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상에서 우리나라의 반대편에 위치한 칠레는 세계적인 구리 생산국이다. 2010년 8월 5일, 구리를 생산하는 산호세 광산 지하 700m에서 광부 33인이 매몰되는 대형 사고가 발생했다. 세계의 이목이 광산에 집중했다. 칠레 정부는 광부들을 구조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그들이 구조될 것을 믿는 이는 적었다. 구조 과정 중 크고 작은 장애물이 발견됐고, 공간이 좁아 어려움이 많다는 보도가 나왔다. 장애물로 다른 통로를 만들어야 하니 구조가 일주일 지연된다고도 했다. 하루만 늦어져도 매몰자의 생존 확률이 적어 구조가 힘든 판인데 일주일은 너무 긴 시간이었다. 구조 실패를 대비해 변명거리를 미리 만들어 놓는 것 같은 느낌도 들었다. 결과부터 말하자면 매몰 사고 후 69일 만에 33인 전원이 무사히 구조됐다. 기적 같은 일이 아니라 기적 그 자체였다. 무엇보다 구조 당시 광부들의 모습이 아주 밝고 건강했다. 다 죽어가는 허약한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미국 ABC방송은 구조된 광부들을 인터뷰하면서 최악의 상황에서도 오랜 시간을 버틸 수 있었던 이유를 알게 됐다. 바로 그들 가운데 훌륭한 3명의 리더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첫 번째 리더는 작업반장 ‘루이스 우르수아’였다. 그는 33인이 최악의 상황에서도 규율을 잘 지킬 수 있도록 반장 역할을 훌륭히 해냈다. 매몰된 특수 상황이 아니라 평소 작업하던 상황임을 강조하여 동료들을 안심 시켰다. 또 다른 리더는 6개월 동안 간호사로 일한 경험이 있는 ‘요나 베리어스’였다. 그녀는 그때의 경험을 살려 갱도에 갇혀 있는 동안 33인의 건강을 일일이 챙기고 돌봤다.
세 번째 리더는 63세의 ‘마리오 고메스’로 광부 중 나이가 가장 많았다. 그는 광부들을 붙들고 기도도 하고 격려도 해주며 신이 아직 우리를 포기하지 않았다고 위로했다. 광부들은 리더들의 노력으로 희망을 포기하지 않았고 그 힘으로 살아올 수 있었다. 세 명은 평상시 잘 드러나지 않았지만 위기 상황에서 영혼을 위로하는 영적인 리더십을 발휘했다.
뜻하지 않은 곳에서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 리더십은 어떻게 형성되나? 리더는 힘이 있어야 하지만 힘만 있다고 되는 것 또한 아니다. 힘과 지위만으로 군림하는 이는 리더라고 할 수 없다. 속 깊게 따르는 이도 없기 마련이다.
진정한 리더십은 리더만이 아닌 공동체 모두에게 기여해야 한다. 강압에 의한 리더십은 당분간은 유지될지 몰라도 결코 오래가지 못하고 와해된다. 리더는 힘이 있어야 한다. 그 힘은 지혜와 인격을 바탕으로 한 신뢰(信賴)에서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