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교생의 두발 자유화 뉴스를 보고

기사입력 2018-10-02 08:45 기사수정 2018-10-02 08:45

서울시 교육청에서 중고교생 두발 자유화를 선언했다. 머리 길이 뿐 아니라 염색과 파마도 허용한다. 정말 놀라운 발상이다. 단정한 학생의 모습은 사라지고 온통 멋 부린 울긋불긋 패션을 보게 될 것 같아 걱정이 앞선다. 나는 약간 보수적인 사고방식을 갖고 있어서인지 학생은 단정하고 깔끔한 모습이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그러고 보니 좀 켕기는 구석이 있기도 하다. 우리 학창시절엔 귀밑머리 3cm 단발머리를 지켜야만 했다. 그걸 좀 길어 보이게 하려고 안간힘을 쓰고 애교머리도 살짝 내렸다. 그땐 그렇게 머리를 기르고 싶었으면서 지금 아이들이 마음대로 두발 자유화를 한다니까 언짢은 기분이 드니 이해 못 할 마음에 웃음이 난다.

우리 시절 중·고교 단발머리란?

아침 등교 시간. 교문에 길게 서서 우리를 감시하는 규율반 언니의 눈길을 피하려고 안간힘을 썼다. 실 핀으로 앞머리를 고정하고 3cm보다 조금 긴 머리를 걸릴까봐 조마조마 눈치 보며 교정에 들어섰다. 재수 없으면 규율 반 선배에게 걸려 경고를 받거나 조금 잘리기도 했다. 그땐 왜 그렇게 머리를 기르고 싶었는지. 우리 학교에서 무용반 아이들은 단발 규율에서 제외였다. 머리를 길러 양 갈래로 땋는 것을 허용했다. 어찌나 긴 머리 무용반 친구들이 부러웠던지 결국 무용반에 들어갔다. 그런데 머리를 기르는 건 대외 무용경연대회에서 입상한 학생에게만 주어지는 특권. 경연대회에 나가보지 못한 나는 머리를 기를 수가 없었던 슬픈 기억이 있다. 그렇게 중·고교 6년을 짧은 단발머리로 지내다 드디어 대학생이 되어서 한풀이를 했다.

긴 머리 전성시대

고교 졸업 후 결혼 전까지 머리를 한 번도 자르지 않고 길렀다. 허리까지 치렁치렁(?) 생머리를 고수했다. 한창 영화 ‘로미오와 줄리엣’의 여주인공 스타일을 따라 하던 때라 앞가르마를 타고 긴 머리를 휘날리며 다니는 게 즐겁고 자랑스러웠다. 보다 못한 엄마가 10cm 자를 때마다 용돈을 올려주겠다고 제의하셨다. 그래도 꿋꿋하게 머리를 길렀다. 오래된 앨범 속에서 머리카락이 허리까지 내려온 사진을 보니 우습기도 하고 그 시절이 그립기도 하다. 학창시절에 그렇게 머리가 기르고 싶었으니 요즘 아이들의 머리카락 자유도 이해해 주어야 하지 않을까?

그래도 염색과 파마까지 허용한다는 건 이해할 수 없다. 학부모의 여론도 걱정스러운 쪽으로 반론이 제기되고 있단다. 특히나 파마나 염색비용이 매우 비싸다. 두발자율화가 허용되면 미용실에서 몇 십 만원하는 머리를 하는 학생도 생길 것이다. 학생 간에 위화감도 조성될 수 있다는 공론이다. 염색이나 파마약이 건강에 좋지 않다. 두발 자유화에 대한 의견이 많은 만큼 학교에서는 학교운영위원회를 거쳐 기준을 세워야 할 것이다. 학생의 인권도 존중하고 사회에 물의를 일으키지 않는 선에서 방향을 모색해야 한다. 내 의견으로 학창시절만큼은 머리 길이는 자유화해도 염색이나 파마 등으로 너무 어른스럽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그렇게 어른 흉내를 내지 않아도 가장 예쁜 때가 바로 중·고교 시절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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