 실패하면 애들에게 창피해서 두 번 째 시험 볼 때는 외할머니 댁에 다녀온다고 거짓말을 하고 시험장에 들어갔다고 한다.
그 동안의 모든 어려움을 헤치고, 서울 같으면 노량진 학원이라도 다니겠지만 지방에서 혼자서 순전히 독학으로 재작년에 한번 실패하고 올해 재수 끝에 합격을 했는데 경력이 있어서 그런지 며칠 전에 제일 먼저 청주시내 고등학교 양호 교사로 발령이 났다고 한다. 더욱 기쁜 일은 병원 근무의 경력이 인정 되어서 높은 호봉을 받았다는 것이다.
요즘 같은 취업 절벽에다가 취업청탁이 판을 치는 세상에서 단독으로 시험을 합격했다는 것은 참으로 고맙고 듣던 중 기쁜 소식이다. 더구나 경력 단절 여성이 과거의 근무 경력을 인정받았다는 것은 기쁜 일이 아닐 수 없다. 기쁜 소식을 들은 우리 남편은 올해의 큰 설날 선물이라며 소 한 마리를 잡아도 모자를 경사라고 더 난리이다. 남편은 어제 예쁜 꽃다발에 <축 경사>를 쓰고 금일봉도 함께 넣어 배달 시켰다.
남편이 이렇게 이모에게 선물을 보내는 것은 다 이유가 있다. 남편도 나이가 들어가서 혼자 살림하기 힘든데, 이모의 남편이 전부터 우리 집에 오는 일을 그만두고 쉬라고 하는 모양이었다. 부인이 힘든 것을 걱정 해서 하는 말인데 우리로서는 참으로 난리가 날 일이다.
이모는 우리 집 오기 전까지 어느 시각 장애인의 도우미를 하였는데 그 때 그 시각 장애인으로부터 틈틈이 마사지를 배웠고 요즘 매일 거의 한 시간 가까이 필자를 위해 이것을 안 하면 아침에 일어나기가 힘이 들 지경이다. 이것이 이모가 무슨 일이 있어도 우리 집에 계속 와야 하는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